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에 한 이벤트에 당첨되어 난생 처음으로 19권의 책을 받았다. 겉표지와 두께로 봐서는 다 읽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 했지만, 그만큼 나에게 흥미를 가져다줄 것 같았다. 그리고 『자본주의』를 끝으로 1년만에 이 도서들을 모두 읽었다. 정말 긴 대장정이었다. (http://blog.aladin.co.kr/755125167/5116732)

 

 이제 와서 이 책들을 돌아보는 것이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나에게 기억에 남는 책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순위'를 매김으로써 그 책들이 나에게 준 영향들과 인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1위: 물건 이야기(저자: 애니 레너드, 출판사: 민음사)

 

  미국에서는 이미 영화로도 나오고, 꽤 유명한 도서라는 소문이 났던 『물건 이야기』.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물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는 무서운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우리가 쓰는 물건들이 우리 삶과 지구에 미치는 나쁜 영향들이 속속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책은 그 불편한 진실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를 비롯하여,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된 물건들을 돌아보고, 좀 더 지구를 위한 소비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2위: 자본주의(저자: 로버트 하일브로너, 윌리엄 밀버그, 출판사: 미지북스)

 

  가장 마지막에 읽은 책이기도 하고, 디자인이나 두께로는 따라갈 책이 없었다. 특히, 다른 경제학 도서에서는 찾기 힘든 '질문'들과 '돌아보기'는 나에게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돌아보게 했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것을 살펴보고, 그 문제점을 찾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을, 나는 사랑한다. 『자본주의: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가』는 바로 이런 책이었다.

 

 

 

 

 

 

 

 

 

 3위: 휴버먼의 자본론(저자: 리오 휴버먼, 출판사: 어바웃어북)

 

  휴버먼의 『자본론』은 2위였던 『자본주의』와 같은 책 같으면서도 매우 다르다. 전자는 자본주의 역사와 비판을 담고 있는 '자본주의' 이야기였다면, 후자는 마르크스의 『자본론』처럼 자본주의의 한계와 모순을 고발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이념(사회주의)을 제안하고 있다. 각 장마다 정해진 주제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갈수록 심화되는 통찰에 감동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전해졌다.

 

 

 

 

 

 

 

 

 4위: 대통령의 오판(저자: 토머스 크라우프웰, 윌리엄 펠프스, 출판사: 말글빛냄)

 

  가장 커다란 사이즈에 놀라, 인상에 남는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미국 대통령이 역사에 길이 남을 오판을 저지른 사건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다양한 자료와 그림으로 나를 자극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지도자들도 벌일 수 있는 오판을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실수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5위: 돈의 인문학(저자: 김찬호, 출판사: 문학과지성사)

 

  2위~4위 책들을 읽기 바로 직전에 『돈의 인문학』을 독파했다. 김찬호의 시각으로 본 돈........ 그것에 대한 인문학적인 접근이 신선했다. 이 책을 읽은 직후 『돈의 본성』이라는 책을 읽었지만, 이 책이 나에게 준 이펙트에 미치지 못했다.

 

 

 

 

 

 

 

 

 

 6위: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저자: 존 미클스웨이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출판사: 을유문화사)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읽을 때 매우 소중히 다루었다. 누구도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특히 삼성 같은), 기업이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당돌한(?) 외침을 부르짖은 두 저자의 외침이 기억에 남았다. 비록 이 기업의 역사는 자본주의 역사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7위: 열정은 어떻게 노동이 되는가(저자: 한윤형, 최태섭, 김정근,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이제 서서히 우리 사회로 넘어가는 듯 하다. 열정과 노동의 합성어, 즉 '열정노동'은 이 책이 만들어낸 고유명사이다. 나도 이러한 노동을 하고 싶다. 오래 전에 읽어서 열정노동이 긍정적인 뜻인지, 부정적인 의미인지 또렷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러고 싶다. 나의 열정만은 존중해달라!

 

 

 

 

 

 

 

 

 

 

 8위: 휴식(저자: 울리히 슈나벨, 출판사: 걷는나무)

 

  항상 바쁜 삶에 찌들어있는 우리에게 부르짖은 휴식의 소리는 나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비록 저 멀리 독일에서 건너온 메아리지만, 조용히 앉아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난 뒤, 나의 삶은 변화되었다.

 

 

 

 

 

 

 

 

 

 

 9위: 심야치유식당(저자: 하지현, 출판사: 푸른숲)

 

  이 책은 심야 치유 식당에서 마치 상담하듯 펼쳐지는 고민을 해결하는 심리상담사 역할을 한다.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차용하여 처음 보는 독자들에게는 재미를, 정말 고민에 빠진 이들에게는 통쾌함과 고마움의 감정을 전해주었다. 재미로 따지면, 이 책이 둘째 가라면 서럽다. 그렇다면 1위는 누구인가? 아이러니하게도 그 책은 10위다.

 

 

 

 

 

 

 

 

 10위: 가난뱅이 난장쇼(저자: 마쓰모토 하지메, 출판사: 이순)

 

  자칭 '가난뱅이', 즉 자본주의와 돈의 굴레에서 해방된 자유인의 프리스타일 여정을 그리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재미는 그야말로 '끝장이다'. 친구들과 함께 자본주의의 한복판에서 벌이는 가난뱅이 난장쇼는 일본을 넘어 우리나라에게도 퍼졌다. 그리고 각 장마다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만화는 풍자적이면서 유쾌하다. 그야말로 씁쓸한 웃음.

 

 

 

 

 

 

 

 

 

 11위: 분노하라(저자: 스테판 에셀, 출판사: 돌배게)

 

  다 좋은데, 짧다. 그래서 쓸 게 없다.

 솔직히, 이건 팜플렛이지 책이 아니다.

 그러나 그 짧은 외침은 가슴에 깊이 남았다.

 

 

 

 

 

 

 

 

 

 

 

 

12위: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저자: 제이슨 델 간디오, 출판사: 동녘)

 

 글과 수사로 세상을 바꾸는 방법. 결코 쉽지는 않다. 그러나 그 방법은 확실하고 강력하다. 그렇기에,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 가능성에 내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13위: 일인시위(저자: 사이시옷, 출판사: 헤르츠나인)

 

  '시위'하면 떠오르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벌이는 투쟁. 그 중에 한 개인은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는 생각. 하지만 그러한 편견을 깬 것이 바로 '일인시위'다. 누구도 공감해 주지 않는 억울한 상황에서, 유일한 호소가 바로 '일인시위'인 것이다. "세상을 향한 알싸한 프러포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데, 여기서 '프러포즈'는 '청혼'보다는 '도전'에 가깝다. 아름답지만 그것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작은 도전들이 『일인시위』에 모여있다.

 

 

 

 

 

 

 

14위: 소금꽃나무(저자: 김진숙, 출판사: 후마니타스)

 

 서술되는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다. 물론 그게 우리의 현실이지만. 김진숙의 고백과 투쟁에 대한 진실이 여기에 담겨 있다. 소금꽃나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직접 뛰어들라.

 

 

 

 

 

 

 

 

 

 

 15위: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저자: 강진만, 출판사: 개마고원)

 

  주제가 매우 심각하다. '실업의 역사'. 수없이 짤린 직장인들에 대한 보고서인가? 제목이 좀 over다. 실업자들의 슬픔은 알겠지만, 영혼까지 언급하는 건......  솔직히 내용은 분명했지만 나에겐 영 맞지 않는 내용이었다.

 

 

 

 

 

 

 

 

 

 

 16위: 회사 우울증(저자: 아라이 치아키, 출판사: 이매진)

 

  14~16위의 내용과 주제는 나와 맞지도 않고, 무엇보다 너무 어둡다. 이건 뭐 노리고 들어갔다. 회사 우울증의 극복법도 서술되어 있지만, 어째 회사 우울증 사례가 너무 강조된 듯 하다. 그래서 읽는 내내 좀 불편했다.

 

 

 

 

 

 

 

 

 

 

 17위: 문답으로 읽는 20세기 한국 경제사(저자: 정태헌, 출판사: 역사비평사

 

  이 책은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 다만 20세기의 한국경제사가 잘 정리되었다는 사실은 기억한다.3

 

 

 

 

 

 

 

 

 

 

 

18위: 돈의 본성(저자: 제프리 잉햄, 출판사: 삼천리)

 

  『돈의 인문학』과 아예 다르다. 이 책은 다양한 학자들의 주장과 사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화폐'의 의미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화폐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관심이 가겠지만, 나는 그냥 돈 쓸란다.

 

 

 

 

 

 

 

 

 

 

 19위: 에고로부터의 자유(저자: 누크 산체스, 토머스 비에라, 출판사: 샨티)

 이거 재미없음

 그래서 읽다 포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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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은 짧고 굵은 달인가 보다. 마음에 드는 소설의 양은 별로 없지만, 그 발견된 소설들이 정말 최고다. 내가 지목한 다섯 권의 소설(또는 문학)은 하나같이 소중하다.

 

 

 

 

 

 

 

 

 

 

 

 

 

 

 

 『마하바라따』. 이렇게 세상에 나온 것을 환영한다. 한때 서점에서 때묻어 있는 너를 본 이후, 새롭게 재탄생하기를 항상 바래왔다. 드디어 나왔구나, 상상력의 근원이여. 수많은 명작들이 너에게서 비롯되었으니, 너야말로 진정한 명작 중의 명작이구나. 가히 고전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고전'답지 않게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에 버림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기를 받고 있구나. 나 역시 너에게 주목한다. 이 위대한 서사시의 시작은 창대했고, 과정은 경이로웠으며, 끝은 아름다웠다. 이 새로운 세상에 빠져드는 순간, 당신의 멈춰있던 감성과 상상력이 되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역시 너무나 반갑다. 좀 더 깔끔한 번역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돌아온 이 책은 『율리시스』와 더불어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을 탄생시키고, 발전시킨 걸작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과연 그의 '잃어버린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는 왜 항상 잃어버리기만 하는 시간을 되찾으려고 하는 것일까?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템테이션』. 뜻이 '유혹'인데, 어떤 유혹을 말하려는 것인지? 소설은 자고로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케네디, 이 작가는 너무나도 그것을 잘 한다.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10년 동안 무명 작가로 지내다가 시나리오 하나가 대박을 터뜨린 작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혹, 그리고 몰락....... 유혹에 휩싸인 자의 운명은 파멸인가, 혹은 극복인가?

 

 - 당신이 이런 상황에 처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나리오나 작가에 꿈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눈 여겨볼 만한 의미심장한 책. 케네디 자신의 이야기였다면 더욱 절실했을텐데.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노칼라' 시리즈(다른 한 권은『판타스틱한 세상의 개 같은 나의 일』)의 두 번째 작품인 『직업의 광채』는 말 그대로 '직업(work)'의 광채에 대해 유머있게 풀어놓는 소설이다. 애니 프루,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의 작가들이 모여 만든 직업 이야기. 과연 유쾌할까?

 

 

 

 

 

 

 

 

 

 

 이 문학이 맛있는 까닭은 간단하다.

 인생이 허기지기 때문이다.

 배부른 자에게 문학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주린 자들이기에 문학과 책과 글이 필요한 것이다.

 영혼의 식사를 할 시간이다.

 이들의 코스 요리를 차례차례 맛보며

 심신을 휴식시키고

 영혼을 배부르게 하는 게 어떨까?

 예전에도 말했듯이,

 맛은 보장할 수 있지만

 배가 부를지는 모르겠다.

 1인분은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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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게 된 특별한 도서 『13X2』에 대해.

 알라딘 13주년 특별 기획 도서라 그런지 독서에세이 13편, 소설 13편을 담아놓았다. 처음 받았을 때 가장 놀란 것은 에세이와 소설을 정반대 방향으로 출발시켜 끝과 끝끼리 만나게 한 형식이었다. 내용도, 형식도 나를 만족시켰다. 그 중 나의 기억에 남는 에세이와 단편 소설 몇 편을 여기에 소개해 본다(참고로 『킬리만자로의 눈』은 예전에 읽었기 때문에 제외했다. 만약 읽었다면 단연코 기억에 남았겠지).

 

 이현우-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알라딘에서 '로쟈'로 유명하신 그 분의 글이다. 나 같은 경우, 『눈먼 자들의 도시』 한 권으로 시작해서 연쇄적으로 나에게 감흥을 주었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이 동의한다. 인생은 책 한 권 따위에 변하지 않는다. 그 책이 무엇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독서' 자체의 중요성이니....... 기억에 남는 구절 여기에 옮겨본다.

 

  독서 능력이라는 '발명품'은 인간의 뇌 조직을 재편성하고 사고 능력을 확대시켰으며 역사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러한 인류사적 대전환은 한 개인의 역사에서도 반복됩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다른 세계, 또 다른 우주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니까요. (…) 즉 우리는 똑똑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똑똑해집니다. 따라서 독서 능력이라는 '옵션 액세서리는 있으나마나 한 장신구가 결코 아닙니다. 우리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p. 11)

 

 헤럴드 블룸- 「왜 읽는가?」

 

 항상 '왜'라는 질문은 삶에서 있어서 필수적이며, 중요하다. 의문이 없는 삶은 모든 것을 알고 있거나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책을 읽으라고. 왜? 그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가? 세계대적인 비평가이자 교수인 헤럴드 블룸은 대답한다. "어떻게 읽는가, 잘 읽는가 못 읽는가, 그리고 무엇을 읽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왜 읽는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관심사에 달린 것이다. (…) 독서의 목적 중 하나는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며, 가장 마지막 변화는 안타깝지만 세상 사람들 누구나가 맞이하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이렇다. 독서는 너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그 세계에 들어가기 전에는 하찮게만 보이던, 멀리서 보면 여가나 시간 때우기용으로 보이던 독서의 세계에 입문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영혼의 양식이자 삶의 영양제와 같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장담하냐고? 내가 그랬으니까. 그리고 헤럴드 블룸을 비롯한 많은 독서가들과 작가들이 그랬겠지. 당신은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가 있는가? 그 사람은 독서를 통해 인생을 변화시킨 사람이다. 그를 본받고 싶다면, 우선 좋은 책을 읽어라.

 

 

 가까이 있는 책 중 검토하고 고찰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책, 그리고 시간의 독재와 관계없이 자연과 동질감을 느끼도록 해 주는 책을 찾아라. 실용적으로 말하자면, 우선 셰익스피어를 발견하고, 셰익스피어가 당신을 발견하도록 하라는 말이다. (p.98)

 

 다치바나 다카시- 「체험적인 독학 방법」

 

 이 글은 매우 단순한 구성이다. 공부를 하기 위한 독서, 즉 '독학'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그 방법이 조금 특별할 뿐. 저자는 서점을 '순례'하며 마음에 드는 책을 원하는 대로 고른다고 한다. 그럴 경제적 조건이 안 되는 나로서는 부러울 따름이다. 그리고 저자는 책 고르는 법부터 읽는 법까지 정말 상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독학할 생각이 별로 없는 나도 관심이 가게 할 정도로. 아래는 다카시가 제시한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이다.

 

 1.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하나의 테마에 대해 책 한 권으로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비슷한 관련서를 몇 권이든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중단하기로 결심한 책이라면 일단 마지막 쪽까지 한 장 한 장 넘겨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읽혀라.

 7. 책을 읽는 도중 메모하지 말라.

 8. 남의 의견이나 북 가이드 같은 것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아니, 어떻게?'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면 저자가 어떻게 그런 정보를 얻었는지, 또 저자의 판단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숙고해 보라.

 12. 왠지 의심이 들면 언제나 원본 자료 혹은 사실로 확인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마라.

 13. 번역서는 오역이나 나쁜 번역이 생각 이상으로 많다.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다시 보니, '14계명' 같다. 그래도 참고할 만한 가치는 있다.

 

 이권우- 「각주와 이크의 책 읽기」

 

 글쓴이가 예상했듯이, 나는 제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뭐 이런 제목이 다 있나. '각주'와 '이크'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라니. 게다가 나는 '이크'가 무엇인지 저자가 설명할 때까지 상상도 못했다. 각주의 책읽기란 자신의 세계관과 감성을 옹호하고 보충하고 지지하는 독서다. 얼핏 보면 나쁘지 않다. 이권우 역시 '일반적인 책읽기'는 대부분 이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독서는 스스로의 만족감에 젖어 발전이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이크의 책 읽기'다. "이크"란, 놀랐을 때 쓰는 감탄사다. "이크! 이걸 몰랐네!" 한 마디로, '경이'다. 그리고 경이를 탐구하는 과정은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얻는 지적 환희란....... 각주에서 얻었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즐거움이리라.

 

 윌리엄 암스트롱- 「읽은 것에서 더 얻는 법- 독서의 기술」

 

 이 글은 조금 친숙했다. 저자가 『생각을 넓혀주는 독서법』의 저자 모티머 애들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내 인생 최초의 자기계발서이자 독서법의 가이드가 되어 준 책이다.

 

  암스트롱은 뭐라고 말했을까?

 

 1. 독서는 단어 하나하나를 읽는 것이 아니다.

 2. 독서는 인쇄된 페이지를 힘들게 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3. 독서는 손가락이나 연필로 문장을 따라가며 기계적으로 읽는 것도 아니다.

 

 독서는 사유다.

 독서는 연구이다.

 독서는 도전이다.

 

 내가 독서에세이 편 중 가장 인상깊게 읽는 것이 바로 「독서의 기술」이다. 원래 내가 이런 분야에 잘 끌리는 편이고, 나의 독서 습관이 잘못 되었음을 정확히 지적해주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책을 제대로 읽자"고 생각하면, 그저 문장 하나하나를 이해하는 것에 그친다. 그리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칸트의 책을 읽을 때, 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래, 칸트는 이해하자. 플라톤의 대화편을 한 단어씩 이해하는 것은 정말 바보짓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나의 독서는 계획이 없다. 책을 한 권 한 권 파고들지 못하고 몇 장만 읽으면 지루해지고, 다른 책을 찾는다. 그렇게 해서 내가 책갈피를 꽂아놓은 책만 서른 권 남짓된다. 하지만 대부분 초반부에만 갈피가 꽂혀있다. 나의 이런 엉망진창 독서습관을 보면 윌리엄 암스트롱은 나에게 뭐라고 말할까?

 

 "이봐, 독서는 계획이다. 너처럼 듬성듬성 읽으면 제대로 읽을 수 없어. 잡생각 하지 말고 집중해서 읽으라고. 주의 흐트러지지 말고. 그리고 너 자신을 믿어."

 "어떻게요?"

 "읽은 것은 기억할 수 있다고. 또, 너의 개인적인 경험을 책 내용과 연관시키거나 적용시켜 봐. 예를 들어 보렴."

 "저는 물건을 잘 못 찾고, 그러면 화부터 내는 안 좋은 습관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글 쓴답시고 언제부턴가 영화 내용을 검색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인셉션> 괜히 봤어요."

 "어쨌든 너에게 부족한 것은 관찰력과 집중력이구나. 그러면 너는 『논어』나 『팡세』처럼 짤막한 토막은 잘 이해하지만,   칸트나 아리스토텔레스처럼 논리정연한 글은 이해하기 어려워하지?"

 "네."

 "그럼 너에게 충고를 해 줄게. 단락이나 문장을 읽을 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 즉 주제를 유념하며 읽도록 해. 한 문장 한 문장을 각각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각 문장들을 연결시키는 고리를 찾아. 그리고 그것을 계속 반복하고, 마지막으로 마음 속으로 읽었던 부분을 요약 정리해. 가능하면 써도 좋고."

 "플라톤의 『소피스테스』를 요약 정리하고 있습니다."

 "훌륭해. 이제 마지막으로 너에게 줄 조언은 이것뿐이야. 읽는 목표나 목적을 명확히 하렴. 너가 이 책을 왜 읽는지 자문하고 책을 읽도록 해. 그리고 한눈에 많이 보는 연습을 하고. 너에게 필요한 것은 책을 제대로, 빠르게 읽는 거야."

 "좋은 충고 감사합니다, 암스트롱 씨."

 

 래이 브래드버리- 「지구인」

 

 읽고 소름 돋았다. 평범한 SF려니 했건만, 우주판 「셔터 아일랜드」였다. 우주판 셔터 아일랜드라....... 이 말 말고 다른 말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괴물로 살겠나

 아니면

 선량한 인간으로 죽겠나"

 - <셔터 아일랜드>-

 

 

 

 

 

 

 

 

 

 와카다케 나나미- 「익명 작가의 연작 단편소설 7월: 상자 속의 벌레」

 

 정말 재미있었다. 이런 퓨전 장르의 소설 마음에 든다. 무서운 이야기를 했는데, 그 이야기가 현실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벌어지자 두려워하는 젊은이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해프닝이었다. 코믹, 추리, 미스터리, 공포가 혼합된 유쾌한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적극 추천한다. 양갱과 팥빙수 당기는 여름에 걸맞는 소설.

 

 김연수- 「뉴욕 제과점」

 

 김연수의 이 단편 소설은 마치 자전적인 이야기를 보는 듯 하다. 동네 빵가게과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다.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사라져야 했던 골목의 풍경에 대한 애도가까지. 그런데 뒤늦게 가서야 깨달은 사실. 이 이야기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사실.

 

 찰스 유- 「사실주의」

 

 이 소설은 형식 면에서 나를 놀래켰다.

 

 어머니는 <사실주의>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그것은 박물관식으로 배열된 이야기의 모음이었다.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그 책을 썼다. 자신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었다. 어머니는 그 책이 자기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다.

 

 "왜 사람들은 그걸 사실주의라 부르는 거니?" 어머니가 묻는다.

 

 내가 설명한다. "사실 그건 사실주의가 아니에요. 사실주의는 세상에 대한 실제를 선택하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이에요." (p.297)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끊임없이 나에게 여백의 미와 여운을 준다. 과연 그 수많은 공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그 긴 책, <사실주의>. 과연 그 책 속에는 어떤 내용이 있길래. 엄청나게 많은 사실과 비밀들, 그것을 찾기 위해 나는 여백 속을 파고들어간다.

 

 

 나는 포기한다.

 

 내가 말한다. "전 못해요. 전 이걸 이야기로 만들 수가 없어요."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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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은 고전이 별로 없어서 아쉽네....

 그래도 마음에 드는 인문은 많다. 다양한 테마, 다양한 즐거움.

 

  나는 처음에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를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가가 되었나』로 보았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들은 어떻게 최고의 정치학자가 되었나』였다. 이 시리즈는 총 3권으로, 이번 신간이 마지막 도서다. 이 시리즈는 현대 정치학의 대가 15명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으며, 3권에서는 애덤 셰보르스키, 로버트 베이츠, 데이비드 콜리어, 데이비드 레이틴, 테다 스카치폴(사실 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500쪽의 분량인데 5명이라면, 그만큼 심도 있는 이야기를 다루겠구나. 단순한 인터뷰가 아닌 말로 쓴 글이구나. 최고의 전문가가 보는 정치의 흐름, 관심이 간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는 제목 자체도 흥미롭지만, 올리버 색스라는 저자의 무궁무진한 연구와 저서의 반열에 또 다시 신간을 올리기 위해 지목했다. 대중을 위한 인체 도서인데, 별로 재미없다. 솔직히 말해.

 

 예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생각을 듣거나 읽는 것보다는 말하고 쓰는 것이 낫다고. 그런데 생각을 그린다니? 이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을 말하는 사람 생각을 그리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생각을 그리면 사고가 명확해지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비비드 아이디어'라는 개념을 잘 알고만 있으면, 무리없이 이 책을 독파할 수 있으리라.

 

 아마 이 책이 가장 흥미롭다. 『세상의 과학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당연히 오늘날 과학이 우리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니 알고 넘어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최초의 발명, 발견은 역사책에도 나오는 흔한 것이다. 그러니, 집중적인 탐구가 필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은 세상의 과학의 원리를 찾아낸 그리스의 위대한 과학자들, 철학자들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 그것을 미래에 전파시킨 로마의 업적까지 다루고 있다. 오, 그리스도 흥미로운데 로마의 보존까지 다루다니, 기대된다.

 그리스 고전, 로마 고전은 살면서 한번쯤은 읽어야 한다. 하지만 희곡, 철학 에세이, 대화편, 서사시를 모두 제대로 읽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나도 호메로스 서사시와 헤시오도스의 시는 읽었지만, 플라톤의 대화편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에세이는 거의 시도하지도 못했고,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의 비극과 그리스의 모든 희극을 접하지 못했다. 그런데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니. 사실 기대도 별로 안 하지만, 그리스 고전을 둘러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일 것이다.

 

 고전 톡톡에 이어 인물 톡톡이다. 위인들을 이야기하며 교훈을 얻는다. 여전히 흥미로운 소재다. 게다가 그들의 삶보다는 그것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들을 주제별로 보여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공부에 목숨 걸거나 전복적인 아티스트이거나, 아니면 그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림길 중 하나이거나. 아무 위인이나 집어서 본받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나도 이미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출판 생태계는 지구촌 생태계처럼 오염되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우린 이 생태계를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정직한 출판, 올바른 출판, 공정한 출판....... 책을 세상에 알리는 역할, 즉 책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출판계인데, 요즘은 숨겨진 명작 같은 것은 발굴 안하고, 베스트셀러만 홍보하고 있으니...... 조금 안타깝다. 언제부터 책이 상품화되었는가? 많이 사니까 베스트셀러인데, 요즘은 베스트셀러니까 많이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정말 안타깝다. 빨리 정화되기를.

 

 위대한 작가가 위대한 사상가를 적다. 슈테반 츠바이크가 몽테뉴에 관해 적다. 몽테뉴의 평전이지만, 이것은 저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것이 위대한 평전이다. 평전 작가와 위인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책. 평전은 저자와 위인의 상호 관계니까.

 

 

 고전 세 권. 우리나라의 『백석 시 전집』,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그리고 『마하바라따』. 나는 전집에 항상 끌린다. 그 작가의 모든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백석의 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시'다 보니 수많은 시가 존재하리라. 그의 모든 사상과 이야기를 듣고 싶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고전의 재번역이자 재해석이다. 민음사의 출간으로 인해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선구자를 새롭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빨리 완역되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으로서는.

 

 무엇보다 기쁜 것은 『마하바라따』 서사시의 완역이다. 예전에 소설로 번역된 적이 있지만, 시만큼이나 원작의 여운을 잘 전해주는 것은 없다. 그 유명한 『바가와드 기타』와 수많은 창작물들의 토대가 된 놀라운 작품이 바로 『마하바라따』다. 인도에서 탄생된 세계 최대의 고전 중 하나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은 하나의 성격과 행동으로 일관되지 않으며, 그때그때 변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매력이 있다. 마치 우리 인생처럼 말이다.

 

 

 중세, 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연금술'이다. 많은 남자들이 그것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남자 연금술사의 시도는 그렇게 크게 다루지 않았는데, 여자는 연금술이 아니라 그와 비슷한 것과 관련만 있으면 '마녀'로 여겨지고 만다. 그리고 거대한 권력 앞에서 화형당하고 만다. 수많은 여자들이 그런 식으로 죽었다. 이 얼마나 분노할 일인가! 그리고 '마녀'라 불리는 그들은 종교와 신만을 강요하는 억압받는 시대에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여자들일뿐이었다. 하지만 수도사들과 종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일반 여성들에게 돌리고 말았다. 이들의 만행 역시 역사의 오점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이다.......

 역사의 오점이라, 기억하고 싶진 않겠지만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비롯한 홀로코스트를 역사의 오점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누가 봐도 끔찍한 만행이지만, 당시에는 왜 그것이 당연스럽게 여겨졌을까? 물론 당대 상황에서도 반대 세력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 때는 그 어떤 것보다 합리적인 이유로 자신의 만행을 인정시키는 방법이 있었다. 바로 '왜곡'이었다. 특히, 타키투스의 『게르마니아』가 왜곡의 희생양이 되었다. 독일은 자신의 민족이 우월함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민족인 게르만족을 찬사했던 『게르마니아』를 인용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잘못을 저자 타키투스에게 돌릴 수 없다. 그 책은 독일이 자신들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쓰여진 것이 아니라, 당시 타락한 로마에게 순수한 게르만족의 사례를 들어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위험한 책'은 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오늘날에는 수많은 국가들이 있다. UN 가입국만 거의 200국 되니까, 이 지구라는 땅 덩어리에 얼마나 많은 국가가 있는지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점이 있다. 자연환경이나 기후, 이런 자연적 요소를 제외한다면 왜 이렇게 국가들끼리 서로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일까? 미국과 중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강했는데 왜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의 국가들은 영향력이 없는가? 궁금하지 않은가? 나도 그 해답을 알기 위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읽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한다. 지난 역사에 대한 회고. 특히, 『13일』은 공포에 휩싸인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준다. 쿠바 미사일 위기, 이것은 마치 북한이 서울에 핵을 날린다고 경고하는 것과 같은 공포일 듯 하다. 13일만에 정리된 사태이지만, 사람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방금 전에 내가 말했던 사례에서는 분명 코웃음 치는 이들도 있겠지만, 겁먹고 도망가는 이들도 분명히 있으리라. 공포는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관계는 세계사에 길이 남을 화둣거리다. 단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단테는 그녀를 결코 잊지 못했다. 그리하여, 그의 최고의 걸작 『신곡』에서 그녀는 혼란에 빠진 단테를 이끌고 천국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사랑에 빠진 단테』는 단테와 그가 살았던 르네상스 시대, 그리고 『신곡』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데 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오르한 파묵의 작품에 실망한 적이 있어, 그의 소설을 더 이상 읽지는 않지만 이번 책, 『소설과 소설가』는 매우 관심이 간다. 소설가가 말하는 소설 쓰는 법은 많이 봐 왔지만, 소개에 따르면 소설 쓰기를 "단어로 그림 그리기"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 말에 무척 흥미를 느끼고, 이 책에 대해 더 알아보았다. 파묵은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에 재능이 있었지만 20대 초반 무렵, 그림 그리는 것을 관두고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소설은 그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내 이름은 빨강』만 봐도 알 수 있다)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등장인물의 캐릭터, 플롯, 시간 따위가 아니라 묘사되는 장면의 전체, 즉 풍경이다. 그리고 그는 『안나 카레니나』를 '이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완벽한 소설'로 꼽는다. 풍경을 너무나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가의 말을 모두 따를 필요는 없지만, 수긍이 간다. 나도 해볼까?

 

 사마천, 아주 유명한 역사가다. 『사기』라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고전을 남기고, 그 고전으로 인해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래서 이 『사마천 평전』에서는 사마천만큼이나 『사기』를 중요하게 다룬다. 그의 위대함은 얼마 안 되는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고, 맛깔나게 우리한테 전하는 능력에 있다.

 

 정치와 소설은 아무 관계가 없는 줄 알았다. 정치는 현실이고, 소설은 허구니까. 하지만 얼마 전에 안철수가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를 언급한 것을 보면, 정치와 소설이 아예 남남은 아닌 것 같다. 하긴, 정치 칼럼에 자주 개콘이 언급되는 것만 봐도, 정치가 서서히 문학과 희극에 녹아들어가는 것 같다. 소설에서 정치를 보는 방법이 이 책, 『정치와 소설』에 담겨 있다.

 

 『빅 픽처』로 유명한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템테이션』. 뜻이 '유혹'인데, 어떤 유혹을 말하려는 것인지? 소설은 자고로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사로잡을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케네디, 이 작가는 너무나도 그것을 잘 한다.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10년 동안 무명 작가로 지내다가 시나리오 하나가 대박을 터뜨린 작가,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유혹, 그리고 몰락....... 유혹에 휩싸인 자의 운명은 파멸인가, 혹은 극복인가?

 

 백.가.흠. 이름이 정말 매혹적이다. 제목도 나프탈렌. 그래서 나는 『힌트는 도련님』 때 그를 본 이후, 이름을 기억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라서. 그런데 이게 첫 번째 장편소설이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못 보여줬던 숨겨진 역량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구먼.

 

 『직업의 광채』는 웃기게 슬프다. 32개의 단편은 각자가 우리에게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우리 현실이라는 점이 씁쓸하다. 노숙자도 직업이 된 오늘날, 욕이 나오지 않을 수밖에 없는 현실. 뭐가 광채야? 광채는 개뿔.

 

 18개의 코스 요리를 맛 볼 준비가 되었는가? 공복 상태에서 읽으면 더욱 좋다. 아, 물론 영혼의 공복 상태 말이다. 하나씩 맛봐도 되고 폭식해도 좋다. 당신이 그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만 하면 된다. 문학이 밥이고, 밥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즐겁게 식사하시길. 아, 맛은 보장하지만 배부를지는 미지수야.

 

 <그 외에 관심 가는 책>

 

 1. 두 얼굴의 네이버: 당연히 관심이 안 갈 수 없는 책이다. 맨날 구글이나 유튜브 까는 책이나 보고 있다가, 드디어 까야 할 놈을 만났으니. 네이버도, 다음도, 다른 포털사이트도 한 번씩은 다 문제점을 지적받고 고쳐야겠지. 나 자신도 불만이 많으니까. 물론 완벽할 수는 없지만. 2. 조이 이야기: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이라는 전설을 잇는 작품이라 해야 하나? 팬들의 요구로 탄생한, 또 하나의 역작이다. 3. 쿠퍼 이야기: 북반구 스릴러만 봐 오던 나에게 남반구 스릴러라는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 그런데 둘이 무슨 차이지?

 

 <북즐 시리즈>, 이야, 『출판 생태계 살리기』와 더불어 한국의 출판계를 좀 더 활성화시키고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출판하는 쪽에 관심 있는 사람은 봐야 할 듯. 그럼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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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책이 너무나 많다. 우리가 꼭 읽어야 할 책들,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책들, 우리 삶의 질을 풍요롭게 하는 책들....... 사실 나는 어떤 책이든 출판되어 많은 사람들이 아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새로나온 책을 보며 읽고 싶고, 맛보고 싶고, 씹고 싶은 책을 본다. 그 중에서 내가 정말 원하고,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건져내 본다.

 

 

 우선 관심 가는 고전 먼저 적어본다.

 

 칸트의 『형이상학 서설』, 칸트 하면 항상 '비판' 3부작만 봐서 그런지 '서설'이 낯설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그다지 꺼리는 내용이 아니다. 이 서설은 칸트가 『순수 이성 비판』을 어려워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가 쓴 해설서라고 할까. 이 책을 출판함으로써 가지는 『순수 이성 비판』의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는 칸트가, '비판 3부작'에 노력을 가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 어려운 이야기를 맛보게 하도록 이런 해설서를 저술한 것이다. 두 번째는, 스스로 그 비판서가 어렵다고 인정한 것이다. 쉽고 정복하기 쉬운 산에 대한 해설서는 없으니까. 오직 오르기 어려운 산만이 가이드가 있는 법이다. 이 충실한 가이드는 칸트의 복잡한 세계에서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펄 벅은 다작의 작가다. 수많은 소설, 수많은 지침서, 수많은 한국 이야기. 예전에 나는 펄 벅의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라는 책을 보며, '역시 펄벅이다'라는 생각을 품었다. 그런데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내가 전에 읽었던 책이 부모와 자녀를 위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여자' 모두에게 바치는 자기계발서다. 그리고 그녀는 남성이 있으면 여성이 있고, 여성이 있으면 남성이 있듯, 여자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펄 벅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타르튀프』와 『두 도시 이야기』는 이미 다른 글에서 올렸으니, 자세한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두 도시 이야기』의 출간은 정말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읽고 싶어도 제대로 된 완역본이 없어(있었는데 절판됨) 답답했는데, 때마침 이렇게 내 앞에 나타난 것이 정말 감격스럽다. 하루빨리 만나보고 싶은 책이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든. 책의 출판은, 독자를 설레게 한다.

 

 

 이 세상은 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순간 순간의 판단과 행동과 말이 그 이후의 순간들을 결정한다. 그래서 '결정적 순간'이 지나면 그 전의 일들, 그리고 미래의 일들이 완전히 뒤바뀌어버린다(마찬가지로 소설은 '장면'이 존재한다). 소설은 사람이 쓴 것이고, 위대한 소설들이나 평범한 소설들이나 모두 순간의 영감으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그렇게 한 편의 소설이 되었다』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그러한 영감이 탄생되기까지의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더불어 고전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까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폭력은 언제부터 존재했던 걸까? 그 기원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서로 다른 사상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되는 사상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면 반드시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폭력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존 도커는 『고전으로 읽는 폭력의 기원』을 통해 폭력의 출발점을 옛 고전에서 찾는다. 제노사이드와 홀로코스트와 같은 비극은 어쩌면 저자가 설명한 그리스 고전들과 로마의 고전 이야기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나는 이런 두려운 의심을 품어본다.

 

 왜 과학자들의 삶은 주목받는가? 많은 저술가들이 수학자, 철학자, 소설가, 발명가 등의 삶에 대해 써 왔다. 그렇지만 과학자들에 관한 저서를 따라갈 수 없다. 왜 그들의 삶이 주목받는가?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 수학자, 발명가, 철학자들의 범위 안에 과학자들 역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학자이거나 철학자인 사람들은 동시에 과학자인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을 들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의 삶 자체가 하나의 실험이자 업적이기 때문이다. 갈릴레이의 용감함과 뉴턴의 사고방식 등은 그들의 업적이 무엇이던 간에, 우리에게 교훈을 전해준다.『위대한 과학자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43명의 과학자들의 삶과 업적을 주목한다. 어쩌면 흔해빠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과학자들을 위한 찬사에 그 발을 올려놓았다는 점에 나는 의의를 두겠다.

 

 『범죄소설』은 얼마 전에 출간된 『블러디 머더』를 떠오르게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책은 국내 작가라는 사실. 그래서 우리와 더 친숙한 이야기를 할 것이다. 범죄소설, 탐정소설, 공포소설, 추리소설, 판타지소설은 오래 전부터 우리의 정서를 일깨우는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설을 분석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제 2차 세계대전을 내가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6년간의 전쟁에는 많은 전환점이 있었을 것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 실패, 진주만과 미국의 참전, 원자폭탄 등의 전환점이 분명히 존재하리라. 그리고 내가 모르는 8가지의 '순간'을 확인하고 싶다. 그리고 연관지어서, 제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불리는 맥아더에 대한 재평가까지. 『12전환점으로 읽는 제 2차 세계대전』과 『맥아더와 한국전쟁』을 꼭 읽어보고 싶다. 니미츠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맥아더의 진실은 더욱.

 

 이야기는 중세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상과 인간의 권리가 신과 종교라는 이름 앞에 탄압받던 중세, 그 시절의 뒷골목 사랑 이야기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중세 시대에는 어떻게 사랑하고, 결혼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사랑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나 다름없겠지만. 이번에는 한 도시로 초점을 맞춰보자. 중세 시대에, 갈라진 이탈리아에서 잘 나가던 도시 베네치아를 들여다보자. 이탈리아의 시인들이 항상 노래한 도시, 베네치아의 실태를 맛보고 싶다. 제목에 걸맞게, 베네치아는 부의 도시이자, 무역대국, 동과 서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분명히 중세의 뒷골목 사랑처럼, 뒷이야기가 있으리라 믿는다.

 

 『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은 언뜻 보면 일반적인 서양 철학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철학의 시작은 적어도 플라톤이 아니며, 현대 철학의 끝도 비트겐슈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인식론의 역사'인 것이다. 플라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인식론은 비트겐슈타인에서 빛을 발한다. 이런 내용이다.

 

 서사시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가는 지금, 『그리스 로마 서사시』를 읽어보고 싶다. 다시 한 번 그리스로. 그리고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가짜 고독에 빠져있는 우리를 진짜 함께 함에 참여할 수 있게. 고독을 잃어버렸다. 다시 찾을 시간이다.

.......

 

 

 

 

 

 

 

 

 

 

 

 

 

 

 마지막까지 힘내어 소설 네 편만 더 올린다. 다섯 명의 SF 작가가 그린 미래 도시 이야기 『메타트로폴리스』는 제목이나 표지나 내용이나 무척 관심이 간다. 한편, 괴테가 아닌 투르게네프가 쓴 『파우스트』와 고대 서사시 중 하나인 『베오울프』 역시 무척 섭취하고 싶다.

 

 로맹 가리의 『흰 개』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이 작품이 위대한 소설로 남게 된 이유는 키플링처럼 인종차별적인 태도가 아닌 양쪽을 똑같이 바라보는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흑인들을 차별하는 사람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로맹 가리, 왠지 모르게 친숙한 이 작가를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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