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마을의 공유경제 소동 - 2020 문학나눔 선정 도서 파랑새 인문동화 3
안선모 지음, 로사(김소은) 그림, 김황식 추천 / 파랑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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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마을의 공유경제 소동』, 안선모, 파랑새  #어린이동화 *

'공유 경제를 실천해가는 방법에 쉽게 접근하기'

 

파랑새 인문동화 세번째 책인 『조용한 마을의 공유경제 소동』.

이 책은 아이에게 권해주고 싶기도 했지만,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더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어린이동화로 아이도 쉽게 나도 쉽게 알고 싶었던 낯선 단어 '공유 경제'에 대해 궁금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 세대나 그 윗세대는 '공유 경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공유 경제'의 장점은, 단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공유 경제'가 대두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규 경제'는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궁금해야 할 단어일 것 같았다.

 

표지에 자연속에 들어선 전원주택단지가 그려져 있다.

'공유 경제'는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 마을에서 어떻게 일어나는 걸까?

윤기가 사는 마을은 산을 깍아 만든 15채가 모여 있는 타운 하우스 마을이다.

윤기의 눈에 에코 캐슬은 '그다지 편한해 보이지도 넉넉해 보이지도 않은' 마을이다.

그런 마을에 오경제교수네가 이사를 오면서 주민들은 불편한 이웃이라고 꺼려하지만, 그들의 가족으로 인해 에코 캐슬은 스나브로 변화가 일어난다.

이웃간의 교류나 나눔이 없던 이 마을에 '공유경제'는 어떤 영향을 줄까?

 

43- "... 오늘은 플리마켓과 프리마켓에 대해 알려줄게요. 이 두 가지를 헷갈려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우선 플리(flea)는 벼룩이라는 뜻이고, 프리(free)는 자유라는 뜻인 건 아시죠?

(...) 플리마켓은 중고 물품을 파는 시장이고요. 프리마켓은 말 그대로 자유 시장, 자본주의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장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67- "비앤비의 영어 철자는 B&B의 약자야. 여행할 때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

(..) 침대, Bed, 또 하나는 아침의 영어 Breakfast 그러니까 침대와 아침이 제공된다는 얘기야.

에어비앤비처럼 뭔가를 빌리고 나누는 일을 공유경제라고 합니다. 공유경제는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빌려 쓰는 개념의 경제활동을 가리키는 표현이랍니다.

82-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내가 안 쓰는 물건을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돌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

80- "이제 진짜 쓰레기가 뭔지 알았어. 쓰레기라고 하면 우리가 쓰다 버린 더러운 것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집 안에 우리가 쓰레기를 이렇게 많이 껴안고 살았다니."

 

57- "바쁜데 뭐하러 땅을 갈고, 또 뭘 심어요? 그냥 사다 먹으면 될 것을."

61-"괜찮은 이웃을 기대했는데 영 불편한 이웃이야. 담을 허물자고 하질 않나, 함께 밭을 만들자고 하질 않나. 앞으로 뭘 더 하자고 할까 봐 걱정이야." 

- 읽으면서 가슴 한 켠이 묵직했다.

어른들의 모습이 현재를 사는 우리와도 데칼코마니인 것은 순순히 인정하면서, 불현듯 어린왕자가 말했던 어른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어린왕자가 말하는 숫자에만 관심갖는 어른의 모습을 보며 '어른들은 왜 저러나..' 했었는데, 이제 내 모습은 진저리났던 그 모습이었다.

아이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어떤 것을 느낄까?

엄마를 생각하고, 아빠를 떠올리지는 않을까?

어른들의 모습이 공부만 제일 중요하고 그 외 다른 것은 가치도 없이 생각하는 모습으로 각인될까봐 염려스러워진다.

 

105- "어떤 사람에겐 좋은 제도가 또 다른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해. 서로 보완하고 절충하는 태도가 필요하지."

(...) "그러고 보면 세상 모든 만물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언제나 좋을 수도 없고 언제나 나쁠 수도 없고."

-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또, 모든 사람이 좋은 마음만 먹으면 좋겠으나 분명 악용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서로 믿을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는 일이 최선이 될 것 같다.

미래를 살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자원을 아끼고 나눠쓰는 것을 자연스러운 사회의 흐름으로 만들어가는 것, 우리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삶의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

 

 

 

플리마켓(flea market): 온갖 종류의 중고품을 사고파는 시장. =벼룩시장

빌트인(built in) : 집이나 사무실 등에 필요한 각종 기기나 가구등을 건물에 갖추게 하는 공법.

 포트락(potluk) : 각자 음식을 조금씩 가져와 함께 나눠 먹는 것.

개러지 세일(garage sale) : 차고에서 물건을 파는 것.

(자기가 안 쓰는 물건을 정리해서 자기 집 차고에 진열해 놓고 파는 것)

카 셰어링(car sharing) : 공유 자동차가 이용하는 것.

카풀(car pool) : 가고자 하는 목적지나 방향이 같은 사람들이 한 대의 자가용을 함께 타고 다니는 일.

 

- '공유경제'에 연관된 다양한 용어들을 이야기에 녹여 놓아 알기 쉽다.

들어는 본 용어들이지만, 정확히 알지는 못했는데,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까지도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아이들과 슬로리딩으로 이 책을 읽으며 공유경제에 대한 다양한 활동들을 함으로써 경제를 이해하고, 사회문제를 인지하는 시간이 갖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12- 리온이의 나눔 기술은 정말 절묘하다. 공평하게 기분 좋게 부담스럽지 않게 모든 사람에게 채소를 나눠 주고 있었다.

- 우리나라는 소유에 대해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집부터해서 모든 가전제품들을 이고지고 산다.

하나에서 열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종류의 가전제품들, 그 외의 많은 물건들을 소유한다.

한 번 집으로 들어온 물건들은 평생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남이 쓴 물건에 대해 인색하다.

내 것이 아니면 소중하지 않다는 생각, 내 것이 아니면 함부로 해도 된다는 생각, 남이 쓰는 것은 더럽다는 생각.

그래서, 외국에 비해 알뜰시장이나 중고시장등의 활성화가 쉽지 않다.

빌려쓰는 것도 빌려주는 것도 편한 마음을 가지지 못하는 우리다.

우리에게는 '공유경제'라는 단어가 생활에 스며들기에는 너무 먼 이야기같다.

하지만, 우리가 '공유경제'로 나아가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넘쳐나는 물건들의 심각성, 더불어 쓰레기로 덮여가는 우리 아이들이 살 지구를 최대한 지켜나가야 하는 일의 대안이 '공유경제'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 점점 '렌탈'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분명 '렌탈'과 '공유경제'가 같은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지만, 소유개념이 강력한 우리의 마인드를 변화시켜 주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아이에게 책을 권해줄 때 제일 먼저 살피는 것이 '재미'가 있느냐,이다.

빠르게 디지털화되는 세대의 아이들에게 느린 이야기는 익숙하지 않다.

많은 기기들이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능동성을 죽이고 수동적인 습관을 제시한다.

책은 느린 이야기를 접하게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드니 아이들은 자꾸 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을 고르는데 제일 1순위는 당연 '재미'가 먼저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재미없음'과 '재미있음'으로 나누면 불균형적인 독서습관을 초래할 수 있기에 재미말고도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독서 역시 필요하다.

간접 경험은 즐거운 것도 되겠지만,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포함된다.

잘 모르는 분야를 재미까지 겻들여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조용한 마을의 공유경제 소동』, 이 책은 재미에 상식까지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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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 센스 - 경제학자는 돈 쓰기 전에 무엇을 먼저 생각하는가
박정호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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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소비를 한다.

집 앞 마트에서 소소하게 구입하는 간식거리부터 다양한 생필품을 구입하는 대형마트, 하루하루 차려내야 할 적게는 두끼의 식사거리,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에서 수시로 울려대는 쇼핑광고들의 유혹에 넘어가 구매한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

크게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일일히 손으로 꼽다보면 어마어마하다.

계산하고 받은 영수증들은 차의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며 여유있는 경제 형편이 아닌 나는 딜레마에 빠진다.

'나의 씀씀이때문에 항상 쪼들리는 건가?'라며 자책하다가 '이 정도는 낭비가 아니지 않나?'라는 의문도 들기도 한다.

사실 가계의 문제를 파악하고 잡아보고자 재테크책이나 짠돌이카페 책등을 읽어도 보았다.

이렇게 아끼고, 이렇게 저금하고, 이렇게 해보고등등... 쉽지 않았다.

내가 따라하기엔  알뜰하겠다는 마인드와 행동력, 그리고 독함까지 겸비한 그들은 넘사벽이었다.

그렇게 따라할 수 없어 경제분야도서와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찰나, 새빨간 표지의 『이코노믹 센스』를 만났다.

책은 무엇을 하라고 재촉하지 않고 심플하다. 단 한 문장만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표지마저 가볍다. 마치 비어있는 쇼핑백처럼.

'경제학자는 돈 쓰기 전에 무엇을 먼저 생각하는가.', 나도 궁금해졌다.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나와는 어떤 생각이 다른지 알면 어떤 식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빨간 쇼핑백 들고 쇼핑하듯이 책을 읽었다.

어?....읽는데 어렵지 않아..

예시들이 내 주위의 이야기들이다. 공감이 가니 책은 매우 재미있고 쉬웠다.

가볍게 들었다가 공책을 펴들고 다시 처음부터 정독을 한다.

 

'이코노믹(economic: 경제의)'와 '센스(sense: 감각, 판단력)', 제목 그대로 풀이해보면 '경제 감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내 돈을 지켜낼 수 있는 특별한 습관,경제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작정 아껴라,를 말하는 것도 무조건 여기에 투자하라,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소비를 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경제 상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또 우리가 느끼는 감각기관을 통해 소비를 하게끔 만들어진 소비시스템에 대해 말해준다.

경제심리학에 다양한 경제 용어들까지 등장하는 경제서이지만,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예시를 들어주니 전혀 어렵지 않다.

 

8-  이렇게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쓸모없는 소비를 막기 위해 쓰였다. 돈은 필요할 때 사용되어야 한다. 주어지는 대로 흥청망청 소비하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돈이 없어서 인생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만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 서문에 있던 이 문장을 읽고, '꼭' 이 책을 읽어야겠다, 다짐했다.

누구나가 말할 수 있는 말이고, 모두가 아는 말이지만, 어느 시점에 접하는지가 중요하듯 나에겐 지금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 인생을 흐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돈이라고 모두 똑같은 돈이 아니다>

17- 현금 만 원과 상품권 만 원 역시 금전적으로는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즉 우리는 동일한 금액일지라도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돈을 지출하는 방식도 달리한다.

◎ 현금과 상품권은 다르다

- 현금과 카드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 보너스는 절대 모을 수 없다

→ 큰 금액일 경우 : 지출 계획을 면밀히 세운다

→ 소액일 경우 :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형태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26- 실제 우리가 생활비에 쪼들리는 진짜 이유는 매달 지불하는 아파트 중도금 이자나 자동차 할부금과 같은 굵직굵직한 비용 때문이 아니다. 일상의 소소한 지출들인 점심값, 커피값, 담뱃값, 간간이 이용한 택시비 등 때문이다.

- 나도 모르게 "아,짜증나네!" 라고 중얼거렸다. 정말 그랬다.

몇 년 전,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판매하고 일시금이 아닌 1년 반에 걸쳐 5~6회차로 나누어 판매금액을 지급받은 적이 있었다. 일시금으로 보면 너무 큰 돈이었는데, 그것을 여러 회차로 나누어 지급받으니 어디에 투자하기도 뭐해 통장에 넣어놓았다가 부족한 생활비로 야금야금 소비해 결국은 다 소진되어 버렸던 것이다. 다 쓸 줄 몰랐다. 2~3년에 걸쳐 부족한 생활비로 사용한 것 밖에 없는데 말이다.

빈털털이가 되고 난 후, 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니 화가 났던 거였다.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제껏 모른 척 했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 소비하는 것은 괜찮겠지, 하면서.

이건 나의 소소한 행복이야, 하면서.

잘못된 나의 소비습관를 탓할 수 없어, 남편의 월급만을 탓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만 먹었지, 경제감각은 10대를 벗어나지 못한 듯 하다.

 

<아이스크림이 수북이 담겨 나오는 이유>

◎ 절대 평가는 '보이는 것'에 의존한다.

→ 절대 평가 : 직관적으로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부분에 의존하여 판단하려는 경향 - 특별한 사례에 더 주목하는 경향(지인의 사용기)

→ 상대 평가 : 대상들 간의 상호 비교를 통해 좀 더 면밀하고 세심한 비교 작업이 수행.

77- 촉각, 미각, 후각 등 여러 감각 중 시각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86- 소비자가 제품을 접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최초 90초 안에 잠재의식적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 판단의 60~90%는 색에 의존한 결정이라고 한다.

- 물건을 구매할 때 눈으로 보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지 책을 통해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나의 눈에 보이는 것들이 소비를 부추긴 것이라 하니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충동구매를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니 말이다.

104- 우리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특정 제품과 브랜드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무의식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숫자와 비율이 너무 다르게 느껴질 때>

→ 비율로 제시된 내용보다 숫자로 제시된 내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

→ 단위를 작게 하여 숫자를 크게 표시한다. (우유 1L - 우유 1000ml)

→ 성분 함량을 가장 작은 단위로 표시함으로써 숫자 부각. (비타민함유량 0.5g - 함유량 500mg)

156- 특정 상황에서 금액을 비율로 인식하는 습성은 우리의 소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많은 낭비를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비율을 기반으로 한 금액 인식이다.

165- 많은 기업은 현재의 제품 가격을 결정할 때 다가올 미래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여 정하곤 한다. 너무 비싸서 첫 출시부터 고객들에게 외면받는 건 아닌지, 반대로 가격이 너무 저렴해 브랜드 가치와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건 아닌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할인 행사 등의 이벤트를 수행할 여지가 있는 가격 수준인지 등을 고려해 초기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지금 가격을 어떤 수준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의 행보가 크게 달라진다.

 

<저축 통장은 많을수록 좋을까?>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 여러 계좌에 분산하여 저축하는 사람들의 지출이 큰 이유는 여러 개의 저축 계좌로 자신이 저축한 내역을 과잉 평가하면서 스스로에게 당위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 한때 '풍차돌리기'라는 시스템을 소개한 책을 읽었다. 매달 한 개씩의 통장을 늘려가면서 저축을 하는 시스템으로 1년후 만기저축통장이 매달 돌아오니 종잣돈을 모으기가 쉽다는 시스템이었다.

그때 저 방법을 시도해보려다 경제사정이 녹록치가 않아 포기를 했었고, 또 통장을 관리하기가 버거웠다.

그렇게 접었던 '풍차돌리기 전략'을 카카오뱅크에서 '26주적금'등이 나와 통장없이 손쉽게 저금을 할 수 있어 응용해봤는데, 이 역시 수중에 여유돈이 넉넉하지 않으니 부담으로 다가왔고, 여러 개의 계좌가 돌아가니 되게 많은 금액을 저금한 것 같은 생각에 우쭐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역시 신용카드마냥 돌려막기밖에 되지 않았다.

말만 그럴싸하게 '적금', '저축'이었다.

여러 계좌 관리를 잘 할 수 있을 정도의 부지런함과 생활비가 조금은 여유로운 이들이라면 여러 개의 통장을 운용해봐도 좋겠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나에게는 단일 계좌의 저축을 하는 게 맞는 방법인 듯 하다.

246-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소득은 늘고 소비는 줄어들어 저축할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몇 달 후에는 예상치 못한 지출로 인해 또다시 저축을 미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 계속해서 뒤로 미루어진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거나 금연을 시작할 때 오늘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적 회계', '선택의 역설', '단일 대안 회피' , '부존자원효과', '텍타일효과', '단수가격','PWYW'등등 접해보지 못한 경제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재미있는 경제이야기였다.

특별하게 관심두지 않았던 것들이 치밀한 계획과 방법으로 우리 옆에 있으면서 우리의 뇌를, 우리의 감각기관들을 소비로 이끌고 있었다는 것에 놀랍기까지 했다.

경제는 일단 모르니 덮어두자,였는데,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경제가 실생활에 다양한 방법으로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도 '경제'를 매일 접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내 주위의 경제이야기들, 나의 가정 경제를 지키기위해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읽었다.

읽을수록 뿌듯했고, 중간중간 나의 상황에 빗대어 생각하느라 자꾸만 책읽기는 더뎌졌다.

나의 생활에 응용할 생각들이 떠오를때마다 설레였다.

경제 이야기를 이렇게 설레면서 읽을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저자의 다른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놓으며 '이코노믹 센스' 두번째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살짝 끼워넣는다.

 

오늘 당신은 정말로 당신의 의지대로 소비를 했는가.

지금 당장 필요없던 물건을 '이건 필요했던 거야.'라며 장바구니에, 결제창에 집어넣고 있는 행동을 하고 있지 않는가.

당신의 눈을, 당신의 귀를, 당신의 코를 그리고 당신의 손을 진정으로 믿고 행동하는가.

몸의 감각을 온전히 믿기 전 이 책을 먼저 접하기를 권한다, 간절히.....

우리 모두가 나의 모든 감각이 나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님을 의식하는 깨어있는 소비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마지막으로 넣어본다.

"지갑을 열기 전, 모든 감각을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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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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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편이다.

의지가 약한 편이고, 인내력이 부족한 편인데다 요즘은 젊을 때의 관리 부족때문인지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횟수도 잦아져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주술이 자주 필요한 탓이다.

나에게 힘을 주는 주술은 다양하지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나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었다.

점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에 우울해지기 일쑤였고, 내 미래가 불안하다보니 책을 읽고 있는 이 시간조차도 의미없는 시간은 아닐까 초조하고 답답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의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이라는 소제는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나에게 필요했던 '내 능력에 대한 믿음'은 '나에 대한 믿음'으로 수정되어 단단해졌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면서 수학교육서 또는 자녀교육서라고 해도 되지 싶다.

저자의 이야기를 나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도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휴업중 수학숙제인 '수학관련 도서 읽기'에 저자의 전작품인 『스탠퍼드 수학공부법』을 권했다.

아이가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수학'뿐 아니라 공부한다는 것에 대해 새로운 마인드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법칙 1. 타고난 재능을 믿지 마라.

〈성장마인드셋 + 노력 + 자신에게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창의성〉→ 잠재적인 재능을 끌어낼 수 있다.

◎ 사회에 깔린 고정관념들

- 수준별 학습이 효율적이다.

- 특정 성이나 인종을 향한 사회의 고정 관념의 뿌리

(타고난 재능과 천재성= 인종과 성에 따른 편견과 맞물려있다.)

- 뇌가 고정되어 있다.

- 학생을 향한 섣부른 판단의 문제 &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 고정관념

- 사람마다 학습 능력이 각기 다르다는 '잘못된 판단'

33- 어려운 과목에 맞닥뜨리면 뇌를 강화해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하는 대신, '나의 뇌는 여기까지가 한계다'라고 잘못 판단한다. 그러나 특정 분야에 특출나게 능력을 발휘하는 뇌를 지니고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58- 소수의 학생이 다른 이들이 도저히 성취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이미 지닌 채 태어났다는 생각은, 아무 재능도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나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학생에게 똑같이 해롭다.

-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격하게 공감한다.

한때, '영재'들이 출연하는 프로들이 인기가 있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영재'라 칭하는 아이들은 암산, 한자, 암기등등 다양한 분야의 '영재'로 소개를 했고, 실로 그 아이들의 능력은 대단했다.

그렇게 대단했던 아이들은 여전히 '영재'소리를 들으며 사회에 큰 두각을 나타냈을까?

정확한 통계는 나와있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은 듯 하다.

막 대단한 학습 능력이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가득한 '영재'라는 단어, 참 부담스러운 단어다.

그들 역시 자신의 특별한 재능에 노력을 했을 것이므로 그들을 펌하하는 것이 아니나, 그들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감내할 재능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붙은 '영재'라는 꼬리표는 못하면 안된다는 강박과 불안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재능을 칭찬하는 것보다 노력과 과정을 칭찬해주는 사회가 되어야 '영재'라는 단어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면서 그 꼬리표가 긍정 영향보다 부정 영향을 끼친다는 것에 공감을 더한다.

59-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 각 사람의 뇌는 서로 다르다. 그러나 사람들이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간극은 뇌를 변화시키는 여러 가지 방법에 의해 좁혀진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에 영향을 줄 정도로 예외적인 뇌를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의 0.001%도 되지 않는다.

60- 모든 사람은 평생 성장한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가르는 이분법으로 사람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

법칙 2. 실패를 사랑하라.

69- 우리는 틀리거나 실패하는 것은 나쁘다는 관념을 가지고 성장했다. 시험을 중요시하는 학교에 다니면서 실수하고 틀릴 때마다 지적을 받는다. (...)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수를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법칙 3.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어라.

118-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아직까지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뜻이죠?"

어쩌면 사소한 말장난으로 보이겠지만 실은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이 우리의 관점을 부족함을 인지하는 데서 성장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으로 바꿔놓기 때문이다.

120- 한계 제로의 마인드셋을 가지려면, 실패가 자기 탓이라는 생각을 떨쳐내야 한다. 굳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으며 온갖 상황에서 어떤 불확실성을 만나도 얼마든지 당당하게 맞설 수 있다고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129- 교사가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 아이들에게 부모의 영향만큼이나 교사의 영향은 지대하다. 학생이라는 신분을 가진 아이들에게 교사의 말과 행동은 무조건적으로 믿어야 하는 어른이다.

교사들의 마인드가 어떠냐에 따라 아이의 교육관이 달라진다. 교육에 대한 혁신은 분명 필요하다. 성적으로 차별하는 태도, 학생의 잠재력을 밟아버리는 언행, 무조건적인 암기와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 아이들을 무시하는 태도등은 분명 조속히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

법칙 4. 다양한 방법의 솔루션을 찾아라.

134- 기존의 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 학생에게 무작정 열심히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면서 마인드셋 운동을 비판했다. (...)

단 하나의 고정된 방식으로만 교육할 때, 즉 어떤 문제에 단 하나의 해답만 가지고 있고 해답을 구하는 방법도 하나밖에 없는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성장 마인드셋을 지니기 어렵다.

155-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하는 교육법은 특히 수학 과목에 있어 학생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데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157-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잘못된 믿음은 '내가 틀렸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을 불러온다. 그 두려움은 우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 교육의 혁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교육을 하는 이들이 바뀌지 않는 아이들에게 교육혁신을 할 수 없으며 시대에 맞지 않는 교육은 계속 될 뿐이다.

다시 말하면 혁신학교에서 말하는 수업의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학+수학+미술등의 통합수업으로 진행하여 아이들의 생각을 이끌어내고, 프로젝트 수업으로 한 분야를 다른 분야와 연계해서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62페이지에 소개된 '25~30분은 교과서로 공부하고 나머지 55분은 교과서 외의 교재나 교구를 활용'하는 수업방식 역시 교육혁신에서 지향하는 블럭수업과 같은 방향성이라고 봐야 할 듯 하다.

교과서와 교과서 외의 교구나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 교육의 한 틀로 자리 잡으면 수업이 지루하거나 재미없다는 평을 받지 않지 않을까.

법칙 5.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마라.

185- 수학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조건 외우도록 훈련받으며 숫자에 기계적으로 접근하면, 당연히 암기에만 의존하느라 숫자를 유연하게 생각하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한다.

- 196페이지에 소개된 '콜라츠 추측'이라는 문제를 잠자리에서 아이와 풀어보았다.

정수 8로 해보아도 결과는 1이었고, 정수 9로 해보아도 결과가 1이었고, 5,7..등 다른 정수 역시 결과가 1이었다.

15를 가지고 풀이를 해보니 천단위까지 올라가는 계산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단순풀기로 문제집을 풀때 곱셈과 덧셈도 자주 틀리는 아이였는데, 암산만으로 천단위까지를 계산해내는 아이는 재미있어했고, 정확한 계산을 해냈다.

재미로 접하는 수학과 단순작업같은 문제풀이로만 접하는 수학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니... 아이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종이 한 면에 문제가 가득한 문제집을 아이에게 들이밀지 않겠다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다고 말이다.

법칙 6.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연결하라.

저자는 수학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서술했다.

다양한 예시역시 수학관련 교사들의 체험, 실험, 캠프들이었지만, 이해하기에 충분했다.

단순히 수학만이 아니라 모든 영역이 6가지의 법칙에 해당된다.

또,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이 법칙들은 적용이 된다.

열린 마음은 열린 시각을 만들어 주고, 문제에 다양하게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은 서로의 차이와 다름,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며,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서로를 존중하면 서로의 의견도 존중하게 되고 다른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어 한계제로가 가능하게 된다.

아직 우리 사회는 교육 현신에 대해 지지부진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교육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회 전체가 혁신이 되는 것이지만, 사실 현 사회를 보면 그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사회 시스템이 틀리다는 것을 알면서 따라갈 수는 없지 않은가.

우선 나부터 긍정적으로 나를 보고 아이를 보며 긍정마인드로 체인지를 해보자.

내 생각이 옳아,라는 말보다는 네 생각은 어때?라는 말을 해보자.

나의 한계를 스스로 정하지 말고, 아직 해 보지 못한 것들에 도전해보자.

그러다가 실패하거나 도전이 무산되더라도 그로 인해 성장한 것을 느껴보자.

모든 것을 빨리빨리보다 답만 구하는 방식보다 새로운 방법을 찾기를 시도해보자.

나와 생각이 다른 집단에 들어가 공동체에서 협력을 통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다양한 의견들을 듣는 시간이 마련해보자.

가슴이 설렌다.

자꾸만 한 살 한 살 들어가는 나이탓에 주눅이 들고, 불안감만 늘어가고, 부정에너지만 잔뜩 쌓여갔는 날들이었는데, 도전해 볼 일들이 이렇게나 많으니 어찌 설레지 않을수 있을까.

누군가가 혹은 스스로가 '나는 못해'라는 말로 나를 가둬놓았다면 이제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었으니 당당히 문을 연다.

나의 잠재력은 한계가 없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한계가 없다,라는 믿음을 머릿속에 새긴다.

 

끝으로 본문에 실렸던 조앤 롤링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어떤 일에도 실패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합니다. 너무 조심스럽다 못해 아예 사는 것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실패는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조차도 애초에 실패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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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 삶이 흔들릴 때마다 꼭 한 번 듣고 싶었던 말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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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내내 추위를 이겨낸 새싹들이 고개를 내미는 봄이 왔다.

죽은 것 같던 마른 나뭇가지에서 새순이 돋고 앙상하게 뼈대만 남았던 나무에서도 동그랗고 조그마한 봉우리들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했다.

무채색이었던 계절에서 색깔이 입혀지는 봄을 기다리는 어느 날, 상큼한 바람을 실은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책을 보는 순간, 울컥 했다.

너무나도 그리웠던 봄이어서, 너무나도 서글퍼지는 봄이 생각나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봄이어서.

책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아껴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다짐은 우습게도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읽는 내내 온통 내 얘기같았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했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우울해했고, 미친듯이 떠오르는 나의 이야기가 자꾸만 과거로 나를 끌고 가는 것을 간신히 밀어내며, 날아다니는 생각들을 놓칠까봐 메모장을 계속 펼쳐놓고 문장을 적고, 느낌을 적었다.

적으면서 이렇게 좋은 문장들을 어찌 다 안고 가나, 걱정이 가득하게 한 책,

제목마저도 봄바람이 벚꽃잎 날리듯 나의 가슴에 봄바람을 넣어 가슴을 때리는 책, 『인생은 언제나 조금씩 어긋난다』

37- 바른 생활만으로는 삶의 억울함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어른에겐 사소한 나쁜 짓이 필요하다. (..)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삐뚤어진 반항처럼 그런 자잘한 일탈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느 날은 정말 삶의 궤도를 이탈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 이 책의 저자, 처음부터 마음을 건드린다.

왜 이리 다정한건지, 글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살뜰함이 느껴져 특정 이야기에 가시를 세우는 나를 반성하게 한다.

어른의 사소한 나쁜 짓에 대한 꼭지속에 가정을 책임진 남자의 마음을 엿보는 이야기는 나의 행동을 돌아보게 했다.

모든 식구들이 잘 때 외롭게 출근준비하는 남편이 떠올랐고 나에게 살림과 가족의 울타리가 버거울 때가 잦은 것처럼 남편의 어깨도 그리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는 남편의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아침에 눈을 뜬다.

잘 다녀오라는 인사라도 하면 마음이 편할 듯 하여,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받으면 덜 외로울까 하여.

언제나 서운한 관계의 부부사이, 서운함이 눈덩이처럼 커지지 않게 사소한 일탈을 배려하면서 잘게잘게 서운함을 없애야겠다.

58- 불쾌했다. 당신들의 몸도 아니고, 내 몸이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무례하게 구는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 그렇게 나를 꾸며야 아무도 무시하지 않을 것 같았다.

(...) 내향적인 나를 감추고 활달한 척하는 일은 늘 고되고 힘들었다.

- 옷장은 입지 않는 옷들로 넘쳐났다.

옷옷들이 옷장 가득이지만 시즌마다 바뀌는 트랜드를 따라 갈 수 없었고, 남의 시선에 자유롭지 못한 나는 형편보다 과한 쇼핑을 했다.

매순간 악순환이었다. 사도 우울했고 안 사도 우울했다.

비단 옷 뿐만이 아니라 몸매, 얼굴등의 보여지는 모습은 내 보기에 좋은 것보다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더 중요했다.

남에게 좋아 보이는 것이 나에게도 좋은 거라고 합리화했다. 모든 게 피곤했다.

그때에 비해 지금 나는 남의 눈을 덜 신경쓴다.

순전히 몸매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아니라 나의 건강이 더 우선시 되어 시작한 운동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자 할 때, 내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만 화장을 하고 외출을 하지 그 외에는 머리를 감지 않았어도 모자 하나 뒤집어쓰고 나간다. (손재주가 좋지 않아 화장이라고 해봤자 한건지 안한건지 티도 안나 남들은 느끼지도 못하지만, 스스로는 나름 화장했다고 한다.^^)

남에게 흠 잡히지 않으려 하는 화장이 아니라 나의 게으른 성격을 고려하고, 기본만 착실히 하자,고 다짐한다.

의류도 최선을 다해 심플을 강조하려 하고, 화려하거나 트랜드를 따라가거나 예쁜 것 보다는 항상 청결함을 유지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인드를 바꿔나가고 있다.

남의 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중요한 것이었는데, 이 나이 먹도록 나는 남의 눈에서 자유롭지 못한 미생이었다.

'잘 나이 든다는 건 그런 게 아닐까.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의 사소한 단점까지 껴안을 줄 알게 되는 것.'을 깨달아 가는 것, 내 단점을 온전히 바라보며 흔들리지 않는 것.

사랑을 받으려는 존재가 되려 하지 말고 나를 사랑하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

그렇게 나는 나의 감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나만 바라보며.

278- 질병에 따라 다르겠지만 환자들은 대부분 감정적, 신체적 고통을 감내하며 삶을 살아낸다. 그들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 (...) 누구보다 더 간절하게 삶을 원하는 그들은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삶을 포기하지 않고 힙겹게 버텨내는 중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조금 더 다정한 친절과 섬세한 배려를 받아야만 한다. 아픈 사람을 대하는 자세는 결국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존중하느냐는 자세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 엄마가 가신 뒤. 자주 과거로 소환당한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늦게서야 알게 되고 미안한 마음이 새록 솟아나는.

엄마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였다. . 부자유스러운 몸에 비해 정신은 예민했고, 세심했으며, 오직 엄마 당신만을 생각했다.

부자유스러운 몸에 비해 정신은 예민했고, 세심했으며, 오직 엄마 당신만을 생각했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나는 이기적이다, 라고 생각했고, 말을 뱉었다.

자식들 생각도 안 하고, 타인 생각도 하지 않는 엄마가 너무 미웠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엄마는 환자로서 존중받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다.

나 역시 병원에서 엄마를 돌봐주는 요양보호사, 간호사, 의사들에게 해가 되면 부메랑이 되어 엄마에게 돌아올까봐 을의 입장으로 납짝 엎드렸다.

엄마는 외로웠다.

아무도 존중해주지 않는 자신을 스스로 챙겼고, 불합리한 상황을 악으로 버텼다.

내 엄마는 환자로서도 존중을 받지 못한 처우를 받고 계셨던 것이다, 환자가 먼저인 병원이라는 곳에서.

종종 후회한다. 내 엄마를 병원의 문제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버리는 그 종사자들에게, 환자를 돈으로밖에 보질 않는 그들에게 따끔히 말하지 못한 것을.

삶 속에서 엄마의 뒷모습이 자꾸만 따라온다.

53- 그러나 삶의 계산이 어디 그렇게 정확하던가. 주는 만큼 되돌아오는 일은 늘 드물다. 애쓴 마음을 몰라주는 일은 다반사고, 노력한 만큼 올라서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어느 날 찾아올 인생무상에 휩쓸려가지 않기 위해, 어른에겐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하루가 필요하다.

126- 우리는 매일 이별하며 살다가 결국 이별하는 존재다.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그 사실을 잊은 채 시간이 한없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화를 내고 다투고 돌아선다.

150- 인생은 너무나 자주 내가 기대한 엔딩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나는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꾸었던 꿈들 중 몇 가지나 이룰 수 있을까. 아니, 인생이라는 무대에 내 자리가 있기는 한 걸까.

164- 하루에 한 끼를 제대로 차려내는 것도 그토록 고단해했으면서, 나는 왜 매일매일 인생의 진수성찬을 차려야 한다고 안달했던 것일까. 이것도 해야 해, 이것도 이것도. 삶에 늘 부대끼는 기분이 들었던 건 그런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 소박하고 부담 없는 한 끼로도 일상은 얼마든지 충만해질 수 있을 텐데.

208- 주름진 얼굴에 희끗한 머리가 되어도, 삶의 무수한 순간들에 필요할 "미안해"라는 말 앞에서 망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떨어져 걷고 있는 우리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말은 "사랑해"라는 말보다 "미안해"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223- 여전히 인생의 크고 작은 파도에 휘청거리며 가야할 길에 확신을 갖지 못한 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고 있다.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척'의 기술이 조금 늘었다는 거. 흔들리면서도 아닌 척, 괜찮지 않으면서도 괜찮은 척, 기분이 나쁘면서도 쿨한 척, 그렇게 이런저런 '척'을 하면 어른스러워 보일 거라고 믿었다. 그럴 때마다 초조했다. 진짜 어른은 언제 되는 건가 싶어서.

259- 삶은 재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관계를 이해하는 법, 시간을 활용하는 능력,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자세, (...) 그리고 그 나이에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추억은 살아가는 내내 위안이 된다.

286- 상대를 정확하게 사랑하는 일은 왜 이토록 어려운 걸까.

(...) 삶이 끝날 때까지 우리가 계속해야 하는 공부는 이게 아닐까 싶다.

나는 당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 것인가.

- 이 책을 어떻게 분류해야 할까.

한 사람의 에세이집이라고 800번의 분류기호를 주기에는 책의 여기저기에 철학이 담겨 있다.

깊이 공감되지 않는 철학분야의 책보다 훨씬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어 자꾸 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갈수록 몸은 가벼워지려고 노력하는데, 머리는 생각할 것들이 너무 많아져 무거워지고 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게 사는 삶인지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인생이 절대 쉽지가 않다,라는 것이다.

종일 이 책과 함께 했다.

떨어진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잠깐의 눕방타임때도,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때도.

책이 자꾸만 나를 불렀다, 딴짓하지 말고 끝까지 읽어달라고.

읽는 내내 행복했고, 읽고 나서 행복했다.

책의 모든 것이 다 좋았다.

읽는 내내 불안했고, 읽고 나서 불행했다.

책을 다 읽어내 버리면 허한 마음 가득해질까봐, 책이 주는 위로를 단 하루로 끝내버려서 말이다.

읽고 행복했던, 읽고 아쉬웠던 책을 만나 하루종일 기쁨이 충만한 날이었다.

 

아직 마음이 춥디추운 겨울날씨와 같다면 이 책은 봄을 불러오는 봄바람과 같을 것이다.

인생을 지내오면서 무수히 많은 물음표들이 떠다니는 순간들이 찾아올 때, 살아온 삶 전체가 뭉뚱그려져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질 때, 관계를 맺는 것에 버거워질 때, 이 책은 꽤 괜찮은 위안을 줄 것이다.

벚꽃잎이 날리는 나무아래에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나의 일상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당연함이라는 것은 느끼게 해줄 것이다.

기분좋은 봄날을 선사해줄 멋진 일을 찾는다면 이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지라고 감히 권해본다.

설레임 가득한 하루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인생은 살아볼 만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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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팩 - 제9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7
이재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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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책 제목 아래의 표지그림이다.

'리코더'를 부는 왜소한 남자 아이와 '식스팩'이라니...

이 언발란스한 조합에 아무 이유없이 끌렸다.

책을 받자마자 지금 이 책을 읽는 것은 당연하다는듯 옆에 어지러져있는 책들을 뒤로 하고 읽을까 말까, 잴 겨를도 없이 펼쳤다.

리코터동아리에 철인3종경기대회를 참가하는 학생과 학교, 꽃꽂이 수업을 듣는 고등학생등등 이야기를 엮어가는 소재들이 일반적이지는 않아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끊기지 않으니 읽기 쉬웠다.

간결한 문장은 편했고, 부담없이 책장이 넘어갔다.

문장들은 주인공인 강대한을 떠올리게 했다..

요즘의 아이와는 조금 동떨어진 아이, 주류가 아니어도 고집스러움을 놓치지 않는다.

남 시선 따위 중요하지 않는 그런 미련스런 아이의 글처럼 문장은 세심보다는 강인하고 곧은 느낌이 들었다.

9 - 누구나 타고난 재능은 있기 마련이다. 쓸모없는 재능은 없다. 다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재능도 사장되기 십상이다.

 

 

252 - 나 역시 내 재능을 어떻게 살릴까 고민 중이다. 내게 주어진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때를 잘못 타고났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언젠가 한 번은 기회가 찾아올 거라 믿으며 재능을 더욱 갈고닦을 것이다. 그리고 정 기회가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가지 뭐.


- 위의 두 문장은 대조적이다.

겨울바람에 꽁꽁 언 강 풍경이었던 대한이의 마음이 주위의 사람들에 의해,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처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의 가족들에 의해 언 땅을 뚫고 조그마한 잎을 내비치며 솟아올라오는 새싹처럼 녹아내린다.

'인싸템'은 수시로 변한다. 언제 바뀔지 모르는 유행에 이끌려 자신만의 '인생템'을 버린다면 그보다 더 아까운 것이 있을까.

내가 다른 누구보다 잘한다고 여기는 것이 지금 빛을 발하는 종목이 아닐 수도 있지만 나만 좋다면 그 무엇도 그 언젠가는 빛이 날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는 식스팩보다 속에 식스팩이 감춰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29 - 이것은 폭력이다. 지금처럼 다수와 소수의 대결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소수에 대한 다수의 만행을 선생님이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권력을 받았으면 권력자답게 현명한 결정을 내려 줘야지. 어떻게 우둔한 다수에게 결정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256 - 빅뱅과 같은 확률을 들먹이는 윤서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랑도 인생도 재능도 다 그런 것일지 모른다. 우연처럼 일어났지만 결국은 운명이 되어 버린 이 푸른 행성처럼, 나에게 벌어진 모든 우연을 이제는 있는 그대로, 운명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다문화 가정인 윤서, 식스팩인 멋진 몸짱 정빈의 남모르는 취미생활, 리코더에 재능도 있지만 지나침이 느껴지는 입양아 대한, 중학교시절 학폭의 피해자인 제혁까지 사연없는 사람이 없다하지만 이토록 다양할수가..

리코터 동아리를 사소하기 위한 대한의 눈물겨운 투쟁,

읽고 있는 나조차 창피하다,라는 느낌이 들어 약간은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남들이 우습다 여기는 것을 최선을 다해 지키려는 대한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남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상에 맞선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약한 부분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에서 철인3종경기의 결과와 상관없이 멋져 보이기까지 했으니, 꽤 괜찮은 주인공이지 싶다.

그들의 청소년시절, 이대로 이야기가 끝나기에 왠지 아쉬움이 크다.

조금 더 리코더를 부르는 아직은 식스팩을 내면에 숨기고 있는 아이를 좀 더 만나고 싶다.

속편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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