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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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애호가라면 너무나 익숙한 소설가 얀마텔의 작품인 이번 도서는 제목만으로 쉬이 본문의 내용을 추측키 어려운 의문을 가지게 하는 책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설이 아닌 진정 101통의 편지를 모은 작품이었다.

서문에서 다루듯 저자는 “우리 지도자들이 무엇에서 마음의 양식을 얻고 어떤 마음을 품기를 바라는가?”라는 의문으로 캐나다의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시작으로 3년 10개월간 101통의 편지와 도서를 발송한다.

물론 신간 홍보를 위해 부재중인 기간에 동료 작가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실로 대단한 기록이다.

또한 이 일련의 과정을 2인의 북클럽이라는 매력적인 명칭을 붙여 편지를 이어간다.

그의 편지는 제목, 저자, 편지를 발송한 날짜와 함께 센스 있는 인사로 시작하는데 이 인사 역시 심상치가 않다.

때론 불온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고, 때론 백열등처럼 빛나는 소설이라고, 폴 매카트니의 작품에서는 헤이 주드를 보낸다는 흥미로운 소개에 영어뿐만 아닌 필요에 의해 때로는 프랑스어로 편지를 쓰기도 한다.

본문에는 작가에 대한 짤막한 소개와 함께 출판사를 포함한 도서의 정보를 제공하며 저작권이 소멸된 작가일 경우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는 정보까지 실려있다.

작가의 편지이기에 편지에서조차 황홀하게도 아름다운 표현방식과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비유, 살아있는 듯한 유머들이 돋보였으며 길가메시와 같은 고전부터 아직 출간이 되지 않은 작가의 사인본까지 독서 애호가라면 스티븐 하퍼 수상이 가히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스티븐 하퍼 수상이 읽어야 된다고 생각되는 책이 있다면 책을 보내달라며 주소까지 기재해두고, 이후 캐나다의 수상이 되길 꿈꾸는 정치인들을 위한 독서 목록을 확보해두면 어떻겠냐는 의견까지 제시한다.

그는 중고책의 가치를 역설하며 독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하고, 이해를 위해 소리 내어 읽기를 강조하며 독서 태도 역시 책에 좀 더 심취하고 집중하여 읽을 수 있게, 저자가 말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읽기 등의 방식으로 애독자의 모습을 띈 채 독자와 수상을 좋은 독서를 위한 길로 이끈다.

무조건적으로 좋은 책에 한정하여 독서를 권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장르에 심지어 좋아하지 않는 책을 통해서도 배워야 한다고 본인이 읽은 최악의 책 중 하나인 도서도 보낸다.

이는 독자마저도 그동안 몰랐던 다양한 분야의 도서와 작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특히 비운의 사고들로 유명을 달리하게 되거나 인정을 받지 못한 안타까운 작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촌스러운 겉표지에 유감을 표하거나, 책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수상에게 책값을 청구하기도, 답장을 받지 못하는 섭섭함까지 나타내 독자로서는 특유의 유머로 하여금 타인의 편지를 읽는 재미를 더했다.

여기에 본인 스스로 작품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 집필 과정 역시 흥미롭기에 종합 선물 세트를 받는 기분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길리아드를 읽어보라고 추천하거나 크리스마스 등의 시기에 맞추어 적절한 도서를 챙겨주는 세심함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수상이 어찌나 부럽던지.(수상을 챙기던 그도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받은 것도 흥미롭다.)

소통이 원활한 북클럽도 아니며 심지어 2년간의 침묵 이후 답장을 받았다는 사실에도 돈키호테를 연상시키는 풍차를 공격하며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웃지 못할 비유와 일방적인 짝사랑이라 표현하며 3년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마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연상시킨다.

과감하고 솔직하게 예술에 대한 예산 축소와 같은 청원도 등장하고 국민을 대하는 수상의 정책에 대해 쓴소리와 일침도 서슴없이 하는 그를 통해 캐나다를 지극히 사랑하는지 그의 진심이 절절히 느껴지는 작품이었기에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지식인이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생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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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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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서는 독서의 연장선으로 인문학과 역사적 맥락에서 접근해 시대상에 맞추어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단어의 유래와 본래 뜻까지 풀어 설명하며 저자의 기호나 사상까지 추측해 나가는 흥미로운 일련의 작업의 연속으로 역사와 상식, 인문학적인 접근을 꾀하는 책으로 독자로 하여금 지적 충족으로 만족감을 이끌어 내는 작품이었다.

과거 완독한 작품은 다시 읽고 싶은,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은 새로이 탐미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의 향연이었으며 신기하고 놀라운 비하인드 스토리와 안타깝고 슬픈 에피소드들에 더하여 저자 본인의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한 부분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쩌면 문학작품이기에 간과하고 넘어갈 사실들도 문학적 허용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역사적 사실과 고증을 통하여 진지하게 다가가는 방식도 취하곤 하는데 이 또한 독자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짚고 넘어가며 시대상이나 작품에서 다룬 상황을 예시로 들 때의 유머러스함까지 갖추어 새로운 정보들을 제공하기에 더욱 신박함과 경이로움을 느끼며 읽었다.

하여 문학 작품을 통하여 나의 지적 갈증을 채워줄 뿐만 아니라 감사하게도 이를 과하게 쏟아부어주어 나를 포함해 독서를 즐기는 이들이라면 저자가 독서에 대하여 느끼고 경험한 바를 언급할 때마다 진심 어린 공감을 연거푸 하게 되며 독서의 욕구를 강렬히 느끼게 될 작품이었다.

다독을 해온 독서 애호가들에게는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다가가는 흥미로움에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었고, 혹시나 독서에 권태를 느끼는 이가 있다면 이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함께 읽고 싶어지는 책이었다.

또한 독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흥미를 느끼게 되는 첫걸음이 되어줄 매력적인 도서라 사료되어 이번 독서로 말미암아 독서의 매력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는 감사한 경험을 했다는 만족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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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08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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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 자유, 사랑 그리고 미학
키아라 파스콸레티 존슨 지음, 조은형 옮김 / 동글디자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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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럽들의 셀럽.
예술가들의 뮤즈.
예술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고 이들은 서로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다.

보육원 출신의 모자 가게 주인에서부터 사후에도 잊히지 않고 명품의 아이콘으로 군림하게 된 코코 샤넬.
샤넬 자유, 사랑 그리고 미학은 이 위대한 코코 샤넬의 일대기와 업적을 다루며 그녀를 삶을 조명한다.

놀랍게도 누구나 알고 있는 저명한 인사들이 바로 그녀의 인맥이었고 나이와 성별, 지위에 상관없는 친분은 윈스턴 처칠이 그녀의 별장에 가장 자주 놀러 왔다는 놀라운 사실과 정치와 전쟁에도 영향력을 보였다는 놀라운 일화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책 속에는 화려한 그녀의 삶과 같이 저자의 표현 역시 눈에 띈다.
수 천 가지 인생을 살았고 전설이 되어 영원히 살아있다는 샤넬의 생애.
이는 그 어떤 이의 일생에 비견해도 위대했고 그녀는 생의 마지막 날까지도 패션에 대해 끓어오르는 열정을 10시간을 내리 서서 일하기도, 계단에 앉아 아무에게도 안 보이게 런웨이 쇼를 보며 거울에 비친 관객의 반응을 살피는 예리함 등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말 사육사에게 빌려 입은 승마바지에서 영감을 얻기도, 중국과 티베트의 의복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며 실용성과 편안함까지 갖춘 샤넬만의 센스.

이번 도서에서는 그녀가 단순한 디자이너가 아닌 독서를 즐기는 다독가였다는 사실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중국에 관심을 보였다는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어 흥미로웠으며 엄청난 영향력과 파급효과, 시쳇말로 명언 제조기라 불릴 만큼 화제성 있는 인터뷰로 과감하고도 톡톡 튀는 시니컬한 발언들의 향연에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의 화수분이라 느껴졌다.

허나 고고하게 성공의 가도를 달리기만 했을 것 같던 그녀 또한 마릴린 먼로와 노마진 베이커의 삶의 간극과 같이 가족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며, 연인에게 버림받기도, 지인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미신을 믿는 등의 인간적이며 순수한 면모로 외롭고 여린 가브리엘의 모습 또한 보여 주었다.

다채로운 매력으로 대체할 수 없는 존재라는 코코 샤넬.

전율을 일으키는 이 엄청난 삶의 매력은 다양하게 영상화된 작품들로 볼 수 있다고 하니 영상들로 다시 한번 이 열정과 매력을 느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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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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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의 계약.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클리셰와도 같은 단어들의 조합에도 여전히 지루하다기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앞설 텐데, 이번 작품은 이 두 가지 요소를 갖춘, 심지어 K스토리 공모전 대상 수상작이다.

작가의 필명 또한 늑골(rib), 폐(lung), 심장(heart)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를 한 조각씩 떼어 와 지은 “리러하”라는 독특함을 갖추었기에 음침하면서도 기묘한 매력에 호기심을 자극했고, 무려 김초엽작가의 강력 추천에 더해 평마저 예측을 벗어난다고 띠지를 장식하고 있어 기대감을 최고치로 향상시킨 채 읽기 시작하게 되었다.

역시는 역시.

뻔하지 않은 전개와 톡톡 튀는 매력을 두루 갖춘 주인공과 등장인물들, 장르 또한 로맨스와 느와르, 코미디, 가족애, 권선징악, 공포까지 갖춘 매력의 집합체로 흔히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넣었어.”라는 유행어가 떠오를 만큼 흡인력이 얼마나 높던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매력으로 하여금 읽었다 하면 100페이지씩 읽게 되어 순식간에 완독했다.

갖가지 독특한 지옥 형벌의 나열에서는 마치 웹툰과 영화로 제작된 신과 함께를 접한 후 이를 통해 지옥을 처음 맛본 뒤 ‘개과천선하여 착하게 살아야지’와 같은 교훈을 주기도, 몇 시간 후면 사라지는 지옥의 흔적에 대한 신비함, 지옥에서도 마치 공무원과 같이 근무를 한다는 흥미롭고 비현실적인 설정에 할머니가 닥친 오늘날 우리 앞에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현실적 상황들이 한데 어우러져 신인 작가만이 그릴 수 있는 신선한 세계관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로 진행될수록 더욱 신박하고 생기 있는 기발한 표현들의 향연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는데, 특히 악마는 역시 악마인 걸까, 어찌나 매혹적이고 능글능글 능구렁이와 같은 뻔뻔한 성격, 심지어 외모마저 잘생긴 사기 캐릭터의 면모를 갖추며 유혹에 도를 튼 건지, 자존감이 바닥을 치는 주인공에도 굴하지 않고 어필하며 독자마저 홀리는 매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그.

작품 중간중간 다소 과격한 표현마저도 살갑게 다가와 취향을 저격하며, 잊지 않고 시나브로 틈틈이 나타나는 할머니의 따스한 면모가 뭉클하게 하는 감동까지 선사하다니.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 이라는 시쳇말이 적확하게 들어맞는 느낌이랄까.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만큼 여운이라는 마지막 토끼까지 놓치지 않고 종결되는 작품이기에 이번 도서는 차후 영상화되어 이로 하여금 악마를 내 두 눈으로도 만나보고 이후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마저 생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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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브
손원평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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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명을 덧붙인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부단히도 다사다난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 김성곤 안드레아.

편도체에 문제가 있어 감정없이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던 아몬드로 이미 성공한 작가로 이름을 알린 손원평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오히려 성공한 삶과 실패한 삶의 작디작은 미묘한 차이를 현실적으로 나타내 변화라는 주제에 더욱 몰입하며 감정이입이 되도록 그렸다.

이는 마치 김성곤 안드레아가 데미안의 에밀 싱클레어가 알에서 나온 새와 같이 변화되는 변화를 연상하게도 한다.

또한 서술 방식마저 뻔한 클리셰가 아닌 어디로 튈지 모를 전개로 이끌며 이어지는 이야기에 독자를 당황하게끔 만드는 센스까지 갖추고 있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소소한 유머 코드까지.

성공의 기준 또한 느끼는 바가 각기 다르기에 적정 선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타인의 시선에서 만족스러운 삶임에도 만족하지 못하며 불평불만을 일삼는다는 설정들도 흥미로웠다.

아몬드와는 전혀 다른, 희망을 찾아 나간다는 색다른 컨셉의 이야기였기에 손원평작가의 가능성과 또 다른 묘미를 찾아낸듯해 한번 더 화수분과도 같은 매력에 빠졌던 시간이었다.

좌절과 실패 앞에서 무력하게 무릎을 꿇은 이들이 튜브로 하여금 구조되어 일어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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