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사이더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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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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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by 비프케 로렌츠 -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나요? *

* 평점 : ★★★ → ★★★★


「당신의 완벽한 1년」이란 책을 무척 재미있게 본 다음 그의 책을 찾아보았지만, 그때 당시 나는 찾을수가 없었다.

저자의 프로필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한 탓인가?

소장하려던 마음을 비우고 친한 지인분께 선물해드린 후 '샤를로테 루카스'는 필명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솔직한 표현으로는 다소 실망했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생각과는 좀 다른, 주인공의 인생을 보면서 소설속에서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찾아내려고 하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당신의 완벽한 1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인가보다.

내용은 제목 그대로이다.

살아왔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과거가 많은 주인공, 그를 보며 당황도 하고, 화도 나고, 실망도 했다.

주인공이 대단한 뭐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 그 모습이 타인에게까지도 마찬가지라는 것.

인생을 즐기면서 자기 감정에 솔직하게 사는 것이 저런 모습일지 의아했다.

솔직하다는 표현과는 의미가 다르다.

그저 본능에 이끌려 하루하루를 야금야금 살아내는 모습밖으로 보이지 않았다.

노력하며 살아내는 모습을 그의 모습에서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가까이 두고서 그 소중함을 알아내지 못하는 의둔함이 비단 주인공의 모습만은 아닐진대 그럼에도 나는 찰리를 향해 화를 내고 있다. 과거를 지운 모습도 과거를 간직한 모습도 다 가식같아서.

아마도 찰리에게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은 학창시절의 내 모습 역시 썩 좋았던 모습은 아니어서 그럴지 모른다.

정말 지우고 싶은 시절들의 모습이지만, 그때는 그게 멋있었고,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 다른 방법도 있었지만, 나는 망가지는 모습을 택했었던 거였다.

오로지 나의 선택이었고, 그때는 그 선택을 신뢰했고, 돌아보니 그 선택들은 독이었음을,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의 헛됨과 부질없음이 가득한 시절이었음을.

내가 대했던 나의 하루들과 찰리가 대했던 그의 하루들, 아마 특별히 다름은 없을거다.

그도 나도 나를 사랑하지 못했었던 거다.

모든 것에 나는 없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지, 나의 행동에 나의 말에 남들이 신경쓰였던..

안타깝지만 나는 나를 신뢰하지 못했고 사랑하지 못했던 과거였듯 찰리역시 그랬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는 한없이 짜증나는 주인공이었는데, 책을 덮고 글을 쓰면서보니 나의 지우고 싶던 과거들이 떠올라서였나 보다.

주인공이 나에게만 못되고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을 비우면 조금 더 사랑스럽고 자유분방한 그녀를 발견할 수 있을까?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혹 하는 제안이다.

누구든 지우고 싶은 과거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나역시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으나 만약 그런 제안이 들어온다면 정말 지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아닐까.

살아가는 모든 과정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우리들은 어느 순간이나 후회하는 순간들이 생기기 때문에.

그 반대되는 상황에 대해 지운 과거보다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걸까.

과연 우리는 바뀐 다른 과거에 만족할 수 있을까.

만족한다는 의미는 행복해진다는 의미와 동격인걸까.

혹시라도 길거리를 지나가다 '도를 믿으십니까?'하듯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 하시겠습니까?'라고 말을 걸어오더라도 우리는 지나온 과거에 조금 더 당당해지자.

실패한 과거든 성공한 과거든 나의 과거가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으니 조금 더 자신있게 살자.

지금 내 모습이 만족스럽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더라도 지금부터 만족할 수 있는 삶을, 행복해지는 삶을 살아가도록 마음 다잡아보자.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지우고 싶은 과거보다 간직하고 싶은 과거가 많아지지 않을까.



(p.35) 출발선에 서서 제대로 된 인생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줄곧 인생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가사들처럼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 인생이 완벽하게 제대로 돌아가며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를. 그리고 지금과 같은 순간에는 내가 언젠가 깨어나서 '그런 순간은 절대로 오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까 봐 두렵다. 나는 헛되이 기다렸고 그사이 인생은 나를 스쳐 지나갔다는 것을 깨달을까 봐.

(p.67) "내 생각에 행복은 늘 오늘에 달린 거 같아. 어제나 내일이 아니라 오직 오늘이 가장 중요해."

(p.377) "어떤 일들은 바로 우리 코앞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우리가 걸려 넘어져도 못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어."

(p.367) "너는 네 인생을 알아서 꾸릴 수 있는 충분한 나이야. 네 인생이라고. 너 말고 네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p.386)" 이제 그만 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 네가 사랑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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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 김려령 장편소설
김려령 지음 / 창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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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6일>

* 일주일 by 김려령 - 선물 같은 일주일,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시작된다. *

* 평점 : ★★★★★


샤방샤방한 핑크빛 책표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작정하고 '사랑'이라고 달려든다.

이 책에 아무런 정보없이 책을 든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말이다.

나의 무의식 자체에서 '사랑이야기'를 거부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 단어의 허무성에 대해 깨달았고, 그것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부정적인 시선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어서일거다.

'사랑'이란 말이 폭신폭신하고, 꿈결같고, 붕붕 떠다니는 구름같았다.

그렇게 손가락 꼼지락거리게 조바심이 났고, 머릿속에서 폭죽들이 팡팡 터지는 황홀함이 그 단어의 포장지였다.

포장지가 근사한 것처럼 '사랑'이라는 것은 멋졌고 근사했고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그런 거였다.

그러나 안개처럼 잡힐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 같으나 보이지 않는 그 단어가 가진 다른 면을 나이가 한 살씩 먹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달콤한 모습 뒤에는 달콤한 것들을 대한 후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콤함에 익숙해져 더 달콤함을 맛 봐야 하는 것도, 달콤함 때문에 몸 여기저기가 이상신호가 오는 것도, 이상의 달콤함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경제적으로 무너져버리는 것도.. 그 다양한 모습들의 한 면들이리라.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란 단어가 지닌 화려함보다는 그 뒷면을 자꾸 생각하게 되어 나도 모르는 사이 '사랑'이 절절한, -특히나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거부했는가 보다.

정보가 있었다면 나는 선뜻 이 책을 집지 않았으리라.

지금은 이 책을 집어든 나를 셀프칭찬해주고 있을 정도지만.

 '사랑'의 또다른 해석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보는 사람 속 터지게 착한 남녀의 모습에 사랑에만 목숨거는 이야기였다면 아마도 보는 도중 책장을 덮어버리지 않았을까.

나의 생각도 바뀌고, 연애관도 바뀌고, 결혼관도 바뀌고 있다.

나조차도 그러할진대 세상은 오죽할까.

'사랑'이라는 핑크빛 단어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보기에는 나는 너무 변했고, 너무 어른이 되어 버렸다.

어느 한 사람에게 목매지 않는 처절한 '사랑'이야기보다는 적절히 현실과 타협하며 하는 '사랑'이 나는 좋다.

그런 나의 시점에 딱 좋았던 '일주일'..

그들의 '일주일'이 현실적이라 좋았고, 꿈같아서 좋았고, 그들의 사랑하는 모습이 좋았다.

쿨하게 툭,툭 던지는 막말을 하는 도연의 모습도, 흐트럼없이 바른 유철이 하나씩 풀어지는 모습도.

그러면서 시샘 가득한 막말 하나 던진다.

"니들은 가진 것들이 많아서 그래, 일상이 헉헉댈 정도로 빡세면 그리 멋짐이 터져나오지 못할 걸...!"

다시 누군가와 사랑을 해야 한다면, 그들처럼 사랑을 할 수 있기를 사심 가득 넣어 바라본다.


(p.52) 같이 잘래요? 의문무의 악센트가 뒤가 아닌 앞에 있었다. 세상에, 그렇게 예쁘게 자자고 하면 어떡해요. 껄렁함이라고는 1퍼센트도 없는 남자가 자자고 했다. 그 단정한 섹시. 툭 건드려보고 싶었다. 도연이 그가 내민 손을 잡은 이유였다.

(p.69) 상대가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않는 거, 그게 사랑이야. 사랑하면, 꺼져. 난 그걸 원해.

(p.69) 가세요. 갈게요. 그것이 최선이었다. 좋았던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무탈하고 행복하길 바랐다. 헤어질 때 연락처 하나 주고받지 않은 이유였다. 사랑은 찾아나서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는 것이다. 어느날 그곳에서 불현듯. 그런 사랑 또 오겠지요. 그랬는데 이별한 이스탄불의 연인이 다시 나타났다. 누가 누구를 일부러 찾은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불쑥 나타났다.

(p.71) 괴롭고 외롭지 않은 밥벌이가 있겠는가. 금배지 달고 의전받는 생활을 하는 동안 어느새 그것들에 익숙해져 제일에 투정 부리는 오만을 저질렀다. 부지런히 살아보자. 그러다보면 문득 선물 같은 일주일이 또 오지 않겠나. 그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견디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였다.


3개월간 하루 4시간짜리 단기알바를 하는 중이다.

새로운 일에 적응되지 않은 몸이 하루가 멀다하고 아팠다.

주변에서 돈벌어 약지어 먹으라고 할 정도였으니 몸상태가 어느 정도였는지 더 설명이 필요없을거다.

그렇게 몸이 아파도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좋았다. 어디 쉬운 일이 있겠는가, 쉬우면 나까지도 순서가 오지 않았겠지.

꼴랑 3개월이지만 최선을 다해 일하자, 으쌰,으쌰.. 하며 기합을 넣는 매일이었는데, 한 달이 넘고 두 달이 되어가니 끝이 보이는 알바를 이토록 열심히 하면 무얼 하나, 통장을 스쳐지나가는 월급이어서 성취감 역시 바닥을 쳤다.

의욕이 떨어지니 시간은 더디 가고.

그런 나에게 위의 문장은 나의 안일함과 오만함을 내려놓게 해주었다.

- 부지런히 살아보자, 그러다보면 문득 선물 같은 일주일이 또 오지 않겠나.-

나도 부지런히 살아 '선물 같은 일주일'을 만들어야 겠다는 다짐을 들게 만드는.

현재 주어진 나의 몫에 대해 최선을 다해 하다보면 선물 같은 일주일, 선물 같은 한 달이 올거라 믿어본다.

(p.92) 부부가 뭔데 그토록 싫음에도 함께 살아야 합니까. 도대체 부부의 연이 뭔데 단 한번의 선택으로 평생을 살라고 하십니까. 인간이 그토록 완벽한 존재입니까. 도연은 실패한 결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억지의 삶을 살수는 없었다. 실패에 주저않을 것이 아니라 새 삶을 살아야 했다.

(p.116) 인영이 도연에게 모든 것의 '첫'이듯 도연도 아마 어머니에게 그러했을 것이었다. 도연은 알아서든 몰라서든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누렸다. 어머니여야 안심됐다. 그러나 안심과 미안함은 별개여서 마음은 늘 무거웠다.

(p.123) 책 말고도 좋은 매체가 많은 시대죠. 책만 우아한 매체가 아닙니다. 여전히 찬반이 분분한 도서정가제, 안 좋은 경기 등도 변수가 되겠지요. 그런데 쓰는 입장에서는 환경을 탓할 수만은 없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독자들을 잡지 못한 저 같은 사람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p.163) 좋은 부부관계는 보기에도 참 좋다. 그러나 분별없는 부부애에는 눈살이 찌푸려진다. 사랑은 기본적으로 예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과도한 스킨십은 불편한 것과 같다.

(p.171) 모든 일에는 본인도 어찌할 수 없는 인연과 운명이 따라붙는다. 그렇게 본 사람과 그렇지 않게 본 사람의 판단. 그것으로 어떤 일이 살거나 혹은 죽어도 어쩔 수 없다. 그때는 그만큼의 인연으로 결정된 그만큼의 운명이었을 테니까.

(p.213) 우연한 만남은 있어도 우연한 이별은 없다. 장점이 단점으로 단점이 더 큰 단점으로 서서히 부각됐다.

(...) 호감과 사랑을 혼동했다. 혈기왕성할 때 호감 가는 여자를 만났으니 결혼까지 해버렸다. 성급한 결정이었다. 후회로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p.219) 현재가 불행한 과거는 부질없다. 불행한 현재는 행복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p.223) 인내와 희생과 포기로도 안 되는 것이 사람이었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 더한 집들도 그냥 살아. 그 잔인했던 폭언들. 보편화된 불행은 불행이 아닙니까. 남들은 다 감수하는 고통을 자신만 뿌리치는 나약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린 듯했다.

(p.291) 일주일은 둘을 잡는 그물이 아니라 예민한 구역에 놓인 지뢰였다. 유철과 도연은 절대로 밟지 않았다.

(..) 그것을 정희가 겁 없이 밟았다. 징글맞게 물고 늘어지는 전처. 가만히 두었어야 했다. 그것이 이들을 평생 고개 숙이고 살게 하는 방법이었다.

- 완독 후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읽는데, 그때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못했던 정희의 말이 눈에 밟혔다.

그녀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알고 있었고, 문제 없을 거라는 의도가 깔린 만남.

책은 덮었는데, 나는 아직도 진실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중이다.


5년전에 '완득이'로 만났던 그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느낌이 달랐다.

현 시대와 동일시가는 배경들과 그의 시선들.

마치 작가의 자전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자전적인 요소들이 소설속에 녹아든 것이라면 참 멋진 작가겠다 싶다.

닮고 싶을 만큼 시크하면서 유머러스하고 쿨하면서 따뜻하고....^^

그의 책은 완득이만 읽었던지라 다른 책들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일주일'처럼 통통 거릴까? 아니면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낼까?

김려령작가의 다른 모습이 너무 좋았던 소설이다.

도연이 이 고장 특산차를 한모금 마시고 답례 인사를 했다. - 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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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달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윤동교 지음 / 레드우드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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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7일>

* 딱 한 달만 아무 것도 하지 않고 by 윤동교 - 적당히 부러운 한 달 생존기

* 평점 : ★★★★★


부담없이 읽고 싶은 마음이 들면 읽어야지.. 하고 대출해온 책이었다.

제목이 너무 가벼워보였지만, 그림과 글이 적당하여 정말 부담이 안 가는 그런 책이었다.

읽어보니 정말 그랬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보면 정말 좋을 책, 피식 웃게 되는 유머러스한 글에 공감 팍 가는 삽화는 읽는 나를 즐겁게 해줬다.

즐거움과 공감과 깨달음과 함께 순삭하게 만드는 흡입력...

가볍게 손에 든 책이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지인에게 선물을 할 정도로 내 보기에 괜찮았다.

다른 지인들에게도 좋아요! 꾹꾹!! 추천해주고 싶게 입이 간질거릴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떠올릴때마다 점점 좋아지는 책이 있는데, 나에게 이 책이 그랬다.


이렇게 가벼우면서 유쾌한 책이 좋다.

무작정 가볍지만은 많아서 더 좋다.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주고 읽게 해주는 그런 책, 고상하게 어려운 문장들만 가득한 텍스트보다 많이 좋다.

내가 대단치 않고 작가도 대단하지 않아 보이는.. 그렇게 차이없이 보이는 공감들이 떠 다니는 느낌이 좋다.


(P. 25) 그래. 지금이야말로 제대로 나를 돌봐 줘야 할 때다. 이걸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 나를 돌아보는 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늘 회피해 오던 일. 이제 그 일을 시작할 때다.

(P. 112) 나는 홀로 초조해졌다. 적은 내 안에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냥 뒹굴뒹굴하며 숨만 쉬려던 나를 채근하고 휘두르는 것은 바깥의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안달이 났고 일말의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려는 욕구가 강하게 올라왔다. 그렇게 나는 딜레마에 빠졌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미치겠는 딜레마.

(P. 126) 내가 감정을 너무 억누르고 산 걸까? 너무 모르는 척, 아닌 척, 회피하고 산 걸까? 억지로 웃으며 밝은 사람인 척, 긍정적인 사람인 척하다 보니 과부하가 걸린 걸까?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정들의 연속이었다. 나를 돌아본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을까? 나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었을까?

(P. 136~137) 아등바등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은 피곤하다. 열정도 한때다.

내 인생은 어느덧 전반전이 모두 끝났고 이젠 다가올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이제 곧 중년이라 불리는 나이 마흔이다. 그리고 마흔 이후엔 인생을 늘어난 니트처럼 적당히 대충대충 성글고 여유롭게 살고 싶다.

좀 더 적당히 살자. 좀 더 편하게 살자. 까칠해도 괜찮아. 예민해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모자라도 괜찮아. 부족해도 괜찮아. 불안해도 괜찮아. 두려워도 괜찮아. 틀려도 괜찮아. 나를 더 아껴 주자. 나를 더 보듬어 주자. 나에게 더 많은 것들을 허용해 주자. 세상의 기준에 맞춰 나를 채찍질하는 대신 나를 더 놓아주자.

(P. 162) 왜 나 자신에게 쓸데없는 목표를 주입해서 스스로를 한계 너머로 몰아붙인 걸까.

왜 이 길을 오르지 못하면 내가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이런 식으로라도 동기를 부여해서 자존감을 고취시키고 싶었던 걸까?

아니, 좀 중간에 포기하면 어때서? 끝까지 안 하고 중간에 내팽개치면 뭐가 어때서?

(...) 차라리 진즉에 내 육체와 자전거의 한계를 깨닫고 일찌감치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올랐다면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그냥 나답게 올랐으면 좋았을 텐데.

앞서가든 뒤따라가든 어차피 이렇게 정상에서 만나는 것을.

자전거를 타고 가든 끌고 가든 이렇게 같은 곳에서 만나는 것을.

(P. 205)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려면 다양한 장치가 필요한데 그 과정에서 부부가 모두 꼭 같은 경험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든 추억을 공유해야 할 필요도 없다.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면 된다. 함께할 땐 함께하지만 각자일 땐 각자의 삶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P. 308)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당장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고 생활을 잘 영위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생각해보면 펴생 방치하고 내버려 둔 '나'였다.

(...) 예전과 변함없는 날들이 계속됐지만 무언가 달라졌다. 현실도, 환경도, 감정도 모두 그대로였지만 무언가 근본적인 것이 달라졌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데 그 모든 것을 대하는 내 마음이 달라졌다.

달라진 것은 바로 나였다.


나랑 꼭 맞는 상황이 아니지만, 저자가 느끼는 저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을 살아내는 많은 이들도 저 감정들을 느끼고 있을테니까.

나도 나의 지인도, 또 내가 모르는 다른 이들도.....

삶을 즐기지 못하고 버틴다고 느끼는 이들을 대신해 저자는 솔선수범하여 한 달을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주었다.

나 대신 용기내어 주고, 실천해 주고, 대신 느껴주고....

내가 저자와 같은 한 달을 지냈다면 나 역시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많이 지치고 있는 중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축축 처지는 몸과 마음, 좋은 것을 봐도 그때뿐이고, 다시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사는 것이 정말 버겁다..라고 느끼는..

계절을 타는 것 같기도 하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번아웃증후군인 것 같기도 하고..

만성피로와 만성몸살로 끼니마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있는 요즘의 나는,

분명 썩 좋은 정신과 몸 상태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이 흔들리고 정상에서 벗어난 나의 상태를 숨기지 않기로 했다.

애써 괜찮아...라는 말로 나를 속이지 않기로 했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 그대로 내보이고, 그대로 표현했다.

이렇게 망가진 정신과 몸으로 평상시와 똑같이 체력 소모를 하기에는 내가 버텨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난 지금 마음도 몸도 상태가 안 좋으니까, 이런 나를 이해하라고.. 내 감정에 충실하다보면 다시 정상의 상태로 돌아갈 날도 올거라 믿으니까...

내가 느끼는 감정이 부정적이고 불안정스럽지만 쿨하게 오픈시키니 애쓰면서 나를 포장하지 않아도 되니 이 얼마나 좋은지..

"정말, 순수하게,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저자처럼 정말, 순수하게,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펼쳐봐야 하는 책이다.

또, 진심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용기를 내도록 해주는 책이다.


"할 수 없는 것은 그냥 두고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자."

"나는 여전히 무기력했지만 무기력을 대하는 방법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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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18년 5월 21일>

* 곰탕 1,2 by 김영탁 -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매력뿜뿜 소설

* 평점 : 별 네 개 같은 별 다섯 개..


총 2권으로 나누어져 있는 <곰탕>..

처음에는 제목이 뭐 이러나.. 싶었다.

구미를 당기는 그런 멋진 제목이 아니어서 읽고 싶은 마음이 그리 들지 않았다.

그것이 이 책을 바라본 처음 느낌이었다.

신간 서가에 꽂혀 있는 책에 호기심이 생겨 꺼내 들었고,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술술 읽히는 가독성과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한 책이었다.

1권을 덮으면서 오랫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는 반가움이 들었다. 얼른 2권을 읽고 싶었다.

아침이 오면 도서관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들 정도로 중독성이 강했고, 금단현상이 나타났다.

2권을 읽으며 역시 술술 넘어가는 것이 재미있다... 는 당연했고,

조금은 아쉽다..생각도 들었지만, 이 정도면 해피엔딩이라고 해야겠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해피엔딩이라는 단어를 자신있게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죽음이 있어서 다른 이들도 그리 말할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환과 순희의 나중를 볼 때 해피엔딩이라고 말하는 것일 뿐이다.


지금은 2064년이다.

윗동네와 아랫동네로 나뉜 세상, 아랫동네 사람이 윗동네로 가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야 했다. 살만하게 벌 정도가 아니라 아주 쓸어담을 만큼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과거로 가는 시간을 한다. 한꺼번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여행, 하지만 그 여행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여행이었다. 그 시간여행자에 우환도 들어가게 된다.

우환은 식당의 주방보조이다. 고아원에서 자란 그는 어릴 적 기억이 없어 처음부터 형편없는 어른이었던 것 같다.

과거에 먹던 곰탕에 대해 이야기하던 식당주인은 현재 파는 국에서 곰탕맛을 내기 위해 우환을 시간여행에 보낸다.

배를 타고 시간을 넘어가면서, 넘어오면서 사람들의 반절이 죽어나가는 무시무시한 여행,

13명의 시간여행자중 우환과 갓 스물이 되어보이는 화영만이 살아남는다.

우환은 곰탕 국물 맛의 비결을 알기 위해, 화영은 사람을 죽이기 위해.. 목숨 건 시간여행을 한 것이다.

우환은 식당주인이 알려준 곰탕집으로 가서 일하게 되고, 곰탕집의 고등학생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 그와 함께 쑝카를 타고 다니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여학생이 어머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화영은 자신이 죽여야 할 사람이 누군지 모른 채 집으로 돌아가기만 바라며 그렇게 부산을 익히며 다닌다.

그에게 살인을 부탁한 자는 누구일까? 우환은 자신의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그들은 현재로 돌아갈 수 있을까?


(P. 139) 종인에게 비법이 있다면 기다리는 동안 다른 걸 하지 않는 거였다. 종인은 기다려야 할 때 기다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지루한 시간이 정직하게 흐르고 있었다. 종인은 기다림에 정직한 사람이었다.

(P. 159) 희망이 눈에 띄는 것처럼 절망도 그렇다. 누구나 우환을 보면 그 여행을 권했을 것이다.

'죽어도 괜찮을 거잖아? 굳이 살고 싶은 마음, 없는 거잖아?'라고 묻는 것과 같은 의미로.

(P. 205) 천생연분. 굳이 끼워 맞춰보면, '하나도 즐거울 게 없는 인생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두 사람이 하필이면 서로에게 지나친 호감을 가지고 있는 상태' 정도 될 거 같았다.


책을 덮고 나니 새벽 3시를 달려가는 시간인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왜 그런지 속이 불편해지기 시작했고, 점점 메쓰꺼워지기 시작했다.

누워있는 것이 힘들어 책 보느라 뒤로 미룬 설거지를 하러 새벽에 달그락거렸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본다.

2권의 내용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았다. 아니 영화를 봤다. 이미지가 그려진다.

그만큼 빠른 전개의 이야기와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달리 말하면 자극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읽을 때는 스토리의 전개에 따른 모든 것들이 술술 읽혀졌으나, 그 시간에서 빠져 나오니 정신이 돌아온다.

극중 인물들의 마지막을 작가 마음대로 하게 내두고 싶지 않았다.

살려내고 싶은 인물들이 있었다.

꼭 죽음이 답이었을지, 스토리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 좋으니 그리 했겠지만, 그래도 살리고 싶었다.

화영이 그랬고, 종인이 그랬고, 강희가 그랬다.

너무 쉽게 그들의 존재를 없애버려 마음이 아팠다.

사실 이렇게 허망한 생명들이 많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나만을 위한 목적 달성을 위해서든 대의를 위해서든 그러면 안 되는 것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뺏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너무 쉽게 나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는 사이 집중을 한다.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악한 본능이 그 모습을 즐겁게 집어 삼키는 것을 선한 본능이 생명에 대함에 있어 그렇게 상품처럼 느끼지 말라고 나를 깨우친다.

그래서, 힘없이 죽어버리는 그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럼에도 참 매력넘치는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스릴넘치는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기분..

자주 볼 수 있는 한국영화같은 소설이다.

다가오는 더위를 대비해 구비해놓고 읽으면 더없이 좋을 소재의 내용이다.

책을 손에 잡으면 분명 날을 새면서 읽을 것이니 읽기 전 그 다음 날의 스케줄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그 다음 날의 일정은 지킬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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