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 스틱! (15주년 기념판) - 1초 만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 그 안에 숨은 6가지 법칙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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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 달라붙는 말을 하려고 한다면

1. 의표를 찔러 말하고
2. 쉽게 쉽게 말하고
3. 믿음이 가게 말하고
4. 구체적으로 말하고
5. 이야기의 힘을 빌려서 재미있게 말하라는 것인데.

책을 끝까지 읽고 보니 결국 이런 내용이었나 싶어서 맥이 풀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수업하는 입장에서 뭔가 도움이 될만한 게 있을까 싶어서 집어 들었는데 이미 알고 있거나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나는 내용을 인상적으로 잘 짜인 이야기로 엮어야 하는, 즉 내러티브를 잘 살려야 하는 역사 과목을 가르치는 중이다) 크게 얻을 내용은 없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그래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드는 가운데 자잘하게 얻어 갈 수 있는 내용들을 주워 담는 시간을 보냈던 듯.

그러나 자기 계발서의 최대 덕목이라는 게 뭔가 참신하고 대단한 말을 해주는 것보다도 뻔한 이야기일지언정 ‘그래 한 번 해보자!‘라는 기분을 끌어내는 데에 있다고 한다면 이 책은 꽤 좋은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 나오는 일화들이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고 응원하고 또 응원해 준다. 나도 수업을 지금까지처럼, 아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자. 아이들이 내가 언제 교실에 들어가나 기다려주고 10년 뒤쯤 찾아와서는 이런이런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고 말해주는 그런 수업을 만들어봅시다.


* 3번 내용이 무척 충실하다. 결국 믿음직한 근거는 통계 자료에서 찾게 될 텐데, 단순히 숫자 놀음하는 데 그치지 말고 ‘관계성‘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풀어내라는 조언을 읽은 게 앞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 1번을 잘 하려면 결국 질문을 잘 해야 한다. 수업을 재미있게 하려고 해도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 역시 ‘적절한 발문‘을 만드는 건 교사의 영원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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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들은 되고 우리는 안 되었나? 한국인으로서 일본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묻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질문이다.

​19세기 후반은 일본 역사에서 가장 큰 변동이 일어났던 시기이며 1868년의 메이지 유신은 그 중심에 있는 사건이다. 너무 유명한 사건이고 너무 잘 알려진 시기라 이를 다루는 책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여러 책들 중에 거의 유일한 책이기 때문이다. 메이지 유신을 전후한 시기를 메이지 국왕의 서사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일본 근대사에 정통한 서양인이 정리한 메이지 국왕 시대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기본적으로 일본의 입장에서 서술하기는 하지만 일본이나 일본 왕실을 찬양하여 불편한 기분에 빠지게 하지는 않는 책이다. 비판할 지점은 과감하게 비판하면서도(예를 들면 대만 침략이나 한국 강제 병합에 대해서 비판적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그 시대에 이루어낸 성취를 우호적으로 평가한다. 그냥 그 정도의 지점에 서 있는 책이라고 하겠다.


다만 이 책이 특별한 지점은, 메이지 국왕의 아버지 치세부터 본인 치세까지의 일들을 국왕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당시 시대의 모습을 무척 천천히, 그러면서도 구체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다. 우리가 쉽게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 일본 왕실의 전통 의례 모습이라던가, 일본 국왕에게는 통치 행위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종교적인 색채를 띤 의식을 주관한다거나 단카(일본의 전통 시가의 일종)를 잘 짓는 일이 더 중요한 일로서 요구되었다는 따위의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인 메이지 국왕이 태어나서 장성하고 죽는 과정이 일본이 전근대 국가에서 서구화된 근대 국가로 바뀌어가는 여정과 포개진다. 주인공은 국왕이지만 때때로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연들(이를테면 사이고 다카모리라던가, 우리 입장에서 잊을 수 없는 이토 히로부미라던가)이 이야기를 앞에서 끌고 가기도 한다. 그리고 일본과 관계가 있었던 주변 국가들-중국, 조선, 러시아 등-의 사정도 역시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너무 구체적이라 내용이 길게 늘어지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옛날이야기를 듣는다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역시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



그리고 조선 왕조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 무척 가슴이 아프다.

일본이 조선(대한 제국)을 강제 병합한 건 야만스럽고 잘못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비난만 해서는 우리가 배울 게 없을 것이다. 일본이 멀쩡한 나라 하나를 집어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왜 망하는 길로 가게 되었는가를 짚어봐야 할 일이다. 막바지의 조선 왕실, 그리고 위정자들은 무척 어설펐고, 무능했고, 때때로 지독하게 무책임하기까지 했다. 조선이라는 나라 자체가 문제였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 나라를 당시에 이끌었던 사람들의 선택과 책임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당시에 일본은 가능했지만 우리는 불가능했던, 일본은 취했지만 우리는 취하지 못했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읽어보자. 그럼 지금 이 나라가 어떤 상황에 있으며 뭘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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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2-27 16: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무라이 중심의 에도 바쿠후 시대
가 저물어 가던 무렵, 흑선 내항으로
쇄국으로 일관하던 일본 사회에 외
부의 강력한 충격파가 몰아 닥쳤습니다.
기존 사회 질서에 불만을 품고 있던
하급 사무라이들이 나라를 한 번 뒤
집어 엎어 보자는 사회 변혁에까지
도달했습니다. 물론 내전에 가까운
굉장히 폭력적인 방법들이 동원되었
구요.

이웃 청나라와 일본이 엄청난 변혁
을 겪고 있었지만, 왕조국가 조선
의 실질적 지배자들이었던 사대부들
국가 개조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만
관심이 있었죠.

현재 우리의 위정자들은 미래에 대
한 어떤 가능성을 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돌아온탕아 2023-02-27 23:22   좋아요 0 | URL
일본이 기회를 잡았던 사정도, 우리가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유도. 지금 시점에서보면 아쉬운 점이 참 많지요. 이 시기에 만들어진 질서가 지금의 질서를 아직 규정짓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말이에요. 이런 책을 읽으며 생각을 많이 해보고 나누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성스런 댓글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생각이 많아지고 깊어졌습니다.
 
면역 - 당신의 생명을 지켜 주는 경이로운 작은 우주
필리프 데트머 지음, 강병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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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건강 염려증이 있는지라 목이 붓거나 피부에 뭐라도 나면 열나게 인터넷을 검색해 보곤 했다. 그렇게 해서 접하는 정보라는 게 유용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면역 체계에 대해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로는 조금만 어려운 설명이 나와도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으니까. 핵심으로 가지 못하고 변죽만 울려대는 꼴이었달까. 하지만 그렇다고 ‘이참에 면역을 공부해 볼까‘하는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너무 복잡하고 무시무시해 보였기 때문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책이다. 컬러풀한 삽화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이리저리 파편화된 상태로 접했던 면역 체계에 대한 지식을 일관되게 묶어서 전달해 줄 뿐만 아니라, 면역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인과 관계를 이야기책을 읽듯이 이해하게 도와준다. 설명을 하기보다는 어떤 모습으로 일이 흘러가는지 묘사하는 쪽에 가깝달까. 그렇다. 이 책의 가장 큰 덕목은 자세하게 설명하는 데 쓸 지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데 쓴다는 것이다. 누가 경보를 울리고 누가 총을 들고 뛰어가는지, 최전방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후방에서 대규모 군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모든 시스템들이 전체적으로 어떤 모양으로 얼마나 신중하게 굴러가는지 마치 한편의 전쟁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물론 300페이지 남짓한(판형은 큼지막하지만) 이 책 한 권을 읽고서 면역 전문가가 되려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그저 면역계의 총체적 상을 그려볼 수 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그리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건강(질병) 정보를 좀 더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집중해서 읽은 시간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나에게는 아래와 같은 지점에서 도움이 되었다.

1. 내 몸이 생각보다 얼마나 치밀하고 꼼꼼하게 잘 지켜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쓸데없이 걱정하고 휘둘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2. 실제가 아닌 허상으로서의 ‘면역‘이라는 개념에 매달려, 이상한 대체의학 같은 데에 의존하고 병을 키우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알게 되었다. 아닌 건 아닌 거다.
3. 예방 접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면역계를 도울 수 있는지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한때 붐을 일으켰던 코로나19 백신 음모론 같은 데에 잠깐이나마 귀가 팔랑거렸던 과거를 반성하게 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온전히 굴리는 게 내 몸이라는 걸 생각하면 무엇보다도 잘 알아야 하는 게 몸이 아닐까. 사실 건강이라는 건 좋은 걸 먹고 나쁜 음식은 피하며 적당히 운동해 주면 그럭저럭 잘 지켜나갈 수 있지만, 내 몸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식선에서 알아둔다면 좀 더 동기 부여가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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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현대철학 사용법 - 니체, 푸코, 레비나스, 들뢰즈를 무기로 자신을 지키는 법
다카다 아키노리 지음, 지비원 옮김 / 메멘토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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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다. 현대철학이라니.

하지만 쉽게 쉽게 핵심을 짚어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 책이다. 저자가 자아의 구조를 쉽게 설명하려 그린 그림들은 꽤나 탁월하다. 보다 보면 빠져든다. 가만히 보면 일본 사람들이 이런 건 참 잘해.

나처럼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은 한 번만 읽고서는 내용을 완전히 다 이해하기 어렵다. 책의 설명이 어려워서 그렇다기보다는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워낙 무거워서. 하지만 다 읽고 보니 접해보지 않고 지나쳤다면 후회했을 것 같은 내용들이다. 시간이 된다면 꼭 다시 읽어보고 마음에 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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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 ‘나‘를 쌓아 올리는 건 타자의 존재라는 사실. 나의 실존을 실감하게 하고 존재를 확인하게 하는 건 스스로 할 수 없다. 타자와 건강한 관계를 맺을수록 나는 튼튼해지고, 그러지 못할수록 내 존재는 희미해진다. 사람은 함께 살아가게 만들어진 존재이고 혼자서는 스스로 오롯이 서는 것조차 할 수 없다. 만약 혼자서 다 해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건 착각일 뿐. 오히려 그런 착각이 삶을 고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건 어쩌면 슬픈 역설일 것이다. 나는 내가 귀중히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있을 수 있고, 나를 진심으로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들 사이라서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때때로 입안이 서걱거린다고 느껴진다면, 내가 타자와 너무 얄팍한 관계를 맺고서 살아가서 그런 건 아닌지 점검해 볼 것. 너무 나 혼자만 믿고 의지하며 끙끙대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것. 어쩌면 새해를 맞아 삶을 바꾸고 힘껏 살아나갈 수 있게 해줄 실마리는 머나먼 곳에서 타오르며 떠오르는 태양 같은 게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하지만 눈길을 주고 싶지 않았던 부분에 숨어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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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의 끝 -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 기념판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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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C. 클라크의 책을 두 권째 읽는다. 책을 덮으니 무척 싱숭생숭하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이 책은 외계인과 만난다는 SF 소설의 흔한 줄거리를 빌려 인류의 진화를 그려낸다. 그런데 소설 속 외계인의 모습도 (이쯤 되니 이 사람 소설은 원래 그런 것 같다) 흔히 상상하는 것과 무척 다르고, 진화하는 인류의 모양새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종교, 예술, 문화, 물질문명 같은 인류의 성취가 모두 전복되고, 마지막에 가서는 무의미해진다.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소설 끝에 큰 한 방이 기다린다.



읽으면서 인간과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소설의 미덕이라면 아서 C. 클라크의 문법은 ‘상식‘이라는 이름의 견고한 전제 사항들을 모두 뒤흔들어버린다는 점에서 다른 결의 미덕을 지닌 듯하다.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고 해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라마와의 랑데부˝보다 이쪽이 더 재미있다.



첫 장면이 어릴 때 봤던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와 무척 닮아서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질적으로 전혀 다른 작품이다. SF라는 장르 문학의 형식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낸 시간은 단순히 가벼운 오락을 즐긴 경험 그 이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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