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 공간디렉터 최고요의 인테리어 노하우북 자기만의 방
최고요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8년 2월 27일>
*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 by 최고요 - 나를 사랑하는 공간, '집'
* 평점 : ★★★★★
* 실제 읽은 날 : 2018.02.06

결혼하기 전 난 일에 빠져 있었다.
일이 너무 많았고, 일이 좋았고, 그때는 일밖에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집에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기에 나는 하숙생이었다.
그런 나여서 집에서 제일 많이 하는 것이 잠자는 일이었고, 집의 어딘가를 치운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그랬던 나에게 가족이 생기니 맡겨지는 일들이 집에 대한 모든 일들이었다.
밥하고, 주방 뒷정리하고, 방 치우고, 빨래 빨고...등등 해도해도 집안 일은 끝이 없었다.
집에서 하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보니 일을 하는 요령조차 없어 항상 집은 난장판이었다.
그런 집이 싫었다.
집이 커지는 것도 싫었고, 물건을 정리하는 것도 싫었고, 밖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불쾌지수가 올라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낸 15년이 넘는 기간..
긴 시간동안 밖으로 돌고 돌아 이제 '내 집'이란 공간을 바라본다.
아직도 정이 가지 않는 공간이다, 집이란 곳이..
그렇지만, 이 공간을 내가 좋아하는 공간으로 바꿔야만 하고, 또 반드시 그러한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수시로 집을 정리할 수 있는 책들을 들춘다.
나의 마음을 동하게 하여 행동할 수 있는 책이 나에게는 절실하다.

(P.40) 자신의 공간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나'라는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 저는 이런 것들이 소수만을 위한 특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혜택은 우리가 얼마나 부자인지, 얼마나 시간이 많은 사람인지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누릴 수 있고 또 반드시 누려야 한다고 믿고 있어요.
(중략)
집은 가꾼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을 돌본다는 이야기와 닯아있습니다. 방치하지 않는다는 의미죠. 어느 구석, 어느 모퉁이 하나도 대충 두지 않고 정성을 들여 돌보는 것. 그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삶을 대하는 방식이자 행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P. 81) 좋아하는 것을 나열하다 보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서로 맞닿아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많은 것이 개연성 없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어 당황스럽기도 해요. 그런 것들이 커다란 덩어리를 이룬 것이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인지하면 일상생활을 디자인하는 일에 재미와 깊이가 생깁니다.

(P. 246)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청소가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는 '생활'입니다. 작은 습관, 즉 작은 정리를 익히는 생활요. 작은 정리를 하는 법을 익히면 고된 대청소는 우리 삶에서 사라집니다. 매일의 수고로움과 청소라는 큰 짐을 바꿀 수 있을까 싶지만 막상 시작해보면 별로 어렵지 않은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내가 쓰기 좋은, 괜찮은 품질의 물건을 직접 골라서 사용하는 일에는 생각보다 커다란 힘이 존재합니다. 매일 바라보고 사용하는 물건은 매일 만나는 사람들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이제서야 나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깊이 생각한다.
깨닫는다.
무슨 일이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사람을 대하는 것도, 하고 싶은 하는 것에 대해서도.. 원하는 것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산지 6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우리 집은 막 이사온 집 같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물건들이 수두룩하다.
이사오면서 많은 것을 버렸다고 생각했는데도 집에는 어마어마한 물건들이 가득하다.
나름 버리고 정리를 한다고 하는데도 언제 끝날지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희망을 가져본다.
'작은 습관'들을 하나씩 몸에 배게 하는 시간들을 갖고 있어서..
물건을 바라볼 때 충동적으로 집기를 망설이고 있어서..
(사실, 구매를 절제하기 힘들어서 홈쇼핑을 시청하지 않으려 애쓰고, 마트를 가지 않으려 노력한다.)
'나'를 가르키는 공간이 '집'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어서..

만약 지금 행복하지 않다면 주위를 돌려 내 공간을 살펴보길 바란다.
내 공간 어딘가에서 행복한 에너지가 들어오지 못하고 막혀 있을지도 모른다.
눈을 돌리면 여전히 집은 난리지만, 예전보다 나는 이 공간을 예전보다 조금 더 의지하고, 예전보다 조금 더 사랑한다.
용기 내어 집 가꾸는 일을 시작해보기로 했다.
내가 머무는 이 공간을, 내 소중한 사람들이 머무는 이 공간을 더 많이 사랑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에서 나는 행복해지로 결심했다.

공간디렉터인 저자의 글은 참 공손하다.
글을 읽는 이에게 참 예의바른 듯한, 자신을 존중하는 그런 느낌이다.
사실 그녀의 취향은 나의 취향과는 달라서 책 속의 사진에서는 많은 감흥을 느끼지 못했으나, 그녀가 말하는 '집'이라는 공간, '그 곳을 가꾸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사물에 대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머무는 공간에 대해 이제와는 다른 시선을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자신의 몫을 다 했다 본다.
그녀의 "좋아하는 곳에 살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답을 하고 싶어진다.
"네."라는 대답을 말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P. 53) 공간 관련 일을 하면서 "나중에 내 집이 생기면, 돈이 더 모아면, 좋은 집에 이사 가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닌 곳'에서 '언젠가' 행복하게 살겠지, 라는 생각보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서 행복할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 달을 살아도 평생을 살아도 우리 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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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반격 - 2017년 제5회 제주 4.3 평화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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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6일>

* 서른의 반격 by 손원평 - 이 시대를 살아나가는 이들의 치열한 외침

* 평점 : ★★★★

* 실제 읽은 날 : 2018.02.08


전체적으로 사회가 우울하다.

전 세계적으로 크고, 더 큰 사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의 한 면들을 장식한다.

자연 재해로 인해 피해, 테러 및 총격으로 인한 사건, 거기에 요즘은 음지에 숨어있었던 고질적 문제인 갑들의 성에 관한 문제등등..

어느 하루라도 조용할 날이 없다.

가끔 생각해본다.

나 어렸을 적, 세상 모든 것이 지금보다 덜 발전이 되었던 그때가 더 행복했을까?

모든 것이 편리로 갖춰지고 있는 지금이 더 행복한건가? 라는..

내 행복의 여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행복에 궁금증이 일었다.

과연 그때는 좋았다,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어느 시대에서건 우리는 언제나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삶의 본질에 대해, 사회의 흐름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당연함을 당연하게 여기지 못함을

옳음을 옳다고 여기지 못함을 말할 수 없는, 표현할 수 없는,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움직임이나 그 미묘한 움직임을 하기 위해 스스로에겐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한다.

주관적인 정답은 없다.

단지 고민하는 동안 사회가 끊임없이 진화하길 바랄 뿐이다.


(P. 100) 나 아줌마들이 애 낳고 힘들단 뻔한 소리 하는 거 정말 듣기 싫었거든. 근데 그 힘듦의 본질을 깨달았어. 그냥 육체가 힘들고 잠을 못 자서가 아니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화장실 가는 그 몇 초, 밥 한 숟갈 목구멍 넘기는 그 순간. 냉장고 문 열고 물 한 번 마시는 그 잠깐. 그런 순간조차 좌절돼.

(P. 103) "너는 시간 많아서 좋겠다. 너만 생각할 시간."

좋겠다, 같은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 너는 애도 있고 집도 있고 돈 벌어다주는 남편도 있잖아. 나만 생각하는 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래서 더 외롭고 무서운지 알기나 해? 라고 말할 순 없다. 해봤자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P.127) 아빠 세대와 우리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식은 그런 건지도 모른다. 각자의 세대가 더 힘들다고 주장하고 그에 비해 상대의 세대를 쉽게 얘기하며 평행선을 달린다. 그런 걸 보면 삶을 관통하는 각박함과 고단함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공통적인가보다.


(P. 131) 그러므로 나는 안전해야 했다. 내 모든 것을 바쳐서 세상을 바꿀 용기도 꿈도 없었다. 그랬기 때문에 나는 부유하고 있었다. 규옥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과는 별도로, 그들과 내가 한 부류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고, 곧 스쳐지나 잊혀지게 될 사람들이라고, 아주 깊은 마음속에서는 치사하게도 그렇게 생각했다. 할 수만 있다면 위로 가고 싶었다. 말은 안 해도 다들 그럴 거라는 생각이 죄책감을 면해주었다.


(P. 202) 없는 사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 없는 사람이다.

늘 소리치고 있는데도 없는 사람이다. 수면 위에 올라있지 않으면 없는 사람이다. 반지하방에 살면 없는 사람이고, 문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없는 사람이고, 인생과의 게임에서 지면 없는 사람이다.


"가서 항의해요. 가만있으면 그게 당연한 줄 알아요. 가만있으면 그렇게 해도 되는 것처럼 대한다구요."

"당신이 앉아 있는 의자가 당신에게 어떤 권위를 부여할지 모르겠지만 잊지 마십시오. 의자는 의자일 뿐입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모든 세대들의 처절한 외침이 가득하다.

비단 20대, 30대의 외침만이 아니다.

그들을 넘어선 40대, 50대들의 그들만의 리그에서도 삶은 처절하다.

모든 이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이렇게 치열하다.

처절하고 치열하나 티나지 않는다.

'반격'이라 부르기엔 너무나 티도 안 나는 사소함이다.

그런 사소함조차도 우리는 '용기'라 부를 정도로 마음 굳게 먹고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흘러가는대로 마냥 흘러가지 말고 꿈틀대보자.

옳지 못한 일에는 동조해주고, 그른 일에는 손을 들을 수 있게..

상식을 벗어나지 않으려 애쓰는 그들의 용기에 '동의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5글자 문장을 적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꼬물거림..

하나의 촛불이 백 개의 촛불이 되고, 천 개의 촛불이 되듯이..

우리의 작은 용기 혹은 작디 작은 반격이 상식을 넘어서는 그들에게 부딪히고, 맞닿아 어느 순간 큰 타격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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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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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22일>

*쇼코의 미소 by 최은영 - 다양한 감정이 담긴 7가지 이야기들

* 평점 : ★★★★★

* 실제 읽은 날 : 2018.01.24


한참 전에 이 책을 접했다.

그때 나와 맞지 않아서였는지 끝까지 읽어내지 못했다.

책제목인 '쇼코의 미소'만 읽고 시들해져버렸었다.

몇 달이 지난 후, 서가에 꽂혀있는 '쇼코의 미소', '날 왜 안 읽어줘.. 날 읽어봐..'라며 손짓을 날리는 책..

그래, 널 읽어볼께.. 다시 도전해볼께..

처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다시 펼치니 마구 설레게 하는 이 책..

사람도 한 번 보고 알지 못하는 것처럼 책도 그렇다.

처음에는 별로였고, 마음에 안 들던 책들도 다시 보면 미치도록 예뻐지는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독으로 끝나면 안됨을 이 책을 통해, 또는 다른 책들을 통해..

 

7가지의 따뜻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들이 날 부른다.

단편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인지, 읽은 이야기를 다시 읽기도 여러 번..

'쇼코의 미소'는 이번이 두번째로 읽는 거였고, '비밀'도 '미카엘라'도..

하나하나 손으로 꼽아보니 이야기마다 다 반복하며 읽었음을 깨닫는다.

인간의 본능인 이중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도..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7가지의 짧은 이야기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질투, 가족애, 챙겨주던 이를 다시는 돌아보지 않는 이기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끝없는 연민, 자신의 감정에 대한 부정등등..

인간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쇼코의 미소'

 

(P.24)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사실 쇼코는 아무 사람도 아니었다. 당장 쇼코를 잃어버린다고 해도 내 일상이 달라질 수는 없었다. 쇼코는 내 고용인도 아니었고, 나와 일상을 공유하는 대학 동기도 아니었고, 가까운 동네 친구도 아니었다. 일상이라는 기계를 돌리는 단순한 톱니바퀴들 속에 쇼코는 끼지 못했다. 진심으로.


(P.33)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이미 죽어버린 지 오래였다. 나는 그저 영화판에서 비중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썼지만, 이야기는 내 안에서부터 흐르지 않았고 그래서 작위적이었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써야 하기에 억지로 썼다.

꿈. 그것은 허영심, 공명심, 인정욕구, 복수심 같은 더러운 마음을 뒤집어쓴 얼룩덜룩한 허울에 불과했다.



- 소유와 쇼코는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했지 싶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자기과 달리 허물없이 지내는 쇼코가 얄미웠을지 모른다. 아무도 아니었던 쇼코가 지낸 그 잠깐 시간동안 일상과 다른 공기가 떠다니던 것이 불쾌했고, '작가나 감독이 될 것 같다'는 쇼코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그녀에게 멋지게 해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네가 말한 대로 그 분야에서 잘 나간다고.. 너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쇼코 역시 소유에게는 현실의 자신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고 싶었을거다.

그렇게 둘은 닮아있어 친한 사이인 듯 친한 사이가 아닌 거였을거다. 서로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이 보였을지도,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소유의 마음이 이해되었다.

"네 글은 좀 있어보여." , "너는 글을 잘 쓰는 것 같아."

많은 이들이 그랬다. 내 글을 보고는.. 그들에게는 지나가는 말이었겠지만, 특정한 분야의 재능이라고는 없는 나에게는 최고의 찬사였고, 그들이 말한대로 그렇게 해내고 싶었다.

나 스스로의 믿음을 갖지 못한 채 남들이 한 말에 휘둘려 그것을 '꿈'이라 칭했다.

소신이 없으니 있어보이려는 가짢은 노력만이 다였던 시절.. 

나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던 겁쟁이였음을 알아차리게 되버린 중년의 나..

노력 한 것이 없어 아쉬울 것도 없지만, 평생 그렇게 남의 시선과 말에 내 온 신경이 몰두되었다는 생각을 하니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간다.

마치 쇼코가 지었을 것 같은 미소처럼..

가소로워서, 자만이 뚝뚝 흐르고 넘쳐서..

남의 한 말 때문이 아니라 나를 진심으로 믿고 노력해보겠다는 다짐.. 그 다짐 속에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젠 허영과 가식만을 집어넣은 주머니를 '꿈'이라 칭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이제 소유처럼..



 '한지와 영주'

 

(P. 164) 가끔씩 한지는 내가 '단순하다'고 말했었다. 항상 웃으면서 말했지만. 어쩐지 말에 뼈가 있다가 느껴졌던 적이 몇 번 있었다. 한번은 한지가 "넌 참 단순하구나"라고 말하고는 단순함은 좋은 거니까"라고 변명하듯 덧붙였었다.

나는 한지가 말한 나의 그 단순함이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

---------(중략)----------

불교 신자였던 할머니는 사람이 현생에 대한 기억 때문에 윤회한다고 했다. 마음이 기억에 붙어버리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나는 법이라고 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떠나도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애도는 충분히 하되 그 슬픔에 잡아먹혀 버리지 말라고 했다. 안 그러면 자꾸만 다시 세상에 태어나게 될 거라고 했다.

시간은 지나고 사람들은 떠나고 우리는 다시 혼자가 된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억은 현재를 부식시키고 마음을 지치게 해 우리를 늙고 병들게 한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했었다.

나는 그 말을 언제나 기억한다.



-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나는 한가지 궁금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한지의 성이 무엇인지 말이다.

동성인지 이성인지..처음 읽던 그때는 왜 그리 중요했는지 알수가 없지만, 그때는 그것이 참 궁금했었다.

그들의 비밀스러운 밤나들이와 사적인 이야기들을 읽으며 그들이 멀어진 이유가 이성사이의 마음이 아니라 동성의 우정같은 마음이었는지 구별하고 싶어서였나 보다.

영주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주었던 한지는 '감정에 대한 솔직함'이 부족했던 영주..

갑자기 자기를 없는 사람처럼 대하는 한지에게 서운한 영주는 자신을 위함이라는 방어벽을 친다.

우리는 현실이라는 방어막을 항상 비상약처럼 옆에 챙겨둔다.

마음을 따라가기에는 당장 눈에 보이는 현실이 잔인하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뒤로 숨긴다. 솔직하면 지는 현실이 마주 보여서..

영주도 현실앞에서 한지를 부정했어야 했지 싶다.

한지에 느끼는 감정을 현실로 가지고 오기에는 그들은 너무나도 달랐고, 또 달랐기에.

한지도 영주의 그런 마음에 동조한 것일까? 아님 그런 영주를 감싸준 것일까?

애달프다. 맞닿은 현실이 너무 차가워서.. 애궂은 눈물이 흐른다.


 '미카엘라'

 

(P. 221) 딸이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 볼 수 있던 때도 있었다. 일을 끝내고 집에 가면 "엄마!"라고 기쁘게 부르며 달려오던 딸이었다. 딸을 품에 안으면 모든 통증이 누그러졌고 다음날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났다. 세상의 누가 그만큼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 그렇게 밝고 예쁜 얼굴로 한달음에 달려와 품에 안길 것인가.

(P. 236) 여자는 얼굴만 다를 뿐, 모든 면에서 엄마를 닮아 있었다. 감색 바지는 그 물 빠진 정도까지 같았고, 꽃분홍색 티셔츠는 상표와 디자인까지 같은 것이었다. 여자가 신은 베이지색 샌들도, 여자 옆에 놓인 농구 가방도 모두 엄마의 것과 같았다.

(P. 241) 아이는 저만의 숨으로, 빛으로 여자를 지켰다. 이 세상의 어둠이 그녀에게 속사이지 못하도록 그녀를 지켜주었다. 아이들은 누구나 저들 부모의 삶을 지키는 천사라고 여자는 생각했다. 누구도 그 천사들을 부모의 품으로부터 가로채갈 수는 없다. 누구도.



- 세상의 모든 엄마는 그렇게 같다. 자식 앞에서는 그 어느 엄마도 다르지 않다.

자신을 온전히 의지하고 믿어주며 사랑을 주는 자식들 앞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험한 세상에서 그들을 지켜내려고 몸부림치고, 신께 기도한다.

엄마의 눈에는 다 큰 자식들도 항상 아가로만 보여 머리 새하얗게 변하고 피부가 쪼글거려져도 자식 걱정밖에 없는거다.

자식의 힘든 하루하루가 당신으로 인해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그들은 자식들을 배려하고 배려해준다.

자식 가진 엄마의 마음은 다 그렇다.

어렸을 적 살 부비대며 넘치도록 사랑을 퍼준 자식에게 한없이 주고만 싶은, 그래서 자식 먹이고 싶고 주고 싶은 것들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서 자식들에게 던져주는 것이다.

어미새마냥 말이다.


단편소설은 자꾸 나에게 생각을 하라고 부추겼다.

열린 결말이 대부분이었으며, 단편소설을 읽을 때면 삶의 반토막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을 읽기가 편했고, 그 누군가의 인생을 지켜보는 마음이 들어 신이 났다.

장편보다 단편이 어렵게 느껴지는 나에게 이 짧은 듯 짧지 않은 이야기들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더불어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읽고 무언가를 적는다는 행위를 겻들이니 짧은 이야기는 반복되고 반복되어져 장편처럼 길어진다.

그 길어짐이 나쁘지 않다.

반복되는 이야기속에 들려오는 메아리가 그때그때 다르다.

이 책을 보며 단편이 좋아졌다.

단편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생각할 꺼리가 많아서 단편을 꺼려했던 나와 같은 이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P.S 이 글을 쓴지 이주일이 넘어간다.

이토록 오래 독후감을 쓴 적이 있었는지 가물거릴만큼 기억이 안난다.

오래오래 쓰다보니 자꾸 전에 써놓은 글들을 수정하고, 내용은 자꾸 늘어난다.

본질이 바뀌는 느낌도 많다.

횡설수설하는 느낌은 더 많다.

작가의 의도와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는 수아씨..

뭐, 나쁘지 않다.

뭐가 되든 느낀 모든 것을 풀어놓자 생각한다. 그게 내가 쓰는 독후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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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차이 - 왜 똑같이 시작해도 5년 후 결과가 다른 걸까?
이와타 마쓰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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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5일>

*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차이 by 이와타 마쓰오 - 지금 나의 행동이 나의 미래다!

* 평점 : ★★★★

 

 

자기계발서를 즐겨 읽는 편이다.

다른 분야도 즐겨 읽긴 해도 어느 순간 무력감에 빠질 때, 어느 순간 방향을 잃었다는 생각에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할 때 어김없이 나는 자기계발서를 든다.

지금 나의 상태가 딱 그런 상태였다.

나는 '성공'이란 단어가 좋았고, 그렇게 되리라 믿어의심치 않으나 방향성이 부족한 것을 안다.

 자꾸 나의 삶의 배가 제자리에서 맴돈다는 것 또한 진실이다.

내 삶의 배를 움직이는 내가 주먹구구식으로 키를 잡고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좀 더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어설픈 나의 행동을 잡아 스피드있는 실천력을 높여주는 한 방이 말이다.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사소한 차이 - 왜 똑같이 시작해도 5년 후 결과가 다른 걸까?」

나의 행동력을 강화시켜 줄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나의 행동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인가?

나는 '5년 후 제자리걸음만 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5년 후 승승장구하는 사람'일까?

49가지의 행동과 생각들에 대한 현재 나의 행동과 생각은 불행하게도 '5년 후 제자리걸음만 하는 사람'에 머물러 있었다.

저가가 나를 알까..하는 생각부터 나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지..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평소 나의 모습이 그대로 나열되어 있는 미래의 나의 모습이 발전없는 것에 씁쓸해졌다.

하지만, 지금 내 행동이 전자라 해도 이 책을 만난 나는 희망이 보였다.

앞으로 5년, 하나씩 하나씩 지금 나의 행동을 후자쪽으로 변화하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밝다.


책에서는 총 5장, 49가지 행동과 생각으로 성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들의 차이를 소개해 놓았다.

1장. 성과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소한 업무 차이

2장. 돈벌이를 넘어 일을 즐기는 사람들의 생각 차이

3장. 마음을 끌어당기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차이

4장. 쓸수록 늘어나는 돈과 시간의 활용 차이

5장.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의 인격과 품격 차이


* 05) 중요한 일은 반드시 기록해서 확인하라

- 자신의 기억력을 믿지 말고 반드시 기록해라.

- 머리가 좋은 사람은 필요한 것을 잊지 않도록 기록하는 겸허한 사람이다.

- 단순한 스케쥴만 적기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그 날 무엇을 하면서 지냈는지 적기.

-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공백의 시간이 의외로 많다.

* 이 부분을 읽으며 큰 아들에게 전 날 시간에 대한 하소연을 한 것이 생각이 났다.

"명진아, 일주일동안 엄마가 운동을 매일 갔거든. 매일 요가를 갔어도 1시간씩 5시간밖에 안되더라. 24시간씩 일주일이 168시간인데, 겨우 5시간밖에 운동을 안 한 거 있지...

책도 하루에 2시간씩 읽는다고 해도 일주일에 14시간이고, 자는 시간이 하루에 8시간씩 잤다고 했을 때.. 운동, 독서, 잠자기 시간이 75시간이야.

나머지 93시간은 어디로 갔을까????"

라며 날아가버린 시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었던 것이다.

과연  이 시간은 날아가버린 걸까? 내가 다른 무언가를 한 시간일까?

 꼼꼼하게 시간을 아껴쓴다고 나름 하루 한 일을 매일 적고 있으나, 과연 내가 시간을 알차게 활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결론이 났다.

더 열심히 기록을 하여 날아가는 시간을 잡아야겠구나... 다시 생각을 하는 부분이었다.

​ 

 

* 22)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리더의 말

- "난해한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과 표현을 사용하라. 그러면 나 역시 자신감을 가지고 상대와 마주할 수 있어서 신뢰가 싹튼다." : 기시다 유스케

- 내가 한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될까'를 의식한다.

* 23)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3의 법칙

-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대와 눈을 맞추는 일이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모든 사람에게 시선을 골고루 나눠 주면 상대는 '자신을 향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느낀다. 그때 비로소 동료의식이 생긴다.

동료 의식이 생긴다는 것은 반론이 적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 패트릭 하란
* 나는 시선을 마주치는 일이 힘겹다.

나도 모르게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말할 때,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눈을 바라보려고 애를 쓴다. 진정성을 주기 위해 대화할 때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

시선을 마주치는 것에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지만, 아직도 어렵다.

내가 변화시켜야 할 나의 행동중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시선을 마주보는 일은..

 

 

 

* 34) 지금 할 수 있는 당장 하라 - 순발력있게 움직이고, 민첩하게 대응하라.

-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정말 중요한 일을 정말로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는 두 세번밖에 오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

- 하기 싫은 업무일수록 빨리 처리하기. 오늘 하기 싫은 일은 내일도 하기 싫다는 사실이다.

- 하루하루 미루는 사이 그다지 급하지 않았던 사안이 긴급한 일이 되는 경우가 많다.

 

* 43) 운 좋은 사람들의 특급 비밀
- 자신을 믿는 마음이 강한 운으로 이어진다.

- '포기'는 내가 '원래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을 가려 내는 일'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이것저것 욕심낼 게 아니라 어느 하나에만 집중해야 운이 따라온다.

* 46) 언제나 주위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 운이 좋았다는 의미 : 자신도 열심히 했지만 다행히 시기가 좋았다던가 동료들과 의기투합이 잘 되었다 혹은 여러가지로 운이 따랐다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자기계발서를 보면 저자들에 따라 전달하는 내용이 다른 것은 확실하지만, 그 안에서도 똑같이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하라!'

많은 책에서 강조하는 문구이다.

이 책 역시 같은 문구를 강조하였으되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내세운다.

"가장 단순하고, 가장 쉬운 것부터 지금 당장 시작하라!" 라고....!!!!

또, 우리 일반인들이 성공한 사람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은 '사.소.한 차이'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가 말하는 49가지의 행동과 생각, 모든 것이 다 사소할 리는 없다.

하지만, 분명 그 중에서도 정말 생각지도 못한 작은 행동, 작은 생각들이 있음을, 그 작은 행동들이 이어지고 이어져 부피를 키우는 행동들이 되고, 생각들이 됨은 분명하다.

'49가지의 작은 행동과 생각' 중에서 지금 당장 자신에게 맞는 가장 쉬운 것부터 시작해보자.

단 한 가지여도 시작하여 꾸준함을 더하면 된다.

꾸준히 하다보면 한 가지가 두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두 가지가 세 가지가 될 수 있을 테니 '가장 단순하고, 가장 쉬운 것'을 공략하자.


이 책에서 말해준 사소한 차이를 차근차근 실천하면

 이 책을 읽은 오늘부터 앞으로 5년 후인 2023년에 나는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5년 후 성공한 자신의 모습이 보고 싶은 이들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을 펼친 당신, 분명히 5년 후 달라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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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노블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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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일>

*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어 by 스미노 요루 - 지금 너는 행복하니?

* 평점 :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읽으면서 알게 된 '스미노 요루'.. 저자를 보고 책을 골랐다.

제목은 익히 알고 있었던 거였지만, 그 전에 읽은 책이 좋았다보니 망설임이 없이 들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제목은 내가 선호하는 제목은 아니지만..

결론은 무척 재미있고, 흥미있게 읽었다.

순식간에 읽고 난 후... 괜찮은 책을 접했구나, 싶은 마음..

마법과도 같은 이야기에 빨려들어가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나는 나노카가 되어있기도, 나노카의 엄마도 되기도, 미나미 언니가 되기도, 할머니가 되기도, 키류가 되기도 한다.


(P.281) 행복이란, 나 자신이 기쁘게 느끼거나 즐겁게 느끼는 것, 소중한 사람을 잘 돌보거나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행동과 말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는 것입니다.

또다시 같은 꿈을 꾸었습니다. 그 꿈을 꾸면 항상 생각합니다.

마치 내게 질문을 던지는 것만 같습니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라고.


초등학생 나노카는 똑똑한 아이면서도 더 똑똑한 아이가 되고 싶어 지루한 학교에 나간다.

다들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노카는 방과후 만날 친구들이 있다.

꼬리가 잘린 고양이와 같이 노래를 부르며 크림색 원룸 건물에 사는 '아바즈레씨'를 찾아가고, 집 근처 언덕의 사이에 있는 나무집으로 할머니를 찾아가 과자를 먹으며 하루의 이야기를 말한다.

어느 아바즈레씨도 할머니도 안 계신 날, 안 가던 길로 가보는 나노카.. 버려진 건물 옥상에서 고등학생 미나미 언니를 만난다.

자신의 손목을 그으면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는 미나미언니,

낮과 밤이 바뀌어 일을 하는, 계절을 파는 일을 한다는 아바즈레씨,

대단한 만남이 아니지만 우연히 찾은 나무집에서 만난 할머니,

나노카는 그들과 국어시간에 수업할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갑자기 사라진 미나미언니의 일은 이상한 일이다.

근처에서 그녀의 교복을 한번도 보지 못했고, 손에 쥐어준 손수건이 없어졌고, 그녀의 소설을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이상한 일이었다.

나노카와 각기 다른 세 명의 친구들, 그리고 나노카의 작은 친구 고양이..

미나미언니의 행복이란 내가 여기에 있어도 된다고 인정받는 것.

아바즈레 씨의 행복이란 누군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

키류의 행복이란 내 그림이 훌륭하다고 말해주는 친구가 옆자리에 앉아 있는 것.

할머니의 행복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평범한 인생을 보낸 것.

그들은 그렇게 서로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간다.


(P.52)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것은 깊은 호흡으로 마음속에 틈새를 만들거나 나무집에서 해님 냄새를 맡는 것을 말하는 거야."

(P. 71) "글을 쓰는 건 즐겁지만, 그것이 행복인지는 모르겠어. 행복이란 좀 더 가득 채워진 상태잖아. 이렇게 마음속이 좋은 기분으로 가득해지는 상태."

(P. 102) "잘 들어. 인생이란 자신이 써내려가는 이야기야."

"퇴고와 참삭,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해피엔드로 바꿔 쓸 수도 있다는 뜻이야."

(P. 105) 복도를 지나 현관문 앞에 선 참에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습니다. 마음속에 틈새를 만든 것이지요.

그래서 슬픔과 섭섭함, 억울함 같은 나쁜 놈들을 한쪽 구석으로 밀쳐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빈 틈새에 나는 얼마든지 즐거운 것들을 채워 넣을 수 있으니까요.

(P.193) 인연이라는 한자는 알고 있습니다. 인연의 연(緣)이라는 한자가 초록의 록(綠)이라는 한자와 흡사한 것은, 산 것이 언젠가는 죽어 흙으로 돌아가고 그곳에 초록빛 풀꽃이 피어나 그것을 먹으며 다른 산 것이 살아간다, 라는 신비한 연쇄를 가리키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합니다.

(P. 263) "(중략)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생을 걸어왔지. 그야 안 좋은 일을 헤아려보자면 한이 없지. 하지만 그것보다 좀 더 많이, 미처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즐거운 일과 기쁜 일이 있는 인생을 걸어왔어."

(P.283) 내가 그녀들처럼 멋진 어른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내 얼굴을 미나미 언니를 닮은 얼굴에서 점점 아바즈레 씨를 닮은 얼굴이 되어갑니다. 몇 십 년 뒤에는 분명 할머니를 닮게 되겠지요.

하지만 내 인생은 그중 누구의 것과도 다릅니다. 다른 어느 누구의 것과도 다른 나의 행복을 선택하는 게 가능한 것입니다.

 행복은 그쪽에서 저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 쪽에서 선택해서 손에 넣는 것이니까요.


이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물어본다.

너는 지금 행복하니?

아니..

왜? 무엇때문에?

몸이 아파. 컨디션이 안 좋아. 몸이 아프니 내 소중한 사람을 돌아볼 여유가 없어져. 이기적이 되어가. 나만 생각하는.

그리고, 언제나 나는 청춘일 거라고 자만했던 무지했던 나의 과거를 후회해.

후회를 하는 나는 '지금'이 아니라 자꾸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그럼 몸이 괜찮으면 지금 행복해질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내 몸이 하나 일 하고 방전되는 수명이 다해가는 밧데리처럼 안 그런다면 그럴 것 같아.

그렇지만, 새 밧데리를 갈아 넣을 수는 없는 걸 아니까.

지금 현실에 맞는 만큼의 일, 관심을 가지려 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드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그것을 인정해고 받아들여야만 지금 이 시간이 나의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

약 먹고 올께.

그런 후에 다시 컨디션이 좋아지면 그때 다시 물어봐줘.

너는 지금 행복하니? 라고.

매일매일 나에게 질문을 건네야겠다. 나의 '지금' 현재의 행복을 위해..


초등학생인 나노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쉬운 문장으로 가득하여 나에게는 더욱 좋았던..

'행복'이란 단어와 그 추상적인 의미를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며 느낄 수 있어 더욱 좋았던..

어느 순간엔가 잊혀져 있었던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행복부터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행복까지 돌려볼 수 있었던..

서로를 만나러 와준 그들의 인생에서 벌어지는 마법같은 이야기에 너무나 행복해졌다.

행복이라는 것,

그리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손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 바로 눈을 돌려 보이는 모든 것들이 행복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래의 행복만 바란다. 지금 내 옆에서 뒹굴거리며 영화를 폭 빠져 있는 두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저 아이들은 저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금 행복한 건데, 나는 저 아이들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저리 뒹굴거리는 시간을 빼앗으려고 한다.

마음의 불안감과 조급증을 버리면 지금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행복으로 남을 수 있을텐데.. 자꾸 미래를 과거를 바라보려 한다.

'지금'이라는 단어 속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동등해지는 마법을 나에게 뿌린다.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생을 살아보자고.. 인생이 행복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자고..

자신의 인생이 별볼일없는 것 같다고 생각되는 이들에게 이 마법같은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할 것이다.


"잘 들어라, 나노카. 인생이란…….

전부 다, 희망으로 빛나는 지금 너의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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