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나름 인기가 많아서(밀리언셀러) 2004년 KBS TV에서 [불멸의 이순신]이란 드라마로 각색되어 방영된 바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정유재란 당시 무기력하고 사악한 조정의 그늘 아래 백성들의 곤궁과 무관의 ’비운’을 담당히 그려낸다.
이순신의 ’칼’은 신하로서, 자식으로서, 아비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지만,
자신의 ’칼’ 하나로 모든 것을,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열매 맺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사악한 조정을 비롯한 보이지 않는 ’적’에 둘려쌓인 무장의 혼란과 덧없음을 노래한다.
그 ’칼’이 그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전쟁터’에서 분명한 ’적’에게 죽는 것...
이순신의 ’칼’의 운명은 개인에게도, 부하들에게도, 백성들에게도 희망일 수 없다.
잠시동안 죽음과 곤궁을 피해갈 수는 있어도...
 
난중일기와 여러 기록을 기초로 소설로 다시 태어난 이순신 장군...
그는 어떤 사람이었고 그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초등학교에서부터 주입받은 ’충무공’, ’호국’, ’백의종군’, 23연승, 불패신화, 해군영웅, 세계적인 한산대첩(4대 해전), 리더쉽....
과련 이순신은 지하에서 이러한 찬사와 영웅화를 원하고 있고 그것에 만족하고 있을지...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그는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가...
영국의 넬슨 제독의 ’트라팔가르해전’과 더불어 세계 4대 해전으로 인정받는 ’한산대첩’을 자랑스러워 하지만,
영국이 그 해전을 통해 세계강국(침략국이기도 하지만...)으로 거듭났을 때,
조선은 ’한산대첩’ 이후 전쟁이 소강상태가 되자 이순신을 대역죄인으로 체포,구금하고 고문하였다는 사실을 통해
깨닫고 반성하는 이야기와 분위기는 없다.
 
인간은 스스로 온갖 긍정과 부정, 과거와 미래, 나와 남 등 모순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존재일 터,
그는 무엇을 긍정하고 부정했으며, 무엇을 두려워하고 그리워했나...
무엇이 그가 그런 용기와 지혜를 낳도록 했으며, 무엇이 그를 고독하도록 만들었을까...
 
이순신의 존재가 21세기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성격은 무엇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한 것들...
 
16세기말 조선왕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맞서 한반도 남서해안을 지켜낸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 나는 그 분을 통해 일제시대 국내외에서 일제에 앞서 목숨을 바친 수많은 항일투사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시대가 와전히 바뀐 21세기 한국에서 누가 누구를 지키고 보살피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천안함 사건이나 전시작전권 반환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면,
    한국의 군대는 그다지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32세에 무관에 급제한 후, 함경도 국경과 남해안 수군을 거치면서 변방을 돌았다.
이순신의 조부와 부친은 문관이었으나, 이순신은 무관의 길을 걸었다.
조부가 사화에 연루되어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였고 부친도 낙향하면서 이순신은 외가인 아산에서 성장했다.
-> 20세기에 이어 21세기까지 이어지는 한국사회의 주류,비주류에 대해 다시 생각나게 한다.
    사실 한국사회에 주류나 비주류에 대한 정의는 의미가 없다.
    20세기를 지나치면서 일부 세력들이 ’한국의 주류’로 자청하기 시작했을 뿐...
    박정희정권 18년, 전두환노태우김영삼정권 17년을 거치면서 계속 권력과 금력을 휘두른 사람들이 어느새 주류가 되었다.
    마치 백 년, 천 년 전부터 기득권이 있었던 것처럼...
    마치 대한민국을 자신들이 건국한 것처럼...
    하지만, 이순신이 말해주듯이, 역사가 말해주듯이 한반도는 이름없는, 저 아래의 수 많은 사람들이 이끌어왔고
    피땀을 흘리면서 지켜왔다.
 
조선왕조 200년 만인 1592년 일본의 집권세력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한다.
조선은 7대 세조 재임시절까지 군대와 무기,화약등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당시 중국,일본을 능가할 실력이었으나,
예종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조선은 ’유교’와 ’문신’을 제외한 농업, 공업, 상업, 군사 부분을 등한시했다.
1616년 청나라가 세워졌으니 왜란 당시에는 명의 운명도 다했을 터인데 조선은 명을 하늘처럼 받들었다.
명의 역사는 고작 280년, 청나라도 300년...
-> 20~21세기 한국과 비교해도 그렇게 다르지 않을 듯...
    한국에서 현재 가장 출세와 성공에 가까운 분야라고 음으로, 양으로 장려하는 분야는???  당연히 ’문관’...
    판검사, 변호사, 전문직, 경영자, 금융, 공무원, 정치, 언론,......
    단순히 ’문관’이나 인정받는 직업 뿐이 아니다. 그들의 출신마저 이공대, 기술쪽이 아닌 대부분 ’문과’ 출신이다.
    대통령, 정치인, 장차관, 공기업대표, 경영자, 금융 등 그들의 전공이 무엇일까?
    과학을 모르는 대통령, 과학적인 사고방식과 문제해결방식을 모르는 정치인과 장차관... 그 결말은??
-> 21세기 한국의 ’명나라’는 미국?? 미국의 역사는 230년...
    21세기 한국의 ’유교’는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반공, 반북, 그리고...... ’돈’과 ’출세’...
    언제까지 ’명’과 ’유교’에 목숨을 걸 것인가?????   
 
왜적의 침략을 준비하고 대비하고 훈련하고 판옥선을 만드는 이순신에게 선조가 전하는 말들은 정말 ’교태’롭다.
-> 대통령의 연두교시, 청와대의 대변인 발표, 정당의 보도자료, 언론들의 그 많은 사설과 주장들...
    그 감미롭고 화려하고 소박하고 겸허하고 희망찬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이순신은 왜란 내내 밤마다 식은 땀을 흘리면서 숙면을 취하기 어려웠다.
많은 선비들, 의병장들의 끝이 조정에 의한 죽음이기에 그는 편안한 죽음을 위해 끝까지 싸웠다.
그는 ’칼’ 밖에 사용할 수 없으므로 ’칼’ 위에서 ’칼’을 휘드르며 생을 보내다가 ’칼’과 함께 죽기를 원했다.
그의 ’칼’은 끝이 있고도 없는, 희망이 없는 ’칼’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칼’로 인해 자유스러울 수 있었고 영혼의 자유를 위해 ’칼’처럼 살다가 스러져갔다.
-> 이순신장군의 ’칼’과 이순신장군의 ’전쟁’은 결국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위한 ’칼’이었고 ’전쟁’이었다.
    우리 모두에게도 자신만의 ’칼’이 있어야 스스로에게, 주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이순신’이라는 이름...
이제 우리는 그 이름에서
[ ’충무공’, ’호국’, ’백의종군’, 23연승, 불패신화, 해군영웅, 세계적인 한산대첩(4대 해전), 리더쉽 ]을 찾으려 애쓰지 말자.
그 속에서 진정한 인간의 가치를, 인간의 존재를, 인간의 고뇌와 고달픔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덧없음과 분노와 애정을, 세상과 자연의 이치를, 인간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 2010년 8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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