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운명을 바꾼 한글자 - 마음을 다스리는 지혜와 희망의 아포리즘
이강석 지음, 강일구 그림 / 멘토프레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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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명언으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은 ‘단어 속에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참신함이 깃들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한글자’란 하나의 글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크다’라는 의미의 순우리말 ‘한’의 의미로 ‘큰 의미를 담은 말’이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한 단어’를 다루면서 ‘크다’라는 의미까지 아울렀으니, 그 속에 중의적 의미와 기발함이 가히 독보적이라 하겠다.

 

 이 책이 지향하는 바는 ice라는 단어로 설명한다. 재미(interesting)가 있고 명확한(clear), 쉬운(easy) 진리를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 그래서 더욱 강렬한 울림을 주어 기억에 오래 남게 될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임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단어를 어떻게 풀어 놓았는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 가보자.

63개의 단어를 세 Part로 나누었다. 일상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운명을 바꾸는 점층적인 사고로 나아가는 발상으로 구성되었다.

 

Chocolate 초콜릿처럼 달콤한 일은 나중에 온다(P36)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초콜릿이라는 영어 단어 속에 ‘늦은(late)'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참을성에 대해 예를 든 이야기에 ’마시멜로 실험‘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이렇게 두뇌에 깊이 새겨져 이후로는 초콜릿을 먹을 때마다 떠오를 것 같다. 좋은 일은 참고 이겨낸 후에 온다는 것을.

 

Paint 고통을 잘 극복하면 새로운 삶을 칠할 수 있다(P166)

'칠하다‘라는 Paint에는 ’고통’의 의미인 Pain이 들어있다.

고통을 이겨낸 뒤에는 아름다운 삶이 찾아온다는 희망을 떠올리자.

 

Bless 복은 내가 베풀고 덜 가질수록 늘어난다(P280)

‘축복하다’라는 bless에는 ‘덜’ 이라는 뜻의 less가 들어있다.

열 가지를 가지고 있으면 열 가지 걱정이 따른다고 했다. 덜 가짐으로, 덜 욕심냄으로써

심플한 삶을 살 수 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는 사르트르의 말에서 탄성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다. B는 탄생(birth) D는 죽음(death)이고 C는 선택(choice)이다. 인생을 이렇게 간단한 문장으로 정의할 수 있는 고도의 사유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우리의 삶이 태어나서 죽음 직전까지 수많은 선택의 연속인 것을 보면, 그 문장의 의미가 확실해진다. 이 책에서 제시한 단어는 참 신기하다. 원래 그 단어를 만들 때 의미 있는 말을 끼워서 만든 것처럼 절묘하다. 그러니 저절로 마음에 새겨질 수밖에. 부친이 강권한 법학이 아닌 영문학을 선택한 것을 제일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저자의 영문학 내공과 이색적인 많은 여행을 통해서 얻어진 충분한 사유가 발휘된 글이라고 생각한다. 한걸음에 운명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지속적으로 조금씩 변화되는 삶을 원하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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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오바마가 꿈꾼 세상 - 사람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꾼 노무현과 오바마의 이야기
김태형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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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정치에 대하여 잘 모르고, 관심은 미약했다. 그렇다고 국민의 권리중의 하나인 선거를 기권한 적은 없다. 전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2009년 당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해 5월 갑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하고, 장례식 장면을 방송을 지켜보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나던지... 한 나라의 대통령이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도 되는 건지... 충격이었다. 그리고 세월은 지나갔고, 현 정권에서 대통령은 구치소에 수감되었고. 한 나라의 지도자인 대통령에 대하여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인식을 뒤늦게 깨달아서 일까. 비슷한 종류의 책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한 사람은 역사가 되었고, 한 사람은 역사를 쓰기 시작했으며, 현재 진행형이다. 저자는 때늦은 시점이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알아야 제2의 노무현, 제3의 노무현 같은 인물이 나타났을 때,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잘 지켜내기 위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공과(功過)에 대한 것은 아니고 그들의 인생과 심리에 대한 것을 정확히 알리고자 하는 기회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강조한다.

다른 듯 닮은 부분이 많다는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유년기의 심리, 둘러싸고 있는 가정 환경, 진보운동, 두 사람의 심리, 성격분석, 그들에게 있어 대통령의 자리의 의미 등에 대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유년기에는 두 사람 모두 가족들의 사랑과 칭찬 속에서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음을 알 수 있었다. 비록 오바마는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오바마의 어머니는 아버지를 계속 지지하고 격려했고, 아버지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켜 주었다. 오히려 ‘노무현의 집안 남자들은 아내에게 당하고 산다’는 부분을 보면 아버지의 자리가 위태로웠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노무현의 사회불안이 오바마의 결핍감보다 좀 심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밖에서 옳은 일을 하고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다가 모아놓은 재산을 날리는 무능력한 남편을 그냥 두고 보기도 참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러한 결과 노무현의 어머니는 ‘잔인하리만큼 야박하고 극성’스럽게 남편에게 대했다는데,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것을 지켜보는 아들의 입장도 커다란 고통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무의식과 사회’를 의식해야 한다고 한다. 오바마는 케냐 여행을 통해서, 대를 잇고 내려온 불행을 아버지와의 화해로 극복했기에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그리하여 세상과 화해로 이어졌던 것이다. 훌륭한 어머니를 만났기에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도 가능한 일임은 물론이다.

세상과 화해하기 위해서는 자신 내면과 그를 둘러싼 문제점을 정확히 분석해야 한다. 오바마는 노무현보다 훨씬 일찍 자기분석을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심리학을 선호하는 미국과 기피하는 한국의 배경도 있었고 두 사람의 성격의 차이도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노무현은 외부세계에 관심이 많은 외향형이었고, 오바마는 내면세계에 관심이 많은 내향형이었다.

유년기에 어떤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 성격이나 인격의 기초가 됨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사랑을 충분히 받고 소중한 존재라는 인식을 느낄 때 비로소 세상 속에서도 편안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 할 줄 아는 사람이 주변의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도 인류의 번영과 화해를 위해 힘을 합쳐 나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저자의 상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운명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은 것이 참 안타깝다.


두 사람은 솔직성, 도덕성, 어떤 것에도 회피하지 않는 태도를 지녔다. 또한 사람에 대한 신뢰성과 공감능력을 가졌다. 이는 어린 시절에 따뜻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마음껏 감정표현을 하고 자유롭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건강한 심리’가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의 부재와 아버지의 미약한 존재감으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가 있지만, 도덕성이 결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혐오감이 없으며 분노감정이 적고 따뜻한 편이다. 성격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한 심리'라고 한다.


읽다가 무릎을 치게 하는 문장이 나왔다. 전에도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비슷한 문장.

보수주의자들은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무척이나 반긴다는. 노무현과 오바마는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크게 우려했다고 한다. 심리학자의 예리한 심리분석으로 한 편의 따뜻한 인간극장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현재 겪고  있는 상황을 들여다볼 때 이제라도 정치 현실에 관심을 갖고 예리한 눈과 귀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세대를 위해 무엇보다 정의가 승리하는 나라, 그리고 떠나고 싶지 않은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서다. 한 가지 아쉽게 다가오는 점은 좀 감상에 치우친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정치인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해 나가는 작업인데, 객관성이 흐려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자 발견: 자신의 분노감정을 부분별하게 발산하기도 했다.(p113 /5~6행)

                                                   → 무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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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으로 세상 보기 - 파자로 푸는 인문학 테마 한자 공부법
김동련 지음 / 인간사랑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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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마흔넷 되던 해에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동양철학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제목의 책이 떠오른다. 그 말은 맞는 말인 것 같으면서도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평생의 업으로 삼기 위한 공부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저자는 늦은 공부의 대가로 원전을 소설책 보듯이 읽을 수 있고 여러 권의 책도 집필했으니 가히 공부로 일가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몇 해 전에 고전평론가 고미숙님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그는 공부가 자신의 밥이라고 했다. 책읽기가 밥이고 글쓰기가 밥인 셈이다. 공부도 뜻을 품고 확실히 하면, 평생의 업으로 할 수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적이 있다.

 

 

 어린 학생 시절에 천자문 책을 접해 본 경험이 대다수 있을 것이다. 한자는 국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모르고서는 그 뜻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한글 전용 정책으로 돌아선 지 오래 되어 한자를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은 천자문의 한자를 파자(跛者) 하여 주술의 세계와 곁들여 설명하여 재미있게 한자를 배우고 인문학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쓰인 책이다.

 

 

위의 사진은 파자의 예를 보여 준다.

학생들도 쉽게 이해하고 학습할 수 있다.

 

천자문의 한자를 여덟 글자를 한 구절로 하여  모두 125구절로 구성하였다.

 

 책의 제목과 같이, 천자문 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많은 군상(群像)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관중과 포숙의 우정, 지아비의 충직한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죽음을 바치는 기생, 학문에만 파고드는 남편을 못 견디고 집을 나가 훗날 출세한 남편 앞에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나 받아달라며 용서를 구하는 아내, 재상이 되어달라는 왕명을 받았으나 거절하고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을 선택한 부부 등의 이야기는 수레바퀴처럼 굴러가는 삶 속에 있는 현재의 모습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 문공이 괵(虢)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한 노인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노인께서는 괵 나라가 무슨 이유로 망했다고 보십니까?” 하고 물었더니,

“괵 나라 임금은 백문선이 거짓 문서를 구별 못 했고 잘라버려야 할 일을 과감히 자르지 못했고 간언하는 말이 있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결단도 내리지 못하고 사람도 바로 쓰지 못했으니 망할 수밖에요.”(p442)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모양으로 역사는 되풀이되는 모양이다.

 

 천자문의 한자와 한자성어 속에 연관된 이야기를 통해서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믿음, 사랑, 충성, 화목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다. 어른들은 물론 공부하는 학생들도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자세한 한자의 세계로 안내한다. 읽기에 적당한 활자와 넉넉한 여백도 좋다. 게다가 사이사이 들어있는 저자의 가족 이야기와 삶 속에서 만난 지인들의 이야기는 인간의 향기가 느껴진다. 구수한 입담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의 인생 역정을 통해 이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자기계발의 동기를 부여 받을 수 있는 요소도 장점이다.

 

 한자 공부와 더불어 세 가지 주제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다. 그것은 ‘나란 무엇인가’, ‘세계란 무엇인가’. ‘나와 세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p768) 이 세 가지를 염두에 둔 저자의 집필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면 삶의 지혜를 찾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어떤 문제에 부딪혀 해결 할 수 없는 답답한 문제도 책 속의 행간을 따라 다니다가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천자문 속에서 나와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탐구를 통해서 좀 더 성숙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자가 다수 보이는 점은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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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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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는 1950년 일본 규슈 구마모토 현에서 폐품수집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가 정착한 재일교포 1세이다. 일본 이름을 쓰며 일본 학교를 다니면서 차별을 받고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 와세다 대학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고, “나는 해방되었다”고 할 만큼 자신의 존재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다. 이후 일본 이름을 버리고 본명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사회의 문제와 재일 한국인이 겪는 차별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한다.

 재일 한국인의 사회 진출이 쉽지 않아 대학원에서 유예기간을 갖던 중 은사의 권유로 독일 뉘른베르크 대학으로 유학을 했다. 1998년 일본 국적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 국적자로는 최초로 도쿄 대학 정교수가 되었고, 일본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지식인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도쿄 대학 정보학연구소 교수를 거쳐 현재 세이가쿠인대학 교수로 재임중이다. 대표 저서로 『고민하는 힘』이 있다.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 생각되어도, 인생이 끝나기 1초 전까지는 언제든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다 보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땐 저절로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다.’ -본문 中


   '…… 지금을 소중히 하며 살아서 좋은 과거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의 세 가지 가치

①창조-예술적인 활동 등.

②경험(체험)

③태도- 그저 마음속으로 빌고 기도하고 생각하는 것.

-빅터 프랑클은 인간의 가치로 ‘태도’를 가장 중시함.


-프랑클이 말하는 ‘태도’가 그려진 소설은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다.

-인간의 진가를 생각하는 데 매우 훌륭한 사례임.

-‘자기를 잊는 것 보다 마음 편한 것은 없고 무아지경보다 기쁜 것은 없다.’(나쓰메 소세키)


  저자는 아들을 잃었나 보다. 서문에서 진한 슬픔이 느껴졌다. 아들을 잃고 몇 달 뒤 2011년 3.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2만여 명의 사람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대자연의 품에 안겨’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가 이 사고로 많이 엇나가게 되었다고. 과학의 발달, 과학의 힘을 온전히 믿었던 일본인이 이 사고 이후 신도 없다고 했으며, 크나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책 속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많이 언급했다. 반가웠다. 일본 작가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데... 저자도 소세키를 많이 존경하고 삶의 영감을 그 작품에서 받는 듯 했다.

현실이 슬프고, 괴롭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도 꼭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결국 우리는 각자 자신이 꿈속에서 제조한 폭탄을 껴안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죽음이라는 먼 곳으로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는 게 아닐까. 다만 어떤 것을 껴안고 있는지 다른 사람도 모르고 나도 모르기 때문에 행복할 것이다....’-소세키의 산문집<유리문 안에서>


 실업과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불안과 좌절을 겪기도 한다.  우울증 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아무리 현재가 시시한 인생이라도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인생은 바뀔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한, 마음이 시키는대로 살아가다보면.

저마다 조금씩 삶의 고통은 있겠지만, '지금'을 소중히 살아내야 한다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채 타성에 젖어 사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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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의 비밀 - 중국 역사에 나타난 관리들의 생존법
천웨이 지음, 이기흥 옮김 / 인간사랑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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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중국 역사에 나타난 벼슬살이 관리들이 자리를 지키거나 승진에 필요한 비법 46가지의 생존법 전략을 다룬 책이다. 구성은 제1장 면벽십년/ 제2장 모르는 사람과 관계 맺기/ 제3장 예물이 많아도 탓하지 않기/ 제4장 완급의 책략/ 제5장 머리 조아리기, 꼬리 내리기, 꼬리 흔들기/ 제6장 신중, 냉정, 침착, 결연, 단호함/ 제7장 값싼 자존심 거두어들이기/ 제8장 윗사람 명령에 절대 복종하기/ 제9장 ‘밉보이기’의 보이지 않는 규칙으로 되어 있다.


 한 사회에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듯이 관리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서로 관계맺음 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승진하는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맨 입으로는 되지 않는다. 무언가 대가가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뇌물은 ‘예물’이라는 이름으로 근사하고 우아하게 포장되어 불린다.


‘설령 상사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을지라도 예물을 먼저 보내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p113)

‘돈이면 신과도 통한다.’(p115)

‘이 사람이 내게 보낸 코담배가 정말 훌륭했소. 그러니까 괜찮은 양반이라고 알고 있소.’(p116)

‘뇌물을 주지 않으면 일을 이룰 수 없다.’(p127)

‘벼슬길에 오른 인물이 자기를 지키고 보전하는 일은 큰 돈을 써야 한다. 큰 돈 쓰기를 아까워하면 자리보전은커녕 목숨까지도 날라 갔다.’(p136)


 이와 같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금품을 받음으로써 인품이 높이 평가되고 벼슬의 가까이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별난 예물을 받아 축적한 경우도 있었다. 당나라 때 원재라는 재상의 집에서는 후추가 8백석, 지금의 64톤에 해당하는 양이 나와 사람들을 탄식하게 했다. 수입에 의존했던 그 당시로서는 고급 소비품이었다. 이는 하루아침에 모은 것이 아니라 하찮은 벼슬아치들의 손에서 오랫동안 걷어 들인 것이다. 이렇게 예물을 보내는 일은 벼슬살이의 길에서 대대로 이어져 하나의 제도로 굳어지고, 출세의 지름길로 통했다.


 ‘한 번은 조이고 한 번은 푸는 방식’(p146)은 벼슬살이의 기술이다. ‘잠깐을 참으면 바람 솔솔 구름 둥실, 한 발을 물러서면 얽매임 아무것도 없어라.’(p147) 이는 새 벼슬아치가 자리에 앉은 뒤에는 자신을 둘러싼 관아의 환경이나 일의 상황을 잘 살피어 ‘느슨함’을 보여 주는 방식과 한 발 물러나 훗날을 도모하기 위한 전진을 위한 방식이다. 한나라의 명장 한신이 깡패들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일화나 월왕 구천의 와신상담으로 자신을 단련시킨 유명한 이야기는 ‘완급의 책략’이다.


 한서(漢書)에 ‘지나치게 맑은 물에는 노는 물고기가 없으며, 지나치게 따지는 사람에게는 따르는 무리가 없다.’(p192) 재능이 출중했던 공융은 조조에게 조소와 풍자로 통쾌함을 얻은 대신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머리를 조아리고, 꼬리 흔들기에 서툴렀던 탓이다. 삼려대부(三閭大夫) 굴원은 충만한 정기와 나라를 위한 마음뿐이었지만 오히려 권신들에게 눈엣가시가 되었고, 곧 남후(南后)의 모함으로 유배를 당한다. “그대는 깨끗하게 씻은 몸에 다시 더러운 옷을 입는 이를 어디서 보았소? 나 참! 어떻게 깨끗한 몸으로 더러운 것을 뒤집어쓸 수 있겠소?”(p195) 라며 멱라수에 뛰어들어 천고의 명예를 남겼지만, 관계의 어두운 면을 용납하지 못하고 스스로 막다른 길에 몰아넣은 것과 다름없었다. 자신을 꿈을 펼치지 못 한 점, 그의 죽음 자체는 국가의 손실이었다. 안타까운 삶이다.


 명나라 성조 때 해진도 그러한 예이다. 오래된 규범인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들어 성조의 둘째 아들의 태자의 옹립에 반대했다가, 그의 모함으로 눈 속에 생매장 당하는 불행에 처했다. 한 편 주원장의 의심병에 꼬리를 내리고 미친 척 한 원개는 천수를 다 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러한 예에서 볼 때 너무 자신의 의지와 도덕을 앞세우면 반드시 모함하는 자가 나타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조금은 어리석은 체 하며 주위를 살피는 것도 자기 목숨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는 진리임을 알 수 있다. 벼슬살이도 좋지만, 생명은 더 소중하니까 일단은 살아남아서 훗날을 도모해야 한다.



 ‘머리 조아리기, 꼬리 내리기, 꼬리 흔들기’의 겸손을 실행하여 성공적인 벼슬아치의 길을 간 인물도 있다. 당나라 초기의 태종 이세민의 눈에 들어 궁중으로 들어간 마주이다. 이는 국가가 대량의 인재가 필요했던 시기에 기회를 준비하며 기다린 것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는 간언을 올릴 때에도 아름다움과 효(孝)를 중시하는 내용으로 꾸며 태종이 한 마디의 짜증도 없이 받아들이게끔 하는 재주가 있었다. 이 세민의 대단한 총애를 받았다.


 역사속의 삶에서 사람들이 살아간 흔적을 발견하는 일은 참 흥미진진하다. 한 편 안타까움도 있다. 내가 살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제의 친구가 오늘은 적이 되기도 한다. 그야말로 삶을 위한 각축전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 친구의 목숨을 없애야 하는 비정함이 끊임없이 도사리고 있다. 손빈과 방연의 이야기는 그 비정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미친 척 하며 겨우 살아남은 손빈에 의해 방연은 계책에 말려들어 사지에서 숨을 거두었다.


 ‘깊은 못에 이르는 것 같고 살얼음을 디디는 것 같이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p330) 뿐만 아니라 언제나 ‘윗사람을 즐겁게’(p330) 하는 것이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며 끊임없이 승진하는 방편이었다. ‘감투를 얻기 위하여 뇌물이나 예물을 쓰고 다니는 일’유세(遊說)라고 한다. 이러한 일을 제일 먼저 한 일은 공자였고,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상가인 맹자, 묵자, 순자도 있다. 간알(干謁)도 마찬가지이다. ‘높은 어른께 올린다.’는 의미이지만, 결국 감투를 ‘찾아 헤매는 일’이다. 시인으로 뛰어난 두보도 벼슬길에 올라 명예를 얻기 위한 욕망이 남달랐다고 한다. 두보의 시를 보면 공자처럼 부끄러움도 없이 찬 밥 더운 밥 가리지 않았음을 잘 알 수 있다.


아침이면 부잣집 문을 두드리고,

저물면 살찐 말 뒤를 따릅니다.

마시다 남은 술과 식어빠진 고기 조각뿐이니,

가는 곳마다 슬프고 가슴 쓰립니다.(p345)


 예로부터 벼슬아치가 되고자 하는 관리에게 청렴과 결백이 요구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청렴하고 공정한 벼슬아치는 대체로 윗사람이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부조리한 점 인 것 같다. ‘비뚤어진 것이 바른 것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참 씁쓸하다. 오래 전 이야기 <관리의 비밀>은 현 시대에 대입시켜 볼 때 좀 황당한 면도 없지 않지만 ‘뇌물의 법칙’은 수 천 년이 흘렀어도 그대로 제도화 된 점은 어쩔 수 없는 관행인가. 시대를 거듭하며 살아오면서 유전자에서 답습한 삶이런가. 오늘날에도 참고 견디고, 한 발 물러날 줄 아는 지혜, 뛰어난 재능이 너무 돋보이지 않게 감출 수 있는 센스, 관계의 원만한 유지 등 두루 살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는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삶을 지탱할 수 있는 한 방편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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