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원 - 존 배로가 들려주는 우주 탄생의 비밀 사이언스 마스터스 18
존 배로 지음, 이은아 외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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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우주'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에서 멀리 벗어나 있다. 우주는 인류의 의지나 역사와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존재하지만 우리는 '우주'에 대해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더 우주에서 벗어나게 된다. 어쩌면 우주가 인간으로서는 너무도 광대하고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는 시간적으로도(약150억년), 공간적으로도(빛이 150억년 동안 지나온 거리) 개인들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는 인간에게 영원한 탐구 주제라 할 수 있다. '우주'는 결국 지구의 어머니이고 지구는 인류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우주가 태어난 후에 태양계와 지구가 나타날 수 있었고 지구가 온전하게 자리잡으면서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하고 원시 생명체에서 진화를 거듭하여 인류라는 종이 나타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억겁의 시간'을 통해 현재가 있게 된 것이고 앞으로 또 억겁의 시간 동안 우주는 살아 숨쉬게 된다. 
한 인간이 태어나 자라면서 자신이 태어난 곳을 늘 기억하고 되찾듯이 인류 역시 인류가 탄생한 과거의 역사와 그 시초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지구에 숱하게 존재하는 종교 역시 '인류의 기원', '우주의 기원'을 고뇌했던 인간들이 창조한 것에 불과하다.
 
우주는 알면 알수록 인간을 더욱 겸허하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인간의 생각과 의식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공간과 시간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시간 규모는 인간의 한 평생, 국가의 한 평생, 인류의 역사는 한반도 5천년 역사 속에서 '눈 깜짝하는 시간'에 비유할 수 있고 우주의 공간 규모는 저 거대한 바다 속의 한 마리 플랑크톤의 몸집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러한 인류가 지금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대면서 동식물을 학살하고 유전자를 조작하고 기후변화를 일으켜 지구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자신들끼리 조화롭게 살지도 못하면서...
 

출판사 사이언스북스가 2005년부터 시리즈로 펴낸 '사이언스 마스터스'시리즈의 열여덟번 째 책이다. '사이언스 마스터스' 시리즈는 21세기까지 밝혀지거나 연구된 최신 수학과 자연과학에 대한 연구결과를 19개의 시리즈로 집대성한 것이다. 나는 작년부터 시리즈 중 첫 번째인 [섹스의 진화]에서부터 시작하여 열 일곱번 째인 [진화의 미스터리]까지 읽었고 다음 번 마지막 도서인 [단어와 규칙]까지 마저 읽으면 시리즈 전체를 읽게 된다.
 
이 책은 은 천문학과 수학을 전공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존 배로가 우주의 시작 당시 모습을 상세히 들려주는 책으로, 우주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과학 교양서의 고전이다. 초기 인류가 후대에게 기록을 남긴 이래 늘 그 기록 속에 남아있던 우주에 대한 호기심. 즉 우주의 시작으로 돌아가 시간과 공간, 물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우주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보여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저자의 뛰어난 통찰력으로 대폭발(빅뱅), 급팽창(인플레이션), 웜홀과 특이점을 소개하고, 우주가 간직한 비밀을 들추어 본다. 
 
------------- * 존 배로는 누구인가? -----------------
195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존 배로는 더럼 대학 수학과를 거쳐 옥스퍼드 대학에서 천체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까지 서식스 대학 천문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케임브리지 대학 수리과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밀레니엄 수학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활동했다. 우주론과 천체물리학에 관한 400여 편의 논문을 썼으며, 영국 왕립 글래스고 철학회 켈빈 메달(1999), 영국 왕립 협회 마이클 패러데이 상(2008)을 수상했다. 물리학, 천문학, 수학의 발전 과정을 역사적·철학적·문학적으로 광범위하게 탐구해온 저자는 17권의 대중 교양도서를 펴냈다. 주요 저서로는[우주의 기원The Origin of Universe], [무영진공The Book of Nothing], [자기 자신을 발견한 우주The Universe that Discovered Itself], [자연의 상수들The Constants of Nature], [교묘한 우주의 팽창The Artful Universe Expanded], [새로운 만물의 이론들New Theories of Everything], [우주의 광경 : 과학사의 핵심 이미지들Cosmic Imagery : Key Images in the History of Science]등이 있다. ------------------
 
  
책은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우주의 비밀 : 인간이 지금까지 우주에 대해 알아낸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가 지금 이 순간에도 전방향으로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팽창 중인 우주가 종국에 팽창을 멈추고 수축할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팽창할 것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재 과학에서 가장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우주의 비밀은 '우주의 팽창'과 관련한 것이다. 21세기 인간의 과학 수준으로는 우주의 기원을 엿볼 수 없고 따라서 우주의 팽창을 통해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2. 우주 카탈로그 : 우주론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사를 검토해보면 '정상 우주론'과 '팽창 우주론'이 대립하는 것이었다. 현재 과학자들 대다수는 객관적으로, 관측으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팽창 우주론'만이 현재의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빅뱅이론과 열역학 제2법칙(엔트로피 법칙)을 통해 검토한다.
3. 특이점과 그 밖의 문제들 : 우주 팽창을 역으로 생각해서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물질이 한 곳에 모여있는 '시작점'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태초의 특이점'이라 한다. 특이점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 '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이점을 둘러싼 논의는 기초 입자(중성미자, 뮤온, 전자중성미자등), 양성자와 중성자의 균형, 온도 등에 대한 새로운 연구를 촉발시킨다.
4. 급팽창과 입자 물리학 : 1970년대 이후 통일장 이론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었고 '급팽창(인플레이션) 우주론'이 등장했다. 급팽창 이론을 통해 은하와 은하단의 존재가 설명 가능해졌다. 대신 급팽창 이론은 단극자 문제, 암흑물질, 중력과 척력 등을 제기한다. 그리고 이들 문제는 새로운 기초 입자의 출연을 예고한다. 지금 전세계 물리학자들과 우주학자들은 새로운 기초 입자 검출을 기다리고 있다. 인간은 아직 전체 우주가 아닌 '빛이 지나간 시간에 해당하는 우주', 즉 '가시 우주'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5. 급팽창과 코비 탐사 : 코비 위성은 우주배경복사를 검출하여 급팽창 이론을 보강했다. 플랑크 시간은 양자역할과 더불어 우주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제기했다.
6. 시간, 그 짧은 역사 :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이 분리되지 않는 '시공간'을 정의했다. 양자역학은 그 시공간의 경로가 특정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경로들 속에서 확률적으로 존재하게 되고 '평균값'에 따라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을 말한다. 양자우주론은 특이점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의 개념이 희미해지고 결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7. 미궁속으로 : 양자 우주론은 웜홀(wormhole)로 연결된 망과 부모/아기 우주를 예측하고 우주에 대한 확률적, 통계론적 존재를 가정한다. 양자 우주론이 분명해지려면 '통일장 이론(만물이론)'이 나와야 하고 이 과정에서 '자연 상수'와 '우주 상수'의 베일이 벗겨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생명체'의 비밀도 벗겨낼 수 없다.
8. 새로운 차원 : 1980년대부터 만물이론은 '초끈이론'을 통해 진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초끈이론은 9차원 이상의 우주를 요구함으로써 과학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고대부터 인간은 우주의 모양과 기원, 역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우주가 처음 생겨났을 때, 무엇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였다. 이 책은 우주의 처음으로 돌아가 시간과 공간, 물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우주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 보여 주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우주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 나간다.  
하지만 저자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결론은 커녕 결론으로 갈 수 있는 방향도 제시하기를 주저한다. 21세기 초 현대 우주과학(우주론)은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우주 전체의 기원에 대해서는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비밀은 아마도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p.214)

아마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다른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스스로의 기원을 탐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고 기원을 탐구하는 인류의 태도.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다운 모습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자신의 탄생 기원, 사회적 존재이유와 사회의 구성원리, 집단으로서의 생존하는 방식과 존재이유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성찰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과 열정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고 다른 생명, 비생명체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고 인간을 겸손하게 만들 것이다.
 
 
[ 2011년 8월 0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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