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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모든 봄날들 - 엄마와 함께한 가장 푸르른 날들의 기록
송정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5월
평점 :
난 친구나 연인이 엄마이고 제일 친한 사람이 엄마라서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고 싶었다.
저자가 엄마와 어떤 봄날을 간직하고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읽었다.
저자는 글을 쓸 생각에 설레며 아침을 맞아 하루의 처음을 글로 열고 하루의 끝을 글로 닫는 글쟁이라고 한다.
교사 생활을 하다가 전업 작가로 지내면서 TV드라마와 책을 끓임 없이 쓰는 중이라고 한다. 깜깜해진 마음에 등불을 환하게 켜주던 존재, 집 밖으로 나갔던 저자 마음이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해 방황하여 울고 싶을 때 다정하게 손 내밀어줄 그 사람, 엄마,,
그런데 엄마가 이제 저자 곁에 계시지 않는다.
더 이상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손을 잡을 수 없고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다.
사랑한다고 더 고백할 걸, 더 많이 안아드릴 걸, 한 번이라도 업어드릴 걸, 이불 덮고 더 자주 잠들어 볼 걸, 좀 더 많은 곳을 여행할 걸, ......
엄마의 잔소리조차 그리운 날에는 잔소리를 녹음해둘 걸 하고, 후회했다고 한다.
저자는 엄마와 원 없이 다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해보지 못한 일이 너무 많았다.
못 해본 일을 꼽다 보면 아쉬워서, 안타까워, 마음이 아린다고 한다.
엄마가 저자에게 해주신 것들의 반의반이라도 왜 해드리지 못했을까.
우리는 늘 뒤로 미룬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성공하면 엄마에게 잘해줘야지....그러나 엄마의 다리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다리만 떨리고 가슴은 떨리지 않는 시기가 오기 전에 엄마와 여행을 가야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
어느날 느닷없이 닥칠 수 있는 엄마와의 이별,
그날부터 폭풍 같은 후회 속으로 빠지기 전에 지금 이 순간, 더 늦기 전에 엄마와 하고 싶은 일들을 해나가야 한다.
엄마의 감성이 남아 있을 때, 엄마의 관절이 무사할 때, 함께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
그 추억으로 든든해지고 당당해질 수 있다.
많은 여자들은 딸이면서 엄마다.
저자도 딸이면서 엄마다.
언젠가 엄마가 되는 딸들에게, 엄마를 위로하는 시간은 앞으로의 자신을 위로하는 시간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제안하는 엄마와 딸이 함께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이 나온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한 일을 하다 보니 딸이 행복해 지는, 행복 마법이 펼쳐지기를 기대할 수 있다.
많이 힘들어 쓰러질 것만 같던 어느날, 엄마의 손 편지가 도착했다.
딸의 상황을 짐작한 엄마의 편지에는 서툰 그림 솜씨로 보름달 풍경이 그려져 있었다.
보름달도 그믐달이었던 때를 지나 보름달이 되었다고, 영원한 그믐달도 영원한 보름달도 없다고, 힘든 시간이 꽉 차면 그땐 환한 보름달이 되는거라고, 누구의 인생도 예외는 없으니 지금 힘든 순간을 잘 견디라고 엄마는 보름달을 그려 보냈다.
엄마의 그 편지를 가슴에 품고 울었다.
말로는 차마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편지로 전할 수 있다.
나도 중학교때부터 엄마의 사랑의 쪽지를 받았다.
그 쪽지에는 항상 하나님에 대한 얘기와 일상의 사랑이 쓰여 있었다.
어느 날 라디오를 듣는데, 엄마에게 편지를 전하는 딸의 사연이 나왔다.
엄마에게 계속 화만 냈던 딸이었다.
엄마는 시장에서 도넛 장사를 하셨는데, 바빠서 체육대회에 못 오신다고 했다.
그런데 운동장에 갑자기 나타나셨다.
멀리서 딸을 보고 웃으며 달려오는데 딸은, 시장에 일하러 가는 차림으로 온 엄마가 창피해서 도망가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갑자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도저히 손 쓸 수가 없는 말기 암이 진행되도록 병원도 다니지 않고 버티다 응급실에 실려 갔고, 곧바로 돌아가셨다는 것이다.
“엄마, 미련한 바보 같은 엄마, 나 정말 화가 나요. 엄만 정말 나랑 안 통해”세상을 떠난 엄마에게도 딸은 계속 화만 났다.
왜 그렇게 엄마에게 짜증을 냈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죄송하고 엄마의 인생이 가여웠다.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전할 방법이 없었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서 엄마에게 편지를 전했다.
엄마, 하늘에서 듣고 계시죠? 실수로 낳았다는 막내예요. 이제 저 돈 벌어서 엄마 선물 좋은 거 사 드릴 수 있는데, 그런데 엄마가 안 계시네요. 엄마는 늘 밥통 대장이셨죠. 우리가 남긴 것 다 드셨잖아요. 엄마, 거기에선 남긴 밥 드시지 마시고 새 밥 드시고 행복하세요. 나랑 진짜 안 맞고 진짜 안 통하는 엄마, 그런데도 너무나 보고 싶어요. 마음 깊이 사랑합니다.
세월이 그렇듯 엄마 또한 기다려 주지 않는다.
엄마가 곁에 있을 때 쓰는 편지는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지지만 세상을 떠난 뒤에는 ‘엄마’라고만 해도 슬픔이란 방아쇠에 명중된 가슴이 운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저자가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발마사지 해드린 일이다.
기운 없이 누워 있는 엄마에게 발 마사지를 해드리면 엄마는 그렇게 좋아하셨다고 한다.
발 마사지가 끝나기도 전에 낮은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저자에게도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다.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었고 시도하는 일마다 닫힌 문 앞에서 막막해 했다.
생활비 걱정에 밥을 새야 했던 어느 날, 우리 집에 온 엄마가 딸의 상황을 눈치채셨다.
엄마들은 자식 마음에 들어갔다 나오는 걸까.
아무리 표정을 위장해도 다 들키고 만다.
어느 날, 책상에 엄마의 반지가 놓여 있었다.
평생 끼고 있어서 여기저기 흉터가 난 반지, 엄마의 손가락과 이미 하나가되어 도저히 뺄 수 없었던 반지가........
딸에게 조금이라도 보템이 되고 싶은 엄마가 빼놓은 반지다.
기가 막힌 나는 그 반지를 들고 엄마가 주무시고 계신 방으로 갔다.
낮은 숨소리를 내며 잠든 엄마의 손가락을 보았다.
얼마나 반지를 빼려고 애를 쓰셨던지 반지를 끼고 있던 부분이 짓물러서 하얗게 변해 있었다. 엄마의 근심거리가 되어버린 저자 자신이 한심해서 그날 참 많이 울었다고 한다.
돈을 벌면 가장 먼저 엄마에게 쓰겠다고 다짐했는데 돈 뿐만 아니라 시간도 함께 쓰면 기쁘다. 엄마가 딸에게 시간과 돈을 썼듯이 이젠 딸이 엄마에게 시간과 돈을 써본다.
어린 시절, 푸른 5월이었다.
엄마가 어버이날 행사에 가느라 한복을 입고 양산을 쓰고 걸어오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반짝거리던지, 꽃보다 햇살보다 계절보다 엄마가 더 아름다웠다.
저자의 꽃보다 햇살보다 계절보다 엄마가 더 아름답다는 표현이 너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괜스레 팔짱을 끼고 칭얼거렸다.
불안했다.
엄마가 너무 예뻐서.
그 후 시간이 엄마의 얼굴에서 젊음을 가져갔다.
김진호의 <가족사진>속 노랫말처럼 ‘나를 꽃피우기 위해 가름이 되어버렸던’ 엄마의 모습에 딸의 가슴이 무너진다.
얼마나 눈부신 여인이었는지 잊어버린 엄마에게 그 시절의 미모를 꺼내드리고 싶다.
같이 외출할 때 엄마한테 화장을 해드린 적이 있다.
쑥스러워 하면서도 얼굴을 저자에게 맡기시던 엄마, 화장을 마친 얼굴을 거울로 보며 “입술이 너무 빨갛지 않니?” 하면서 좋아하셨다.
딸의 손놀림으로 엄마는 변신한다.
“엄마 연세에 화장 안 하면 위기야, 근데 위기라는 말 앞에 ‘분’ 하나만 발라봐, 분위기가 되는 거야, 분위기 있게 보일 수 있다는 거지.” 아재 개그를 곁들여가며 엄마의 얼굴에 분을 바르고 메이크업을 해준다. “이렇게 발라도 화장 안 한 것처럼 보이지 이게 바로 꾸안꾸 화장법이야. 꾸미지 않은 듯 꾸민, 꾸안꾸”신조어를 추임새를 넣으면 엄마 얼굴에 미소까지 더해지며 그날 최고의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엄마 인생 시작이야, 인생 2막 첫 번째 해야 할 일은, 앞으로 더 예뻐지기, 저자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도 엄마머리를 땋아드리고 옷이나 가방 전부 다 코디를 해드린다.
그러고나니까 사람들이 연예인같다는둥 엄청 어려보이고 예뻐보인다고 얘기를 한다.
하지만 난 화장은 전혀 안해서 그건 못해드린다.
저자의 네 자매가 엄마와 팔짱을 끼고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이 몇 장 있다.
올망졸망 모인 네 딸과 행복해하는 엄마의 표정은 지금 봐도 아름답다.
행복했던 시절은 그렇게 사진 속에 저장되어 있다.
엄마의 뺨을 부빌 수는 없어도 사진을 찍을 당시 엄마의 행복을 만져볼 수는 있다.
나도 시간만 나면 엄마랑 항상 같이 사진을 찍는다.
아버지가 그 사진들을 보며 질투해서 아버지와도 네 자매가 사진관에서 잔뜩 포즈를 취하고 찍었다.
우리아빠도 엄마머리를 땋아드리면 자기도 기를테니까 땋아 달라고 한다 ㅋㅋㅋㅋ
지금도 엄마와 네 자매가 찍은 사진과 아버지와 네 자매가 찍은 사진은 보물처럼 저장해서 지니고 다닌다.
엄마는 딸이 요즘 듣는 노래가 궁금하다.
딸은 엄마가 요즘 듣는 노래가 별로 궁금하지 않다.
엄마는 항상 딸을 생각한다. 그게 진리요, 이치다.
언젠가 딸이 엄마가 되면 이 위치는 바뀐다.
저자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후회되는 일이 또 하나 있다.
함께 영화를 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아버지와는 영화도 보고 극장에서 나와 맛있는것도 먹고 그랬는데 왜 엄마와는 극장에 한번 같이 못 갔을까.
아주 사소한 일이어서 더 후회가 된다.
자화상을 그리는 일은 곧, 스스로 끄집어내고 발견하는 일이다.
난 아빠 엄마랑 코로나전에는 영화나 뮤지컬을 봤는데 우리 엄마는 중간에 잠을 많이 잔다.
스타워즈시리즈는 꼭 봤다.
라라랜드인지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고 해서 봤는데 그건 나도 졸았다.
영화를 보고 햄거버나 스파게티를 먹는게 즐거움이다.
세상에서 가장 자기를 잘 그리는 사람이 본인인 이유가 거기 있다.
결국 자기 안의 진정한 자기를 가장 잘 아는 이는 자신이다.
자신 외에 가장 자기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엄마다.
엄마와는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면, 서로를 그려주기를 해본다.
난 벌써 그렸는데 우리 엄마는 나를 그려주지 않았네,,
시간이 된다면 엄마와 문구점에 같이 가서 도구까지 사면 좋을 것이다.
물감이든 크레용이든 연필이든 어떤 도구든 손에 잡고 마주 앉아 서로의 모습을 담아본다.
딸을 그리는 엄마의 마음은 뿌듯할 것이다.
‘우리 딸 참 예쁘게 자랐구나,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엄마의 모습을 그리는 딸은 울컥할 것이다.
‘우리 엄마 참 많이 늙으셨네, 속 썩여 미안해요.’
서로의 모습이 아닌 마음을 그리면서 소통이 안 돼 다투던 일들이 떠올라 가슴이 아플지도 모른다.
엄마와 딸이 소통하려면 상대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안 된다는 것도 새삼 느낀다.
성격에 따라서 건네오는 말이 다르다.
그 말을 나만의 방식으로 잘 알아듣는 센스가 꼭 필요하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모녀의 대화 센스 말이다.
엄마를 그리고 제목을 달아본다.
‘우리 엄마’라고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서로의 마음을 그리며 문득 깨닫는다.
엄마라는 익숙함에 속아 엄마라는 소중함을 잊지는 말자고 늘 같이한다고 늘 옆에 있다고, 완전히 익숙하다고 그 소중한 마음을 잊는다면 너무 마음 아픈 일이기에, 언제나 엄마라는 소중하고 친숙한 단어를 되새김질을 한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야 저자는 뒤늦게 엄마의 인생이 궁금해졌다.
어느 날인가 엄마가 탄식처럼 내뱉었던 말이 기억난다.
‘내 인생을 소설로 쓰면 대하소설이 나올 거야.’
그때 엄마의 삶에 대해 궁금해 할 걸, 그래서 엄마의 인생을 정리해둘걸.....
예전에 엄마들은 아마 한이 많아서 그런 푸념을 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직접 자서전을 썼다.
인생의 기록을 남기셨다.
그러나 엄마는 자신의 인생을 기록으로 남기지 못하셨다.
그 일을 딸이 해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엄마의 인생은 아주 단순할 거라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엄마의 삶이 곧 소설이고 드라마다.
인생의 길에 어떤 일들이 놓였을지,
그 시간의 길을 어떤 감정으로 지나갔을지 엄마의 인생을 딸이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엄마의 인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한다.
나도 울 엄마에 대해서 정리를 해봐야겠다.
우리 엄마의 인생은 그냥 공부와 책과 자격증과 학위를 사랑하고 미쳐있다고 보면 된다.
하나님도 무한정 사랑하는 엄마다.
엄마의 구술을 딸이 받아쓴다고 생각하지 말고 작가가 되 엄마의 인생을 정리해보는 거다.
엄마가 아닌, 한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생각해 본다.
엄마라는 호칭을 떼고 그분이 내 엄마라는 사실도 잊고 기록해본다.
엄마의 태어남부터 살아온 길을 듣고 기록한다.
어느 시간의 이야기를 하다가 엄마는 눈물을 짓는다.
고생했던 기억이 울컥해 눈물이 났을 것이다.
때론 행복한 표정도 지어보인다.
아픈 저자를 들춰 업고 병원으로 달렸던, 엄마 가정을 지키기 위해 눈물의 세월을 보냈던 엄마, 엄마의 흐느낌이 들리는 듯하다.
이처럼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면 엄마의 손을 잡아 보게 된다.
저리고 아리고 맵고 짠 고추장을 몇 말이나 담갔을 엄마의 가슴을 끌어안고 함께 울어보기도 한다.
우리 엄마는 요리는 잘 안한다.
김치도 사먹는다.
사먹는 김치가 제일 멋있다.
전기가 완성되는 날, 딸이 정리한 노트를 엄마에게 선물하며 고백해보면 좋다.
이렇게 대단하게 살아낸 우리 엄마의 딸이어서 행복하다고, 엄마야 말로 저자의 우상이라고. 우리 마음에 남아서 잊히지 않는다면 창밖에 초록 바람이 부는곳 엄마와 함께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행복을 느낄 것이다.
나도 엄마에 대한 기록을 조금씩하고 난 엄마랑 거의 같이 한다.
그래서 저자보다 봄날이 더 많을 것 같다.
저자의 책은 정말 예쁜 것 같다.
나도 엄마랑 책을 쓰고 그림도 그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