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지만,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예상치 못한 반전 앞에서 역시 김재희 작가는 추리소설 작가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 작품이었다.
유미 분식의 주인인 김경자 사장이 세상을 떠났다. 김경자 사장의 하나뿐인 딸 유미는 엄마의 뜻을 이어받아 분식집을 이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시작에 앞서, 엄마의 유언대로 소중한 기억을 가진 손님들을 초대하기로 마음을 먹고 과거 유미 분식을 찾아주었던 손님들에게 초대장을 발송한다. 유미 분식집을 찾은 손님들은 저마다의 추억이 담긴 음식들이 있었다. 각자의 사정으로 예전처럼 유미 분식을 찾지 않기도 했고, 그동안 김경자 사장이 암으로 투병을 했기에 가게를 드문드문 열기도 했었다. 초대장을 받고 가게를 찾은 손님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풀어진다.
첫 번째 손님은 과거 은행에서 일했던 연경이다. 바쁜 업무 때문에 끼니를 놓칠 때가 많았던 연경은 유미 분식에서 유부가 들어간 김밥을 자주 사다 먹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지라, 늘 자신이 번 돈으로 생활비를 보탰기에 연경은 연애나 결혼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 어느 날, 은행을 종종 찾는 회사원 한현석은 손님으로부터 봉변을 당하는 연경을 마주한다. 과거에도 이런저런 일로 고객들의 사정을 알고 있던 연경은 한 할아버지가 통장을 들고 와서 돈을 찾아달라는 말에, 다른 가족을 모시고 오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딸과 다시 은행을 찾은 할아버지는 은행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결국 돈을 가지고 떠난다. 얼마 후, 은행을 찾은 할아버지의 부인인 할머니는 눈물을 흘린다. 자신이 모아둔 돈을 딸과 남편이 자신 몰래 찾아갔다는 것이다. 현석의 도움으로 겨우 상황을 마무리 한 연경은 유미 분식에서 식사를 하다 다시 현석을 마주한다. 그렇게 둘은 연인이 되고 결혼을 하지만, 결혼 후 생활비를 보태지 않는 연경에게 서운해하는 친정과 하는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아서 빚을 지게 된 현석 사이에서 연경은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유미 분식의 초대장을 받은 연경은 과거의 자신이 은행에서 열심히 일하며 끼니로 먹었던 김밥을 마주한다. 그리고 유미로부터 연경이 썼다 버린 편지를 다시 전달받게 된 연경은 자신과 현석의 과거를 다시 떠올리게 되는데...
유미 분식을 다시 찾은 손님들은 저마다의 자신이 좋아한 음식을 통해 과거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 기억의 중앙에는 자신들을 아끼고, 늘 다독여주었던 주인 김경자 사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리를 다친 건물주 국씨 아재를 위해 새벽에 소불고기덮밥을 만들어 배달해 주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실종아동 지아가 좋아했던(다행히 지아는 3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치즈돈가스, 경찰시험을 준비하던 미성이 위로를 받았던 어묵탕 국물, 학폭으로 학교를 그만두고 은둔 청년이 된 왕년 이모의 아들이자, 유미의 친구였던 대호가 늘 끼니로 먹던 떡튀순 세트 등 다양한 음식이 소개된다. 그리고 사연 속에서 김경자 사장이 어떤 마음으로 손님들을 대했는지도 드러난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닮은 유미 또한 여러 가지로 활약을 한다. 그리고 모든 손님이 다 모이자, 그들에게 뜻밖의 선물이 주어진다. 과연 그 선물은 무엇이었고, 왜 김경자 사장은 손님들을 초대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일까?
앞에서 말했듯이 예상치 못한(설마 했던) 기분 좋은 반전이 담겨있다. 음식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참 좋은 매개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기억은 또 누군가에 대한 추억으로 이어진다. 어찌 보면 잘 살아왔던 경자 사장이었기에, 그런 자리도 마련할 자신감이 있었던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따뜻한 추억과 기억이 적절히 담긴 유미 분식. 각 장의 말미에는 해당 음식의 레시피도 담겨있으니, 참고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