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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의 미래, 중년파산 - 열심히 일하고도 버림받는 하류중년 보고서
아마미야 가린 외 지음, 류두진 옮김, 오찬호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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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오정이 현실화된 지 오래다. 퇴직할 정년의 나이는 참 많이도 빨라졌는데, 막상 퇴직하면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은 별 다른 기술을 요구하지 않고 창업이 쉽다는 이유로, 또 목만 잘 잡으면 수입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치킨집의 '블랙홀'로 빠져 든다. 하지만 알토란 같은 퇴직금만 날리고 가게를 접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렇게 되면 파산이라는 말이 남 일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노년 파산이라는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노년 파산을 넘어 중년 파산의 시대다. 실제로 그렇다. 도표가 증명한다. 2015년, 1월부터 2월까지 서울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연령별 파산 현황이다.


  

 이른바 중년이라 할 만한 나이대의 파산이 무려 65.4%나 된다. 실태가 이러하니 어떻게 중년 파산이라는 말이 마냥 허무맹랑하다고 할 수 있을까? 노년 파산이라는 말은 우리가 겪는 것을 정확히 10년 앞서 경험한다는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중년 파산도 그렇다. 그것은 지금 일본에서 현격하게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아카기 도모히로를 포함한 다섯 명의 일본 자유기고가 쓴 '98%의 미래, 중년 파산'은 바로 그것을 다루고 있다.


 일본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아주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었다. 흔히들 말하는 '잃어버린 10년'이다. IMF가 터졌을 때의 우리나라와 똑같이 그 때 갓 대학을 졸업한 이들에게 취직이란 하늘의 별 달기보다 더 어려웠다. '취업 빙하기'란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다. 이제 그 빙하기 때 구직활동을 했던 이들이 40대가 되었다. 중년이 된 것이다. 일본에서 그들은 '잃어버린 세대'(단카이 주니어 세대가 여기에 해당된다.)라 불린다. 앞 세대(단카이 세대)와 다르게 경제 부흥에 따른 달콤한 과실을 전혀 맛보지 못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취업이 어려웠던 그들 대부분은 비정규직이 되었다. 그런데 한 번 비정규직이 되면 결코 정규직이 될 수 없었다. 이 책의 2장은 이런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이들의 대담으로 이뤄졌는데, 그 중 다음과 같은 말은 왜 일본에서 '중년 파산'이 현실적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미야 :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말하는데, 세상 사람들 대부분은 20세부터 40세까지 20년 동안 취직을 하거나 업무를 익히거나 결혼, 출산을 합니다. 말하자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20년인데,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그것을 빼앗긴 셈이지요. 제가 조합원으로 속해 있는 '프리터 전반노동조합'은 비정규직 노동자 이외에도 실업자, 저소득자, 위킹푸어 같이 고용 형태를 불문하고 폭넓게 가입할 수 있는 독립계 노동조합입니다. 이곳에서 8년 동안 함께 운동을 해왔던 조합원들은 전부 30대 후반 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 중에 누구 한 사람도 결혼한 이가 없었고 아이도 없었지요.


 가야노 : 조합원 중에 정직원이 된 사람은 있습니까?


 아마미야 : 제가 아는 사람 중에는 없었어요. 정직원으로 일했던 사람이 8년 사이에 실직해서 지금은 생활보호를 받고 있다든지 하는 반대의 경우라면 수도 없이 많지만요. (p. 77 ~ 78)


 그들에게 더이상 삶이 나아질 가망은 없다. 현상유지만 되어도 다행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일본 역시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다. 자꾸만 늘어나는 노년층으로 인한 부담이 사회에 가중될 수밖에 없다. 반목과 증오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사회가 쓸 수 있는 재화엔 한계가 있고, 경제 불황과 노년층의 증가로 갈수록 세수가 줄어들게 되면 사회로부터 그동안 받았던 혜택을 줄어들며, 그 줄어든 원인을 남들에게서 찾기 때문이다. 즉, 저 외국인 노동자 때문에 내가 받을 임금이 적어졌어, 혹은 복지 혜택이 줄어들었어 하는 것과 비슷하게.


 이런 식으로 '중년 파산'의 징후는 왜 극우로 치닫고 있는 아베 정권을 일본 국민들이 지지하는가에 대한 것 역시도 알게 해 준다. 우리나라의 일베와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재특회'라고 해서 극우를 표방하는 넷우익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바다. 처음엔 이런 넷우익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사회적 소외와 불만 계층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왠걸 어디든 있을 법한 주부나 멀쩡한 회사의 정직원들마저 많이 가입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무엇이 안정적이고 평범한 그들에게 중국과 한국에 대한 무분별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경제적인 불안감이 자리한다. 그러니까 '일본 최고다!'하는 내셔널리즘이 아니라, 중국과 한국인들 때문에 내가 쓸 수 있는 경제의 파이가 적어진다는 박탈감이 증오의 근본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불안이 타인에 대한 적대와 증오를 부추긴다. 사실 우리나라의 일베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최근 가뜩이나 많이 늘어난 혐오 문제도 이번 정부에 들어와 더욱 나빠진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도 암울한데 미래의 전망마저 보이지 않으면 타인을 포용할만한 여유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한정 줄어들기 마련이다. 혐오를 지양하고 모두가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면 선플 운동 같은 걸 할게 아니라,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경제적 자본을 늘려주면 된다. 최저 임금을 현실화 하고, 부자 증세를 통한 세수 확충으로 고용과 복지 혜택을 증대하여 현재와 미래를 불안 속에 걱정하면서 맞이하지 않게만 하여도 지금의 혐오와 증오는 많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지금 사회가 너무 가진 자 위주로 되어, 98%의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몫을 못 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없이 한 쪽으로 기울어진 소득 불평등의 운동장을 얼른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중년 파산'은 결코 남의 나라 일도, 시간적으로 멀리 있는 일도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금 비정규직의 비율이 50%가 넘었다. 언제 성큼 닥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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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4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15 0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 - 빅뱅 파괴자들의 혁신 전략
래리 다운즈 & 폴 누네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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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이 식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영 기법에도 유통기한은 존재한다. 시장의 상황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경영 기법에 있어서 혁신의 중요성을 가장 먼저 주장했던 경제학자는 '슘페터'였다. 무어의 법칙처럼 날로 달라지는 경제 환경 속에서 업데이트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자신을 새롭게 변화시키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하기 마련이다. 거기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 기술의 발달은 더욱 급격한 시장의 변화를 초래했다. 새로운 시장은 이제 더이상 위에서부터 아래로 형성되지 않는다. 이제 기업이 더 비싼 값을 지불할 여유가 있으며 그렇게 할 소비자를 목표 고객으로 설정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창조하는 건 어렵게 되었다는 의미다. 현재의 시장은 그런 식으로 생겨나지 않는다. 예전처럼 소규모 시장에서 대규모 시장으로 발달하는 일도 없다. 이제 시장 형성의 일방 통행은 불가능하게 되었고 시장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건 전면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어떤 히트 상품이 나타날 경우 삽시간에 모든 시장을 장악해버리는 상황에 지금 우리는 던져져 있다는 것이다. 흡사 '빅뱅'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비즈니스 분야의 정보 기술 분야 컨설턴트인 래리 다운즈와 폴 누네스는 이와 같이 변화된 시장 상황을 단적으로 '빅뱅 파괴자'라 묘사한다. 빅뱅을 파괴하는 자가 아니라 '빅뱅처럼 기존의 시장을 파괴하는 자'임을 뜻하는 말이다. 이제는 이러한 빅뱅 파괴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다. 이들이 과연 누구고 앞으로 어떻게 시장을 변화시키며 또한 기존의 기업들은 이러한 빅뱅 파괴자가 양산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앞날을 열어갈 것인가? 이것이 바로 래리 다운즈와 폴 누네스가 그들의 저서 '빅뱅 파괴자,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다.

빅뱅 파괴자는 도처에서 볼 수 있다. 아이폰의 앱으로 나와 전세계를 장악해 버렸던 '앵그리 버드'를 생각해 보라. 비슷하면서 보다 가까운 예로써 '애니팡'을 떠올려도 좋을 것 같다. 이 조그만 카카오톡 연동 앱 게임은 누구나 보았듯이 유명 기업의 상품도 아니었고 별다른 마케팅도 없었지만 오로지 아래로부터의 인기를 통해 국민게임으로 떠오르며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그것도 아주 단기간에. '빅뱅 파괴자'란 이걸 뜻한다. 짧은 시간에 전면적으로 시장을 장악해 버리는 존재들. 이제는 거대 기업이 아니라 바로 이런 빅뱅 파괴자들이 시장을 주도해 나가는 상황이다.

 이제 생태계가 달라졌다. 급속도로 발달한 정보화 기술이 전혀 다른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빅뱅 파괴자들의 생태계다. 무엇보다도 빅뱅 파괴자들은 이전 기업들과 세 가지 측면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그들은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다.
 둘째, 그들의 성장은 거침이 없다.
 셋째, 그들은 비용 부담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물론 이들의 이러한 특성을 가져다 준 것은 지금의 정보화 기술이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한 기술은 핵심 기술의 비용이 점점 낮아지게 만들었고 그것은 글로벌한 아웃 소싱과 혁신적인 자금조달 방식으로 연구 개발에 드는 비용이나 광고 비용까지 낮출 수 있게 만들었다. 네트워크의 발달로 원하는 모든 방식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더이상 기존의 규율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더구나 이십년 가까이 지속된 인터넷 기술과 네트워크 분야의 발전 덕분에 소비자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축적이 가능해서 소비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든지 이용 가능하게 됨으로써 이전에 기업이 하듯이 초기 사용자 집단을 만들고 묶고 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방대한 네트워크 덕분에 소비자로 부터 실시간 반응을 얻을 수 있게 되어 테스트에 따르는 비용도 줄어들게 되었다. 즉 정보화 기술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이점을 빅뱅 파괴자들에게 가져다 주었다.

첫째, 혁신 비용의 감소
둘째, 정보 비용의 감소
셋째, 실험 비용의 감소.

빅뱅 파괴자들은 이 세가지 비용의 감소를 동시에 전면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압도적인 시장 장악력은 바로 이와 같은 이점을 바탕으로 가능했다. 하지만 이러한 빅뱅 파괴자들의 성공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니팡'처럼 단번에 끝날 수 있다. 즉 빅뱅 파괴자들은 이전과는 다른 자기들만의 독특한 수명 주기 궤적을 가지고 있는데 저자들은 그것을 '상어 지느러미'라 부른다.


즉 지금의 변화된 생태계는 겨우 적응한 빅뱅 파괴자들 역시 위험 속으로 빠뜨린다. 언제 또 다시 등장한 빅뱅 파괴자에 의해 이제는 자신이 희생당하게 될 지 모른다. 그러므로 정보화 기술은 그들에게 언제나 양 날의 검이다. 성공만큼 위험 역시 그것은 가져다 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오로지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생존을 위한 최적의 방법이다. 카멜레온처럼 얼른 주위 상황 변화에 자신을 적응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빅뱅 파괴자가 자신의 빅뱅을 지속시키기 위한 유일의 방법이다.

때문에 이런 비유가 가능하다. 지금의 생태계란 공룡이 멸종할 당시의 생태계와 비슷하다고.
빙하기는 급격한 환경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변화에 몸집이 거대한 공룡들은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그들은 결국 멸종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몸집이 작았던 동물들은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했고 결국 멸종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현재 전면화된 빅뱅 파괴자들의 생태계는 이와 같다. 자신의 색깔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업들만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질문에 직면하여 부각되는 것이 바로 현재 빅뱅 파괴자들이 보여주는 기존의 기업과는 다른 특성들이다. 빅뱅 파괴자들은 시장에 있는 다른 기업들을 경쟁자로 보지 않으며 기존의 고객서비스 방식 역시 아예 무시한다. 단적으로 지금까지 경영 기법이 보아왔던 기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략과 혁신에 대한 기존의 지식과 방법들은 더이상 유용하지 않다. 한 마디로 유통기한이 도래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유용한 방법들일까? '어떻게 그들은 한순간에 시장을 장악하는가'는 바로 2부에서 이런 방법들을 탐색한다. 탐색은 무엇보다 실제 사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론에다 현실을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이론을 정립해나가는 식이다. 그런 식으로 실제 사례를 통해 저자들은 모두 12개의 원칙들을 선별해낸다. 빅뱅을 창출하고 지속시키기 위한 원칙들이다. 이 원칙들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책 날개만 들춰봐도 나오고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이 책은 성공 원칙들을 배운다기 보다는 현재 시장의 생태계가 얼마나 근본적으로 달라졌는지 그것을 체험하는데 더 큰 독서 의의가 있는 것 같다. 막연히 생각만 하고 있었을 뿐 피부로 별로 와닿지 못했던 그것을 저자들은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한 실제 사례들로써 뇌리에 강하게 새기도록 하는데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읽으면서 시장이 이토록 달라졌구나 하는 것을 새록새록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이러한 생태계에서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그 실감을 바탕으로 이제 비로소 고민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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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
서광원 지음 / 김영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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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허다한 경영서가 있다. 처세서의 수도 그 못지 않다. 거기서 서광원의 '살아있는 것들은 전략이 있다'라는 이 책은 다소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성공적인 경영과 처세의 방법들을 생물학과 연결하여 찾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나름의 전략으로 살아남은 것들에게서 그 생태계와 비슷한 환경이라 할 수 있는 경영과 현대인의 삶에 있어 유용한 것들을 한 번 취해보자는 것이 이 책의 탄생 배경이고 지향점이다. 그래서 말인데 읽으면서 좀 서글프기도 했다.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는 자연계나 이성을 사용하여 소위 문명이란 것을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계나 모두 같이 생존이라는 지상 목표를 위해 경주해야 하는 존재들이라니. 인류는 역사 이래로 참 많이 진보해왔다고 하는데 본질적인 면에선 지금 우리의 삶이나 고대 유인원의 삶이라 별로 차이가 없으니 도대체 그많은 진보의 과실들은 어디로 다 가버린 것일까? 이런 생각에 좀 우울했다. 누구나 말한다. 현대는 성공 지상주의 사회라고. 그렇게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결승선을 향해 경마장의 말들처럼 오로지 앞만 보고 뛴다. 하지만 그 성공의 의미는 이제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에는 보다 나은 삶의 상태 같은 것을 의미했겠지만 지금은 생존의 확실한 보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시대는 이전보다 삶의 불확실성이 훨씬 높아졌고 그만큼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생존을 안정적으로 보장할 가능성 또한 희박해져 버렸다. 개인적으로 서광원의 착안점은 좋다고 본다. 사실 지금 우리의 삶이란 생태계 맨 아랫단에 놓인 작고 약한 초식동물이 무시무시한 맹수들이 날뛴다는 정글을 앞에 둔 것과도 다를 바 없다고 할 수 있으니까. 자신의 존재와 세계의 상태를 제대로 아는 것. 그것이야말로 생존을 위한 가장 첫 번째 원칙이 아니던가! 이것이 서광원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일점혁신주의'에서의 '일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약한 존재는 주위 상황에 민감하다. 그들은 대기의 조그만 변화도 놓치지 않고 감지하기 위해 귀를 늘이거나 목을 늘인다. 생존을 위해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최대한 모으려는 몸짓이다. 그건 우리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책을 읽는 이유도 근본은 보다 많은 정보로써 잘 생존하기 위한 데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이런 책들이 오히려 우리 삶의 서글픔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안주는 죽음이니 부단히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계속 채찍질을 멈추지 말아야 하며, 업무 성과는 성과대로 높이고 인간 관계 역시 원만하게 유지하는, 그렇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승진을 위해 자기 능력을 개발해야함과 동시에 인간성까지 고양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참으로 성공이란 열매의 단맛을 맛보기 위해 한 개인에게 과중되는 짐이 너무도 많다. 실제 우리의 스트레스는 일이 많고 너무 바빠서가 아니라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해오기 때문이 아닐까?

 책에서 인상 깊게 다가왔던 부분이 있다. 뛰어난 능력 덕분에 두 번의 이직으로 억대 연봉을 받게 된 이의 이야기였다. 원했던 만큼의 자리에 이르고 보니 마음이 허전해왔단다. 특히나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 더욱 그랬다고 한다. 그래서 예전에 알던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하지만 모두들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 않았다. 마지막에 건 선배 역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배님도 많이 변하셨네요?"
 "그래 변했지 (...) 정말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들어보겠어?"
 "무슨 말인데요?"
 "왜 사람들이 너에게 바쁘다고 하는지 모르지? 네가 그렇게 만든 거야. 잘 나갈 때는 연락 한 번 하지 않다가 자기가 필요할 때만 온갖 반가운 척 다 하며 연락하는 사람, 만나기 싫어서 바쁘다고 하면 '너 변했다'고 가시 같은 한 마디를 던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너다. 내가 변했다고? 그래, 변해야지. 네가 그렇게 대하는데 변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 변해야지. 그만 끊는다."(p. 84)

 왠지 찔리는 구석이 많았기에 참 많이 와 닿았던 이야기였다. 저자는 정말 자신이 인정받기 원하는 부분으로 방향을 정해 달릴 것을 원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그래, 사는 게 다 이렇지. 어떻게 두 가지를 다 이룰 수 있겠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내줄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이 아니야?' 이런 생각만 들었다. 저자는 뒤에 가서도 한 여자 임원의 이야기를 예화로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 역시 성공 하느라 아래 사람에게 잘 못하여 주위에 사람이 없게 된 경우였다. 물론 나라고 모든 경우를 다 아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직장에서 인간 관계도 잘하면서 성과도 좋은 이는 잘보지 못했다. 그동안 내가 보아온 바에 의하면 주위와 아래 사람에게 잘 했던 상사들이 가장 먼저 도태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애초부터 직장에서의 성공을 그다지 원하지 않았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그게 더 좋아서 그렇게 했던 것이다. 보면서 생각했다. '결국 사람이란 자신이 정말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 지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므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진정 원하는 지 찾는 노력이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갈 용기가 아닐까?'라고.

 그래서 말인데, 이 책은 내게 안주하지 말 것을 요구하지만 난 그만 안주하고 싶다. 사실 저자조차 현상유지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호수 위에 떠다니는 백조가 아래로는 쉴 새없이 물갈퀴 달린 발을 휘젖고 있듯이 안주하는 것조차도 실은 꽤나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나의 나됨을 받아들이고 그걸 온전히 긍정하는 것마저도 쉽지가 않다. 세상은 부단히 나에게 그들의 가치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니까. 또한 너무나 많은 것이 불확실한 이 세상에선 사람은 자연스럽게 무언가에 예속되기를 바라게 되고 남들과 닮게 되기를 바라는 법이니까. 저자의 말대로 이 세상이 생태계와 똑같이 온갖 위협으로 들끓는 곳이라면 바로 그렇게 나의 나됨을 긍정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에 대한 위협이라고 하겠다. 나는 저자의 '일점'을 받아들인다. 오롯이 한 곳에 집중하는 것에 동의한다.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 요구하듯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지는 않다. 나 자신에게 너무 버거운 짐들을 부과하기도 싫다. 사실 굳이 그렇게 살아야 할 까닭을 모르기 때문이다. 난 그저 적당한 위치에서 적당히 구가하다가 사라지고 싶다. 그렇다. 난 굳이 서식지를 넓히지 않으려는 동물이다. 그저 있는 이 자리에서 최대한 삶에 충실하는 것. 그게 나의 생존전략이다.  저자도 방법 보다는 방식을 먼저 찾아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흔들리지 않을 방식을. 이걸 나의 방식으로 삼겠다. 더 많이 가지려, 더 높이 오르려 안달하지 않겠다. 너무 많은 것을 욕심내지 않겠다. 일이든, 사람이든.

 사실, 이건 탄식이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 중에 '우리의 광기를 참고 견딜 길을 가르쳐 달라'라는 것이 있다. 한창 핵무장에 강대국들이 열을 올리던 시절, 이렇게 아둥바둥 살아도 어느 순간 핵무기로 세상이 멸망해버릴지 모른다는 절망 속에서 그 소설은 쓰여졌다. 헤아리기 힘든 거대한 광기가 전 세계에 소용돌이 치고 있는데 어떻게 미쳐버리지 않고 태연하게 일상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것을 묻는 소설이었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어이없이 수면 아래에서 삶을 빼앗겨버린 수백의 생명들. 저마다의 이기적 욕망에 단 한 명조차 구조되지 못하고 그대로 수장된 목숨들을 보면서 어찌 절망에 빠지지 않고 태연하게 이전처럼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방식을, 근본적인 태도를 변화시킬 수 밖에 없다. 다윈에 따르면 자연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생물들은 모두 닥쳐온 위기에 자신의 삶적 태도를 바꿔온 존재들이었다. '세월호'는 우리에게 보다 근본적인 삶의 가치를 묻고 있다. 나는 거기에 응답하고 싶다. 그런 고로 이 글은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게 된 나의 응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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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드 인 전략 - 와튼 스쿨 최고의 마케팅 명강의
조지 데이 & 크리스틴 무어먼 지음, 김현정 옮김, 이명우 감수 / 와이즈베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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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부터였나 심심치 않게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 전략' 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하면서 한결같이 따라 붙었던 건,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게 무슨 소리?'라고 묻는 내게,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영업 방식이 지나치게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 )'되어 있는데 이제 그걸 바꿔야 한다고 대답했다. '아웃사이드 인'이든 '인사이드 아웃'이든, 괜히 영어로 말해서 그렇지 별로 어려울 건 없는 말이다. 영어 그대로 '아웃사이드 인'이란 화살표가 바깥에서 안쪽으로 가야한다는 말이고 '인사이드 아웃'이란 화살표가 반대로 안쪽에서 바깥으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서 인사이드, 즉 안쪽이란 기업을 말한다. 그렇다면 아웃사이드, 즉 바깥 쪽은 무엇인지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 기업은 어디까지나 바깥에다 상품을 팔고 이윤을 얻기 위해서 존재하므로 그 바깥엔 오로지 하나의 존재 밖에는 없다. 자신의 상품을 구매해 줄 고객.

 

 즉 '아웃사이드 인'이든, '인사이드 아웃'이든 쉽게 말해 무엇을 중심에 놓아야 하는지에 대한 말인 것이다. 그렇게 '아웃사이드 인'은 고객을 중심에 놓는 것이며 반대로 '인사이드 아웃'은 기업을 중심에 놓는 것이다. 알고보니 이 용어는 처음엔 마케팅 용어로 나온 모양이다. 그 사실을 이번에 나온 조지 데이와 크리스틴 무어먼이 공저한 '아웃사이드 인 전략'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와튼 스쿨이 선정한 마케팅 분야의 최고 명강의라고 해서 나온 모양인데, 원래부터 익히 들어왔던 용어였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잘 알지 못했기에 이참에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책 역시 패러다임의 전환을 소리 높여 강조하고 있다. 어쩌면 그 변화의 필요성을 주장한 최초의 책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진정으로 기업이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면 이제부터라도 '아웃사이드 인'에 초점을 맞추고 영업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고객중심경영'이다. '뭐야?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말인데. 지금 다들 이렇게 하지 않나?' 하실 것 같다. 맞다. 기업이 '고객중심경영'을 표방한지는 오래되었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현실화되었는지는 미지수다. 우리나라 기업들 대부분이 저마다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문제가 터졌을 때는 모르쇠하는 걸 허다하게 보아오지 않았던가? 고객을 응대하고 불만을 처리하는 것을 보면 지금까지 기업들이 외치고 있는 '고객중심경영'이라는 게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음을 너무나 똑똑히 알 수 있다. 그들은 그저 그런 이미지만을 원할 뿐, 사실은 어디까지 기업의 이익과 목적 그리고 주주들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하는 '인사이드 아웃'인 것이다.

 

 '그래가지고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런 그들에게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그들의 말이 얼마나 설득력있는 지 보여주기 위하여 아예 구체적 사례들까지 죽 보여준다.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대기업들마저 '인사이드 아웃'을 고수하다가 어떻게 좌초되고 난파되었는지 우리는 여실히 볼 수 있다. 그리고 분명히 느끼게 된다. 이제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을. 예전 모습 그대로는 도저히 생존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그런 부름, 동기 부여가 이 책을 보면 확확 일어난다. 과연 와튼 스쿨이 인정한 최고의 강의답다. 그런 동기부여가 일어났다면 실제로 '아웃사이드 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제 익혀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거기에 대한 실제적 도움까지도 주고 있다. 책 한권으로 모든 걸 마스터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통해 '아웃사이드 인' 마케팅 전략이 과연 어떤 것인지 워밍업 정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영업에 있어 고래(古來)로 부터의 황금률은 '손님은 왕이다'라는 것이다.  손님의 필요,기호 그리고 욕구를 무시해서야 당연히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기업은 "기업 이익 우선주의', '주주제일주의'에 빠져 오만을 부려왔다. 자신들이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면 고객들이 따라올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이 자만할 수 있었던 근거인 시장은 더이상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가격과 상품을 찾아 직접적인 해외 구매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더구나 그 비율 역시 계속 증가 추세다. 더이상 애국심에도 호소할 수 없다. 이전까지 기업들이 의지할 수 있었던 보호망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의 힘을 너무 믿고 고객들을 봉으로 생각해왔지만 이제 그들의 종이 되지 않으면 앞날을 기약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아웃사이드 인'은 소통을 중시하는 전략이다. 지속적으로 고객의 욕구와 불만 사항을 체크하여 적극적으로 영업에 반영하는, 그야말로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고 귀를 기울이는 전략인 것이다. '아웃사이드 인'으로의 패러다임 변화는 한 마디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다시금 우리들에게 암시한다. 오만하게 나의 것을 주장하고 강요하기 보다는 타인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의 중요성이다. '아웃사이드 인'이 대세가 된다는 말은 곧 소통하지 않는 조직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모르쇠하는 불통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으며 아무리 강한 조직이라 해도 불통으로 버티는 덴 한계가 있다. 그것도 반드시!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기 전에 이 책을 읽어서라도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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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커스 -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
크리스 앤더슨 지음, 윤태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있다면 그건 책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곳까지 보여주어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기 때문이다. 책이 넓혀주는 시야란 현재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건 미래도 마찬가지다. 책은 현재를 넘어 도래할 미래 또한 보여줄 수 있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보다 현명하게 미래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니까 책은 한 마디로, 정보의 부족 혹은 시야의 한계로 인해 치르게 될지도 모를 시행착오를 미연에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이다.

 

 굳이 이러한 책의 유용성에 대해 말하는 것은 이번에 나온, '롱테일 경제학'으로 이제 우리에게도 제법 이름이 알려진 크리스 앤더슨의 또 하나의 역작, '메이커스'가 바로 그것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메이커스'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달라진 현재의 모습과 더불어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밝혀 우리가 오늘과 내일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서 만일 당신이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고심하고 있었다면 좋은 조언자가 되어 줄 것 같다.

 

 

 그렇다면 크리스 앤더슨이 보여주고 있는 미처 우리가 몰랐던 변화된 현재의 모습과 도래할 미래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그 대답은 '메이커스'라는 제목 자체에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단 전작 '롱테일 경제학'에서 크리스 앤더슨이 보여주었던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그 책에서 크리스 앤더슨은 동시대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변화되고 또한 이전 시대의 소비자들과는 달리 이제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그 취향을 실현시키려는 경향이 강해짐에 따라 소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 상품이 선호되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 보았다. 그렇게 크리스 앤더슨은 앞으로 날로 '틈새시장'이 생겨나고 중요해질 것이며 이제 그것을 적극적으로 창출시키는 것이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한 바 있다. 그의 예언은 맞아 떨어졌다. 정말로 이제 사람들은 대중의 일반적 성향을 수동적으로 반영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그러한 다변화된 취향에 발빠르게 적응하는 '틈새시장'의 중요성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니까 말이다. 아마도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패스트 패션으로 유명한 '자라'가 거기에 대한 좋은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롱테일 경제학'에서 상정했었던 시대적 환경은 '메이커스'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메이커스'는 ;롱테일 경제학'에서 보다 더 한 발 나아간다. 그러니까 보다 더 현실적으로 '틈새시장을 어떻게 창출시킬 것인가?'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다.

 

  '롱테일 경제학'에서도 그랬듯이 크리스 앤더슨은 여전히 제조업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 본다. 비록 지금이 정보화 시대이고 산업의 근본적 구조가 '원자'에서 '비트'로 옮겨갔음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제조업의 중요성이 감소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크리스 앤더슨에게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로 인한 디지털 환경의 획기적인 변화는 한 마디로 제조업의 근본 환경을 바꿔 보다 더 제조업이 왕성해지도록 하는, '슬램덩크'식으로 말하자면 '왼손은 거들 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디지털 환경이 됨에 따라 이제 개인이 얼마든지 공장에서만 할 수 있었던 작업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사진관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예전에는 사진 현상을 위해서는 꼭 사진관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예전엔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사진 앨범 하나도 가지기 어려웠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사진관에서 하는 일들을 개인이 집에서 혼자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에 의하면 제조업 환경도 그렇게 바뀌었다. 설계 프로그램의 발달로 이제 개인도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의 설계를 할 수 있고 거기다 그러한 이들이 설계한 상품을 얼마든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이른바 '메이커 스페이스(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공방'을 생각하면 될 듯 하다.)'의 발달로 굳이 전문가나 공장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혹시 그래도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하시겠지만 크리스 앤더슨은 그것도 너무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많은 지식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됨(이를 '오픈소스 라이선스'라고 말한다.)으로써 얼마든지 자신에게 필요한 전문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누구나 상품화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다면 '메이커스', 즉 수요 창출자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지난 시대에는 자신에게 아무리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상품화 시키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세 단계를 거쳐야만 가능했다.

 

  1. 제조업체들이 제조할 만큼 인기가 있는가?

  2. 소매업자들이 계속 진열할 만큼 인기가 있는가?

  3. (광고나 상점 쇼윈도를 통해) 소비자 눈에 들어올 만큼 인기가 있는가? (p. 102)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러한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시키기 위해 더 이상 타인들에게 그 평가와 심판을 맡길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그렇게 원하면 얼마든지 누구나 능동적인 '메이커스'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은 실제 자신이 구상했던 '스프링쿨러'를 상품으로 만들었던 과정을 밝힘으로써 이것이 그저 허황된 공상이 아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까지 하다.

 

- 이렇게 변화된 디지털 환경의 덕분으로 이제는 '책상 위 공장'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진은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책상 위 공장'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현재 나와있는 물건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변화된 현재와 도래할 미래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 개인의 창의성과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임을 분명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들은 조직을 등에 업지 않으면 개인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어떤 집안, 어떤 지역, 어떤 학교, 어떤 회사, 이런 것들이 나 자신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졌다. 그래서인지 우리들 스스로가 생각하는 존재의 가치는 많이 왜소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바라는 직업이 '공무원'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안정을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도 그만큼 스스로의 존재가 왜소하다는 생각에 믿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상황은 이제 달라졌다. 미처 우리가 깨닫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제 다가 올 세상은 그런 조직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기만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메이커스'의 시대다. 앞으로 더욱 왕성해질 틈새시장들의 존재는 이러한 '메이커스'들의 양산과 활동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도전 정신만 있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활로를 개척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를 준비하는 자로서는 남들이 우루루 몰려가는 평준화의 길 보다는 이렇게 도래할 시대에 맞춰 준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즉, 이제 '개인 제조업자(메이커스)'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지식 혹은 기술을 습득하는데 더욱 노력하는 것이다. 크리스 앤더슨에 따르면 그것 외에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다. 있다면 그것을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신뢰와 더 좋은 '메이커스'가 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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