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 드림 - 아메리칸 드림의 몰락과 세계의 미래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원기 옮김 / 민음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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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서문을 읽어보니 첫 줄부터 MB정권이나 조중동, 한나라당과 뉴라이트 등 한국의 기득권 세력이 이 책을 대번에 좋아할 수 없는 구절이 있다.
그 첫 구절은 "1960년대에 나는 피 끓는 운동권 젊은이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로 시작한다....ㅋㅋ
저자는 60년대 미국 학생운동과 민권운동, 반전운동에 함께 했다.
 
우리는 60년대 이후 미국의 진보흐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1960년대 미국의 학생운동과 반전운동 이후의 미국의 ’운동권’과 ’좌파’는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저자에 의하면, 1960년대 학생운동과 민권운동의 대세는 ’해방’이었다. 민방공훈련, 냉전, 회색정장, 점잖은 교외생활에 신물이 난 젊은이들은 너도나도 기성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 성 개발, 로큰롤, 마약, 히피 스타일이 미국의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계급투쟁이 문화투쟁으로, 그 다음에는 성(性) 정치로, 그리고 마침내 환경정치로 바뀌었다.
구시대의 좌익은 신좌익에게 자리를 내줬다. 역사의식과 변증벌, 물질주의, 제국주의에 관한 추상적 주장이 ’집단 치료읫기’에 의해 밀려났다.
그리고 정치혁명의 주장이 개인의 정신적 변혁 추구로 바뀌었다.
1970년대가 되면서 이념은 거의 퇴색했다. 그러나 그 주변에서 새로운 운동이 움텄다.
여성운동, 환경운동, 인권운동 및 동물권리 보호운동, 동성애자 권리 옹호운동 등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나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미국은 세계 제1위 초강대국이라는 지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미국이 20세기 중반부터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군사,경제,문화의 힘을 가지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넓은 국토, 많은 인구, 풍부한 자원, 지리적인 이점 등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국토와 인구, 자원과 지리는 미국보다 더 우월한 사례가 많다.
저자는 그 본질적인 이유를 한 때 세계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고 말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성공하기 위해 개인에게 주어지는 무한한 기회(물론 물질적인 부)를 강조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칼뱅의 청교도주의와 벤저민 플랭클린의 신성한 노동으로부터 탄생했다.
아메리칸 드림은 자신의 운명은 정부나 가족친지, 집단이나 조직이 아니라 개개인 자신이 개척할 수 있고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물질적인 부를 확보함으로써 가능하고 그것은 오로지 개개인의 몫이다.
아메리칸 드림의 자유는 적대적이고 예측불가능한 세계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나 다른 나라에게 의지하거나 신세를 지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이 건국 초기부터 미국의 외교 및 안보정책의 중심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인들에게 미국이 하느님이 준 ’약속의 땅’이고 자신들이 ’선택받은 사람들’로 믿게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개인의 물질적 출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리스크, 다양성,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세계에 걸맞는 더 넓은 사회복지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메리칸 드림이 얼핏 21세기 초 한국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아메리칸 드림이 전세계인뿐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이 미국에서 태동한지 100년이 넘었지만, 미국의 빈부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GDP, 소득, 산업, 교육, 의료, 복지, 범죄, 고용, 휴가, 여유, 행복지수 등 모든 면에서 EU 15개국 평균치에 한참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모든 통계를 구체적으로 비교해준다.
어쩌면 미국은 물질만능주의와 한탕주의로 물든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을 가장 먼저,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며, 아마도 가장 먼저 내부에서 붕괴될 가능성 큰 자본주의이지 않을까?
저자가 주장하는 ’유러피안 드림’이 과연 인류와 지구를 구원할 것인가?
’아메리칸 드림’은 200년 전부터 시작하여 약100년간 미국인들의 희망이자 미래였다.
하지만 그 뒤로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내에서 뿐 아니라 전 지구상에 고통과 절망만 안겨주었다.
그렇다면 ’유러피안 드림’이 완성되는 과정과 그 결과가 ’아메리칸 드림’과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인류의 역사에서 찾아봐야 할 듯 싶다.
인류의 정신과 문화는 언제나 인류가 휘드른 셈이고 어떻게 휘드르냐에 따라 무우를 자를 수도 있고 사람의 목을 칠 수도 있으니...

그 분은 돌아가시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의 미래를 설계하였고
나 역시 이 책을 보면서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유럽이 과연 미래사회의 대안인가?
미래사회의 모습은 공간으로서 민족국가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국경없는 경제,사회,문화생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시간 마저도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르다. 이미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정보의 교류와 이동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빛의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역사, 유럽의 가치, EU의 태동과 운영과정을 차분히 모색하면서 그 가능성을 진단한다.
EU의 설립정신이 ’포괄성’, ’다양성속의 조화’, ’지속가능성’, ’삶의 질’이고 유럽의 역사와 현실만이 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아시아는 21세기의 대안이 될 수 없을까?
5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중국과 한국...
인구와 경제규모로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을 능가하는 동아시아...
음양의 조화, 연관성과 정반합, 물질보다 정신을 이미 역사문화적으로 내재하고 있는 동아시아...
아시아가 21세기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 것 같다.
하나는 중국의 대국주의(중화주의), 한반도의 분단과 갈등, 일본 민족성의 변화...
이런 생각이 또 다른 민족(대륙) 이기주의인지, 민족 이기주의는 잘 모르겠지만...
 
저자는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육식의 종말>로 잘 알려져 있으며, 한국의 경우 2009년 5월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마지막에 읽은 책으로 유명하다.
노전대통령은 이 책을 주변의 지인들에게 특별히 추천했다고 전해진다.
저자는 이 책 이외에도 21세기의 과학과 기술혁명을 예견하는 <수소혁명>과 <바이오테크시대>를 집필했다.
이 책 <유러피안 드림>은 저자가 산업혁명에서 시작한 산업,금융자본주의가 신자유주의로 기승을 부리다가 인터넷혁명을 기점으로 새로운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인류의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종합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미 저자가 발간한 책 중에 <소유의 종말>과 <노동의 종말>을 읽었고 <엔트로피>, <육식의 종말>, <수소혁명>, 그리고 <바이오테크시대>를 아직 읽지 못했다.)
<소유의 종말>에서 저자는 20세기 지구를 지배해온 ’상품의 시대’가 저물고 있으며,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새로운 경제방식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린 바 있고
<노동의 종말>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종말을 예견하면서 ’기업영역’, ’정부영역’을 넘어서서 ’제3의영역(민간)’이 새롭게 경제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으며, 기업과 정부가 망하지 않으려면 ’고용없는 성장’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 바 있다.  

[ 2010년 8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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