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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의로울 수 있는가 - ‘칭의’의 의미를 살피다
김서령 지음 / 좋은땅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그리스도인의 신앙에서 '칭의'는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죄인이지만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로 구원을 받았다는 신앙고백을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나의 주요한 논점은 하나님의 은혜로서의 '칭의'와 인간의 반응으로서 '믿음' 혹은 '순종'을 어떻게 연결하는가의 문제다. 이 문제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거룩한 삶' 즉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마땅한 '행위'를 어떻게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와 결부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성경 연구에 관심이 많은 평신도로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는 이 문제로 17년간 씨름했다. 그리하여 성경에서 말하는 '칭의'의 의미를 다각도로 살핀다. 결국 칭의는 그동안의 도식처럼 여겨졌던 '믿음 대 행위'의 문제가 아님을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다양한 자료들을 종합하고, 그간 성경을 연구하며 정리한 '언약과 의'에 대한 주제를 풀어낸다. 흥미로운 지점은 팔머 로벗슨(O. Palmer Robertson, 1937~), 브루스 데머리스트(Bruce Demarest, 1935), 앨리스터 맥그래스(Alister McGrath, 1953~)로부터 N.T 라이트(N.T Wright, 1948~)와 제임스 던(James D.G. Dunn, 1939~ 2020), 김용규까지 그야말로 폭넓은 스펙트럼의 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다.
저자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료의 취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하게 자신이 선택한 결론을 주장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노아 언약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노아 언약의 역사성에 대해 꽤 많은 분량을 들여 진지하게 논의한다. 더불어 '창조, 타락, 회복'의 구원사관보다는 '창조, 타락, 새 창조'의 구원사관에 동의함을 직접적으로 밝힌다.
놀라운 점은 저자가 어떤 노선의 견해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성경을 연구하고 폭넓고 깊은 주제 연구를 통하여 도출된 결과를 통해 자신만의 결론을 주장한다. 때로는 그것이 개혁파의 입장이 될 수도 있고, 새 관점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전제가 될 수도 있다.
저자는 성경에서 사용된 '언약'뿐만 아니라 '언약'을 이해하고 풍성하게 하기 위한 여러 개념들을 명확하게 하길 원한다. 그리하여 '죄', '죄 사함', '속량', '칭의' 등의 단어의 개념과 용례들을 구체적으로 밝히며, 이 단어들이 성경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칭의론', '해석학', '언약과 의', '칭의론의 역사' 등 '칭의와 언약' 안에 논의될 수 있는 여러 질문들을 아우른다. 성서신학과 조직신학, 역사신학 등의 다양한 도구를 사용하여 주어진 질문에 세밀하게 접근한다. 칭의와 언약, 하나님의 주권적 은혜와 인간의 반응에 대한 성경의 핵심적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분이라면 많은 통찰을 얻을 것 같다.
언약은 소망과 믿음과 순종이 사람의 이해와 인격 안에서 ‘어떻게’ 결부되는지를 드러내는 개념적 장치다. 사람이 언약에 신실하게 반응하면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결부의 상태에 이르는데, 하나님은 그 상태를 그의 의로 여기신다. 언약은 의가 사람의 이해와 인격에 입체적인 의미와 실체로 짜여져 들어가도록 고안된 개념적 장치다. 언약은 하나님과사람의 그런 관계가 ‘왜‘ 진정한 것인가를 밝혀 주는 개념적 장치다 - P26
왜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사용하고 있던 조약의 구성을 당신의 언약에 반영하셨을까? 아마도 양쪽의 차이점이 유사점을 압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즉 하나님의 백성은 형식의 유사함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내 언약"을 쉽게 이해하면서도 내용의 차이 앞에서 경외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 P59
성경이 서술하는 언약백성의 역사는 교리집을 계승하는 역사가 아니라, 삶 속에서 의에 관한 성공과 실패와 회복을 반복하는 역사다 - P61
하나님은 당신의 초월성과 절대성을 양보하여 언약에 담으시고, 반면에 내 실존을 언약으로 확장하신다. 언약은 하나님의 양보와 인간의 확장으로써 실존적 만남을 이루는 개념적 인격적 장치다 - P80
노아 언약에서 의는 ‘세상이 윤리적 죄로 심판을 받을 때 하나님의 사람이 언약으로 구원을 받는 준거‘가 된다. 노아는 언약으로써 세상의 ‘윤리적 타락‘을 정죄하지 않고 ‘믿음과 순종이 없음‘을 정죄한다. 세상은 아마도 노아의 윤리에 무관심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아의 방주에는 너무나 관심이 많아서 떠들썩하게 조롱했을 것이다. 홍수의 날에 세상은 자신들에게 없는 근본적인 것이 ‘어떤 높은 윤리‘가 아니라 ‘믿음과 순종‘이었음을 알게 된다. 하나님은 윤리적 불의를 심판하실 때 세상으로 하여금 노아의 언약적 의를 보게 하신다. 언약적 의를 보게 하신다. 언약적 의가 윤리적 의보다 상위에 있다. 언약은 하나님의 인간 구원에 있어서, 윤리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차원에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순종‘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 P93
성경에 등장하는 첫 번째 언약의 의도는 믿음과 순종의 철저한 결부다. 그 철저함 때문에 우리는 그 결부의 이면적 의도를 생각할 수 있다. 즉 언약은 믿음과 순종의 해리(풀려서 떨어짐)를 막고자 한다. 언약은 우선 말한다. 인격 안에 둘 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한다. 인격 안에 하나만 있으면 안 된다. 이 둘은 서로를 통해서 자기 본질에 이르기 때문에 하나를 잃으면 남은 것은 본질을 잃는다. 사실은 그 이상이다. 본질을 잃은 채로, 홀로 있는 믿음이나 홀로 있는 순종은 거짓이다. 둘 다 없으면 그저 없는 것이지만 하나만 있으면 거짓이 있는 것이다. - P102
하나님의 구원은 언약적 구원이다. 언약적 구원은 다음과 같이 양상을 보여 준다. ㄱ) 하나님은 사람에게 약속과 명령으로 언약을 세우신다. ㄴ) 하나님은 사람을 품으시고 소망과 믿음과 순종에 이르도록 기르신다. ㄷ) 하나님은 그렇게 기르신 사람에게 ‘너는 의롭다‘고 하신다. ㄹ) 하나님은 언약 백성과 자신의 의를 이루시기 위하여 권위, 능력, 돌봄, 신실로 통치하신다. ㅁ) 하나님은 의로운 자에게 약속을 성취하시는 방식으로 구원하신다. 한 사람의 구원을 넘어선 공동체의 구원은 아브라함 언약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언약은 아브라함 한 사람이 맺은 언약 관계로 시작해서 그의공동체가 함께 맺는 언약 관계로 확장한다. 이 언약에서부터 공동체적 소망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 P156
속량은 서사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속량되는 사람은 옮겨지고 소유권이 이전된다. 출애굽은 속량의 서사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사건이다. 출애굽을 통해서 ‘건져 냄, 옮겨짐, 들어감, 소유됨‘이라는 목표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출애굽이라는 속량은 성경에서 하나님의 구원 이미지를 대표한다 - P395
속량(구속)‘은 좁은 의미로서는 죄 사함을 함의하고 넓은 의미로서는 ‘구원‘을 함의하는 말이다. 속량은 ‘언약- 죄- 죄 사함- 속량-새 언약-칭의- 약속된 것을 받음‘이라는 흐름 속에 위치함으로써, 구원이 언약적 서사‘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해서, 그리스도의 피는 속죄의 피, 속전(속량)의 피, 언약의 피다. " - P409
율법의 행위는 율법의 본래적 무능이나 인간의 본래적 무능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의의 율법(롬9:31)’을 죽이는 조문으로 전락시켜 ‘지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와 상관이 없는 것’으로 만들었음을 비판하는 말이다. 즉 약속, 소망, 믿음을 상실한 인간이 율법을 하나님의 속량이 벌어지지 않는 조문으로 타락시킨 것이다. " - P437
성경의 하나님은 약속과 명령으로써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이 방식을 "내 언약"이라고 말씀하신다. 명령에 순종해야만 믿을 수 있는 약속, 약속을 믿어야만 순종할 수 있는 명령, 이 공교한 이중결부. 이 기이한 지혜로써 하나님은 우리의 실존을 당신의 신성을 향해 확장하신다. 그렇게 그분은 인격적인 관계를 넘어서 사랑의 관계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인간과의 사랑을 위해 언약으로 당신을 축소하시고 언약으로 인간을 확장하신다. - P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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