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브레인 - 수전 그린필드가 들려주는 뇌과학의 신비 사이언스 마스터스 6
수전 그린필드 지음, 박경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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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현실은 각자 생각하기에 따라 하루하루가 지옥같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어제를, 작년을, 10년 전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다.
똑 같은 우주 안에서, 지구라는 행성 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들과 달리 인류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순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고릴라와 침팬지의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온 이후, 지금으로부터 700만년 전 유인원에서 또 갈라져 나온 ’사람종’은 지구 상에서 살아오는 동안 그래왔기 때문에 ’아바타’를 만들고 보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좁은 한반도에서 태어나 비슷한 경험을 거치면서 살아온 나와 내 친구는 어찌하여 그렇게 세계관도, 개성도,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미래에 대한 예측도 다를까?
사람들 개개인의 특징과 성격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도대체 마음과 영혼의 물질적, 육체적 실체가 있을까?
30년 전 일인데도 기억이 나는 일도 있고 일주일 전 인데 왜 기억이 나지 않을까?
동물은 마음이나 기억이 있을까?
인류의 경험과 지식, 습관이나 성격은 과연 실제 유전되는 것일까?
과학의 발달은 인간의 뇌 수준에 근접한 컴퓨터를 발명할 수 있을까?
생각과 지식, 추억과 예측은 뇌의 어느 부분에서 일어나는 현상인가?
CT, PET, MRI, MEG는 뇌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 CT : Compted Tomography, 전산화 단층 촬영술 (엑스선)
- PET : Positron Emissions Tomography,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술((방사성 동위원소)
- MRI : Functional Magnetic Response Imaging,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검사(산소와 전자기파)
- MEG : Magnetoencephalography, 자기뇌파검사(자기장)

그것에 대한 답의 기초는 이 책 안에 들어있다.
이 책은 < 섹스의 진화 >, <원소의 왕국>, < 마지막 3분 >, <인류의 기원>, <세포의 반란>에 이어 -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 - 의 여섯 번째 책으로, 현대 과학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뇌과학’을 주제로 한 것이다.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내고 있는 세계적인 과학 교양서 시리즈인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는 세계의 최고 과학자들(Masters)이 참여했다. 영국 굴지의 출판 그룹인 오리온 출판 그룹의 회장 앤서니 치텀(Anthony Cheetum)과 세계적인 출판 에이전트 존 브록만(John Brockman)이 공동 기획한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과학 저술가 ’제러드 다이아몬드’, 베스트셀러 화학 저술가 ’피터 앳킨스’, 뛰어난 우주론 해설가 ’폴 데이비스’, 고인류학의 대가 ’리처드 리키’, 암세포의 발생 과정을 밝혀낸 ’로버트 와인버그’,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평가받은 ’에른스트 마이어’와 ’리처드 도킨스’, 인지과학의 개척자 ’대니얼 데닛’, 공생 진화론의 창시자 ’린 마굴리스’ 등 과학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약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세계적인 뇌과학자이자 뇌과학에 대한 가장 친절한 해설가로 이름 높다. 뇌의 약리학적 현상에 대한 연구는 물론, 다양한 대중 강연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 참여해 과학 대중화에 힘써 온 그녀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다양한 과학 저술상을 받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 왕립 과학 연구소(The Royal Institution of Great Britain)의 초대 소장으로 임명되었다. 또한 1826년 전자기학의 창시자 중 한 명인 ’마이클 패러데이’가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이래 영국 최고의 과학자들만이 강연자로 초청받을 수 있는 영국 왕립 연구소 성탄절 청소년 과학 특강의 연사로 초청받아 뇌과학에 대해 강연한 바 있다.(지난 30년 동안 BBC 중계방송되고 있음... 서구문화 중 부러운 모습..)

바로 그 저자의 성탄절 특강과 영국 그레셤 칼리지에서 의학 교수로 일하면서 2년간 진행했던 대중 강좌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강의 내용을 글로 정리하는 게 아니라, 강의를 통해 얻은 생생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청소년에서 일반인까지 뇌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현상과 그 바탕에 있는 원리, 그리고 더 나아가서 “어떻게 뇌에서 ‘마음(정신)’이 일어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이 책은 본질적으로 ‘마음의 본질’에 관한 책이다. 책 속에서 뇌가 작동하는 원리에서부터, 신경세포와 뇌가 만들어지는 과정, 신경세포와 신경세포가 신호를 주고받는 방법을 거쳐 뇌라는 물질에서 기억과 의식이라는 정신이 생기는 과정을 탐구할 수 있다. 그리고 뇌에 구멍에 뚫린 환자에서 2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환자까지 진기한 사례들과 뇌의 신비를 밝혀낸 과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도 들을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1장. 뇌 안의 뇌]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뇌의 구조를 알아보고 뇌의 여러 부위 사이의 관련성을 탐구한다. 

[2장. 시스템의 시스템] 운동과 시각 같은 대표적인 특정 기능을 검사하고 이 기능들이 뇌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알아봄으로써, 뇌의 부위별 기능을 파악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로써는 뇌의 각 부위가 어떤 신체 기능과 연관되어 있는지, 사람의 행동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는지 설명한다.

[3장. 흥분과 흥분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거시 세계에서 벗어나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신경세포의 세계를 다룬다. 신경세포를 어떻게 발견하게 되었는지 연구의 역사를 개괄하는 것뿐만 아니라, 뇌를 형성하는 기본 단위인 신경세포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방식과, 전자적 정보 교환이 화학적 정보 교환으로 전환되는 양식, 그리고 이것이 이 정보 교환이 약물에 의해 변화되는 양상에 대해 알아본다.
또한 도파민, 아드레날린, 아세틸콜린 같은 신경 전달 물질들의 작동 원리와 신비한 뇌 현상인 약물 중독에 대해서 설명한다.

[4장. 세포 위의 세포] 하나의 수정란에서 뇌가 발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6개의 피질 세포 층으로 이뤄진 대뇌 피질이 어떻게 형성이 되며 그 세포들이 경험을 통해 한 사람의 본질을 결정짓는 인체의 중초로 발전하게 되는지, 즉 뇌의 운명을 살펴본다.

[5장. 마음의 주춧돌] 기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일어나고, 뇌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지를 조사하여 개인적 차별성, 즉 개성의 본질을 다시 추적한다. 저자는 "기억이라는 화려한 무늬의 융단”을 분석함으로써 뇌과학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마음의 수수께끼를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인간의 뇌가 얼마나 인간의 상식과 상상을 초월하는지 여러분은 아는지....
인간의 뇌 안에는 평균 약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들어있다.
신경세포는 주변 신경세포, 멀리 떨어진 연관된 신경세포 등 수 많은 세포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그 중 뇌의 바깥층을 피질이라고 한다. 이 피질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을 1초에 하나씩 세려면 3,200만년이 걸린다.
또, 피질에서 신경세포 연결이 이루어지는 서로 다른 조합의 수만 계산해도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양성자의 수를 넘어선다. 컴퓨터가 계산하기에도 벅차다...

실질적인 우리의 삶을 위한 뇌과학적 결론 하나...
우리의 뇌는 ’쓰면 쓴만큼 더 연결이 늘어나고 활성화된다.’
즉, 치매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려면 늙어갈수록 TV, 영화, 음악, 여행, 관람 등보다 직접 책을 읽고, 바둑이나 장기를 두고, 계산을 하고, 글을 쓰고, 고민을 더 많이하면 된다...

[ 2010년 8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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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길그레이트북스 81
한나 아렌트 지음,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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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도 여러 곳에서 들었다. 특히, 작년 연말 공부모임 송년회에서 한 참석자가 '기억에 남는 책,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이 책을 소개했을 때 올해에 한 번 읽어보리라 마음 먹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및 독일 동맹국 지역 내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진 약600만 명에 달하는 '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대인 학살에 대해 '히틀러의 광기'나 '종족 우월주의의 폐해' 정도로만 알려져 있을 뿐이다.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유대인 학살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연구,분석한 결과물도 그다지 없다.
 
1940년대에 유럽인들이 나치즘과 파시즘으로 고통받고 유대인들이 대대적으로 핍박바다고 학살당할 때 동아시아에서도 일본에 의한 학살과 만행이 동시에 저질러지고 있었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그보다 앞선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한 1945년까지 일본군의 침탈과 착취, 억압과 학살은 계속되었다.
1945년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패망과 한반도의 독립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대한제국의 상해 임시정부는 연합국에게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따라서 임시정부는 한반도 남단을 점령한 미군정에게 탄압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일본이 한반도를 점령,속국화하면서 사전,사후에 미국, 영국과 이를 합의했기 때문이다.
1945년 해방 후에도 한반도는 외세로부터 남과 북으로 갈라졌고 남쪽의 대한민국은 36년간 일제의 만행과 학살에 동조하고 부역하고 독립군과 민중을 학살,탄압한  친일분자들을 처단하지 못한채 오히려 친일반역자들을 정부조직에 끌여들였다. 그 과정에서 친일과 반역은 유야무야되었고 친일반역자들은 대를 이어 지금까지 한국의 모든 권력과 기득권을 장악했다. 일제의 만행에 대해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질 수 없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에서 일본 제국주의의 36년에 걸친 점령과 만행에 대해 조사와 연구가 턱 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운운하는 것이 한가로운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독일제국의 유대인 학살을 고발하고자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그녀는 천륜과 인륜을 저버리는 유대인 학살에 어떻게 정상적인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밝히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독일이나 유럽만의 문제만도,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문제만도 아니다. 일제시대에 비슷한 유형의 일본군과 조선사람도 많았을 것이고 해방 후 박정희, 전두환 군사정권 아래에서도 존재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지난 뒤 유대인 학살 소식이 전세계에 알려졌을 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저자도 그것이 진실이라고는 믿지 못했지만 결국 그 소식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의해 잡혀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저자는 예정되었던 대학의 강의를 취소하고, 미국의 교양잡지 『뉴요커』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특파원 자격으로 예루살렘에 가서 재판을 참관하게 된다. 이로써 이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탄생한 것이다.
 
 
---------- * 한나 아렌트는 누구인가? ------------
1906년 하노버에서 출생하여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보냈다. 1924년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하이데거에게 수학하였으나 1926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으로 옮겨 야스퍼스에게 수학하였으며 1928년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 개념」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나치체제의 등장으로 1933년 이후 프랑스와 미국에서 18년간 무국적자로 생활하였다. [전체주의의 기원]을 출간한 1951년 학계로부터 주목을 받았으며 이때 미국 시민권을 획득하였다. 이후 정치철학자로서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저서들을 출간함으로써 ‘진정한’ 정치, 정치의 고유성을 밝히는 데 헌신하였다. 만년에는 ‘정신의 삶’을 연구하는 데 전념하였다. 1975년 12월 ‘정신의 삶’ 3부작 중 마지막 저서를 구상하던 중 심근경색으로 사망하였다.
주요 저작으로는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혁명론], [과거와 미래 사이],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 [폭력에 대한 성찰], [공화국의 위기], [정신의 삶 : 사유/의지], [칸트 정치철학 강의], [정치의 약속]등이 있다. ---------------
 
이 책은 서문과 에필로그, 그리고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들께 드리는 말 / 제1장 정의의 집 / 제2장 피고 / 제3장 유대인 문제 전문가 / 제4장 첫 번째 해결책: 추방 / 제5장 두 번째 해결책: 수용 / 제6장 최종 해결책: 학살 / 제7장 반제회의, 혹은 본디오 빌라도 / 제8장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의무 / 제9장 제국으로부터의 이송: 독일, 오스트리아 및 보호국 / 제10장 서유럽으로부터의 이송: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이탈리아 / 제11장 발칸 지역으로부터의 이송: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 제12장 중부 유럽으로부터의 이송: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 제13장 동부의 학살센터들 / 제14장 증거와 증언 / 제15장 판결, 항소, 처형 / 에필로그 / 후기 
 
 

1906년 독일 졸링겐에서 태어난 아이히만은 1932년 비밀 나치당에 입당했고, 같은 해 하인리히 히믈러가 조직한 나치 친위대(SS) 정예부대에 들어갔다. 히믈러가 국가안전국(RSHA)을 창설했을 때 베를린에 있는 유대인 담당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
1942년 1월 베를린 근교에서 나치 고위관리들이 모여 유대인 문제의 '최종 해결책(대량학살)'에 필요한 계획과 병참업무 준비에 관한 회의를 열었는데, 아이히만은 이 문제의 책임을 맡음으로써 사실상 대량학살을 뜻하는 이 마지막 해결책의 집행자가 되었다. 그는 유대인을 식별하고 집결시켜 그들을 집단수용소로 보내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히틀러를 처음부터 끝까지 존경했고 히틀러와 제3제국의 법, 그리고 정부와 군의 명령에 충실했다.
그는 독일 내에서 뿐 아니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 이탈리아, 폴란드,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 전역에서 유대인을 색출하여 주거지에서 추방하고 국적을 박탈시키고 수용소에 격리시킨 후 학살센터로 보냈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일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했다.

전쟁 뒤 아이히만은 미군에 붙잡혔으나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했다. 이후 몇 년 동안 중동지역을 전전하다가 1960년 5월 부에노스아이레스 근처에서 체포되어 이스라엘로 이송되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의 특별법정에서 재판을 열었는데, 1961년 4월 11일부터 시작된 이 재판에서 아이히만은 교수형을 선고받았다.

저자는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살인자이자 반인륜 범죄를 일으킨 아이히만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그것에 대해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그에게는 어떠한 '특별한'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정상적이고 평범했던 것이다. 그는 '도착적이거나 가학적이지' 않았다. 따라서 아이히만은 "잘못을 행하려는 의도가 범죄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모든 현대 법체계에서 통용되는 가정"을 무시했다. 아이히만에 대해 진행한 이스라엘 경찰의 심문기록은 아이히만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저자의 보고를 지지한다.
유대 민족에 대해 자행된 그의 범죄의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이히만은 어떠한 후회도, 어떠한 가책의 감정도 표현하지 않았다.
 
저자는 아이히만을 '사유할 능력이 없는 존재'로 규정했다. 그는 '타인의 과점에서 생각할 능력'도 없었다. '사유'도 '의지'도 '판단'도 할 수 없었다. 어쩌면 초현실주의적이거나 몽상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녀는 아이히만의 타자의 관점에서 생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해 보고를 하면서 나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을 하였는데, 이는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사실적인 어떤 것,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행의 현상을 나타내려고 한 것이었다.
이 악행은 악행자의 어떤 특정한 약점이나 병리학적 측면, 또는 이데올로기적 확신으로는 그 근원을 따질 수 없는 것으로, 그 악행자의 유일한 인격적 특징은 아마도 특별한 정도의 천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위가 아무리 괴물 같다고 해도 그 행위자는 괴물 같지도 악마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한때 자기가 의무로 여겼던 것이 이제는 범죄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그는 이러한 새로운 판단의 규칙을 마치 단지 또 다른 하나의 언어규칙에 불과한 것처럼 받아들였다. 그는 다소 제한된 양의 관용구에다 몇 가지 새로운 것들을 추가했던 것이고, 따라서 그가 그 관용구 가운데 어떤 것도 적용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그는 전혀 어찌할 수 없었다."(p.37)

 
저자는 이 책을 발간한 후 유대인 공동체에 소동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자신의 가까운 친구들을 포함한 유대인 인사들로부터 엄청나게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그녀 자신도 유대인이었다.)
논쟁의 가장 초점이 되었던 것은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이었다. 그녀의 보고서에는 아이히만이 저지른 흉악한 악행이 고의이거나 사전에 고안된 것, 즉 범죄의 의도를 미리 갖고 있거나 고려했던 것이 아니었다.
이스라엘과 유대인들은 아이히만을 '인류역사상 가장 극악한 악마'로 규정하고 싶은데 저자의 보고서가 전혀 다른 관점과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저자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은 것이다.
 
 
사실 아이히만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법률적 문제, 유대민족 지도자들의 나치스에 대한 협조, 이스라엘과 유대민족과 저자간의 갈등, 이스라엘 정부의 불법성과 부도덕, 검찰과 법원의 무능과 무책임 문제 등은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내가 이 책에서 강렬하게 반응하고 공감한 부분은 저자의 결론인 '악의 평범성'이었다. 그것은 사고와 말을 허용하지 않는 일상적인 '무사유'를 말한다. 다시 말해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결코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무사유'와 '악의 평범성'이야말로 아이히만이 유대인의 대량학살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감행하게 한 가장 근본적인 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무사유'와 '악의 평범성'은 아이히만의 문제일까? 전쟁시기만의 문제일까?
경쟁과 생존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만들어내는 현대사회에서 기술, 특히 미디어 기술이 우리를 점점 더 일차원적으로, 심지어 전체저의적으로 만들고 있다. 미디어가 메시지가 되어감에 따라 미디어는 우리를 더욱 더 평범하게, 획일적으로, 그리고 생각 없이 만든다.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 역시 '무사유'에 빠지게 되고 '무사유'는 우리를 '악의 평범성'으로 인도할 것이다.
사유와 판단보다 '잡담'과 '농담'이 우리의 일상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 TV와 인터넷, 스포츠와 정보와 미디어, 드라마와 연예프로그램이 아이들과 청소년, 대학생과 주부와 직장인들의 주된 대화 소재가 되어 있다. 무상급식과 비정규직 문제는 몰라도 되지만 '무한도전'과 '남자의 자격'을 모르면 대화가 안된다. 한나라당이 8월 국회에서 KBS 수신료 인상을 단독으로 추진하는 문제는 남자들의 술자리에서 절대 꺼내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대신 프로야구 롯데의 성적과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경기결과, 박태환과 김연아의 위대함, 소녀시대의 섹시함과  '하의실종' 패션이 안주거리로 삼아야 즐거운 술자리가 된다. 이것들은 결코 '사유'가 아니다.
 
아이히만의 '무사유'와 우리 시대의 '무사유'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리 세대들의 '무사유'가 어떤 '악'을 낳을 것인가? 아니 어떤 '악'을 낳고 있는가? 앞으로 또 어떤 '악'을 만들어내고 그것에 동참할 것인가?
(이미 한국인 대다수의 '무사유'와 '무행동'은 이미 부자감세와 4대강 죽이기,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축소, 빈부격차와 사회적 양극화, 재벌집중과 중소기업 피폐,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으로 나타났다.)
 
[ 2011년 8월 0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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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원기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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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문을 읽어보니 첫 줄부터 MB정권이나 조중동,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 한국의 기득권 세력이 이 책을 대번에 좋아할 수 없는 구절이 있다.
그 첫 구절은 "1960년대에 나는 피 끓는 운동권 젊은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로 시작한다....ㅋㅋ
저자는 60년대 미국 학생운동과 민권운동, 반전운동에 함께 했다.
 
우리는 60년대 이후 미국의 진보흐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1960년대 미국의 학생운동과 반전운동 이후의 미국의 ’운동권’과 ’좌파’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저자에 의하면, 1960년대 학생운동과 민권운동의 대세는 ’해방’이었다. 민방공훈련, 냉전, 회색정장, 점잖은 교외생활에 신물이 난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기성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 성 개발, 로큰롤, 마약, 히피 스타일이 미국의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계급투쟁이 문화투쟁으로, 그 다음에는 성(性) 정치로, 그리고 마침내 환경정치로 바뀌었다.
구시대의 좌익은 신좌익에게 자리를 내줬다. 역사의식과 변증벌, 물질주의, 제국주의에 관한 추상적 주장이 ’집단 치료읫기’에 의해 밀려났다.
그리고 정치혁명의 주장이 개인의 정신적 변혁 추구로 바뀌었다.
1970년대가 되면서 이념은 거의 퇴색했다. 그러나 그 주변에서 새로운 운동이 움텄다.
여성운동, 환경운동, 인권운동 및 동물권리 보호운동, 동성애자 권리 옹호운동 등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미국은 세계 제1위 초강대국이라는 지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미국이 20세기 중반부터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군사,경제,문화의 힘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넓은 국토, 많은 인구, 풍부한 자원, 지리적인 이점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와 인구, 자원과 지리는 미국보다 더 우월한 사례가 많다.
저자는 그 본질적인 이유를 한 때 세계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고 말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하기 위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무한한 기회(물론 물질적인 부)를 강조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칼뱅의 청교도주의와 벤저민 플랭클린의 신성한 노동으로부터 탄생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자신의 운명은 정부나 가족친지, 집단이나 조직이 아니라 개개인 자신이 개척할 수 있고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물질적인 부를 확보함으로써 가능하고 그것은 오로지 개개인의 몫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자유는 적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세계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게 의지하거나 신세를 지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 건국 초기부터 미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의 중심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인들에게 미국이 하느님이 준 ’약속의 땅’이고 자신들이 ’선택받은 사람들’로 믿게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리스크, 다양성,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세계에 걸맞는 더 넓은 사회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메리칸 드림이 얼핏 21세기 초 한국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아메리칸 드림이 전세계인뿐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에서 태동한지 100년이 넘었지만, 미국의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GDP, 소득, 산업, 교육, 의료, 복지, 범죄, 고용, 휴가, 여유, 행복지수 등 모든 면에서 EU 15개국 평균치에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모든 통계를 구체적으로 비교해준다.
어쩌면 미국은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로 물든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며, 아마도 가장 먼저 내부에서 붕괴될 가능성 큰 자본주의이지 않을까?
저자가 주장하는 ’유러피안 드림’이 과연 인류와 지구를 구원할 것인가?
’아메리칸 드림’은 200년 전부터 시작하여 약100년간 미국인들의 희망이자 미래였다.
하지만 그 뒤로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지구상에 고통과 절망만 안겨주었다.
그렇다면 ’유러피안 드림’이 완성되는 과정과 그 결과가 ’아메리칸 드림’과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인류의 역사에서 찾아봐야 할 듯 싶다.
인류의 정신과 문화는 언제나 인류가 휘드른 셈이고 어떻게 휘드르냐에 따라 무우를 자를 수도 있고 사람의 목을 칠 수도 있으니...

그 분은 돌아가시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미래를 설계하였고
나 역시 이 책을 보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럽이 과연 미래사회의 대안인가?
미래사회의 모습은 공간으로서 민족국가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국경없는 경제,사회,문화생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 마저도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미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정보의 교류와 이동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역사, 유럽의 가치, EU의 태동과 운영과정을 차분히 모색하면서 그 가능성을 진단한다.
EU의 설립정신이 ’포괄성’, ’다양성속의 조화’, ’지속가능성’, ’삶의 질’이고 유럽의 역사와 현실만이 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아시아는 21세기의 대안이 될 수 없을까?
5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중국과 한국...
인구와 경제규모로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을 능가하는 동아시아...
음양의 조화, 연관성과 정반합, 물질보다 정신을 이미 역사문화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동아시아...
아시아가 21세기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중국의 대국주의(중화주의),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 일본 민족성의 변화...
이런 생각이 또 다른 민족(대륙) 이기주의인지, 민족 이기주의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는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경우 2009년 5월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마지막에 읽은 책으로 유명하다.
노전대통령은 이 책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특별히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이 책 이외에도 21세기의 과학과 기술혁명을 예견하는 <수소혁명>과 <바이오테크시대>를 집필했다.
이 책 <유러피안 드림>은 저자가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산업,금융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기승을 부리다가 인터넷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저자가 발간한 책 중에 <소유의 종말>과 <노동의 종말>을 읽었고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수소혁명>, 그리고 <바이오테크시대>를 아직 읽지 못했다.)
<소유의 종말>에서 저자는 20세기 지구를 지배해온 ’상품의 시대’가 저물고 있으며,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경제방식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린 바 있고
<노동의 종말>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을 예견하면서 ’기업영역’, ’정부영역’을 넘어서서 ’제3의영역(민간)’이 새롭게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가 망하지 않으려면 ’고용없는 성장’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 2010년 8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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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원 - 존 배로가 들려주는 우주 탄생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8
존 배로 지음, 이은아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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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우주'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우주는 인류의 의지나 역사와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우리는 '우주'에 대해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더 우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쩌면 우주가 인간으로서는 너무도 광대하고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는 시간적으로도(약150억년), 공간적으로도(빛이 150억년 동안 지나온 거리) 개인들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인간에게 영원한 탐구 주제라 할 수 있다. '우주'는 결국 지구의 어머니이고 지구는 인류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태어난 후에 태양계와 지구가 나타날 수 있었고 지구가 온전하게 자리잡으면서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원시 생명체에서 진화를 거듭하여 인류라는 종이 나타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억겁의 시간'을 통해 현재가 있게 된 것이고 앞으로 또 억겁의 시간 동안 우주는 살아 숨쉬게 된다. 
한 인간이 태어나 자라면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늘 기억하고 되찾듯이 인류 역시 인류가 탄생한 과거의 역사와 그 시초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지구에 숱하게 존재하는 종교 역시 '인류의 기원', '우주의 기원'을 고뇌했던 인간들이 창조한 것에 불과하다.
 
우주는 알면 알수록 인간을 더욱 겸허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인간의 생각과 의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공간과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시간 규모는 인간의 한 평생, 국가의 한 평생, 인류의 역사는 한반도 5천년 역사 속에서 '눈 깜짝하는 시간'에 비유할 수 있고 우주의 공간 규모는 저 거대한 바다 속의 한 마리 플랑크톤의 몸집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한 인류가 지금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면서 동식물을 학살하고 유전자를 조작하고 기후변화를 일으켜 지구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자신들끼리 조화롭게 살지도 못하면서...
 

출판사 사이언스북스가 2005년부터 시리즈로 펴낸 '사이언스 마스터스'시리즈의 열여덟번 째 책이다.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는 21세기까지 밝혀지거나 연구된 최신 수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결과를 19개의 시리즈로 집대성한 것이다. 나는 작년부터 시리즈 중 첫 번째인 [섹스의 진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열 일곱번 째인 [진화의 미스터리]까지 읽었고 다음 번 마지막 도서인 [단어와 규칙]까지 마저 읽으면 시리즈 전체를 읽게 된다.
 
이 책은 은 천문학과 수학을 전공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존 배로가 우주의 시작 당시 모습을 상세히 들려주는 책으로, 우주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과학 교양서의 고전이다. 초기 인류가 후대에게 기록을 남긴 이래 늘 그 기록 속에 남아있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 즉 우주의 시작으로 돌아가 시간과 공간, 물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우주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보여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대폭발(빅뱅), 급팽창(인플레이션), 웜홀과 특이점을 소개하고, 우주가 간직한 비밀을 들추어 본다. 
 
------------- * 존 배로는 누구인가? -----------------
195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존 배로는 더럼 대학 수학과를 거쳐 옥스퍼드 대학에서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까지 서식스 대학 천문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수리과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밀레니엄 수학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우주론과 천체물리학에 관한 400여 편의 논문을 썼으며, 영국 왕립 글래스고 철학회 켈빈 메달(1999), 영국 왕립 협회 마이클 패러데이 상(2008)을 수상했다. 물리학, 천문학, 수학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철학적·문학적으로 광범위하게 탐구해온 저자는 17권의 대중 교양도서를 펴냈다. 주요 저서로는[우주의 기원The Origin of Universe], [무영진공The Book of Nothing], [자기 자신을 발견한 우주The Universe that Discovered Itself], [자연의 상수들The Constants of Nature], [교묘한 우주의 팽창The Artful Universe Expanded], [새로운 만물의 이론들New Theories of Everything], [우주의 광경 : 과학사의 핵심 이미지들Cosmic Imagery : Key Images in the History of Science]등이 있다. ------------------
 
  
책은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우주의 비밀 : 인간이 지금까지 우주에 대해 알아낸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전방향으로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팽창 중인 우주가 종국에 팽창을 멈추고 수축할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팽창할 것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과학에서 가장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우주의 비밀은 '우주의 팽창'과 관련한 것이다. 21세기 인간의 과학 수준으로는 우주의 기원을 엿볼 수 없고 따라서 우주의 팽창을 통해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2. 우주 카탈로그 : 우주론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사를 검토해보면 '정상 우주론'과 '팽창 우주론'이 대립하는 것이었다. 현재 과학자들 대다수는 객관적으로, 관측으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팽창 우주론'만이 현재의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빅뱅이론과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을 통해 검토한다.
3. 특이점과 그 밖의 문제들 : 우주 팽창을 역으로 생각해서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물질이 한 곳에 모여있는 '시작점'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태초의 특이점'이라 한다. 특이점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 '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이점을 둘러싼 논의는 기초 입자(중성미자, 뮤온, 전자중성미자등), 양성자와 중성자의 균형, 온도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촉발시킨다.
4. 급팽창과 입자 물리학 : 1970년대 이후 통일장 이론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었고 '급팽창(인플레이션) 우주론'이 등장했다. 급팽창 이론을 통해 은하와 은하단의 존재가 설명 가능해졌다. 대신 급팽창 이론은 단극자 문제, 암흑물질, 중력과 척력 등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들 문제는 새로운 기초 입자의 출연을 예고한다. 지금 전세계 물리학자들과 우주학자들은 새로운 기초 입자 검출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은 아직 전체 우주가 아닌 '빛이 지나간 시간에 해당하는 우주', 즉 '가시 우주'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5. 급팽창과 코비 탐사 : 코비 위성은 우주배경복사를 검출하여 급팽창 이론을 보강했다. 플랑크 시간은 양자역할과 더불어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했다.
6. 시간, 그 짧은 역사 :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 '시공간'을 정의했다. 양자역학은 그 시공간의 경로가 특정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경로들 속에서 확률적으로 존재하게 되고 '평균값'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을 말한다. 양자우주론은 특이점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결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7. 미궁속으로 : 양자 우주론은 웜홀(wormhole)로 연결된 망과 부모/아기 우주를 예측하고 우주에 대한 확률적, 통계론적 존재를 가정한다. 양자 우주론이 분명해지려면 '통일장 이론(만물이론)'이 나와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 상수'와 '우주 상수'의 베일이 벗겨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생명체'의 비밀도 벗겨낼 수 없다.
8. 새로운 차원 : 1980년대부터 만물이론은 '초끈이론'을 통해 진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초끈이론은 9차원 이상의 우주를 요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고대부터 인간은 우주의 모양과 기원, 역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우주가 처음 생겨났을 때, 무엇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이 책은 우주의 처음으로 돌아가 시간과 공간, 물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우주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보여 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하지만 저자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결론은 커녕 결론으로 갈 수 있는 방향도 제시하기를 주저한다. 21세기 초 현대 우주과학(우주론)은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우주 전체의 기원에 대해서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비밀은 아마도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p.214)

아마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스스로의 기원을 탐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고 기원을 탐구하는 인류의 태도.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다운 모습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자신의 탄생 기원, 사회적 존재이유와 사회의 구성원리, 집단으로서의 생존하는 방식과 존재이유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과 열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고 다른 생명, 비생명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고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 것이다.
 
 
[ 2011년 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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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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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름 인기가 많아서(밀리언셀러) 2004년 KBS TV에서 [불멸의 이순신]이란 드라마로 각색되어 방영된 바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정유재란 당시 무기력하고 사악한 조정의 그늘 아래 백성들의 곤궁과 무관의 ’비운’을 담당히 그려낸다.
이순신의 ’칼’은 신하로서, 자식으로서, 아비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지만,
자신의 ’칼’ 하나로 모든 것을,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열매 맺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악한 조정을 비롯한 보이지 않는 ’적’에 둘려쌓인 무장의 혼란과 덧없음을 노래한다.
그 ’칼’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전쟁터’에서 분명한 ’적’에게 죽는 것...
이순신의 ’칼’의 운명은 개인에게도, 부하들에게도, 백성들에게도 희망일 수 없다.
잠시동안 죽음과 곤궁을 피해갈 수는 있어도...
 
난중일기와 여러 기록을 기초로 소설로 다시 태어난 이순신 장군...
그는 어떤 사람이었고 그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초등학교에서부터 주입받은 ’충무공’, ’호국’, ’백의종군’, 23연승, 불패신화, 해군영웅, 세계적인 한산대첩(4대 해전), 리더쉽....
과련 이순신은 지하에서 이러한 찬사와 영웅화를 원하고 있고 그것에 만족하고 있을지...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영국의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르해전’과 더불어 세계 4대 해전으로 인정받는 ’한산대첩’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영국이 그 해전을 통해 세계강국(침략국이기도 하지만...)으로 거듭났을 때,
조선은 ’한산대첩’ 이후 전쟁이 소강상태가 되자 이순신을 대역죄인으로 체포,구금하고 고문하였다는 사실을 통해
깨닫고 반성하는 이야기와 분위기는 없다.
 
인간은 스스로 온갖 긍정과 부정, 과거와 미래, 나와 남 등 모순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존재일 터,
그는 무엇을 긍정하고 부정했으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그리워했나...
무엇이 그가 그런 용기와 지혜를 낳도록 했으며, 무엇이 그를 고독하도록 만들었을까...
 
이순신의 존재가 21세기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성격은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한 것들...
 
16세기말 조선왕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맞서 한반도 남서해안을 지켜낸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 나는 그 분을 통해 일제시대 국내외에서 일제에 앞서 목숨을 바친 수많은 항일투사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시대가 와전히 바뀐 21세기 한국에서 누가 누구를 지키고 보살피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천안함 사건이나 전시작전권 반환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면,
    한국의 군대는 그다지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32세에 무관에 급제한 후, 함경도 국경과 남해안 수군을 거치면서 변방을 돌았다.
이순신의 조부와 부친은 문관이었으나, 이순신은 무관의 길을 걸었다.
조부가 사화에 연루되어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였고 부친도 낙향하면서 이순신은 외가인 아산에서 성장했다.
-> 20세기에 이어 21세기까지 이어지는 한국사회의 주류,비주류에 대해 다시 생각나게 한다.
    사실 한국사회에 주류나 비주류에 대한 정의는 의미가 없다.
    20세기를 지나치면서 일부 세력들이 ’한국의 주류’로 자청하기 시작했을 뿐...
    박정희정권 18년, 전두환노태우김영삼정권 17년을 거치면서 계속 권력과 금력을 휘두른 사람들이 어느새 주류가 되었다.
    마치 백 년, 천 년 전부터 기득권이 있었던 것처럼...
    마치 대한민국을 자신들이 건국한 것처럼...
    하지만, 이순신이 말해주듯이, 역사가 말해주듯이 한반도는 이름없는, 저 아래의 수 많은 사람들이 이끌어왔고
    피땀을 흘리면서 지켜왔다.
 
조선왕조 200년 만인 1592년 일본의 집권세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한다.
조선은 7대 세조 재임시절까지 군대와 무기,화약등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당시 중국,일본을 능가할 실력이었으나,
예종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조선은 ’유교’와 ’문신’을 제외한 농업, 공업, 상업, 군사 부분을 등한시했다.
1616년 청나라가 세워졌으니 왜란 당시에는 명의 운명도 다했을 터인데 조선은 명을 하늘처럼 받들었다.
명의 역사는 고작 280년, 청나라도 300년...
-> 20~21세기 한국과 비교해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듯...
    한국에서 현재 가장 출세와 성공에 가까운 분야라고 음으로, 양으로 장려하는 분야는???  당연히 ’문관’...
    판검사, 변호사, 전문직, 경영자, 금융, 공무원, 정치, 언론,......
    단순히 ’문관’이나 인정받는 직업 뿐이 아니다. 그들의 출신마저 이공대, 기술쪽이 아닌 대부분 ’문과’ 출신이다.
    대통령, 정치인, 장차관, 공기업대표, 경영자, 금융 등 그들의 전공이 무엇일까?
    과학을 모르는 대통령, 과학적인 사고방식과 문제해결방식을 모르는 정치인과 장차관... 그 결말은??
-> 21세기 한국의 ’명나라’는 미국?? 미국의 역사는 230년...
    21세기 한국의 ’유교’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반공, 반북, 그리고...... ’돈’과 ’출세’...
    언제까지 ’명’과 ’유교’에 목숨을 걸 것인가?????   
 
왜적의 침략을 준비하고 대비하고 훈련하고 판옥선을 만드는 이순신에게 선조가 전하는 말들은 정말 ’교태’롭다.
-> 대통령의 연두교시, 청와대의 대변인 발표, 정당의 보도자료, 언론들의 그 많은 사설과 주장들...
    그 감미롭고 화려하고 소박하고 겸허하고 희망찬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이순신은 왜란 내내 밤마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많은 선비들, 의병장들의 끝이 조정에 의한 죽음이기에 그는 편안한 죽음을 위해 끝까지 싸웠다.
그는 ’칼’ 밖에 사용할 수 없으므로 ’칼’ 위에서 ’칼’을 휘드르며 생을 보내다가 ’칼’과 함께 죽기를 원했다.
그의 ’칼’은 끝이 있고도 없는, 희망이 없는 ’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칼’로 인해 자유스러울 수 있었고 영혼의 자유를 위해 ’칼’처럼 살다가 스러져갔다.
-> 이순신장군의 ’칼’과 이순신장군의 ’전쟁’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위한 ’칼’이었고 ’전쟁’이었다.
    우리 모두에게도 자신만의 ’칼’이 있어야 스스로에게, 주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이순신’이라는 이름...
이제 우리는 그 이름에서
[ ’충무공’, ’호국’, ’백의종군’, 23연승, 불패신화, 해군영웅, 세계적인 한산대첩(4대 해전), 리더쉽 ]을 찾으려 애쓰지 말자.
그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인간의 존재를, 인간의 고뇌와 고달픔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덧없음과 분노와 애정을, 세상과 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 2010년 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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