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의 끝 - 아서 C. 클라크 탄생 100주년 기념판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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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C. 클라크의 책을 두 권째 읽는다. 책을 덮으니 무척 싱숭생숭하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이 책은 외계인과 만난다는 SF 소설의 흔한 줄거리를 빌려 인류의 진화를 그려낸다. 그런데 소설 속 외계인의 모습도 (이쯤 되니 이 사람 소설은 원래 그런 것 같다) 흔히 상상하는 것과 무척 다르고, 진화하는 인류의 모양새도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이라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외계인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종교, 예술, 문화, 물질문명 같은 인류의 성취가 모두 전복되고, 마지막에 가서는 무의미해진다. 인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소설 끝에 큰 한 방이 기다린다.



읽으면서 인간과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소설의 미덕이라면 아서 C. 클라크의 문법은 ‘상식‘이라는 이름의 견고한 전제 사항들을 모두 뒤흔들어버린다는 점에서 다른 결의 미덕을 지닌 듯하다. 사고의 지평을 넓혀준다고 해야 할까. 나는 개인적으로 ˝라마와의 랑데부˝보다 이쪽이 더 재미있다.



첫 장면이 어릴 때 봤던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와 무척 닮아서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질적으로 전혀 다른 작품이다. SF라는 장르 문학의 형식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이 소설을 읽어낸 시간은 단순히 가벼운 오락을 즐긴 경험 그 이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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