검찰공화국, 대한민국
김희수 외 지음 / 삼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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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한판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웃기지도 않는 검찰의 행태를 보면서 평소 궁금증이 증폭되었고 그들의 그런 못된 짓거리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직접 알고 있는 판사는 없다. 하지만 현직 검사는 몇 명 있다. 고등학교 동창생 한 명, 대학교 동기생 한 명, 타대학 후배 한 명 정도다. 
고등학교 동창생은 3학년 내내 같은 반이 아니었기에 친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다닐 때 고교동창회 자리에서, 졸업 후 재경 동창회 송년회에서 몇 번 자리를 같이 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송년회에서 그 검사 동창생 주변에서 그 친구에게 친한척 하면서 아양떠는 친구들과 친구들의 그런 모습을 즐기는 그 검사 친구의 모습을 보면서 정나미가 뚝 떨어졌다. 
대학 동기생은 80년대에 학생운동까지 함께 열심히 했던 다른 과 친구였다. 그 친구는 검사 초임시절 내가 다니는 직장과 지검 사무실에 가까워서 한 두번 식사를 같이했고 2000년에는 전국일주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러 다닐 때 지방에 있던 그 친구와 저녁을 먹고 술도 한 잔 같이한 후에 그 친구 집에서 자기도 했다. 그 뒤에도 개인적으로 한 두번 만났고 그 친구가 서울에 올라온 작년 봄에 동기생들 모임에서 함께 즐겁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영문인지 그 뒤로 그 친구는 동기생 모임에 나타나지 않았다.
마지막 후배 검사는 1992년 대통령 선거 때 시민단체 중심으로 구성한 공정선거감시단에서 함께 활동했던 후배였다. 감시단 활동이 끝나고 몇 년 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감시단 활동을 하던 다른 후배와 함게 2003년에 한 번 강남에서, 2007년에 인천에서 술을 먹기도 했다. 그 후배도 그 뒤로 연락이 잘 되지 않는다.
이렇게 직접 아는 검사들과는 좋은 추억도 많고 찜찜한 기억도 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검사들은 개인적인 자리에서 ’검사동일체’로 인해 폭탄주를 자주 마셔야 하고 과도한 업무로 고생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부정한 짓이나 부패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동기생 검사는 개인적으로 만날 때 가급적 자신이 술 값이나 식사비를 지출하려 했고 동기생 검사나 후배 검사 모두 개인적으로 부당한 청탁이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친구들이 검찰에 들어가서 어떻게 업무를 하고 정치적, 조직적 부당행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내가 알 수는 없다.
 

그 이외에 내가 직접 알지는 않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인연으로 검사들과 자리를 몇 번 했다. 대부분 사업하는 자들이 미래에 자신이 형사적인 문제에 얽혀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보험’을 드는 마음으로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하는 자리였다. 그런 자리에 참석해보면 그 검사가 나이가 어리든, 많든 접대하는 자들은 그저 검사들에게 잘 보이고 기분에 맞추려고 노력했고 접대를 받는 검사들은 그런 자리가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분위기를 즐겼다. 적지않은 경우 부담없이 ’2차’까지 자연스럽게 즐긴다. 그리고 그렇게 접대를 정기적으로 받으면 나중에 사업하는 자들이 필요할 때 그들의 편리를 봐주겠지만... 그런 검사들이 소위 ’섹검’이고 ’스폰서 검사’다.
 
이외에 검사와 맞딱드린 것은 모두 6~7 차례 되는데 대부분 회사 경영을 하면서 상대방과 충돌하게 되는 경우였다.
경찰이던 검찰이던 내가 상대한 모든 경찰관, 검사들의 특징은 ’권위적’이었고 증거가 아닌 ’진술 위주’로 조서를 작성했고 결정적으로 자신들은 하는 일이 거의 없고 대부분 고소고발인이나 피의자가 제출하는 자료에 근거하여 조사를 진행했다. 그들의 주된 조사 입장은 "죄가 없으면 당신이 그것을 입증해라"였다. 피의자를 범죄행위를 조사하고 입증해야 하는 것이 경찰과 검사의 1차적인 의무이자 역할인 것은 모든 형법과 재판의 원칙이자 제도일텐데도 그들은 자신들의 최소한의 역할도 수행하려 하지 않았다.
재판까지 이어지면 더 가관이다. 우리나라 검찰 구조는 조사하는 검사와 재판정에 참여하는 검사가 분리된다. 소위 ’공판검사’라는 자가 법정에 들어와 조사한 검사가 전달한 서류만 가지고 재판에 임한다. 그들의 발언과 태도를 보면 사건에 대한 성실한 태도는 없고 그냥 일반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듯이 관련 법규에 맞추어 질문하고 자료 제시하고 구형하는 모습으로 일관한다. 조사한 검사의 자료가 앞뒤가 맞는지, 추가조사할 내용은 없는지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없다.
이런 한심한 검사를 상대하니 변호사도, 판사도 자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차피 상대적인 관계이니...
 
작년(2010년), 우리 사회에는 ‘떡검’, ‘섹검’,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등 신조어가 생겼다. 이는 MBC PD수첩 등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문제 검사를 일컫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오늘날 검찰의 이미지를 통칭하는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말들이 나돌기 전부터도 여러 사건에서 검찰의 파행적인 모습을 본 국민들은 이미 검찰이 공정하게 검찰 업무를 수행하리라는 믿음을 접은 지 오래일 것이다. 검찰은 어느덧 국회에 이어 국민이 가장 불신하는 국가기관으로 자리를 잡았고, 일각에서는 검찰을 ‘떡검’을 넘어 ‘떡껌’으로까지 부르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은 본디 사법 정의를 추구하며 공정한 법 집행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책무를 지닌 기관이다. 검찰은 별정직 공무원이면서도 스스로 준사법기관으로 인식되길 원하고 또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외압이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다른 공무원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러한 검찰에 왜 ‘떡’, ‘섹’, ‘스폰서’ 등 민망한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어 통용되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 검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인터넷에서 경제대통령이라 불리던 미네르바 박대성 사건, KBS 정연주 사장 사건,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등 국민의 실생활과 정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여러 사건의 배후에 검찰의 검은 칼날이 번뜩거리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과연 이명박 정부 때만 유독 파행적인 수사와 기소를 하고 비도덕적 행태를 저지른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까닭은 무엇일까? 검찰이 도대체 어떤 조직인지, 검찰의 권한은 무엇이고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자나 실무자, 언론 등은 나서서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을 풀어주지 않고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은이들은 이러한 이상한 현상을 깨고자 평소 검찰 개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와 사회적 실천을 진행해왔다. 대학 강단에서, 때론 인권연대나 참여연대 같은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또 사법제도 개혁 추진위원회나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회 같은 위원회 활동을 통해, 그리고 언론을 통한 다양한 사회적 발언을 통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해왔다. 그리고 검찰의 실체를 알 권리가 있는 일반 시민들에게 그들의 모습을 알리고 함께 개혁 방안을 모색하고자 1년 반에 걸쳐 이 책을 집필했다.  
 
------------- * 저자들은 누구인가? ------------
<김희수> 제29회 사법시험 합격해 서울, 수원, 군산 검찰청에서 검사로 재직했었다.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일했고 전북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지금은 법무법인 창조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법도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병사들을 위한 군 인권법](공저) 등이 있다.
<서보학> 독일에서 형사법 학위를 받고 현재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강의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와 대통령 사법제도개혁위원회에서 전문위원 및 기획연구팀장으로 일했다. 현재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형법총론』『형법각론』(이상 공저) 등이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으로 일하는 인권 운동가이다.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활동을 거듭하고 있다. 신학을 잠깐, 불문학을 아주 조금 공부했지만, 그건 학교 다닐 때 이야기일 뿐이고, 요즘은 형사사법 절차에 관심을 갖고 있다. 수사부터 재판, 형 집행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 공부하고,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것을 사명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태훈>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사법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형법학자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초창기부터 실행위원으로 일하다가 2009년 초부터 소장을 맡고 있으며,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활동한다. 지은 책으로 『판례 중심 형법총·각론』, 『사례 중심 형법총론』, 『떼법은 없다』(공저) 등이 있다. ---------------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검찰의 길을 묻다_검찰의 역사]에서는 이승만 정권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검찰의 역사를 밝혔다. 특히 반공이라는 명목으로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가 스스럼없이 자행되던 박정희와 전두환 군사독재정권 시절, 때로는 독재의 주구로, 때로는 인간 파괴를 조장하는 법률 기능공으로 고문 사건, 조작 사건을 은폐하고 엄호하면서 권력에 기생한 검찰의 모습을 주요 사건 중심으로 파헤쳤다. 검찰은 옳은 방향으로 검찰권을 행사하려는 몇몇 소신 있는 검사의 싹을 자르면서, 정의의 수호자라는 소임을 외면한 채 정권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그 대가로 서서히 권력의 저변을 확대해온 것이다. 본연의 책무를 넘어 국민 여론의 심판관으로 행세하며 임기도 없는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기까지, 검찰에는 이런 60여 년의 역사가 있었다.
 
제2부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에서는 한국의 검찰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권,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독점 영장청구권, 독점 기소권, 기소재량권, 형 집행권 등 법률에 정해진 권한만도 막강한 데다 범죄 예방, 정보 수집 등 법률로 정해지지 않은 활동까지 벌이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사권을 검찰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데다 기소독점권, 기소재량권도 함께 가지고 있다. 즉, 법원의 판단에 앞서 검찰이 재량으로 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결정해 영장청구에서부터 기소까지 모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구조다. 전 세계적으로도 같은 모델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이 검찰에게 집중되어 있기에 검찰이 정치권과 결탁해 표적 수사,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등을 하거나 스스로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인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제3부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_우리 시대가 바라는 검찰]에서는 이미 궤도를 이탈한 검찰 권력을 통제할 방안을 이야기한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대검 중수부 폐지, 검찰권 분권화, 검찰에 대한 시민 감시와 사법적 통제, 감찰권 강화 등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이 더는 폭주하지 않도록 제어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검찰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다면 검찰 조직 전체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타율적 개혁을 강제 당하게 될 것이라고...
 
 
이 책을 보면 지끔까지 한국사회에서 검찰은 수사와 기소라는 권한을 아무런 제한 없이 쓸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마음껏 써왔다.
죄가 없는 게 뻔해도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를 감행해서 당사자를 괴롭힌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가령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에게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검찰은 이미 사문화된 조문을 끄집어내어 그를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고 그를 기소한 법률적 근거인 전기통신기본법의 처벌조항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의해 위헌법률이 되었으니 검찰의 패배가 분명하다. 하지만 정권의 의중을 좇은 충성의 대가로 검찰 조직은 기득권을 보장받고 사건 담당자들은 승진하여 더 많은 권한을 갖게 되었다. 나아가 검찰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면서 정의하는 권력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글쓰기도 검찰권 행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고 일종의 공포감을 심어준 것이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든 말든 수사와 기소권이 발동되면 피고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받고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이 의도하는 대로 분위기가 형성된다. 

국세청에 대한 1심 소송에서 승소한 후 법원의 조정 권고를 수용해 항소심을 취하한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때만 해도 그렇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배임죄’를 이유로 정연주를 기소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법원의 권고에 따른 것이 죄가 될 수 있나’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지만 상부의 지시대로 기소를 감행했고, 정연주는 당연히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의도대로 정연주는 KBS 사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정연주 전 사장과 주변 인사들에 따르면 정연주가 통합방송법을 근거로 KBS 사장은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지만 그에 대한 해임권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며 사퇴 압력에 굴하지 않자 정연주에 대한 먼지털이식 내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별다른 비리 혐의가 드러나지 않으니 검찰은 대통령이 정연주를 해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무리하게 배임죄를 적용하여 기소한 것이다. 전형적인 표적 수사다.
한편 이명박 정부 최고의 파트너답게 대통령 사돈 기업 봐주기(효성그룹 사건), 대통령 친구 봐주기(천신일 사건), 공권력의 민간인 불법 사찰, 경제권력 봐주기 등 노골적인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를 해 국민의 빈축을 샀다. 검찰이 이러한 파행적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까닭은 그들의 권력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법을 가장하여 민주주의 체제에서 교묘하게 빠져나가 있고 그것 때문에 오히려 민주주의에 적이 되고 있다.


한편, 법무부를 장악하고 한나라당 등 정치권과 국회를 장악하다시피 한 것도 검찰 세력들이다. 한쪽은 현직 검사, 다른 한쪽은 전직 검사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이 검찰인가 국회인가의 차이만 있을 뿐, 한 식구나 다름없이 똘똘 뭉쳐 있다. 스스로 만들어낸 그런 환경을 바탕으로 검찰 세력의 권력욕이 우리 공동체의 안정성과 법의 지배를 파괴하는 형국에 이르게 되었다.
여기에 폐쇄적인 엘리트주의, (형식적으로 폐지되었으나 실제로는 살아 있는) 검사동일체 원칙이 버무려져 검찰은 한국 사회 전반에서 보이지 않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8대 국회의원 중에서 법조인 출신은 모두 59명이고 이 중 검사 출신이 22명으로 가장 많다. 판사 출신은 17명, 검사, 판사 경력 없는 변호사 출신은 19명, 법무사 출신이 1명이다. 

더 심각한 것은 검사 출신 정치인들의 위상과 역할이다. 이 책이 발간된 시점을 기준으로 국회의장(박희태), 한나라당 전·현직 대표(강재섭, 안상수)와 전·현직 사무총장(권영세, 원희룡), 최고위원(홍준표), 선거관리위원장(김기춘), 중앙위원회 의장(최병국) 등 한나라당에 포진한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의 면면은 화려하기만 하다.

성추행 사건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최연희(무소속)나, ’대구의 밤문화’ 운운하며 물의를 일으키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유죄를 선고받은 주성영도 검사 출신이다. 검사 출신들은 집권 여당에서 가장 확실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고 검찰 문제에 있어 가장 유능한 로비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여건에서 검찰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검찰을 이용해 집권과 정권 유지를 하려는 권력층과 그에 호응해 충성을 맹세하고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검찰이 쥐락펴락하는 형국이 계속될 것이다. 이는 일부 정의로운 검사들에 의해 개선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극단적인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몇몇 검사를 처벌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검찰 바로 세우기가 시급한 까닭이 여기 있다.

 
이 책은 한국 검찰의 역사, 수사권과 기소권 독립이 좌절되는 과정, 검찰권 남용의 사례, 구조적인 문제점과 대책 등 모든 면에서 독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이나 형법 등의 자세한 조항이나 이론, 판례, 헌법과의 관계 등 독자들에게 어려운 내용은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독자들은 관심분야에 집중하여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저자들이 제시한 검찰 개혁 방안이 조속히 제도화되기를 바란다. 그래야만이 정치검사가 검찰에서 사라지고 다시는 정치검사가 나타는 토양을 제거할 수 있다.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후손들을 위해 일부 정치검사들이 검찰조직을 망가뜨리고 정부와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증폭시키는 상황을 계속 방관할 수는 없다. 그것은 성실하게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법과 제도와 양심에 근거하여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는 대다수 검사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조직폭력배같은 구조와 문화에서 올바른 검찰과 검사의 위상과 역할을 찾을 수는 없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자체장과 시도 교육감 직접 선거처럼 지방 검찰청장이나 지방 경찰청장을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즉, 중앙 검찰청이나 경찰청은 두고 수사와 기소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의 검찰,경찰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법원의 경우에도 지방법원장은 직선으로 선출하게 될 것이다. 권력이나 자본이나 언론이 아닌, 국민들과 유권자의 엄정한 시선으로 통제되고 잘하면 재선되고 잘못하면 ?겨나는 제도가 우리나라 현실에 더 맞을 수도 있어 보인다. 
 
* 책 속의 문장
- 시민이 긴급조치를 위반하면 검찰은 어김없이 징역 15년 형을 구형했고 법원은 ’그대로 들었다 놓아버리는 식’으로 징역 15년 형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한승헌 변호사는 ’정찰제 판결’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검찰은 긴급조치가 요구하는 가장 높은 형량을 구형하고 법원은 검찰의 주문과 똑같은 형량을 선고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반복되었다. (p.66)

- 후일 김근태 사건 담당 검사는 ’다리를 절룩거려 고문이 있었을 것으로 직감했으나 수사해달라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수사하지 않았다’고 변명했다. 검찰 고위간부들의 고문 은폐 대책회의가 보도되기도 했다. … 1987년 6월 항쟁으로 세상이 조금 바뀌고 부천서 성고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자 여론의 압력에 밀려 재정신청을 받아들였을 뿐이다. 김근태 사건에서도 검찰은 고문의 방조자이자 적극적인 조력자였을 따름이다. (p.81)

- 검찰은 ’권인숙이 조사받은 방은 안이 들여다보이는 곳이고 다른 경찰관들이 옆방에서 날씨가 무더워 모두 문을 열어 넣고 왔다갔다하는데 성고문이 있었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성고문에 대해’혐의 없음’이라 결정했다. 겨우 폭언과 폭행에 의한 가혹행위 부분만 인정된다고 했다. 그나마 문귀동이 직무에 집착해서 벌인 우발적인 범행이고 경찰관으로서 그동안 성실하게 봉사했다는 이유를 들어 기소유예 결정을 했다. (p.89)

- 특정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을 죽이거나 살리는 일, 특정 기업을 죽이거나 살리는 일, 노동자나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 2008년 촛불집회에서처럼 시민을 폭행한 경찰관은 단 한 명도 처벌하지 않으면서도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2000명 가깝게 처벌하는 일 등을 통해 검찰은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거대한 권력 집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대형 비리 사건에 대한 특수수사를 전담하면서 정치?경제?사회 영역의 주요 인사나 기업 또는 단체가 관련된 주요 (범죄) 정보도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빗대 ’검찰 공화국’, ’검찰 파쇼’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이다. 정치권력이 집요하게 검찰을 장악하려는 것도 이런 까닭 때문이다. (p.147)

- 검찰이란 조직 자체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데, 그 막강한 권한이 모두 검찰총장 1인에게 집중되어 있다. 검찰총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검찰청법 제34조) 따라서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검찰총장 한 명만 장악하면 검찰 조직 전체를 안정적으로 장악할 수 있게 된다. … 검찰의 목소리가 외부에 전달될 때 그것은 다양한 의견의 형태가 아니라 단일한 하나의 의견으로만 전달된다. 목소리는 오로지 하나뿐이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이거나 검찰총장의 사전 결재를 받은 그의 부하일 뿐이다. (p.165)

- 검사들은 초임 시절부터 선배들에게 ’우리 사회 최고의 엘리트’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듣는다. 엘리트주의는 패거리 문화로 연결된다.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검찰 외부의 시선 따위엔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영역에는 가혹하면서 스스로에겐 관대한 것도 특유의 패거리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0년 ’그랜저 검사’ 사건에서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부장 검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 2001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징계를 받은 검사는 모두 31명뿐이었다. 이 중 해임은 1명, 면직은 3명뿐이었고 근신, 견책 등 가벼운 징계를 받은 사람이 14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2001년, 2002년, 2005년에는 징계를 받은 검사가 1명도 없었고, 2006년 2008년에는 1명뿐이었다. 근신, 견책 다 합해봐야 1년에 겨우 3명 남짓한 검사가 징계를 받았을 뿐이다. (p.176)

- 대검 중수부는 검찰의 최정예 반부패 수사 부서라고도 하지만 정작 대검 중수부가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율은 검찰의 전체 형사사건 평균 무죄율보다 훨씬 높다. … 일반 형사사건의 무죄율보다 대검 중수부의 무죄율이 30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것은 대검 중수부가 다루는 적지 않은 사건들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수사를 진행하고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p.256)
 
[ 2011년 7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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