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 센스 - 경제학자는 돈 쓰기 전에 무엇을 먼저 생각하는가
박정호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매일 소비를 한다.

집 앞 마트에서 소소하게 구입하는 간식거리부터 다양한 생필품을 구입하는 대형마트, 하루하루 차려내야 할 적게는 두끼의 식사거리,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에서 수시로 울려대는 쇼핑광고들의 유혹에 넘어가 구매한 다양한 종류의 물건들.

크게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일일히 손으로 꼽다보면 어마어마하다.

계산하고 받은 영수증들은 차의 한 구석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며 여유있는 경제 형편이 아닌 나는 딜레마에 빠진다.

'나의 씀씀이때문에 항상 쪼들리는 건가?'라며 자책하다가 '이 정도는 낭비가 아니지 않나?'라는 의문도 들기도 한다.

사실 가계의 문제를 파악하고 잡아보고자 재테크책이나 짠돌이카페 책등을 읽어도 보았다.

이렇게 아끼고, 이렇게 저금하고, 이렇게 해보고등등... 쉽지 않았다.

내가 따라하기엔  알뜰하겠다는 마인드와 행동력, 그리고 독함까지 겸비한 그들은 넘사벽이었다.

그렇게 따라할 수 없어 경제분야도서와 살짝 거리를 두고 있는 찰나, 새빨간 표지의 『이코노믹 센스』를 만났다.

책은 무엇을 하라고 재촉하지 않고 심플하다. 단 한 문장만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표지마저 가볍다. 마치 비어있는 쇼핑백처럼.

'경제학자는 돈 쓰기 전에 무엇을 먼저 생각하는가.', 나도 궁금해졌다.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나와는 어떤 생각이 다른지 알면 어떤 식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빨간 쇼핑백 들고 쇼핑하듯이 책을 읽었다.

어?....읽는데 어렵지 않아..

예시들이 내 주위의 이야기들이다. 공감이 가니 책은 매우 재미있고 쉬웠다.

가볍게 들었다가 공책을 펴들고 다시 처음부터 정독을 한다.

 

'이코노믹(economic: 경제의)'와 '센스(sense: 감각, 판단력)', 제목 그대로 풀이해보면 '경제 감각'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이 책은 '내 돈을 지켜낼 수 있는 특별한 습관,경제 감각'을 키울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작정 아껴라,를 말하는 것도 무조건 여기에 투자하라,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소비를 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경제 상술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고, 또 우리가 느끼는 감각기관을 통해 소비를 하게끔 만들어진 소비시스템에 대해 말해준다.

경제심리학에 다양한 경제 용어들까지 등장하는 경제서이지만, 실생활에 활용되고 있는 예시를 들어주니 전혀 어렵지 않다.

 

8-  이렇게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쓸모없는 소비를 막기 위해 쓰였다. 돈은 필요할 때 사용되어야 한다. 주어지는 대로 흥청망청 소비하다가 꼭 필요한 순간에 돈이 없어서 인생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만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 서문에 있던 이 문장을 읽고, '꼭' 이 책을 읽어야겠다, 다짐했다.

누구나가 말할 수 있는 말이고, 모두가 아는 말이지만, 어느 시점에 접하는지가 중요하듯 나에겐 지금이었다. 나는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내 인생을 흐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돈이라고 모두 똑같은 돈이 아니다>

17- 현금 만 원과 상품권 만 원 역시 금전적으로는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 즉 우리는 동일한 금액일지라도 형태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돈을 지출하는 방식도 달리한다.

◎ 현금과 상품권은 다르다

- 현금과 카드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 보너스는 절대 모을 수 없다

→ 큰 금액일 경우 : 지출 계획을 면밀히 세운다

→ 소액일 경우 :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형태로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26- 실제 우리가 생활비에 쪼들리는 진짜 이유는 매달 지불하는 아파트 중도금 이자나 자동차 할부금과 같은 굵직굵직한 비용 때문이 아니다. 일상의 소소한 지출들인 점심값, 커피값, 담뱃값, 간간이 이용한 택시비 등 때문이다.

- 나도 모르게 "아,짜증나네!" 라고 중얼거렸다. 정말 그랬다.

몇 년 전, 가지고 있던 부동산을 판매하고 일시금이 아닌 1년 반에 걸쳐 5~6회차로 나누어 판매금액을 지급받은 적이 있었다. 일시금으로 보면 너무 큰 돈이었는데, 그것을 여러 회차로 나누어 지급받으니 어디에 투자하기도 뭐해 통장에 넣어놓았다가 부족한 생활비로 야금야금 소비해 결국은 다 소진되어 버렸던 것이다. 다 쓸 줄 몰랐다. 2~3년에 걸쳐 부족한 생활비로 사용한 것 밖에 없는데 말이다.

빈털털이가 되고 난 후, 이 책의 내용을 읽다보니 화가 났던 거였다.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제껏 모른 척 했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 소비하는 것은 괜찮겠지, 하면서.

이건 나의 소소한 행복이야, 하면서.

잘못된 나의 소비습관를 탓할 수 없어, 남편의 월급만을 탓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만 먹었지, 경제감각은 10대를 벗어나지 못한 듯 하다.

 

<아이스크림이 수북이 담겨 나오는 이유>

◎ 절대 평가는 '보이는 것'에 의존한다.

→ 절대 평가 : 직관적으로 쉽게 가늠할 수 있는 부분에 의존하여 판단하려는 경향 - 특별한 사례에 더 주목하는 경향(지인의 사용기)

→ 상대 평가 : 대상들 간의 상호 비교를 통해 좀 더 면밀하고 세심한 비교 작업이 수행.

77- 촉각, 미각, 후각 등 여러 감각 중 시각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86- 소비자가 제품을 접하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때 최초 90초 안에 잠재의식적 판단을 내리게 되는데, 이때 판단의 60~90%는 색에 의존한 결정이라고 한다.

- 물건을 구매할 때 눈으로 보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지 책을 통해 정확히 알게 되었다.

나의 눈에 보이는 것들이 소비를 부추긴 것이라 하니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충동구매를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니 말이다.

104- 우리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채 특정 제품과 브랜드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 무의식까지 생각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숫자와 비율이 너무 다르게 느껴질 때>

→ 비율로 제시된 내용보다 숫자로 제시된 내용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

→ 단위를 작게 하여 숫자를 크게 표시한다. (우유 1L - 우유 1000ml)

→ 성분 함량을 가장 작은 단위로 표시함으로써 숫자 부각. (비타민함유량 0.5g - 함유량 500mg)

156- 특정 상황에서 금액을 비율로 인식하는 습성은 우리의 소비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많은 낭비를 초래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비율을 기반으로 한 금액 인식이다.

165- 많은 기업은 현재의 제품 가격을 결정할 때 다가올 미래 상황의 변화를 고려하여 정하곤 한다. 너무 비싸서 첫 출시부터 고객들에게 외면받는 건 아닌지, 반대로 가격이 너무 저렴해 브랜드 가치와 회사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건 아닌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할인 행사 등의 이벤트를 수행할 여지가 있는 가격 수준인지 등을 고려해 초기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즉 지금 가격을 어떤 수준으로 결정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의 행보가 크게 달라진다.

 

<저축 통장은 많을수록 좋을까?>

저자의 생각은 이렇다.

→ 여러 계좌에 분산하여 저축하는 사람들의 지출이 큰 이유는 여러 개의 저축 계좌로 자신이 저축한 내역을 과잉 평가하면서 스스로에게 당위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 한때 '풍차돌리기'라는 시스템을 소개한 책을 읽었다. 매달 한 개씩의 통장을 늘려가면서 저축을 하는 시스템으로 1년후 만기저축통장이 매달 돌아오니 종잣돈을 모으기가 쉽다는 시스템이었다.

그때 저 방법을 시도해보려다 경제사정이 녹록치가 않아 포기를 했었고, 또 통장을 관리하기가 버거웠다.

그렇게 접었던 '풍차돌리기 전략'을 카카오뱅크에서 '26주적금'등이 나와 통장없이 손쉽게 저금을 할 수 있어 응용해봤는데, 이 역시 수중에 여유돈이 넉넉하지 않으니 부담으로 다가왔고, 여러 개의 계좌가 돌아가니 되게 많은 금액을 저금한 것 같은 생각에 우쭐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역시 신용카드마냥 돌려막기밖에 되지 않았다.

말만 그럴싸하게 '적금', '저축'이었다.

여러 계좌 관리를 잘 할 수 있을 정도의 부지런함과 생활비가 조금은 여유로운 이들이라면 여러 개의 통장을 운용해봐도 좋겠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나에게는 단일 계좌의 저축을 하는 게 맞는 방법인 듯 하다.

246-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소득은 늘고 소비는 줄어들어 저축할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몇 달 후에는 예상치 못한 지출로 인해 또다시 저축을 미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저축은 계속해서 뒤로 미루어진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거나 금연을 시작할 때 오늘부터 시작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적 회계', '선택의 역설', '단일 대안 회피' , '부존자원효과', '텍타일효과', '단수가격','PWYW'등등 접해보지 못한 경제용어들이 등장하는데, 재미있는 경제이야기였다.

특별하게 관심두지 않았던 것들이 치밀한 계획과 방법으로 우리 옆에 있으면서 우리의 뇌를, 우리의 감각기관들을 소비로 이끌고 있었다는 것에 놀랍기까지 했다.

경제는 일단 모르니 덮어두자,였는데,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경제가 실생활에 다양한 방법으로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도 '경제'를 매일 접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알지 못했던 내 주위의 경제이야기들, 나의 가정 경제를 지키기위해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읽었다.

읽을수록 뿌듯했고, 중간중간 나의 상황에 빗대어 생각하느라 자꾸만 책읽기는 더뎌졌다.

나의 생활에 응용할 생각들이 떠오를때마다 설레였다.

경제 이야기를 이렇게 설레면서 읽을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저자의 다른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놓으며 '이코노믹 센스' 두번째 이야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살짝 끼워넣는다.

 

오늘 당신은 정말로 당신의 의지대로 소비를 했는가.

지금 당장 필요없던 물건을 '이건 필요했던 거야.'라며 장바구니에, 결제창에 집어넣고 있는 행동을 하고 있지 않는가.

당신의 눈을, 당신의 귀를, 당신의 코를 그리고 당신의 손을 진정으로 믿고 행동하는가.

몸의 감각을 온전히 믿기 전 이 책을 먼저 접하기를 권한다, 간절히.....

우리 모두가 나의 모든 감각이 나의 의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님을 의식하는 깨어있는 소비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마지막으로 넣어본다.

"지갑을 열기 전, 모든 감각을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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