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과 민음사에서 출간된 이번 신간을 살펴보겠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이 글의 주인공 때문이다. 

  

 (『신의 화살』은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꼽았고, 아프리카 문학 중 중요한 문학 중 하나라서 정했다) 

 『픽션들』은 이미 민음사에서 나온 적이 있다. 보르헤스 전집으로. 하지만 그것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다시 태어나면 격이 달라지는 것 같다(근데 저 표지 『이것이 문화비평이다』와 매우 닮았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도 이미 국내에 여러 번 번역된 작품이지만, 마땅한 번역을 찾던 차에 민음사판이 출간되어서 기쁘다. 표지 역시 영롱하고 예쁘다. 

  

 그렇다. 『93년』이 바로 이 글의 주인공이다. 그 동안,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왔고 갈망해 왔던 빅토르 위고의 작품, 『93년』. 헌책방에서 가끔 떠돌았지만 실제로 접해본 적이 없었던 이 작품은 열린책들의 간행으로 그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대문호인 빅토르 위고가 10여년 동안 준비해온 일종의 '팩션(사실과 허구의 혼합)'인 이 작품은 빅토르 위고 최후의 작품이자 그의 대작 중 하나이다. 93년, 곧 프랑스 혁명으로 프랑스 전체가 격변에 시달리던 그 장소 한가운데에서 펼쳐지는 장대한 서사시, 이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직접 확인할 때이다. 이 소설이 어떤 책인지 알고 싶은 사람은 열린책들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알라딘 책 소개를 살펴보시길. 어쨌든 진짜 강추한다(참고로 내가 이렇게 직접적으로 강추하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이번 한해에는 『숨쉬러 나가다』와 『에메랄드 아틀라스』, 그리고 『삼총사』 외에는 이런 추천사를 남긴 책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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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범 2012-01-26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리알 유희"가 2권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크네히트의 죽음으로 1권이 끝났었는데, 이야기가 이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1권을 둘로 나누어 다시 출간된 것인가요?
유희의 명수가 되기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1, 2권으로 출간 된 것인지 알 방법이 없네요.
누가 알면 좀 적어주세요~

starover 2012-01-27 10:05   좋아요 0 | URL
유리알 유희, 라는 한 작품을 두 권으로 나눈 것이죠^^
참고로 민음사판 『유리알 유희』 2권은 10장부터 시작한답니다.
 

 시간이 요즘 부족하다. 

  

 먼저 소설 신작부터 살펴보자.  

 우리가 세계지도에 있는 나라를 모두 외울 필요는 없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나라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볼리비아라는 나라다. 매우 생소한 이름의 이 나라는 남미에 있는 어느 작은 나라이며 독재정권치하에 있어서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불안정하다. 그리고 『마에스트로』는 이 나라의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소설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아픔에 시대의 아픔, 그리고 국가의 아픔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아름다운(마에스트로가 지휘하는 듯한) 필체로 묘사하고 있다. 구두닦이로 일하며 여동생 루시아와 생명을 연명하는 사투르니노와 위기에 빠진 그를 구해준 어느 신사와의 만남, 그리고 그를 통한 음악과의 만남....... 이러한 이야기들이 몰려서 따뜻한 소설 한 편이 완성된다. 

 김숨의 소설은 환상 또는 악몽과도 같다. 꿈의 세계라서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속에서는 무궁무진한 상상과 해석이 담겨 있다. 『노란 개를 버리러』는 노란 개를 버린다는 행위보다는 그 과정 속에 담긴 소년의 악몽을 담고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니고, 여기서 이렇게 "어떤 소설이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이것은 일종의 도전이 될 것이다. 

 『부메랑』, 황순원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작품. 언제나 그렇듯 문학상 수상작은 신뢰를 준다.  

 『백은의 잭』은 『새벽 거리에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2 콤보를 먹은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두 편씩이나 번역되다니, 팬들에겐 즐거운 비명이 아닐 수 없으리라. 표지나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번 소설은 스키장과 스노보드에 관련된 '눈의 추리소설'이자 '흰 색 추리소설'이다. 큰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나의 이스마엘』, 왜 이리 제목이 좋은 건지. 문명비판소설이라는 말에 얼마나 기대감을 느꼈는지. 『고릴라 이스마엘』의 후속작인 이 소설은 과거의 이야기로 오늘날의 문명까지 비판하는 뛰어난 소설이다. 청소년 소설이라서 내용도 마음에 든다. 

 『웃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다. 이번엔 유머에 대해 다룬다고 한다. 아직 정식 표지는 안 나왔고, 원서 표지만 나왔다. 그래, 이제 또 다른 시작인 거다.  

 『크리스티네, 변신에 도취하다』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이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이라니, 너무나 기쁜 일이다. 이미 그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고 많은 깨달음을 주는 작가이다. 가난 속에 잠겨 미래도 희망도 없이 살아가던 크리스티네에게 어느 날 찾아온 기회, 그녀는 그 기회로 대성공을 하고 그녀의 인생은 바뀐다. 이런 사건을 거치며 어느 가난한 청년을 만나게 되고 그녀의 변신은 또 다시 시작된다. 인간 욕망을 파헤칠 것 같다. 

  

 바야흐로 E-book 시대가 도래한 지금, 종이책 읽기를 권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책이 E화 되는 것에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찬성 혹은 반대. 오늘날의 간서치라고 불리는 김무곤은 반대.......라기보다는 종이책을 더욱 찬성했다(어디까지나 '권함'이니까). 종이책이 E-book보다 좋다는 건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보다는 저자 자신의 책 읽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공감의 한 줄』을 이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한 권의 장편소설보다, 때로는 한 줄의 네티즌의 글이 더 깊은 의미를 가지고 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익명의 네티즌이 아닌 SNS와 트위터에서 안철수와 같은 인물이 글을 올렸을 때 어떤 파급력을 불러일으켰는지 분석한 책이다. 과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옛 시에 매혹되다』는 말 그대로 17개의 주제어로 분류해놓은 옛시를 모아놓은 에세이이다. 조선이나 고려뿐만이 아니라 중국의 시도 있어서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다. 정말, 매혹될지도 모르겠다. 

 웬델 베리는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를 연상시킨다. 소설가이자, 자연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온 삶을 먹다』는 15만평의 땅을 구매한 이후 농사를 지으며 여러 편의 시, 에세이, 소설 등을 발표한 그의 문학과 사상이 집대성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먹거리, 농사, 땅을 화두로 보아 이 시대에 대해 글을 써서 더욱 소로우풀한 느낌이 난다.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인 듯 하다. 

  

 청춘을 위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위인들의 충고를 담아놓은 위로와 멘토의 책, 『청춘의 책갈피』. 아픔과 슬픔을 위인들의 말(글)로 위로받으라는 듯이. 

 인문학을 필요로 하는 오늘, 인문학을 분석하고 인문학의 미래를 조명한 월터 카우프만의 『인문학의 미래』. 인문학이란 글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학문을 말한다. 따라서 인문학은 문자가 나온 이래 항상 인류와 함께 해 왔다. 『청춘의 책갈피』에 나온 위인들의 말도, 『루소의 개』의 주인공인 루소와 흄의 저작도 모두 인문학인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인문학이 점점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 이유란 대체 무엇일까? 사람들은 철학 고전, 심지어 문학 고전을 읽기도 꺼려 하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라이트노벨을 주로 찾는다(부끄럽게도 나도 그들 중 한 명이다). 비록 이 책에서 저자는 인문학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인문학이 우리와 함께 하는 한, 우리 모두는 인문학자다. 인문학의 르네상스가 다시 일어나길...... 바란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주식으로 먹는 쌀을 비롯하여 몸에 좋고 맛도 좋은 유기농 먹거리를 제공해주는 농민들, 그리고 이들이 살고 있는 농촌. 『농촌에서 온 편지』는 우리 시대의 농민 101명의 편지를 모아놓은 책이다. 오늘날 농촌은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이 책은 농촌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시점으로, 서울 신문사에 보낸 편지들을 편집 없이 엮은 책이다. 이름도 모르는 낯선 이들이고, 글 쓰는 실력도 천차만별이다(그래서 더욱 읽고 싶어진다). 내용 역시 다양하다. 이것이 그들이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면, 겸손히 받아들여야겠다.  

 『루소의 개』를 보니 최근에 나온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을까』라는 책이 떠오른다. 왜 시대의 명저로 평가받는 저서들을 쓴 이들의 만남은 이리도 은밀한 것일까? 나는 그 책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두 철학자의 만남 또는 싸움, 이것은 우리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들의 저서를 보면 평소에도 그들이 진지한 생각을 하며 완벽한 생활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책을 만나면 조금 더 인간적인 만남이 가능한 것이다. 루소와 흄의 싸움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건 바로 나이니, 맘껏 즐기겠다. 

  

 나를 당황스럽게 하고 충격스럽게 몰아놓은 콤보가 왜 이리 많은 건지! 『쉼포지온(향연』은 안티쿠스 시리즈의 두 일각이고 고전의 또 다른 번역본은 나를 기쁘게 한다. 『건륭제』는 『당 태종 평전』의 뒤를 이어 나를 충격스럽게 하고 『김탁환의 원고지』는 『김탁환의 쉐이크』를 이어 날 놀랍게 한다. 건륭제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면서 내가 그를 이해하게 만든다. 이번 책은 432쪽으로 다른 평전에 비해 비교적 짧다. 김탁환은 원고지로 글을 쓴다. 『김탁환의 원고지』는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그의 창작일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과연 우리가 인정하는 스토리텔러의 창작일기는 어떤 모습일까? 

  

 읽어볼 만한 도서 

  

 

 

 

 

 

 

 1. 위대한 여정, 내셔널지오그래픽: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니, 딱히 할 말이 없다. 나에게 이 프로그램은 나의 호기심을 해결시킬 수 있는 뛰어난 프로그램이다. 다만 좀 비싸다는 것이 흠. 

 2. 디데이: 딱 봐도 노르망디 상륙 작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이재익 작가의 『아버지의 길』을 연상시킨다. 일본인과 한국인의 기묘한 만남과 전쟁이 흥미롭게 얽혔다. 

 3. 그림자 전쟁: 『고양이 학교』의 작가 김진경이 쓴 판타지 소설이다. 그림자의 전쟁을 통해 본 현대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회복에 관한 소설이다. 국내 최초로 한국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4. 엣지: 제프리 디버의 스릴러다. 007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추격전을 다루고 있다. 안 넣으려다가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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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마감] 9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를 발송했습니다.

 내가 처음에 신간평가단을 지원한 이유는 종종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방문했을 때, 내가 읽고 싶었던 책들이 그 곳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9기 신간평가단에 지원했고, 거기에 뽑혔다. 6개월 동안 나는 12권의 소설 신간을 받으며, 그것들을 읽고 리뷰를 썼다. 그 동안 6개월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뽑으라니. 하지만 그건 어렵지 않다. 단연코, 나에게 이 신간평가단을 한 보람을 느끼게 한 책이 있었으니까. 그 책은 바로 조지 오웰의 『숨쉬러 나가다』였다. 

  

 숨쉬러 나가다가 최고인 이유는 나에게 있어서 당연하다. 조지 오웰이기 때문에. 그리고 오랫동안 기다려왔기 때문에. 말로만 듣고, coming up for air이라는 원서 제목만 들어왔던 『숨쉬러 나가다』를 한국어판으로 만난다는 건 대단한 영광이자 기쁨이었다. 아직도 그 내용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이 소설이야말로 신간평가단 도서 중 1위이며, 올해 읽었던 책 중 인상 깊었던 책 중 하나이다. 만약 이런 반가운 책이 계속 나온다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11기 신간평가단에 도전하리라.  

 

 

 

 1위: 조지 오웰,『숨쉬러 나가다』 

   

 2위: 정유정, 『7년의 밤』. 영화화가 확정되어 더욱 기대가 된다. 조지 오웰의 소설만큼이나 기억에 남은 것이 바로 이 소설이었다. 상당히 긴 분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힘찬 전개력에 빠져 읽어버린 소설이었다. 탄탄한 문체란 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걸 새삼 깨닫게 했다. 만약 작가의 책이 또 다시 나온다면 사서 읽을 요지도 있다. 

 

 

 

 

  

 3위: 미치오 슈스케, 『달과 게』. 3위부터 애매하다. 1, 2위는 분명한데 이후부터 걱정이다. 사실 이번 신간평가단의 도서 절반은 별로였다. 그 중에 『달과 게』는 중간에서 약간 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따뜻한 이야기에 담긴 소박한 상상력이 마음에 든 소설이었다. 

 

 

 

 

  

  

 4위: 페넬로피 라이블리, 『문타이거』. 휴, 할 말 없다. 희미한 기억만 남는다. 

 

 

 

 

 

  

 5위: 알베르토 망구엘, 『모든 사람은 거짓말쟁이』. 『스틸 라이프』를 하려다 말았다. 돌이켜 보면 이 소설도 꽤 괜찮았으니까.  

 

 

 

 

 

 아.... 6위는 당연히 『스틸 라이프』이겠다. 문제는 그 아래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천명의 백인신부, 고의는 아니지만, 인어의 노래, 네 번째 손, 미칠 수 있겠니....... 이들에 대해 무슨 말을 하리오? 어쨌거나 이번 신간평가단 활동은 좋은 경험이었다.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뻤다. 다음에도 도전하고 싶어지는, 매혹적인 평가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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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에도 많은 책이 나왔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골라보았다. 여러 분야의 책을 섞어보았다. 

   

 고(故) 최성일 씨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한 권의 책』은 3개월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최성일 도서평론가가 생전에 남긴 도서 서평을 모아놓은 것이다. 수많은 책의 서평이 담겨 있는 이 책에서 우린 한 권 한 권의 소중함과 책읽기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그를 기억하는 의미에서 한 번 돌아보고 싶어진다. 

 이번엔 살아 있는 자들의 증언을 담아놓았다. 소설가로 산다는 것, 이것은 소설가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17명의 작가가 말하는 소설가로서의 삶을 담아놓은 책이다. 각자 어떻게 자신의 소설을 대하는지도 보여준다. 이 에세이는 일종의 창작론 모음집이지만, 여기에 담긴 그들의 삶과 창작 원리는 결코 놓칠 수 없으리라. 

 우리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애서가' 또는 '애서광'이라고 부른다. 범우사에서 나온 『애서광 이야기』를 보면, 세 가지 유형의 애서광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독서보다 책 자체에 더 끌리고, 종이뭉치를 너무 사랑해서 돈과 명예, 그리고 목숨까지도 포기하는 사람이다. 물론 허구로 인해 만들어진 소설이지만 실제 애서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에서는 고서를 훔친 도둑 이야기가 나와서 낯선 유형의 '절도범'을 보게 될 것이다. 사랑은 위대한 감정이지만, 그것 역시 너무 지나치면 집착이 되는 것을 잊지 말자.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간에.  

 정제원은 독서의 달인으로 유명하다. 나는 뉴스인북에서 그가 이야기하는 책 선택법을 일찍이 읽어보았다. 그런데 책이 나왔다. 내용은 제목처럼 고전에 대한 글이다. 고전에 대한 글이 쏟아진다. 그만큼 고전은 여러 가지 의미와 해석을 낳는다. 『고전 탐독』에서는 30권의 고전을 다섯 가지 주제별로 나누어 분석하는 저자의 태도가 돋보인다. 또한, 독서하는 모습을 담은 30점의 명화도 독자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하게 한다.  

  

  

  『진시황 평전』에 이어 『당 태종 평전』이 나왔다. 굳이 비교하자면, 당 태종은 진시황에 비해 덜 유명하고, 또 이 책의 분량도 적다. 하지만 당 태종은 중국 역사에서도 길이 남을 뛰어난 황제 중 하나이다. 진시황 평전이 그랬듯이, 이 평전은 그 자의 이면보다는 업적을 적어놓았다. 꽤 생소한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아는 사람의 이야기만 줄기차게 바라볼 수는 없으니까. 

 『완전한 승리』를 보니 떠오르는 책이 바로 9월에 나온 『스파르타 이야기』이다. 그 까닭은 고대 서양의 역사에서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관계를 결코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책이 스파르타에 대해 다루는 반면, 이 책은 바다의 지배자인 아테네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바다를 지배하고 나아가 대륙을 지배한 아테네에 대해. 그리고 저자는 파격적인 주장을 한다. 서양 문명과 민주주의는 바로 바다에서 비롯되었다고. 오늘날의 콜로세움이나 아크로폴리스와 같은 서양 문화가 탄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아테네 해군 덕이다. 아테네가 바다를 지배함으로써 바다를 통해 문명과 문화를 서양에 들여보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바다에서 승리한 자는 완전한 승리자라고 할 수 있다. 

 『문학과 음악의 황홀한 만남』은 문학과 음악의 조화로 장식된 독일 문학의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다. 독일의 예술 작품, 하면 떠오르는 게 괴테나 헤세의 문학, 니체의 철학, 그리고 수많은 음악가들의 가곡이다. 한 마디로 독일은 어떤 의미에서 프랑스와 독일보다도 예술의 중심지였다고 할 수 있다. 독일 음악과 문학의 발전 역사, 그리고 그것들 사이의 관계가 놀라운 필체로 펼쳐진다.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2는 굳이 말이 필요 없다. 지난 번에 충분히 했으니까. 내 심정이 어떤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엔 고전을 모아본다.  

 햐, 드디어 사마천의 『사기』가 국내에 완역된 것인가. 이번 업적은 서양의 『로마제국 쇠망사』의 완역만큼이나 대단하다. 16년에 걸친 번역이 마침내 결실을 이룬 것이다. 역자인 김원중에게 너무나 고맙다. 당신 덕분에 우리나라가 사마천의 힘을 알게 되었다. 나도 곧 깨달을 것이다.  

 쇼펜하우어, 그 역시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다. 그런데 제목이 조금 이상하다. 쇼펜하우어, 하면 떠오르는 게 부정 그리고 암울한 이미지 아닌가? 그런데 행복콘서트라니? 조금 이상하다. 하지만 사실이다. 현대인들에게 전해주는 행복해지는 법이다. 오, 흥미롭다.  

 보들레르는 『악의 꽃』으로 악명 높은 시인 아닌가? 그의 수첩이라니, 이건 다윈의 편지 모음집이나 다름 없는 것! 이 산문집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물론 편지도 있겠지만 일종의 작가 수첩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의 진짜 생각과 사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김훈의 『흑산』은 예전에 충분히 다루었으니, 여기서도 다루지는 않겠다. 새로운 역사소설이라니, 『남한산성』에 반한 독자들은 다시 기대를 해도 좋다. 문학동네 카페에 연재한 바 있는 성석제의 『칼과 황홀』, 맛있는 음식 이야기가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맛깔나는 문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고. 게일 포먼의『너를 다시 만나면』은 『네가 있어준다면』의 후속작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진정한 사랑, 헌신의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아름다울 것 같다. 사랑이 낳은 기적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따뜻한 이야기가 보고 싶다. 『빅 픽처』의 작가인 더글라스 케네디가 『모멘트』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독일 통일 이전에 일어난 일로 시작한다. 주인공 토마스는 페트라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녀가 독일의 비밀 요원으로서 자신의 정보를 빼내려고 사랑한 것임을 알고 크게 분노하고, 결국 사랑은 깨지고 만다. 그로부터 20년 후, 페트라의 사망 소식과 함께 편지 한 장이 배달된다. 그리고 그 순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과거의 이야기가 흘러간다. 이 모든 게 다 기대된다. 

  

 『난설헌』은 『홍길동전』으로 유명한 허균의 누이동생이자 조선의 위대한 여류시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허난설헌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균에 비해 상대적으로 묻혀 있고 당시에도 차별을 받은 그녀의 이야기가 소설로 구성되었다. 여성이 존중받지 못했던 당시 사회의 현실에 순응해야만 했던 천재 여성의 심리적 갈등이 잘 드러나 있다. 『동주』는 제목처럼 한국의 저항민족시인으로 유명한 윤동주의 삶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난설헌』처럼 직접적으로 그녀를 등장시키지 않고, 대신 일본인 소녀 요코와 '나' 김경식이 등장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동주의 삶과 죽음을 추적해나가면서 '시인'으로서의 윤동주를 되살려내고 있다. 『사소한 문제들』은 오늘날의 암울한 부분을 보여준다. 권아영과 배두식의 두 저항을 통해 대한민국의 음지를 엿볼 수 있다. 『오즈의 닥터』에 이어 새로 나왔다.  

 미치오 슈스케의 신작이 나왔다. 나에겐 주로 『달과 게』로 알려진 작가이다. 그래서 왠지 그의 작품은 미스터리하면서도 심각한 주제일 것 같다. 그런데 이번 소설은 좀 다른 것 같다. 코믹오락 추리극이라고 한다. 장르가 다르다. 중고매장이라는 단어가 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중이다. 

 

 그 외 읽어볼 만한 책 

  

 

 

 

 

 

 

 

 1. 하루에 한 번, 마음 돌아보기: 왠지 습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나를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는 취지로 이 책을 골랐다.  

 2. 이상하거나 멍청하거나 천재이거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에 저자 올리버와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 그 책에서 『엉클 텅스턴』이라는 책이 나와서 읽고 싶어졌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책이었다. 『엉클 텅스턴』의 개정판은 제목이 세 배나 되는구려. 한편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온 저자의 『편두통』도 읽고 싶어진다. 

 3. 아들의 방: 가족에 대해 다시 묻는 소설이다. 그러나 '구글 세대'가 읽어도 재미있는 소설이다(그래서 그런지 루니툰에 대한 인용구를 보자 기분이 좋았다). 재미있는 가족 소설의 탄생이다. 

 4. 부호 형사: 1978년 작품인데, 이제 번역된 이유는 왠 말씀? 2005년에 드라마로 제작된 바가 있다던데, 아이큐 178의 작가가 직접 출현하기도 했다. 일본은 유독 추리소설의 드라마/영화화가 잘 뜨더라. 저번 <언페어>도 그렇고. 천재 작가가 보여주는 미스터리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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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선 이 문학전집에 대해 몇 마디 하고 넘어가자. 

 일단 나는 이 문학전집을 반양장본의 『템페스트』로 처음 만나 봤다. 음, 표지도 좋았고 번역도 매끄러웠다. 또 해설도 쉬웠다. 게다가 일단 셰익스피어의 희곡이라니, 한 점 더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지금 한창 재미있게 읽고 있는『톰 아저씨의 오두막』도 마찬가지다. 지금 옥스퍼드판 원서와 비교해가며 읽어가는데, 오히려 원서보다 더 흡입력이 있다(주석이 줄었기 때문일까?). 한 마디로 문학동네의 문학전집은 세계의 고전(잘 알려진 고전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고전까지)부터 현대의 걸작까지 모두 섭렵하는 동시에 유려한 번역과 좋은 디자인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직 80권 남짓한 수지만 각 작품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 중에 네다섯권만 고르라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난 오직 문학동네 전집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고전을 위주로 택했다. 더불어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까지.  

  

 먼저 키플링의 『킴(Kim)』이다. 재미있는 건 『킴』의 원제인 Kim이 우리나라의 흔한 성씨 중 하나인 김(金)의 영어식 표현이라는 것이다. 583쪽이라는 상당히 긴 분량의 이 소설은 티베트의 라마승과 아일랜드계 혼혈 소년인 킴(즉 이 소년은 동서양의 만남을 뜻한다)이 인도의 북서부 지역을 여행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즉, E.M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과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처럼 인도를 소재로 한, 모험 소설이다. 세계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키플링의 걸작 중 하나....... 이지만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것이 좀 거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일단 서양의 작가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키플링을 두 번씩이나 선택했다. 그 까닭은 간단하다. 그의 작품이 매우 유명하지만, 한 번도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그를 맛보고 싶다. 『킴』에 비해 분량도 짧은 편이고, 정글에서 자란 야생의 소년 모글리의 신나는 모험이 담겨 있어서 지루하지 않을 것 같다. 말 그대로, 모글리는 자연인이다. 자연 속에 내가 있다. 정글북. 

 

 

 

 

  

두 발자크의 소설. 발자크는 '인간극'으로 유명하다. 거기에는 『고리오 영감』도 있고 『사촌 베트』도 있으며 『골짜기의 백합』도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발자크의 작품 대부분이 100권이 넘는 '인간극'에 속해 있다는 것이다. 『나귀 가죽』과 『루이 랑베르』도 예외는 아니다. 발자크의 인간극은 그야말로 이야기의 향연이지만, 그 안에는 발자크만의 체계가 담겨 있다. 그 중 하나가 '철학 연구'라는 것인데, 『나귀 가죽』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철학적인 딜레마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주인공 라파엘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루어주지만 욕망을 실현할 때마다 가죽을 가진 자의 운명을 단축시키는 마법의 가죽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만약 당신이라면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줄일 수 있겠는가? "아니오"라고 답하겠지만 인간은 이따금 눈앞에 보이는 것 때문에 소중한 것을 포기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무섭다. 프로이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읽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나귀 가죽』이 환상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모습을 드러낸 반면, 『루이 랑베르』는 같은 '철학 연구'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다르다. 이 소설은 발자크 자신의 자전적인 소설로서, 8살에 부모에게 버림받고 '정신적 교도소'인 기숙학교에 보내진 자신의 정신적 괴로움을 절대적 사유로 극복하려는 욕망과 그에 따른 좌절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은 결코 '절대적'인 위치에 오를 수 없기에 랑베르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루이 랑베르』는 '나'를 등장시켜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이 두 소설은 확연히 다르지만 '철학 연구' 안에 들어간다는 점 외에 한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그것은 각 주인공이 「의지론」이라는 글을 썼다는 것이다. 발자크에게 의지와 운명이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이 알고 싶어진다. 

   

 결국, 이 책으로 마무리지어야 한다. 존 업다이크는 미국이 낳는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임에도 국내에 제대로 된 번역본이 없었다. 그러던 현실에 업다이크의 걸작 『달려라 토끼』가 문학동네 전집에 꽂히는 순간, 국내에 물꼬가 트인 셈이다. 이 소설은 업다이크의 장편 연작인 '래빗(토끼)' 시리즈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해리 앵스트롬은 '토끼'라는 별명을 가졌고, 작가 역시 래빗을 평생 친구로 삼았다. 고등학교 때 잘 나가는 농구선수였지만 졸업 후에는 평범한 세일즈맨이 되어버린 래빗의 현실에 요즘 우리나라 청년 세대의 갈등이 담겨 있는 듯 하다. 방황하지 말고, 달려라 토끼! 업다이크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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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롱지 2012-08-0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킴'과 '달려라, 토끼'는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