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비문학의 차례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 우리를 끌어당길까?

 

 지나간 과거는 언젠가의 현재이고, 현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때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건을 알아야 하며, 그 사건은 보는 이들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해석된다. 자유의 투쟁으로 얻어 낸 미국의 독립에서, 노예를 해방시키 위한 남북전쟁을 거쳐, '정의'를 내세우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미국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새디어스 러셀은 '불한당(bad civilians)'들의 시각으로 그것을 해석한다. 여기서 불량한 시민들이란 술꾼, 게으름뱅이, 창녀, 해적들이며, 그들이 만들어 낸 역사와 문화를 작가는 재조명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자유의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소로우는 강을 사랑했고, 자연을 사랑했다. 콩고드 강과 메리맥 강을 여행하며 겪는 소로우 형제의 이야기는 『월든』처럼 흥미롭다. 그러나 이 초기작에는 그것뿐만이 아니라, 「다이얼」 지에 올렸던 에세이들과 자신이 쓴 시가 실려 있다. 저자의 첫 번째 책이며, 동시에 그의 사상을 확립시켜 주는 중요한 책이기에 잊을 수 없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재해석했다. 항상 사람들은 플라톤을 따라, 소크라테스의 억울한 입장에서, 다시 말해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비판하는 입장에서 그의 변론과 죽음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테네의 변명을 들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학자 베터니 휴즈는 직접 역사 유적을 찾아다니고 관련 저작을 10년 동안 조사하면서 "왜 아테네는 소크라테스를 법정에 서게 했고,또 그를 죽음에 몰아넣어야 했는가?"라는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역사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당시 아테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져 있었고 내부 혼란 등이 일어나 어지러웠다. 소크라테스는 이 분노의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변명이 부족하다. 그것을 합리적으로 못 밝혀낸다면, 아테네는 영원히 현자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릴 테니까.

 

 나는 왜 평전에 열광하는가? 그 자의 삶과 사상을 통해 본받을 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자유로운 영혼'인 예술가, 에드워드 호퍼의 평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다양한 분야의 미술을 시도하고, 앤디 워홀이 이끌었던 팝 아트의 물결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사실주의를 고집했던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과 『신국론』을 쓴 위대한 철학자이자 신학자. 그의 타락과 회개의 삶은 『고백록』에서 이미 목격한 바 있다. 이번에는 피터 브라운이 쓰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삶만이 아니라 몰락하는 로마 제국이라는 시대의 아들로서의 그의 모습이 드러난다. 로마에 막 전파된 기독교를 로마인들에게 알린 전도사 역할을 한 성인, 아우구스티누스의 삶을 되돌아보자.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문예부흥'이라는 뜻의 르네상스는 항상 1000년 동안 지속된 중세의 암흑을 벗겨내고, 새로운 계몽과 이성의 시대를 열었다고 찬사받는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는 법, 르네상스의 대개혁 뒤에는 많은 어둠이 감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진실을 위해 반드시 그것을 들추어 내야 한다.

 

 단 한 순간을 포착하여, 역사를 그려내는 일은 『왕의 하루』도 마찬가지다. 하루가 있기 전, 하루가 지난 뒤의 사건 역시 흥미롭다. 특히, 오랜 제국이 멸망하는 바로 그 날은 매우 중요하다. 역사가 바뀌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술탄과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투쟁과 고뇌를 통해 서사시를 보는 듯한 역사의 현장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

 

 서양 철학자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 중 한 명이 바로 헤겔이다. 그래서 헤겔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이 수없이 나왔다. 헤겔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근대로 역사가 바뀌는 과정을 철학적으로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맹목'과 '정치철학'이 추가되어, 그의 사상을 좀 더 풍부하게 볼 수 있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저작으로는 『신학대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진리론』도 있다니. 한 번 읽어봐야겠다(이렇게 말하지만 『신학대전』도 안 읽었다. 책세상 고전문고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편이니까 이거 먼저 봐야겠다).

 

 '피노키오의 철학'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은 역시 피노키오의 딜레마이다. 『피노키오』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끊임없이 회자되던 그 질문, "피노키오는 사람인가, 인형인가?"의 문제가 여기 다루어지고 있다.

 

 '삼국지'가 중국의 고대 역사를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면, 『중국지』는 중국 현대사를 웅장하고 장대하게 서술하고 있는 대작이다. 얼마나 자신이 있었으면 『중국지』라고 이름을 붙였겠는가? 신해혁명 이후의 역사는 나도 안 배워서 모르지만, 여기에 그 모든 진실이 담겨 있을 것이다.

 

 작년인가, 『분노하라』는 팜플렛으로 국내에 잠깐 '분노' 열풍을 분고 온 스테판 에셀 할아버지가 안 죽고 또 책을 썼다. 이번엔 분노에 그치지 말고 참여하라는 내용이다. 사실 그게 그거다. 작년의 팜플렛을 읽은 사람은 『분노하라』의 주제가 앙가주망(참여)이니까. 그래도 설마 똑같은 책을 다시 냈겠어?

 

지금 이 세상은 플라스틱이 없으면 도저히 돌아갈 수 없다. 컴퓨터에서 시작해서 컵까지....... 그런데 이 플라스틱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여행....... 그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 책. 이것은 사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문학과 비문학의 대결은 무승부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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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삶에서 문학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두 글의 기준을 이렇게 나눌 수밖에 없었다. 문학은 주로 소설이며, 비문학은 주로 인문이다. 소설과 인문, 상반되지만 일치하는 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이 이중의 분야를 비교해보도록 하자. 과연 11월에는 문학이 승리했는가, 비문학이 승리했는가? 먼저, 문학부터 후보를 소개하자.

 

 

 이인화 작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소설가가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자신의 상처를 고백하고 거기에서 공감을 끌어내려 보편성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면, 이야기꾼은 보편성에서 시작한 완결성 있는 이야기로 독자의 개별적인 상처를 위로하고 인생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그렇다면 소설가는 자신의 상처를 보편성 있게 설명하는 작가라면, 이야기꾼은 그 보편성으로 독자들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소설가와 이야기꾼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다. 상처가 없으면 소설가가 되지 못하고, 소설가가 되지 못하면 위로해 주는 사람, 즉 이야기꾼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한 이인화 작가는 『영원한 제국』의 작가이자 『지옥설계도』의 작가이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리니지 게임에 빠져들다가 소설 창작의 재미를 되새기고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저작 지원 프로그램 '스토리 헬퍼'의 도움(한 마디로 help yourself다)을 받았으며, 2013년 1월에 나올 '인페르노 나인'의 원작으로 사용된다(그러니까 이인화의 직업은 프로그래머이자 소설가인 것이다). 가끔 게임의 스토리가 웬만한 소설보다 뛰어날 때가 있는데, 알고 보니 그 원작이 소설인 경우가 있다. 결국 이 게임은 이인화의 것이다. '인페르노 나인'의 원작도 이인화가 쓴 것이며, 그 원작은 이인화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 '스토리 헬퍼'에서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비밀은 내년에 공개되니, 일단 우리는 이 멋진 소설을 즐겨야한다.

 

 이 표현할 수 없는 자연미와 아름다움, 깨끗함을 담고 있는 글. 『여울물 소리』는 황석영의 것이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이란 바로 이것이며, 우리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 이 작품으로 그의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할 것을 알렸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3기의 만년 문학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절필을 선언한 『휴먼 스테인』의 작가 필립 로스가 떠올랐다. 노년에 누군가는 작가를 포기하지만, 누군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모든 역사소설은 현대의 이야기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왜 소설을 볼 때 그것이 쓰여진 시대 배경을 살펴보아야 하는가? 당연히, 허구와 사실, 과거와 지금 속에 발견되는 공통된 끈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대선, 정권교체 등으로 대한민국이 꿇고 있다. 그리고 『여울물 소리』의 역사적 배경인 동학농민운동이 전개되었던 시기는 일맥상통한다. 부패한 기존 정권이 붕괴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느냐, 아니면 헛된 메아리로 그치느냐. 이 중대한 싸움을 돌이키며,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문학사에서 이상만큼이나 이상하고 천재성 넘치는 작가도 없었다.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날개를 달고 세상을 떠난 한 모던보이의 죽음은 지금이나 당대나 많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요절 때문인지, '전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얻도 그 내용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 하나로 이상의 사고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퇴화되는 시대 속에서 비상을 꿈꾸었던 한 천재 시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항상 멋진 소설에는 '시간'이 등장했다. 시간이 멈춘다면? 과거로 간다면? 미래로 간다면? 특히 '과거로 간다면?'은 후회와 안타까움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다. 스티븐 킹은 그 중에서도 미국의 최연소 대통령이었던 존 F. 케네디의 죽음과 그 뒤에 숨겨진 음모를 추적한다. 그의 소설적 상상력과 '만약 ~이라면'이라는 흥미로운 소재가 만나, 걸작이 하나 탄생했다. 그 때로 돌아가자. 시간을 거슬러, 시간 속에 들어가자. 자세한 이야기는 12월에 만날 두 번째 이야기에서 확인하도록.

 

 

 

 

『세계의 신화』처럼 방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룰 때에는 그것이 얼마나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다양한 삽화까지 곁들어 있으니 아주 풍부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은 수학자이자 교수이자, 시인이자, 작가이자, 사진작가였다고 한다. 한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우석훈의 장편소설 『모피아』를 보면 그 궁금증이 풀리기도 한다. 우석훈은 『88만원 세대』를 쓴 저자이며, 그 책을 통해 우리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비판과 많은 사람들을 전율시킨 진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이번에 그는 '마피아'를 연상시키는 경제찬탈범, '모피아'를 창조해내어 사람들에게 또 다시 돈의 욕망 속에 무너져내리는 사람들을 그리고자 한다. 그가 이 소설이 배경을 2014년으로 삼은 것은,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님을 경고하는 것이다.

 

 말이 필요 없는 좀비 소설의 대작인 『세계대전 Z』의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니. 그 자체로 만족이며, 기대다.

 

 13번째 걸음을 보지 말도록 하여라. 불행해질테니. 러시아 민담의 일부다. 그런데 중국 작가가 그것을 모티프로, 15억 인구에 거대한 땅을 가지고 있는 중국에 살고 있는 한 소시민의 삶을 그린다. 그 작은 일화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이 대단하다. 환상적 리얼리즘을 구사하고 있다면, 나는 환영이다. 설정이 『템테이션』을 연상시킨다. 한 순간의 상승과 순식간의 추락.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에게는 재기가 없다는 것.

 

제목과 표지가 처음에 나를 사로잡았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 그리고 인디언을 연상시키는 생김새와 가면........ 나에게 『모히칸 족의 최후』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 고전과는 달리, 이 추리소설은 꽤 평범한 편이다.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의 범인은 붉은 머리 가문이라는 사실을 연상할 때, 우리는 범인이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그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하겠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사건보다는(어찌 보면 뻔하디 뻔하니까) 인물과 배경이다. 특이한 것은, 이 연쇄살인범에 대한 추리를 두 명의 상반된 성격을 가진 형사가 진행한다는 것인데, 전반부는 영국 경찰청 형사인 마크 브렌던의 주도로 추리가 이루어지고, 후반부에는 미국인 탐정인 피터 건스가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후반부가 클라이막스인 만큼, 이 소설이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인물은 바로 후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에 맞게 배경도 영국의 황무지와 이탈리아의 호수라는 대립되는 공간을 무대로 펼쳐진다. 범인의 매력도 무시할 수 없으리라. 비극에 이르기까지 독자를 즐겁게 하고, 최후에는 슬픔을 안겨주는 것이 바로 비극 아니겠는가? 『붉은 머리 가문의 비극』이 그 기대에 상응하기를 바란다.

 

 원더랜드는 『피터팬』에 나오는 '네버랜드'를 연상시킨다. 그곳은 노는 곳이다. 하지만 원더랜드, 즉 이상한 나라는 우리를 성장시키게 하는 곳이다. 여기 상처받은 청소년이 있다. 그를 치유시키는 놀이동산, 원더랜드에 초대한다. 청소년 소설 중에서 가장 내 관심을 끌었다.

 

 디스토피아를 유토피아로 표현하는 것은 얼마나 난제인가? 혁명을 차분하게 서술하는 것은 낭만주의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의 격동적인 인생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며, 따라서 그것에 성공한다는 것은 그 소설이 뛰어나다는 하나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격동적인' 소재가 무엇이냐에 따라 또 소설의 질은 달라진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는 9·11 테러 이후 변화된 파키스탄 청년의 이야기를 미국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들어준 미국인의 마음으로, 이 소설에 임하자.

 

 우리나라에도 이런 게 많아야 한다.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분야가 요즘 대세인 만큼, 그 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작가를 최대한 발굴해야 한다. 언제까지 외국 작가들의 환상적인 이야기에만 빠져들 것이다. 결국 소설은 정서 아닌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아무리 교훈이 있어도, 정서가 없으면 공감되기 힘든 법이다. 쉽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우리 소설을 맛보자.

 

 

또 다시 좀비다. 강남에 좀비가 떴다. 좀비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해, 인류는 위협에 몰리고, 이 세기말의 전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결국 스토리는 비슷하다. 어떻게 서술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매혹적이느냐에 따라 그 작품의 질이 판가름날 뿐이다. 내 생각에 『인플루엔자』라는 소설은 기존 좀비 바이러스와는 조금 다르다. 주인공 제훈은 군인이다. 누가 좀비와 직접 맞서야 하는 군인의 심정을 그렸는가? 다들 갑작스럽게 재난의 상황에 맞닥뜨린 일반인들이 영웅이 되는 과정을 그리지 않았는가. 그래서 '조금은' 특별하다.

 

 드디어 '타우누스 시리즈'가 그 정점을 찍었다. 독일 작가인 만큼, 독일의 어두운 과거(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알 것이다), '깊은 상처'를 직접 드러내며 미스터리 소설을 진행한다. 『깊은 상처』는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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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이번 11기 신간평가단은 정말 행운이었다. 그야말로 '최고'의 소설들만을 만났다. top5를 고르는 것도 매우 힘들었다. 정말 내 삶에 남을 멋진 소설들이다.

 

 1. 안 그러면 아비규환

  소장가치 100퍼센트다. 이런 보물상자를 버릴 수 없는 것 아닌가. 나는 이 책만 보면 흥분한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그 이야기들은 또 어떤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장르소설 계의 고전들이 여기 담겨 있지 않은가. 언뜻 보면 아비규환, 아수라장 같지만 잘 보면 그 속에 엄청난 질서와 규칙이 들어있다. 신간평가단이 나에게 이 책을 안겨준 것이 참으로 감사하다.

 

 

 

 

 

 

 

 

 

 

 2. 템테이션

  역대 최고의 흡입력이었다. 나에게 더글라스 케네디가 어떤 작가인지 자리매김하게 해준 소설이었다. 한순간의 성공으로 방심하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라는 사실을 가르쳐준 소설인 동시에, 이 사회가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 할리우드뿐이겠는가, 저 가혹한 삶의 법칙들이. 누구나 한순간에 뜰 수 있고, 누구나 한순간에 몰락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자본주의 사회다. 너를 팔면서(셀링 유), 나는 뜨고, 나는 팔리면서, 너가 뜨는 것이다. "성공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이 실패해야 한다"는 『템테이션』의 첫 구절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다.

 

 

 

 

 

 

 

 3. 개의 힘

 인간 내면에 숨겨진 악의 본능, 나는 예전에 이 말을 들으면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만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제 한 작품 더 늘었다. 바로 돈 윈슬로의 『개의 힘』이다. 30년간의 마약전쟁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승리? 돈? 명예? 모두 없다. 오직 자신의 악함만이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주인공도, 보조 인물도, 엑스트라도, 모두 하나같이 악한 존재이다. 우리를 구원해줄 힘은 없는가? 우릴 개의 세력으로부터 꺼내 줄 이들은 없는가? 여전히 이 섬뜩한 생각이 나의 생각을 붙잡고 있다.

 

 

 

 

 

 

 4. 별을 스치는 바람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라. 그의 시들, 그리고 다른 명작들, 그리고 글이 한 사람을 바꾸었고, 감옥을 바꾸었고, 역사를 바꾸었다. 물론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도 있고. 죽음의 위협과 생체실험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던, 몸은 약했으나 정신만큼은 굳건했던 시인 윤동주의 투혼을 엿볼 수 있다. 정말 아름다웠다.

 

 

 

 

 

 

 

 

 5. 굿바이 동물원

  웃기면서 슬펐다. 어이없는 설정에 어이없는 이야기인데, 정말 진짜 같고, 삶처럼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다른 사람을 위해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처럼 행동하는 삶.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차라리 자유롭게 야생을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자. 다시는 이런 현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 중에서 한 권을 뽑으라고? 장난해? 너무나 어려운 질문이다. 『안 그러면 아비규환』을 뽑고 싶지만, 다른 경쟁작들이 너무나 쟁쟁하다.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 작품들을 하나씩 지워갔다. 그리고 남은 것은 두 작품. 거기서 또 하나를 지웠다. 결국 남은 것은.........

 

 그 빛나고 아름다운 내용을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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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이 있다면, 비소설이 있다. 비소설은 인문 도서나, 고전을 말한다. 내가 말한 '비소설 신간'이 무엇인지는 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론』의 저자인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은 제목처럼 정부의 최선의 형태인 '대의정부'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는 책이다. 그는 좋은 정부란 국민의 자기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의정부가 이러한 요구를 가장 잘 채워준다고 보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대의정부의 모든 것에 대해 밝히며 올바른 정부가 무엇인지 독자에게 설명한다.

 

 버틀런드 러셀은 명작을 다작하는 작가이다. 『서양철학사』는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줄만한 걸작이었고, 그 전에도 수없이 많은 저서들이 그를 빛냈다. 『자유로 가는 길』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한 출판사로부터 의뢰를 받고 쓰여진 글이다. 이 책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아나키즘, 그리고 생디칼리즘에 관해 설명하며 이러한 사상에서 나온 미래사회의 모습을 전망한다. 여기에는 무상 교육과 기본 소득에 관한 문제까지 제기되어 있어서 우리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역시 현재와 미래를 통찰할 줄 아는 작가, 러셀이다.

 

 wild life다. 그것은 없는 자의 특권이다.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는 26세의 나이에 갑자기 추락한다(마치 더글라스 케네디의 『템테이션』의 주인공, 데이비드 아미티지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서 주저하지 않고, 4000km를 걷기로 결심한다. 그 끝없는 야성의 여정 도중에 그녀는 수많은 것을 깨닫고, 새로운 인생과 조우하는 데 성공한다. 거칠지만 감동적인 그 이야기, 만나보자.

 

 카뮈와 장 그르니에, 나는 이들의 관계를 잘 알고 있다. 카뮈는 장 그르니에를 자신의 인생의 스승으로 삼고, 서로 끊임없이 교류를 해 왔다. 그가 스승의 작품 『섬』에 서문을 쓴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들의 소통을 한 책에 담았다. 『카뮈-장 그르니에 서한집』은 나의 기대를 한 눈에 끌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를 감동시키고, 전율시키리라. 서한집이 본래 그렇지 않은가? 숨겨지지 않은 마음이 고스란히 나의 심장에 꽂히리라........

 

 

 인류에게 불은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것이다. 불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삶의 필수적인 요소인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였다. '불'이란 매우 상징적인 것이니까. 그래서 '호모 이그니스'라는 표현은 매우 창의적이다. 새로운 호모, 즉 인간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잊을 수 없는 사건이다. 17세기에 일어난 최악의 해양재난사고, 바타비아호 좌초 사건. 사실 좌초로 죽은 사람은 생각보다 적었다. 그런데, 살아남은 사람들이 문제였다. 난파선 근처의 산호섬에서 벌어진 일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초기에는 서로 협력하며 살았는데, 예로니무스 코르넬리스라는 사람이 합류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그는 지도자로 뽑힌 뒤, 생존자를 살육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량을 줄이기 위해서였지만, 점점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으며, 고문과 강간까지 벌어지며 산호섬은 골딩의 『파리대왕』처럼 야만과 비문명만이 존재했다. 결국 코르넬리스는 구조대에 의해 즉결 처형되었다. 이 『미친 항해』는 한 명의 지도자가 사람들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결국 역사는 현대에 경고하는 법이다.

 

 『누구나 한 번쯤 철학을 생각한다』는 흔한 '누구나 한 번쯤'의 시리즈이다. 흔한 소재이다. 철학사인데, 제목이 단지 우리의 공감대와 일치할 뿐이다. 사람은 누구나 철학에 대해 생각한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목차 중에서 'cosmos in chaos'가 마음에 든다. '혼돈 속의 세상'이라. 멋진 패러독스다.

 

 수도원과 수녀원은 중세 시대에 주로 세워진 이후 유럽사회에 아직까지도 존재하는 역사의 상징물이다. 이곳은 경건하고 신앙적인 공간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이 그렇듯이, 수녀원은 타락했다. 그곳도 뒷골목은 어두웠다. 마가렛이 왜 모두의 적이 되었냐고? 그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모른다.

 

 

 

 『슬픈 아시아』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진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부정했던 그 사실) 일제강점기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대공아공영권 아래서 일본의 이인자가 되려고 했다는 사실이었다. 일제의 침략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고문과 학살에 앞섰다. 장세진 교수가 주는 씁쓸한 현실에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은 정약용과 그의 아들들이 아니라, 정약용 가족의 형제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것도 매우 흥미롭다. 위인의 가족사는 그 자체로 즐겁고, 가치 있으니까. 1,2 권으로 나뉘어 있으니까, 매우 풍성한 이야기가 있겠지?

 

 『최고의 설교』라....... 솔직히 지루하고 하나같이 똑같은 설교에서 특별한 설교가 무엇일까? 그것을 찾기 위해 이 책에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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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 2013-01-08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은 누구나 생애 어느 순간 철학에 대해 생각한다.” 철학과 역사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인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종횡무진 오가며 저술 활동을 해 온 남경태 선생님의 서양 철학사 강의가 휴머니스트 유니버시티에서 진행됩니다. http://www.hulog.co.kr/10 (강의 교재: 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
 

 10월은 비소설보다 소설이 빛났던 시기였다. 원래 그런 달인가?

 하여튼 기대되는 소설들이 많았다.

 

  소설의 시작은 '한계'와 '무관심'으로 시작된다. 최민수의 『능력자』는 역설적으로, 능력을 잃어버린 자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이 소설의 초반부를 통해 독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한때 세계 챔피언을 차지했던 복서도 어느 순간 스티커를 팔며 생활을 연명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거대한 문학의 벽 앞에서 순수문학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아직 사회의 쓴맛을 맛보지 못한 청년들에게 최민수 작가의 신랄한 지적은 그들을 섬뜩하게 만든다. 공평수와 남루한, 두 남자가 다시 재기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

 

 지난 달 나의 관심을 쏠리게 했던 『마하바라타』를 이어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가 한국에 건너왔다. 바야흐로 인도 문학의 역습이 시작되는 것일까? 아직은 비교적 생소하고 어려워서 관심이 부족한 것이지, 많은 사람들이 이 시에 빠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열풍이 퍼지리라 예상한다. 이 놀라운 상상력을 감당하려면 『마하바라따』에서 연습하고 오도록.

 

 잭 런던의 단편소설집이라, 이건 정말 의외다. 『암살주식회사』, 『강철군화』, 『야성의 부름』 같은 그의 대표작은 모두 장편소설이 아닌가. 한겨례출판사에서 이 책을 내기 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잭 런던의 단편집은 『마이더스의 노예들』뿐이었다. 한겨례출판이 『불을 지피다』를 낸 것은 작년에 조지 오웰의 『숨 쉬러 나가다』를 번역한 것만큼 반가운 일이다. 잭 런던의 문제의식을 제대로 확인할 차례이다.

 

 이윤기 선생이 돌아가신지 벌써 2년이 지났다. 그 동안 그를 추모하는 많은 의식이 치러졌는데, 이번 기념은 정말 엄청난 선물이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내면의 고백이 담긴 『하늘의 문』이 출간된 것이다. 1088쪽이라는 방대한 이야기에서 소설가로서의, 번역가로서의, 신화 연구가로서의 이윤기가 아닌, 인간 이윤기를 만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 마지막 장편소설이 된 듯하다. 책 말미에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글이 실려있다. 이윤기의 흔적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규칙성이 있는 작가이다. 매년마다 소설을 써서 발표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다. 끊임없는 상상력의 분수인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는 '부친 살해'를 소재로 소설을 썼나 보다. 물론 이 '살해'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떠올리면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단순히 한 소년이 아버지를 넘어서고 어른이 되려는 성장소설이 아니다. 조 위프는 아버지가 항상 바뀌며, 자신이 아버지로 삼았던 마술사 노먼은 그와 대립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짧은 소설 안에서 어떤 마술이 펼쳐질까(어제 나는 놀라운 카드 마술을 목격한 바 있다)?

 

 『소네치카』를 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나에게 무척 생소한 작가이다. 세상에는 존재조차 모르는 인물들이 수없이 많으니까. 그녀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결정적 계기는 그녀가 제2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울리츠카야는 제 2차세계대전과 소비에트 연방 체제의 시절을 모두 겪었던 역사의 산 증인이다. 소설가답게 그녀는 그 때의 경험을 자신의 소설 안에 투영했다. 이번에 류드밀라의 데뷔작인 『쿠코츠키의 경우』와 작품집인 『소네치카』가 출판되었는데, 그 중 나는 후자를 택했다. 풍부한 이야기와 그 내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내는 한 편의 놀라운 시대극으로 들어갈 시간이다.

 

 이것이 유토피아인가? 나는 예전부터 궁금했다. 토머스 모어가 묘사한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는 참된 이념일까? 오히려 베이컨이 발표한 『새로운 아틀란티스』에서 서술된 과학중심적인 유토피아가 현실적인 듯 했다. 『체벤구르』는 이론 없는 공산주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역사 속에서 공산주의 혁명의 원동력은 마르크스와 레닌의 『공산당 선언』 및 마르크스의 『자본론』이었다. 이것을 읽지 않은 채 혁명이 일어났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지만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는 역사에선 실패했던 사회의 성공을 그린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너무나 파격적인 모습을 드러내서, 출간 당시에는 판매가 금지되었다고 한다. 드디어 이 문제작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인가?

 

 유빅(Ubik). 영어의 ubiquity에서 유래한 단어로, '보편성', 또는 '편재성'이라는 뜻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 '유빅'이라는 단어는 필립 딕이 자신의 소설 『유빅』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이다. 하지만 모든 중요한 개념들이 그렇듯이, 이 단어를 한 마디로 정의하거나 규정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사회에서 유빅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리고 과연 유빅은 무엇인가?

 

 

 『총통각하』는 제목만 봐도 그 내용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가카'에 대한 비판과 MB 정권에 대한 풍자 아니겠는가? 굳이 확인해보지 않아도 재미있는 작품일 것이다.

 

 고전에 대한 현대적 해석은 항상 존재했다. 『프린세스 바리』, 그러니까 '바리공주' 이야기다. 바리공주는 부모님께 버려지다가 그들이 병이 걸리니까 온갖 고생을 딛고 그들을 살린 이야기이다. 현대판 바리공주는 과연 어떨까?

 

 『퇴마록』의 작가 이우혁의 신작은 마치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이 신작 『캐주얼 베이컨시』를 낸 것과 마찬가지로, 출간 자체로 만족스러운 것이다. 주인공은 듀란 왕자로, 고타마의 도움을 받으며 영웅이 되어 간다. 이 흥미로운 과정을 이우혁은 또 맛깔나게 펼칠 수 있겠지. 더 말할 필요 있는가?

 

 13초의 공백,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13초의 모순, 그 작은 순간으로 현재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설정, 그리고 달라진 추격전....... 과연 어떤 상황인지 기대해 본다. 날 유혹할 수 있을 그런 이야기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SF 미스터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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