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2017년 2월 6일>

*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by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 다산책방

평점 : ★★★★★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우리는 조건을 답니다.

돈이 지금보다 많아야 행복해질거야.. 언제보다? 지금보다 많아야..

더 큰 집으로 이사가면 행복해질거야.. 언제보다? 지금보다 더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내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행복해질거야.. 언제보다? 아이가 손이 많이 가는 미취학 아이인 지금보다..

주말마다 가족과 여행을 다니면 행복해질거야..... 언제보다? 지금은 힐링할 여행을 가지 않으니까..

'행복'에 조건을 달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은 '지금보다'라는 부사입니다.

'행복'해지면 해야지.....등등...

모든 것이 지금 해야할 것들이 아니라 나중에 할 것들만 이야기합니다.

저역시 돈이 많으면, 큰 집에 살면, 아이가 학교에 가서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생겨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행복해,행복해...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돈이 많았던 적은 없어서 그 부분은 잘 모르겠으나, 살림을 못 하는 저에게 지금 사는 아파트 평수는 솔직히 부담되기만 합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동안 시간 여유가 있다고 무엇을 특별히 하는 것도 없었습니다.

피곤하다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기 일쑤였고, 사람들과 차 마시고, 점심먹고, 수다 떠는 것이 다인 날도 꽤 많았고, 여유가 있는 시간이 아니라 여기저기 오지랖떨고 다니느라 하루가 다 갔습니다.

매일 매일 다짐하고, 마음을 다잡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행복이라는 녀석과 그 옆을 붙어다니는 감사라는 오른팔친구 또, 긍정이라는 왼팔친구를 붙잡고 있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현재의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쉽게 흔들리고 흔들릴 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아래로 떨어져버리는, 다른 이들만 행복할거라는 망상속에서 허우적대는 나에게 이 책은 고양이처럼 나에게 소리없이 왔습니다.

 

 

사라는 마흔살의 광고 디자이너이며, 잘생긴 스페인 남자친구와 10년이 넘게 동거중입니다.

사라는 자신의 생활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되면서 말을 하는 고양이 시빌을 만나게 된다.

고양이의 조언을 따라 하다 알게 된 남자친구의 바람, 일에 대한 회의, 아버지의 파산등... 쓰나미가 밀려오듯 한꺼번에 불행이 몰려와버린 사라.

어디서부터 잘못이 된건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당해버려 무너져 없어져 버릴 것 같은 사라에게 고양이 시빌을 말을 걸어온다.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 좋은 일에 감사하고 나쁜 일을 받아들이는 법, 내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법, 어린 시절의 꿈을 따라가는 법, 닫힌 방의 벽을 부수는 법, 나의 동물적인 천성을 발견하는 법, 내 자신을 거울 속의 형상에서 해방시키는 법, 마음을 열고 놀며 맛보고 듣고 관찰하는 법,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사는 법......

비록 집은 비루하기 짝이 없는 허름한 아파트에 위험스러운 이웃과 함께 하는 사라에게 이 모든 것을 즐길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삶에서 행복을 발견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말 많고, 요구 사항 많은 고양이 시빌...

"내가 예전의 내 모습으로 살지 않도록 해줘서 고마워, 친구야. 나는 지금의 삶이 훨씬 더 즐거워."


사라의 변화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흥분이 되는 멋진 책입니다.

'사라=나' 인 것처럼 집중하게 됩니다. 책에 온전히....

지금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며 옆에 있는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인 이 책은  자기계발서마냥 여기저기 표시를 하게 만듭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포스트잇을 붙이기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P. 45) 그래, 난 헤매고 있었다. 이제야 이해가 됐다.

숨겨진 보물을 찾는 지도를 그리는 데 몇 년을 허비했지만 정작 내 보물은 찾지 못했고, 내 지도엔 온통 물음표뿐이다.

사춘기를 지나면 모든 것이 다 술술 풀리는 인생인 줄 알았습니다.

다시는 방황하는 날들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중년으로 넘어갈즈음에 내 인생에 대해 자꾸 고민하게 되었고,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불안해하며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라가 "나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라며 중얼거리는 것이 나와 마음과 같았습니다.

사라에게만 행복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방향을 알려준 시빌이 있다는 것에 질투가 났습니다.

고양이 시빌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오만해보이면서도 가슴에 콕콕 박히는 것에 짜증도 났습니다.

사라의 상황과 나의 상황이 다를지라도 끊임없이 미래를 걱정하고, 편협한 시선으로 세상을 삐딱하게 쳐다보고, 나만 죽을 것 같이 힘들다고 징징대며 정작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나와 다를바가 없었습니다.

결국 사라는 저였습니다.


 (P.94) "먹을 땐 먹는 데 집중하고, 걸을 땐 걷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거."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그 끝도 없는 생각에 또 빠져들게 되고, 그럼 인생이 자기도 모르는 새 다 지나가버리게 될걸.

더 심하게는 지금 살고 있는 인생이 실은 자기 것이 아니게 될 거라고."

(P.174)  "널 속인 상대가 있다면 그건 바로 너 자신이지. 너야말로 네 인생이 끔찍하다고, 이제끝났다고, 그래서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잖아. 그게 바로 너를 둘러싼 돌벽이고, 그것도 네가 직접 쌓은 거야."

(P.217) "살다보면 가끔 어두운 순간들이 있어.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고양이의 눈을 갖고 보지 않는다면 움직이는 그림자가 전부 마녀로 보일 수 있지."

(P.200) "너희들은 물건에 아주 애착을 갖지. 그래서 아무리 가져도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원숭이의 위계질서 꼭대기에 오르려고 애쓰는 것만큼 뭔가를 수집하는 데도 아주 열을 올리잖아."

(P.236) "넌 정작 네 앞에 뻔히 보이는 일들은 돌보지 않으면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어.

앞에 있는 일을 신경 쓰고 돌봐야지만 앞으로 올 일을 처리하는데도 더 좋단 말이지."

(P.239) "또렷한 감각으로 네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해봐.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살도록 해.

네가 사는 매 순간이 바로 너의 순간, 너의 시간, 너의 인생이니까. 네 인생은 회사의 것이 아니야. 네 인생은 네 거라고. 다른 사람한테 네 인생을 뺏기지 마."

(P.295) 내 마음의 고양이를 믿기로 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할 수 없어'라는 정신 상태는 잠깐 보류하고 시도는 해보자.

"그거야말로 세상에서 제일 놀라운 일이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거! 아,그래. 그걸 모르니 아침에 일어날 만하다니까."

(P.389) 드디어 내가 도달해야 할 지점까지 왔다는 느낌이었다. 그 지점은 목표나 결승점이 아니고 종착지도 아니었다.

그건 나의 길,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었다.

시빌은 그저 내가 걷는 기술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걸을 때는 걷는 데 집중한다는 기술, 살아갈 때는 삶에 집중하는 기술, 때로는 자신감에 넘치다가도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행복하다가도 때로는 슬프겠지만, 어떤 때든 열린 마음가짐으로 변화를, 별들의 회전과 존재의 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행복'이란 단어에 많은 생각을 해봅니다.

'행복'이란 단어 옆에 어울리는 단어, '지금'

'행복'이란 단어 옆에 어울리는 단어, '일상'

알면서도 잘 안됩니다.

지금, 이런 일상속에서 항상 머물러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자꾸만 까먹습니다.

행복은 미래를 바라보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자꾸 잊어버리고, 바로 앞에 있는 행복이라는 단어를 멀리에서만 찾으려고 합니다.

동화 속에서 나왔던 '파랑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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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7-02-1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자꾸 손이 가는 매력이 엤어요. 리뷰로 다시 만나니 반갑네요

suakuwon 2017-02-1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너무 좋았어요^^
재미있는 자기계발서를 읽는 것 같은~~^^ 두고두고 읽고싶은 책이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