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직업을 삼다 - 85세 번역가 김욱의 생존분투기
김욱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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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도 힘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모처럼 일주일 동안 휴강이라 책을 읽는 호사를 누렸다. 이 책의 저자인 김욱 번역가는 몇 년 전 김애리의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읽고 나서 알았다. 나이 일흔에 번역가가 되었다는 것과 30년 기자 생활을 하다가 은퇴 후 보증을 잘못 서서 쫄딱 망했다는 사연 정도만 알고 있었다. 얇은 분량에 내 책 판형보다 더 작은 이 책에 저자의 묵직한 인생이 들어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고 문학에 관심이 많아 고교에 입학하자마자 문학동인회를 만드는 등 대학에서도 국문학을 전공했단다. 문학지 신인 작품 모집에 응모하여 1차 예심에 합격하고 2차 심사만 남겨둔 어느 날, 6.25 전쟁이 터졌다. 그 후로는 이북에 끌려갔다가 2개월 만에 죽기 살기로 도망쳐왔고, 생업을 위해 신문 기자가 되어 경향신문, 중앙일보 등에서 30년 동안 일했다. 그리고 은퇴 후 그의 인생은 급변하여 거센 풍랑을 만난다. 고통스러운 인생 이야기를 어쩌면 그렇게 생생하고 재미있게 쓰셨는지. 인간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보면서 위안을 얻는 존재인가. 웃다 울다 가슴 찡한 먹먹한 감동에 뭉클해지기도 했다.

 


번역 공부를 하는 중인 나로서는 어떻게 김욱 할아버지가 번역가가 되셨는지 제일 궁금했다. 1930년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서 일본어를 강제로 공부해야 하는 시절이어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15세에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기자 생활 30년을 했으니 글밥을 먹는 인생을 사셨다. 그렇다고 해도 학창 시절 배운 일본어로 번역가가 된다는 건 다른 문제다. 하지만 김욱 번역가는 어렸을 때부터 외우다시피 읽었던 책들이라 번역이 아니라 독후감 쓰듯 술술 글이 나왔단다. 일흔이라는 나이에 어느 날 뚝딱 하고 번역가가 된 게 아니었다. 꿈을 향한 열정과 꾸준함이 낸 성과였다. 공부의 쓸모란 정말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95세에 일어 번역가를 은퇴하고 나서 새롭게 중국어를 공부한 다음 백열 살쯤에는 루쉰의 명작 광인 일기를 번역하고 싶다던 김욱 할아버지의 도전 정신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나이가 많다, 여건이 안 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도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젊은이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날마다 과제가 있고 마감 시간을 지켜야 하는 다소 벅찬 번역 수업을 수행하면서 괜히 사서 고생하는 건가,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잠깐 이런 고민을 하던 나는 큰 힘을 얻었다. 그리고 역시 시작하길 잘했다고 스스로 뿌듯해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열심히 번역에 몰두하고 일을 마치면 점심시간이란다. 남들이 한창 일할 시간에 여유롭게 서점에 나가 책을 고르거나 산책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 번역가의 삶을 엿보며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나이 여든이 되어서도 번역에 열중하고 있는 인생이란 멋지겠다. 적어도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일 테니까.

 


김욱 번역가의 인생 이야기를 읽다 보면 무엇을 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는 걸 상기해준다. 번듯한 기자 생활을 하다가 남의 가문 묘막 살이를 하는 등 혹독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어렸을 적 꿈을 간직하고 있다가 일흔에 번역가가 되고 작가도 되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독자들에게 큰 용기를 줄 만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인상적인 몇 대목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치려 한다.

 


묘막에 기거하던 어느 날, 하릴없이 백과사전을 뒤지며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바그너가 소개된 페이지를 넘기게 되었고, 히틀러와 니체가 우상처럼 섬겼던 대작곡가가 현재의 나와 비슷한 나이에 빚에 쫓겨 감방을 드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중략) 어찌 되었든 간에 나는 바그너보다는 형편이 좋은 것 아닌가. 그리고 좀 더 욕심을 내보자면 감방을 들락거리던 바그너도 예순아홉 나이에 필생의 역작인 파르지팔을 완성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p46~47)

 


찰스 스트릭랜드도 포기하며 살았을 것이고, 폴 고갱도 포기하며 살았을 것이다. 우리 또한 포기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찰스 스트릭랜드는 찾아냈고, 폴 고갱도 결국에는 찾아냈다. 남은 것은 우리들이다. 찾아내려고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늘 마음 한구석에 미련이 남고, 궁금하고, 흥분되는 뭔가가 있었지만, 바쁘니까, 누가 있으니까, 그리고 이제는 늙었으니까 나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안 되겠다고 생각한다. 부정해온 만큼, 핑계를 찾아낸 만큼, 게으름을 피운 만큼, 빈둥거리며 가는 시간만 재고 앉았던 수고만큼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하고, 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서두르고, 뭔가를 붙들려고 노력한 시간들이 쌓였더라면 지금과 같은 후회스런 모습은 결단코 되지 않았으리라.’(p123~124)

 


그런데 사람들은 해보지도 않고 못하겠다며 물러난다. 여든이 넘은 늙은이도 해내는 판에 나보다 훨씬 어린 것들이, 건장한 것들이, 힘이 있는 것들이, 능력이 있는 것들이 못하겠다며 우는 소리를 해댄다.’(p135)

 


막다른 골목은 절대로 나쁜 의미가 아니다. 여기보다 재미난 놀이터는 없다. 길이 끊긴 벽 앞에서 어떻게 해야 이 벽이 부서질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즐거울 때가 없다. 나를 가로막는 벽이 없고 사방이 뻥 뚫려 있는 것이야말로 곤란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략) 누가 나를 아프게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누가 나를 때리기 전에 내가 먼저 모나게 구는 것이다. 자처하는 삶이자, 선점하는 인생이다.’(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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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트 카터 지음, 조경숙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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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전 겨울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오래전 내가 속해 있던 상록독서회20051월 선정도서다. 당시 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보내야 했는데, 보냈는지 어쨌는지 기록해둔 것도 없고, 어쩌다 보니 독서회와 연락이 끊어지고 늘 아쉬운 마음이었다. 십수 년 넘게 활동했던 내 정신의 의지처였던 독서회였다. 작년 나의 첫 책을 쓰는 과정에서 독서회의 추억이 되살아났고 언젠가 꼭 다시 읽어보리라 했었다. 읽으면서 희미해진 기억이 조금씩 되살아났다. 과연 책 제목처럼 화자인 인디언 소년 작은 나무의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가득했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며 자투리 시간에 읽느라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감동과 웃음이 내 안으로 밀려왔다.

 



아빠와 엄마가 돌아가시고 다섯 살인 작은 나무’(본래의 고향인 테네시 주에 머무른 그룹의 자손에 속한다고 함)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산속 오두막에서 살게 된다. 여러 마리의 개들과 산속의 새들과 온갖 동물들, 자연이 소년의 친구다. 체로키 인디언인 조상의 전통을 이어받아 위스키를 제조하는 할아버지의 심부름을 하고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연이 주는 풍족한 혜택을 아낌없이 받으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너무 어려서인지 부모를 잃은 슬픔 같은 건 엿볼 수 없었다. 오히려 어른스러움 마저 느껴졌다. 그저 눈뜨면 자연과 접하고 그 속에서 하나가 되는 삶, 대지의 큰 사랑을 받고 살아서였을까.

 



몇 되지 않는 산속에 사는 이웃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이야기, 개척촌에서 찾아온 정치인이나 기독교인 등 낯선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하나의 다른 사회를 배워 간다. 자연의 풍성한 혜택을 누리면서도 자연을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동물을 사냥하더라도 모조리 다 잡는 것이 아니라 강하고 튼튼한 종을 남겨 두어 대를 이을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자연과 교감하는 법, 고통을 참는 법 등 인디언의 정신을 할아버지께 배운다. 그리고 이웃 어른들의 죽음을 통해서 삶의 이치도 알아간다. ‘작은 나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했다. 살아갈 날이 길지 않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면서 작은 나무는 어렸지만 어떤 애틋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워낙 영특한 아이였으니.

 



그렇게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낯선 여자의 방문은 모두를 슬픔에 빠뜨린다. 교육을 받아야 할 어린이가 자격도 없는 늙은 인디언들에게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다고 누군가 고소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작은 나무는 고아원에 들어갔지만.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에 돌아오게 된다. 소년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거기서 받은 고통 따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그후 할아버지 할머니와 살 수 있었던 기간은 고작 2년이었다. 작가 자신의 자서전 격으로 볼 수 있는 이 책은 백인 미국 사회의 잔혹성과 위선을 보여주고 체로키 인디언 사이에서 전해지는 가르침들, 할아버지가 작은 나무에게 말해주고 싶은 가르침이 녹아들어 있다. 1977년 초판이 간행된 이후 뉴욕타임즈를 비롯하여 산악지방의 주간지에 이르기까지 많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작은 고전으로 불리고 있다. 인디언 소년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과 사람들 이야기가 감수성 넘치는 필체로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었다.

 



언뜻 생각으로는 우리가 산을 짓밟으면서 앞으로 나갈 것 같았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산이 손을 벌려 온몸으로 감싸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발자국소리가 조금씩 울리기 시작했다. 주위에 뭔가 꿈틀거리는 것들이 있었다. 만물이 다시 살아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작은 휘파람소리와 숨소리들이 나무들 사이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P15)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가져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 하면 안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 거야. 흑표범인 파코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 너도 꼭 알아두어야 하고.“(P25)

 



할머니가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해 주셨다. 뭔가 좋은 일이 생기거나 좋은 것을 손에 넣으면 무엇보다 먼저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말로는 갈 수 없는 곳까지도 그 좋은 것이 퍼지게 된다.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하시면서.’(P96)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 데 마음을 쓰는 것뿐이다. 게다가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욕심부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영혼의 마음으로 가는 문은 절대 열리지 않는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더 많이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영혼의 마음도 더 커진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P101)

 



가을은 죽어가는 것들을 위해 정리할 기회를 주는, 자연이 부여한 축복의 시간이다. 이렇게 정리해나갈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했어야 했던 온갖 일들과…… 하지 않고 내버려둔 온갖 일들이 떠오른다. 가을은 회상의 시간이며…… 또한 후회의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하지 못한 일들을 했기를 바라고…… 하지 못한 말들을 말했기를 바란다……’(P261)

 



처음 그 별을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는, 그 별을 보며 떠올릴 일들을 낮 동안에 미리 생각해두려고 애썼다. 하지만 나는 얼마 안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면 할아버지가 나에게 추억들을 보내주셨다.

할아버지와 나는 아침의 탄생을 지켜보면서 산꼭대기에 앉아있다. 햇빛을 받은 얼음이 찬란한 빛을 뿜으며 반짝거리고,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똑똑히 들린다.

산이 깨어나고 있어.”

그러면 나는 그 창가에 서서 이렇게 대답한다.

네 할아버지, 산이 깨어나고 있어요.”(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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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 현존하라 - 자유와 평화, 참된 자기로 깨어나는 마스터키 Modern Spiritual Classic 7
레너드 제이콥슨 지음, 김윤 옮김 / 침묵의향기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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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명상을 접하고 마음공부를 주제로 하는 채널을 듣다 보니 자연히 마음과 감정을 다루는 책에 관심이 생겼다. 지금까지 읽었던 여기가 끝이 아니다』『네빌 고다드 5일간의 강의, 감정 연습, 옴니등이 그렇고 이 책도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 현재를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부제가 자유와 평화, 참된 자기로 깨어나는 마스터키로 되어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모임에 참여한 내담자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얘기해 주고 있다. 사람의 마음속은 과거와 미래를 쫓아다니며 헤매는 삶이고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면 현재를 충실히 살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답답해지는 상황을 겪어본 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 주제의 이야기다.

 



저자인 레너드 제이콥슨은 1979년까지 변호사로 일하다가 진린 탐구를 위한 긴 여행을 하고 1981년부터 신비한 영적 깨어남을 경험한 후 구도자들을 깨우치고 인도하는 영적 지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법과 삶의 진실 안에서 완전히 현존(現存)하며 깨어 있는 법,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근본적으로 현존할 수 있도록 마음과 에고에 통달하는 법을 알려준다. 먼저 이 책을 주의 깊게 끝까지 읽은 다음 마음 내키는 대로 펼쳐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깨어남을 방해하는 에고나 감정, 신의 존재, 죽음이라는 주제까지 얘기하고 있다. 경어체로 쓴 글이라 강의를 듣거나, 명상을 듣는 느낌도 들었다.

 



진실로, 지금 이 순간 바깥에는 삶이 없습니다. 진실로,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바깥에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사람은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깊이 잠든 채 꿈같은 삶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영적 깨어남 혹은 깨달음이란 마음의 과거와 미래 세계에서 지금 이 순간의 진실과 현실로 깨어나는 것입니다.’(P17)

 



과연 그렇다. 한번 생각에 빠지면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렇게 해야 했는데 저렇게 해야 했는데 하며 시나리오를 쓰며 자신을 괴롭힌다. 이미 지나간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일을 걱정한들 해결할 수 있겠는가.

 



마음의 세계에 빠져 있을 때, 당신은 에고로서 살아가며 에고의 통제를 받게 됩니다.’(P19)

 



마음속에 있을 때 우리는 분리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에고가 세상에서 활동할 때 보이는 기본 태도와 자세는 !, 내 것!, 내가 옳아, 내가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지?, 그것이 내게 어떤 이익이 되지?”라는 말로 온통 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떠나 살 수 없는 현대인에게 있어 이러한 사고와 태도는 불협화음을 초래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삶을 살 때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걸까.

 


현존 안에서 걸을 때, 당신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가장 깊은 수준의 침묵을 느낄 것입니다.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존중을 느낄 것입니다. 만일 마주치는 모든 것과 함께 온전히 현존한다면, 당신은 차고에서 부엌까지 걸어가는 동안 깨어난 존재일 것입니다. 그것은 신성한 여행일 것입니다.”(P32)

 



내가 마음공부 수업에서 알게 된 것은 마음공부가 단순히 마음만 편안해지는 공부가 아니라 행복과 성공, 부자가 되는 길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를 혐오하거나 주위 사람과 경쟁하고 비교하며 위축되는 등 자존감이 낮은 태도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자기 자신이 먼저 지치고 말 것이다. 아픔이나 고통의 감정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되었다. 무조건 억누르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문제의 상대에게 직접 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혼자서 그 감정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고 했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그런 기억과 감정이 표면으로 떠올라 의식되고 책임 있게 표현되도록 허용해야한다는 것이다. , 슬픔, 병으로 인한 통증 등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아픔을 치유하려면 그 아픔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화를 인정하고 두려움을 인정해야 거기서 해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결핍감, 상처, 슬픔, 화 같은 아픈 감정과 느낌을 억압하는데 몹시 열중한다고 했다. 게다가 주요 종교들은 아픈 감정을 느끼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얘기하지 않으며 마치 아픔을 회피하기 위해 공모하는 듯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아픔의 핵심에는 아무도 진정으로 현존하지 않는 분리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아픔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한다.

 


종교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고는 현존의 진실대로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현존 안에서 깨어 있는 사람만이 현존의 진실을 살 수 있습니다. 에고는 결코 지금 이 순간을 알 수 없으며, 언제나 분리 속에서만 존재할 것입니다.

 


불교인이 되지 마세요. 붓다로 존재하세요.

기독교인이 되지 마세요. 그리스도로 존재하세요.’(P230)

 



마음공부 수업에서도 앞으로 종교의 힘은 점점 약해질 거라는 얘기도 들었다. 여러 성인이 하는 말씀의 핵심은 신이 곧 이며 내가하나님이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 현대인들은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개인의 삶이 자의든 타의든 노출되는 시대에서 비교하고 경쟁하는 심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세계는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부터 행복과 성공의 길이 시작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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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8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18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바나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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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고 소파에 앉아 대바늘뜨기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렌지빛 표지와 어우러져 따뜻한 겨울밤의 사랑방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그렇게 책 제목도 잘 지었는지! 작가의 뜨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었다. 아일랜드인 남편과 함께 더블린에 살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바나의 뜨개 라이프 에세이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것을 좋아해서 십자수, 프랑스 자수, 건담 피규어, 퍼즐, 그림 그리기 등 여러 경험을 했지만, 평생 하고 싶은 것은 코딩이었고 그것이 직업이 되었다 한다. 개발자는 반복을 싫어한단다. 그런데 어떻게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뜨개를 하게 되었을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과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그것은 작가의 일상도 변화시켰다. 바로 코로나 락다운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상황에서 노동요를 고르다가 대바늘로 뜬 스웨터를 보고 니터들의 커뮤니티 라벌리(Ravelry)’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뜨개에 푹 빠지고 만다. 뜨개는 공방에서나 삼삼오오 모여 뜨개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바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2년 정도 되었을 때 뜨개 이야기를 책으로 내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뜨개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게 되었다. 예전에 가방 하나와 조끼 하나를 겨우 떠보고 난 후 뜨개와 멀어졌던 나로서는 전문가 수준으로 성장한 그녀가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뜨개 도구가 그렇게 다양하다는 것도 또 낯선 전문용어나 이 분야의 디자이너도 언급되고 있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문적인 예술의 분야이며 다양한 국적의 니터들이 뜨개를 사랑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원래 시간을 때우려고 시작했던 뜨개가 이제는 평생 취미가 되었다고 한다. 뜨개옷은 왠지 촌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바나는 뜨개로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으며 자존감이 높아지고 이전보다 삶이 더 나아졌다고 한다. 술집과 맛집을 순례하던 그녀가 뜨개의 고수로 변신하고 미래의 꿈을 다시 쓰는 모습이 흥미롭고 멋져 보였다.

 



종일 앉아서 손을 놀리며 한 코 한 코 뜨면서 정성과 인내심이 필요한 뜨개 작업을 어떻게 단시간에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바나는 그것을 함뜨’(함께 뜨개)의 공으로 돌린다. ‘뜨친’(뜨개 친구), ‘문어발’(뜨개를 하다 완성하지 못한 것), ‘뜨친놈’(뜨개에 미친 놈) 등 그들끼리 통하는 재미있는 줄임말을 접하며 폭소가 터졌다. 뿐만 아니라 뜨개하며 먹는 간식 이야기, 코를 빠뜨려 아까운 실을 풀어서 몽땅 버렸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뜨개에 진심인 지인들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왠지 고루하고 다소곳하고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뜨개를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니. 다양한 직업의 여성만이 아니라 실 가게를 운영하며 뜨개를 하는 남성의 이야기도 나온다. 16세기 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남자라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뜨개 스타킹을 가지고 있어야 할 만큼 뜨개가 유행하였고, 1400년대부터 뜨개의 예술성을 발전시키고 뜨개의 질을 향상시켜 더 부유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남성만을 위한 뜨개 길드가 만들어졌다는 역사적 사례도 흥미로웠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 놀러오셨던 고모부가 아랫목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AI가 여러 분야에 도입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뜨개는 어쩐지 잊고 있던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하지만 실값과 뜨개 작업에 드는 시간을 환산하면 오히려 가성비 좋은 기성복을 사 입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니터들은 뜨개를 하는 걸까. 육아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여성,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목격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의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줌이나 카톡에서)뜨개를 하면서 마음의 평화는 물론 도전과 성취감을 맛보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뜨개는 요가이자 명상이라며 뜨개 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함께 그런 시간을 보내며 당연히 우정도 깊어졌을 것이다.

 



바나는 뜨개 유튜버가 되고 40개의 아보카도를 까서 염색에 도전하는 등 도안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그녀 지인의 말대로 미쳐도 아주 잘 미친결과물이 이 책으로 나온 거였다. 감히 흉내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고난도의 패턴을 가뿐히 소화한 완성작 사진들을 보며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리고 아일랜드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 동그란 색색의 탐스러운 실타래들, 한 코 한 코 엮어가는 시간이 쌓이고 완성된 옷을 보며 느끼는 그들의 뿌듯한 성취감이 내게도 전해져왔다. 바나처럼 몰두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어떨까. 밋밋한 일상에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평생의 취미가 되어 미처 몰랐던 재능을 찾아내고 좀 더 나은 삶이 될지도 모른다. 나를 들뜨게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나의 통통 튀고 재미있는 뜨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해답을 얻을지도 모른다.

 

 

 

다시 도전해도 못하겠으면 또 잠시 치워 두고 할 수 있는 다른 걸 뜨면 된다. 꼬불꼬불 라면처럼 말린 실은 스팀을 주면 되니, 내가 잃을 건 시간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간 역시 결코 낭비한 건 아니다. 결국은 그런 경험들이 모여서 내공이 쌓이고 언젠가는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점을 찍는 거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할 시간에 일단 도전해보기를 바란다.(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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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6-20 14: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전해 보고 시행착오가 생기고 또 생기고... 결국 그것들이 쌓여 마음의 근력을 키우고 능력이 키워지는 것.^^

모나리자 2023-07-01 18:00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결국 좋아함과 끈기의 문제인 것 같아요.
답글을 이제야 달았네요.ㅎㅎ
더운 날씨입니다. 건강한 7월 보내세요. 페크님.^^
 
프루스트의 독서 (문고본) 마음산 문고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백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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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36쪽의 얇은 책인데 예상대로 금세 읽지 못했다. 프루스트가 쓴 글이 아닌가. 이 책에는 세 편의 서문이 들어있다. <독서에 관하여>는 영국 작가 존 러스킨의 책을 번역하고 쓴 역자 서문이다. 나머지 두 편 <침울한 주거지에 행복을><달콤한 비축품>은 지인들을 위해 쓴 서문이다. <독서에 관하여>99쪽이나 되는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긴 이야기다. 러스킨의 작품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프루스트 자신의 어린 시절의 독서 기억을 떠올리며 독서에 대한 흥미로운 성찰을 펼쳐나간다.



아마도 우정은, 개인을 상대로 한 우정은 변덕스러운 무엇인데, 독서는 하나의 우정이다. 그러나 적어도 진지한 우정이다. 독서가 죽은 이를, 부재한 이를 상대한다는 사실이 독서에 사심 없는 무언가를, 거의 감동적인 무언가를 부여한다. 게다가 독서는 다른 우정들을 추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우정이다.’(P78)

 



박웅현의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발견한 문장을 프루스트의 이 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책과 나누는 우정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누는 우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한 우정이라는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 속에서 우정은 돌연 본래의 순수성을 되찾는다. 책과 나누는 우정에는 상냥한 말이 필요 없다. 이 친구들과 우리가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정말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과 헤어지는 걸 대개 아쉬워한다. 우리가 그들 곁을 떠나고 나서도 우정을 망가뜨릴 이전 생각들은 전혀 들지 않는다.’(P79)

 



책에 대한 기호가 지성과 함께 커진다면, 우리가 보았듯이 그 위험은 지성과 함께 감소한다. 독창적인 정신은 독서를 자신의 개인적 활동에 종속시킬 줄 안다. 그에게 독서는 그저 가장 고결한, 무엇보다 가장 고상한 소일거리일 뿐이다. 독서와 지식이 정신의 우아한 예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성과 지성의 힘을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서만, 우리의 정신적 삶의 깊이에서만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의 태도교육이 이루어지는 건 다른 정신들과의 접촉 안에서, 다시 말해서 독서 속에서다.’(P85)

 



‘(중략) (Beaune)같은 도시를 거닐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 우리는 라신의 비극이나 생시몽의 책 한가운데를 배회하면서도 이 같은 행복을 느낀다. 이 작가들의 책이 사라진 언어의 모든 아름다운 형태를 간직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관습이나 느끼는 방법들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그 무엇과도 닮지 않은 과거의 흔적들을, 시간이 훑고 지나면서 색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 과거의 완강한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P90)

 



오래도록 어린 시절의 독서의 기억과 독서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독서와의 우정을 논하는 부분은 감동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프루스트의 글을 읽다 보면 헤매기 일쑤다. 문장을 따라 읽다 보면 도대체 끝이 어디일까 확인하게 된다. 이 글은 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예고하는 글이라고 했다. 존 러스킨의 책에 쓰는 서문인데도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쏟아놓는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기억에서 희미해진다. 프루스트가 책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야 할까. 그는 작품을 창조한 정신이 그 작품에 담아낸 아름다움만 우리를 위해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훨씬 더 감동적인 다른 아름다움도 받아들이는데, 그것들의 재료와 쓰인 언어가 삶의 거울과 같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후루룩 읽고 잊어버리는 보통의 독자와 다르지 않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관습에 대한 향수, 기억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은 프루스트의 작품에 잘 드러나는 주제다. 프루스트의 글은 음미하며 반복하여 읽지 않으면 문장속에서 헤매다가 허우적거리게 된다. 그래서 손바닥만한 책이지만, 프루스트를 애정하는 독자가 아니고서는 읽다가 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세기 소설의 혁명”,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이라고 평가되는 잃시찾 시리즈에 도전하고 싶은 독자라면 프루스트의 독서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프루스트의 문학에 대한 감수성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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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6-11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책은 늘 가까이에 있는 친구 같아요. 제 곁을 떠나지 않는. 손만 뻗으면 빠져 들 수 있는.
책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았을까 생각해 보게 되어요.

모나리자 2023-06-13 16:2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그냥 숨쉬는 것처럼 어렸을 때부터 책은 친구였지요.^^
오늘도 좋은 시간 보내세요. 페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