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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훌쩍...
눈물이 아니라 콧물이 흐르는 소리입니다.
봄은 저에게 그야말로 알러지의 계절인가 봅니다.
쉴 새없이 코가 간질거리고 콧물이 흐르네요.
하도 코를 풀다보니 머리도 여간 아프지 않은게 아닙니다.
끈적한 엿처럼 달라붙은 두통을 매일 껴안고 사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신간 추천은 해야겠지요.

이번 달에 가장 읽고 싶은,
그래서 추천하고픈 작품은 바로
브루노 슐츠의 작품집 입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예전에 길 출판사에서 슬라브 문학선으로 이미
소개된 바 있죠. 두 권이 나왔었는데 그게 바로
'계피색 가게들'과 '모래시계 요양원'입니다.
이번에 나온 이 작품집은 이제는 절판이 되어버린
그 때 두 작품을 묶어서 새로이 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두 편이 실려있으며 번역자도 그 때 그 분입니다.
절판된 책들을 찾아 다니셨던 분들에게는 더 없이 희소식인 셈이죠.
브루노 슐츠... 그는 1892년에 폴란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유태인이었습니다. 이 시대애 폴란드의 유태인이라고 하면 장차 이 사람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튼 그는 소설가였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화가에다 문학 비평가이기도 했습니다. 그 중 생전에 가장 각광받았던 것은 물론 화가로서였습니다.
이 책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은 1930년대에 쓰여졌습니다.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인 것이죠. 이 사실을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그만큼 생전에 정체성의 혼돈을 겪은 인물도 또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원래 독일 지역이었던 드로회치에서 태어나 생활했는데 그 지역이 1차대전으로 원래 땅 주인이었던 폴란드로 돌아가게 되었죠. 그래서 그는 한 순간에 독일인에서 폴란드 인으로 정체성의 변화를 겪어야했습니다. 그는 또한 유태인이었지만 유태인 문화와 언어에 대해서는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런 식의 다층적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이 늘 그를 따라다녔는데 아마도 그의 작품들은 바로 그것을 반영하고 있을 것이며 그래서 어쩌면 그의 작품들은 초현실주의적 경향을 띠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슐츠에게 가장 대표작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 책에도 실려있는 '악어들의 거리'겠지요. 독일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제목이 많이 낯익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루노 슐츠의 '악어들의 거리'를 원작으로 미국의 퀘이형제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이 꽤나 유명하니까요. 바로 이 작품이죠. '악어들의 거리'를 메인으로 한 포스터 입니다.


애니메이션 역시 슐츠의 원작 그대로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혹시 이 애니메이션을 아직 못 보셨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군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사실 악어들의 거리가 실린 단편집 초판은 브루노 슐츠가 직접 일러스트레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이런 화풍의 삽화들이 실려 있었습니다.(소개하는 이 책에도 삽화가 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멋진 그림이지 않습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되네요. 꽤나 인기가 있었던 화가라는 데 어쩐지 고개가 끄덕여질 것 같습니다. 사실 브루노 슐츠는 2차대전 때, 그러니까 정확히는 독일이 폴란드를 점령했을 때 이 화가로서의 경력 때문에 목숨을 건진 적이 있었습니다. 폴란드 유태인이 당시 어떤 일을 당했던가 하는 것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슐츠 역시 그런 운명을 피하기 힘들었는데 한 독일인 장교가 그의 그림에 너무도 팬이었던지라 그를 보호해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그의 집에서 벽화를 그리는 조건으로 말이죠. 그렇게 브루노 슐츠는 문학이 아니라 그림 때문에 그 암울한 시기를 비켜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운은 그리 길지 못했고 살짝 비켜나갈 뿐이었습니다. 그 독일인 장교에겐 라이벌 장교가 하나 있었는데 그가 그만 그 사실을 알고는 어느 날 빵을 들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브루노 슐츠의 머리에다 총을 쏘아 죽여버린 것입니다.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는 죽음입니다. 그렇게 그는 역사의 발톱 아래 쓰러졌습니다. 더하여 당시 그가 마지막으로 심혈을 기울이며 쓰고 있었던 '메시아'라는 작품도 이로 인해 결국 미완으로 남았고 그 후 원고조차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슐츠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 원고는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환상의 원고나 다름없는데 신시아 오직이라는 미국의 한 소설가는 이 '메시아'라는 원고를 소재로 소설을 쓰기도 했었습니다. 슐츠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가 그 소설을 들고 나타난다는 식으로 말이죠.
쓰다보니 한 책을 가지고 너무 많이 이야기했네요. 아무튼 이렇게 여러 면에서 뚜렷한 영향을 지금도 끼치고 있는 작가인만큼 현존하는 거의 유일한 작품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꼭 한 번 벗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미쓰다 신조를 좋아하는지라 이 작품이 발간된다고 했을 때부터 이미 관심이 있었습니다. 벌써부터 읽으신 분들의 리뷰가 올라오는데 호평이 많네요. 그 중 '정말 무섭다'는 말이 또한 많아서 더욱 읽어보고 싶습니다. 미쓰다 신조에겐 '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으로 대표되는 도조 겐야 시리즈 말고도 그 자신의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나오는 '작가 시리즈'란 게 있습니다. '작자미상'은 그 작가 시리즈 중 두번째 작품입니다. (첫번째 작품인 '기관'은 이미 출간되어 있습니다.) 도조 겐야 시리즈가 미스터리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면 '작가 시리즈'는 호러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이 '작자미상'이 가장 무섭다고 하는군요. 제가 좀 호러를 좋아하는지라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신간평가단으로 읽어보면 좋겠는데 슬프게도 추천하신 분이 없으시네요 ㅠ ㅠ
제가 지금 신간평가단 소설파트장을 맡고 있는데 그 중 하는 일 하나가 신간평가단 여러분들이 추천해준 작품들을 집계하는 일입니다. 이 일을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어떤 책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아, 이 책은 이번 달 많은 추천을 받겠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는 어떤 감이랄까요 암튼 그런 게 은연 중 생기는데 폴 오스터의 '선셋파크'를 봤을 때 딱 그런 감이 왔습니다. 과연, 많은 분들이 추천해 주셨네요. 저 역시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지라 좀 반갑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으로 부터 또 얼마나 더 나아갔는지 보고 싶네요.
여기까지 쓰고는 잠시 쉬었습니다. 두통이 너무 심해지고 콧물도 자꾸 흘러내려서 말이죠.
알러지가 너무 심해지네요. 다음 두 작품도 꼭 읽고 싶고 특히 쿤데라의 책에 대해선 주절주절 하고 싶지만 그냥 간략하게만 말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좀 쉬고 이따가 또 집계도 해야 하니까요. 내일이 주말인게 정말 다행이네요.
쿤데라가 왜 죽은 자들의 말에 집착하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체제전복소설. 여기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이런 열망의 소설, 이런 발언의 소설
한번쯤 꼭 보고 싶었습니다.
'열외인종 잔혹사'의 그 작가라 더욱 관심이 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