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렐라이의 일기
아니타 루스 지음, 심혜경 옮김 / ICBOOKS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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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다양한 퀴즈에서 연이어 오답을 말하는 경우,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실망하기보다 그 백치미에 오히려 매력을 느끼는 편이다.

이처럼 매력 있고 정감 가는 이들에게는 단점조차 마치 콩깍지가 씌인 것처럼 장점으로 어필되며 오히려 호감이 더욱 배가 되는데, 바로 그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로렐라이였다.

그녀는 1950년대 최고의 배우이자 가수로 언제 어디서나 인기몰이를 했던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전 세계적 엄청난 화제의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한다’에서 먼로가 맡은 주인공이었다.

이 영화의 소설 원작은 무려 1925년 작품으로 영화와는 또 다른 줄거리라는 매력에 독자가 호기심을 가득 안고 접근하게 한다.

본문은 교양을 쌓으러 로렐라이와 그녀의 친구 도로시가 유럽을 함께 여행을 다니며 만나는 흥미로운 서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여행에서 작품은 사실적인 줄거리와 구체적 지명과 인사들을 등장시켜 독자 또한 그들과 함께 유럽을 여행하는듯한 현실감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속된 말로 말하자면 마치 꽃뱀이라고도 불릴 수 있을 만치 위험한 그녀들은 과하게 탐욕적이며 사치를 좋아하다 못해 애정한다.

리츠 호텔 광에 카르티에에 환호하고 심지어 지리적, 문법적 모든 지식수준이 떨어진다.

그러나 로렐라이와 도로시는 여행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과 위기 속에서도 시크하게 툭툭 던지는 감당 못할 멘트들로 상황을 모면하게 되는 기치를 보이는데 이 대화들이 다소 과격한 면모와 뼈 있는 한 마디 한 마디로 가히 핵폭탄 급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곱씹어 볼수록 어쩌면 이들이 천재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하며 곡해가 창조해낸 걸출한 결과물을 마주하자면 모든 것을 알고 선견지명으로 인위적으로 저평가를 받기 위해 만들어 낸 위선적 행동과 언행이 아닌가 싶기도 한다.

때로는 오늘날의 현대적인 신여성을 보는듯한 기시감도 받게 되는 그녀들.

출간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임에도 로렐라이와 도로시의 티키타카와 말솜씨는 현실 웃음을 유도하며 매번 틀리는 문법의 오류와 저자가 의도한 언어유희가 실소를 멈추지 못하게 위트와 센스로 무장하고 있다.

이 귀엽고 사랑스러움들은 앞서 언급한 단점들을 덮어 오히려 그들을 마성의 매력의 소유자로 변모시킨다.

여기에 그녀의 킬링 멘트와 함께하는 귀여운 삽화까지 함께 하다니.

당신도 로렐라이의 일기를 펼쳐 보는 순간 그녀의 무지함과 탐욕조차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해 온 데 간 데 사라진 그녀에게 반해 사랑에 빠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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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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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미국 원주민의 이야기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제목의 작은 땅의 야수들은 초반부 신비로운 영물인 한국 호랑이를 주축으로 배경과 인물을 배치시켜 호기심과 신비로움으로 순식간에 독자를 사로잡아 한국적인 요소들로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포문을 연다.

거칠고 매서운 날것 그 자체인 배경들을 실감 나고 섬세하면서도 고급스럽게 표현하는 저자는 독자를 순식간에 작품 속 시대적 배경인 1900년대 초반 한국으로 끌어와 몰입시킨다.

특히 이 매력적인 요소들 가운데 주요 포인트는 클리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들이었는데, 흔히 비천한 신분으로만 떠올릴 기생이나 부랑자들에 대하여 스스로 선택한 길이 아닌 그 방식 역시 그들의 단 한 가지뿐인 탈출구였음을 보여주며 외려 지식인들의 대화로 정의란 무엇인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를 보여주어 그들이 단지 무지몽매하며 천박한 이들이 아닌 잃어버릴지도 모를 나라를 위해 희생을 마지않는 지식인 이상의 선각자로 그려냈다.

여기에 고증에 기반한 역사적 사실들과 실존 인물인 나혜석, 김구, 이봉창, 안중근 등 을 연상시키는 인물들로 하여금 애국심을 고취시키며 현실감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지도록 그렸다.

때론 철학적 개념인 인간성과 인간다움, 정과 인색함에 대하여 절대적인 조건이 아닌 상대적인 상황이 중심이 된다는 아이러니함으로 독자를 고찰하게도 만드는 등 작품은 점점 더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얽히고설킨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시시각각 성장하며 변모하는 그들의 감정선을 유려하게 보여주어 설렘과 가슴 시린 이야기 사이에서 뜨거운 열정의 숨결을 피부로 느끼는가 하면 인간과 국가로 이어지는 쇠락의 이미지를 작품에 녹아들듯 자연스레 투영해 골수까지 빼먹으며 약탈을 일삼는 일제와 심지어 지식인임에도 그들이 모든 기회를 박탈해 무력해지는 사실도 적나라하게 그려내 눈물짓게 했다.

말도 안 되는 반민특위 또한 통탄할 만큼 사실적으로 그려내 저자는 기함하고 처절한 결과에 분노를 느끼며 독자가 작품 안에 함께하도록 한다.

이에 현대에 접어들기까지 대한민국의 역사를 아우르며 오열하며 분통함에 그치지 않고 먹먹함의 극으로 하염없이 침잠하여 공허함마저 느끼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1910년대 시대적 작품을 감상하듯 드라마와 같은 섬세한 묘사가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신박하고 미묘하면서도 적확하게 맞아떨어지는 표현들의 향연은 표현력에 감탄하며 비극을 잔인하게도 아름답게 제시해 극대화 시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경각심을 갖고 과거 선조들이 목숨 걸고 이루어낸 오늘날을 기억하게 만든다.

완독 후 다시금 작품 초반 저자의 말을 톺아보니 한민족의 정신이 많이 희미해진 지금, 우리의 본질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이 있었다.

잊고 있던 애국심과 함께 스스로에게 잊고 있던 과거를 되새기며 울컥하고 무언가가 올라오는듯한 가슴 저릿함을 느끼게 되었고 항상 감사함을 느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진심으로 추천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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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후에 죽는다
사카키바야시 메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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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 후에 죽는다'라는 문장을 듣고 책을 펼치기 전까지의 시간 동안 내가 도출해낸 결론은 결국 허무하게도 겁에 질려 아무런 생각이나 행동을 할 수 없이 시간을 허비한 채, 죽음을 받아들일 겨를조차 없이 죽음을 맞을 것이라는 답뿐이었다.

그러나 사카키바야시 메이의 네 편의 단편 소설을 읽으며 그 가운데 그 첫 번째 작품 단 한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나의 답은 달라졌다.

죽음을 앞둔 15초 전, 완결된 드라마의 마지막 15초 사이의 반전 등 15초 동안 벌어질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이야기들.

(15초를 다룬 또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도 풀어내고 싶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며 독자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과 추리소설의 서평상 스포가 될 수 있어 더 이상의 서술은 아쉽게도 생략한다.)

이렇게나 독창적이며 기상천외하고 감탄의 연속으로 이끄는 저자의 창의력은 가히 독자를 탄복하게 했고, 고전에서부터 최근 작품들까지 추리 소설을 깨나 읽어보았다고 자부하던 나에게도 눈치챌 수 없는 신선함으로 무장한 작품들은 형식과 구성에 있어서도 얽매이거나 제한되어 있지 않는 자유분방함까지 갖추어 나에게 쾌감을 만끽하게 해주었다.

15초의 활용방법이 이렇게 여러 가지였다니.

단지 용의자만을 찾는 추리소설이 아닌 범행 수법, 사유, 놓칠 수 없는 반전 등 마치 저자는 멀리 몇 수 앞을 내다보는지 모를 알파고와 같은 대범함으로 수를 두었다고 할 정도로 리스크를 안고 던진 한 수로 독자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특히나 쉽게 풀리는 결말이 아닌 독자 스스로도 상상이 필요한 고난도의 트릭을 선보이고, 때로는 도덕적 윤리와 마주하거나 상상도 못한 법률이 등장해 반전을 꾀하기에 다채로운 매력이 더욱 돋보였다.

이번 작품은 뻔한 클리셰라는 추리소설의 지루함은 과감히 날려버리고 추리소설답게 9회 말 2아웃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반전이라는 추리 소설의 매력만은 그대로 가져왔다.

억지와 억측이 아닌, 마치 시적 허용으로 맞춤법에 오류가 있지만 오히려 그것이 위대한 시를 만들어내듯 저자가 가져온 어긋난 판타지적 요소들은 융합해 시너지효과를 만들어내기에 오히려 그로테스크하게 등장하는 요소들도 신선함으로 변모하여 독자를 만족시켰다.

이런 흡입력 있는 작품을 만나니 저자의 차기 작품은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있으랴.

그동안 익숙한 트릭의 얕은 추리소설에 지루함을 느끼는 이들에게 센세이션을 일으킬 작품으로 '15초 후에 죽는다'를 추천하며 이미 이를 영상화한 기묘한 이야기를 감상하며 짜릿함을 다시 즐겨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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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이드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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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로 잘 알려진 이케이도 준의 이번 작품은 대부분의 스포츠에 관심이 있고 직접 운동도 즐겨 하는 나임에도 지식이 전무해 문외한인 럭비를 주제로 그려졌다.

하여 접할 기회가 흔치 않은 종목이다 보니 책을 받아드는 순간 럭비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는지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룰을 모르는 독자라도 저자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매력적인 인물들의 등장으로 작품에 몰입하며 빠져들게 만들었다.

사내에서 미움을 사 좌천된 주인공 기미시마가 럭비팀 단장을 겸해야 한다는 소재에서부터 흥미로워 눈길을 끌었고 적자인 팀의 존폐 위기 속에서도 성장과 발전을 이어가는 모습은 페이지를 넘기며 그들을 응원하며 아스트로스의 팬이 될 수밖에 없게끔 만든다.

또한 영리한 용병술의 사이몬 감독이 펼치는 경기는 결과를 알 수 없기에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독자를 이끈다.

불투명한 미래를 앞두고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은 감동에 울컥하기도, 여의치 못한 현실의 상황에 마주해 한계에 눈치를 보기도, 눈물이 왈칵 터지게도 한다.

영어권 럭비 용어에는 없는 원 포 올, 올 포 원과 경기가 종료된 후 서로의 건투를 빌어주는 노사이드 게임이라는 스포츠 정신의 슬로건은 일본 작품 특유의 감정선들과 잘 맞아떨어졌고, 선택과 집중, 책임감, 거친 플레이에 섬세한 감정선까지.

매력 요소가 한데 모여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된 짜릿한 스토리이기에 드라마를 당장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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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런던 - 2022년 최신 개정 지금 시리즈
맹지나 지음 / 플래닝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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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전 나의 가장 마지막 여행지였던 런던, 그리고 그 종착지였던 히드로 공항.

그곳에 대한 추억은 코로나로 인한 기나긴 공백이 더해져 희미해져가고 있었다.

그러던 가운데 엘리자베스여왕의 타계 소식이 들려왔다.

이로 다시금 회상하게 된 영국은 당시 추억으로 하여금 여행에 갈증을 느끼게 해주었고, 감사한 기회로 [지금, 런던]으로 영국과 재회하게 되었다.

여행의 시작인 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부터 인천공항 가는 법, 런던 입국심사에서부터 콘센트의 전압, 변덕 심한 날씨까지 짚어주는 섬세함으로 무장해 초보 여행자들이 자칫 놓칠 수 있는 부분을 모두 챙겨주었고, 친절하게도 다양한 코스를 제시하기에 처음 가본 여행자들의 코스에서부터 다시 방문한 여행자들, 쇼핑족을 위한 코스뿐만 아니라 근교 투어를 할 수 있는 업체나 무료 가이드 투어를 추천해 주기도, 지역별로 나누어 소개하기에 영국 여행 시 어느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었다.

특히 나로서는 최근에 테니스를 배우고 있어 윔블던에 대한 정보나 애정해 마지않는 웨스트엔드 뮤지컬 티켓 구매하는 방법, EPL 관람 방법과 같이 꼭 필요한 정보들에 당장 떠나야겠다는 열망을 불태웠고 나래비세운듯한 다양한 박물관에 초조해질 지경이었다.

런던의 공휴일과 세일 시즌, 코로나로 쉬고 있는 장소들까지 세심하게 짚어주는 센스는 여행객들이 흔히 놓칠 수 있는 사항을 챙길 수 있게 도와주었고, 수고롭게 계획을 짜지 않아도 될 만큼 독자의 여행에 든든한 현지인과도 같은 도움이 되었다.

흔히 맛없는 음식의 대표적 나라인 영국이지만 프랑스 타이어 회사에서 발행한 미슐랭 가이드에서 선정한 레스토랑의 향연과 장인 정신이 깃들고, 환상적인 맛의 묘사에 맛집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었다.

고국의 향수를 느끼며 한식과 한인 민박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해 주니, 런던이 내 취향인지, 저자가 나의 취향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취향 저격을 당한 기분이라 당장 내년 휴가로 런던행 티켓을 예약하고 일정을 세우는 여행 한 달 전의 설레는 기분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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