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아이가 미래를 지배한다 - 한국 최고의 문해력 전문가 신종호 교수의 자녀교육 특강
신종호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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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 가장 중요한 게 읽고 바로 이해를 얼마나 하느냐인 것 같다. 문해력만 있으면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시험을 보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잘 읽고 이해하는 방법만 알면 모든 문제점이 끝나는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문해력이 뛰어나는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고 싶어서 읽었다. 저자 신종호는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BS〈미래교육 플러스: 문해력〉출연 문해력 전문가, tvN〈유퀴즈!〉출연 서울대 공부법 멘토이다.

저자는 20년 이상 교육심리학을 연구해온 국내 최고의 교육학자로, 서울대학교 사법대학 교육학과 교수이며, 서울대학교 학습창의센터에서 미래 인재의 학습 역량과 창의성 개발을 위한 실천 방안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저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이런 공부법은 처음이야》 《교육심리학.》《폭력 없는 행복학교 만들기》《창의 혁명》 등이 있다.

유발 하라리의 통찰은 문해력에 대한 우리의 전통적인 이해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 그가 말하는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 급변하는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한 종합적인 생존 기술에 가깝다. 이는 마치 디지털 시대의 생존 키트와도 같은 것이다. 새로운 문해력은 비판적이고 사고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끓임없이 ‘이 정보는 믿을 만한가,’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를 판별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퍼지는 가짜뉴스를 식별하거나, 인공지능이 생성한 콘텐츠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능력이 문해력이다. 문해력은 창의적 사고력이다. 서로 다른 정보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은 미래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인공지능이 단순 작업을 대체하게 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혁신적인 아이디어 창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경제 포럼은 가장 수요가 많은 직무 역량으로 ‘창의성’과 ‘혁신성’을 꼽을 수 있다.



자기주도학습은 더 이상 누군가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알려주기를 기다릴 수 없는 시대임을 각성시킨다. 스스로 학습의 방향을 설정하고, 필요한 자원을 찾아 활용하며, 자신의 학습 과정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학습 과정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확장된 개념으로서의 21세기 문해력은 마치 내게이션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안개 속에서, 우리는 끓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이때 비판적 사고력은 현재 위치를 발견하게 해주며, 자기주도학습력은 실제로 그 길을 따라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미래 교육은 이러한 종합적 문해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닌,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교육 방법의 변화가 아닌, 교육의 근본적인 패러디임 전환을 요구한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서는 복합적인 인지 활동이다. 텍스트의 각 문장, 각 단락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인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빠른 정보 습득과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텍스트와의 깊은 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마찰’은 오히려 우리의 사고를 더욱 깊고 풍부하게 만드는 촉매체가 된다.

텍스트의 난해한 부분을 만났을 때, 우리의 뇌는 적극적으로 활성화된다. 우리의 뇌도 이러한 도전적 상황에서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 글의 맥락을 파악하고,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며, 경험과 지식을 연결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귀중한 학습 경험이 된다.

읽기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깊이 있는 독서 활동 중에는 전전두엽의 활성화가 현저히 증가하며, 이는 단순한 생리학적 현상이 아니다. 뇌가 더 복잡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키고 있다. 특히 아이들의 경우, 이러한 뇌의 활성화는 인지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요약본이나 짧은 글만을 접하는 경우, 이러한 인지발달의 기회를 잃게 된다. 예상치 못한 만남을 통해 시야를 넓히듯, 책 속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사고의 지평을 넓혀가는 여정 자체가 독서의 진정한 의미가 된다.

문해력에서 가장 기본적인 단계인 표면적 처리는 단순히 글자의 모양을 보는 것이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스크롤을 하며 보는 것이다. 수많은 정보들을 스쳐 지나가듯 보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표면적 읽기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흔한 소비 방식이지만, 진정한 이해와 학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뇌에 더 깊은 흔적을 남기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소리 내어 읽기는 특히 어린 아이들의 언어 발달과 읽기 이해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세계적인 요리사의 레시피를 수백 번 읽는 것과, 실제로 주방에 들어가 요리를 해보는 경험이 다르듯이, 텍스트를 단순히 들어가 요리를 해보는 경험이 다르듯이, 텍스트를 단순히 읽는 것과 텍스트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읽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학습을 가져온다. 마치 요리할 때 재료의 상태를 판단하고,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양념의 균형을 맞추는 것처럼, 능동적인 독서 과정에서는 텍스트의 맥락을 파악하고, 숨겨진 의미를 추론하며,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는 등 수많은 인지적 판단과 조정을 이루어진다.

독서도 요리와 비슷하다. 단순히 텍스트를 읽고 내용을 암기하는 것은 레시피를 읽기만 하는 것과 같다. 실생활의 예시를 찾아보며, 다른 텍스트나 지식과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과정은 실제로 요리를 해보는 것과 같은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생성적 읽기를 통해 우리는 텍스트의 표면적 의미를 넘어 심층적 의미에 도달할 수 있다.



뇌과학 연구는 이러한 생성적 독서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입증한다. 특히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과 기억 형성의 중추인 해마가 적극적으로 활성화되면서, 더 강력한 지속적인 신경망 연결이 형성된다고 한다. 생성적 독서 과정은 우리 뇌에 더 선명하고 견고한 ‘독해의 길’을 만든다. 텍스트의 내용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표현하고, 다른 텍스트나 지식과 연결 짓고, 실생활의 예시를 찾아보는 과정은 이 길을 더욱 단단하게 다지는 작업이다.

문해력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약에’ 질문도 매우 유용하다. 가정적 질문들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새로운 자신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게 한다. 이는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을 동시에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문해력 발달에서 이 말은 더욱 절실한 진리로 다가온다. 마치 거울처럼, 아이들은 부모의 모든 행동과 태도를 섬세하게 반영하며 성장한다. 특히 독서 습관과 학습 태도는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이것이 바로 자녀 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다.

부모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놀랍다. 매일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부모와, 소파에 편안히 앉아 책을 읽는 부모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아무리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해도 그 메시지는 공허하게 들릴 것이다. 이는 채소를 먹으라고 하면서 정작 본인은 패스트푸드만 먹는 부모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이들의 예리한 눈은 이러한 불일치를 즉각적으로 감지하며, 이는 교육의 효과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자녀의 독서동기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아이들의 독서 성취는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정의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부터 독서에 대한 태도와 자신감이 읽기 능력과 상관관계를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독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형성하는 결정적 시기에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퍼즐을 맞추듯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며 , 때로는 미로를 탐험하듯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모험이다. 이러한 도전적인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실수해도 괜찮다는 안전감이다.

아이들의 자유롭게 생각하고, 질문하고, 때로는 틀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진정한 배움이 시작될 수 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 개념이다. 글 것은 마치 깊은 바다를 탐험하는 것과 같다.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 텍스트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그속에 담긴 맥락을 파악하며, 문해력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선별하는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다. 저자가 문해력이 요리와 비슷하다고 비유를 해줬는데 그 점이 정말 와닿았다. 책을 읽는 것은 요리를 하듯이 직접 해보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책으로 요리를 하는 것과 같이 책을 들고 읽으면서 일허게 저렇게 머리를 굴려봐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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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공화국 -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의 수단이었다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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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난 이번 계엄 전에는 판사가 법치에 따라 정의와 공의에 따라서 판결을 내리는 줄 알았는데 정치성향과 고향에 따라서 판결을 한다는 걸 알고 법치가 무너지고 다시 대한민국을 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틀러도 법에 따라서 정당하게 지도자가 되었는데 법이 잘못되면 파시즘이 나올 수 있고 부당한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악법이 하루에 40개씩 만드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억대로 받는 국민의 하인, 일꾼일뿐인 사람들이 국민위에 군림하려고 하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법조인들도 카르텔로 성향에 치우친 판결을 하는 걸 보면서 대한민국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저자 강준만은 양쪽을 까는 책을 써서 양쪽의 문제를 알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법조인 카르텔을 끓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 난 대한민국을 가장 사랑하고 산불 때문에 힘든 국민들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쎈 비가 내려서 불이 전부 꺼졌으면 좋겠다. 그런 예산을 줄인 국회의원들도 절대로 용서를 못하겠다. 잘못하는 국회도 국민들이 해산할 수 있고 탄핵할 수 있는 법안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저자 강준만은 전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고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이다. 정치, 사회,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 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한국 사회에서 법은 정의보다는 출세와 특권의 수단으로서 그 가치가 더 높았다. 1980년 10월 제22회사법시험에 합격한 박원순은 2003년 사법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여러분이 판검사라는 되더라도 축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판검사라는 지위에 도취되어 인생의 겸허함이 사라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안락한 생활과 사회에 대접에 안주해 덕없는 자기기만에 빠지는 모습을 자주 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기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박원순은 젊은 나이에 잘나가는 변호사 부자가 되어 있었다. 기사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탔고, 다른 사람들은 뭔지도 모르는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제법 큰 단독주택에서 여유 있는 생활을 했다.

박원순은 자기 집을 키우고 좋은 자동차를 타고별장을 사고 운행에 두둑한 통장을 두는 것은 하나의 탐욕의 길이었다. 그것보다는 가난하고 억울하고 약한 사람들과 함께 그들을 부축하고 그들을 돕는 것이 훨씬 보람 있고 재미있는 길이었다. 그래서 시민운동가가 되었다고 하는데 하나도 신뢰가 안 가는 얘기들이다. 인생 막판에 성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박원순처럼 뒤늦게 무소유의 길을 걸은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의 이런 증언마저 사법고시가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속성코스라는 걸 말해주는 ‘사회적 증거’ 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내가 진보를 버린 이유는 너무나 많다. 좌파들은 앞에서 하는 말과 뒤에서 하는 행동들이 모순이고 하나도 안 맞아서 싫고 신뢰를 못하겠다. 그건 보수정치가들도 마찬가지라서 국힘도 싫고 민주당도 완전 다 싫다.



박원순은 권력욕이 강했기에 나중에 서울시장이 되었고, 대권에 대한 꿈도 꾸었다. 권력으로 공동체를 위한 좋은 일을 하려는 꿈이겠지만, 정치인치고 그렇게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으니 그 진정성을 판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행보를 봤을 때 진정성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판명이 났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최상의 속성코스를 내달리게 된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지배하게 된 이데올로기는 특권의식이다. 검찰공화국주창자들이 자신들이 불만을 느끼는 극소수의 검사, 아무리 많이 잡아도 전체 검사의 겨우 몇 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검사들을 비난하기 위해 전체 검사를 비난하고 모욕하는 것과 비슷했다.

비난받을 만한 특권의식을 갖고 있고 그걸 실천하는 극소수 검사의 일탈적 행위가 검사의 전체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이는 모든 권력가의 공통된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문재인은 학생 시위로 인해 갇혀 있던 경찰서 유치장에서 사법고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 이는 경희대의 경사였던지라 경희대 학생처장, 법대 동창회장 같은 분들이 면회를 와서 축하를 해주었다. 유치장 안에서 소주와 안주 등으로 조촐한 축하파티를 벌일 수 있게끔 ‘특혜’를 베풀어 주었다. 문재인의 말마따나 ”경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요즘 유튜브에서 문재인이 중국과 북한에 대한민국을 완전히 팔아 넘겼다는 영상이 너무 많다.

열린 우리당 의원 최재성은 “서울대 학생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고시 준비에만 매달리고 서울대가 인재를 거의 독점하는 현실에 서울대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핵심역량으로 성장하기보다 고시 준비에 뛰어드는 것은 국가 차원의 기회비용 손실”이라고 말했다. 잘못된 세상을 탓해야지, 어찌 서울대생들을 탓할 수 있으랴, 사법고시가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건 이미 충분히 입증된 사실이다. 소위 ‘진보적’ 이라는 법조계 인사마저 고위공직에 임명될 때마다 변호사개업 시절 1년에 10억대니, 20억대니 하는 거금을 벌었다는 게 밝혀졌는데, 어찌 사법고시를 외면할 수 있었으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순간, 사람들의 눈총을 받던 실업자에서 5급 공무원의 신분을 보장받게 된다. 사법연수원 1년을 마치고 2년차가 되면 직급이 다시 올라가 4급이 된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사무관이 4급 서기관이 되는 데 10여년이 소요되는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인 승진이다. 그리고 연수원 수료와 동시에 3급이 되니, 사람팔자 시간문제라는 건 이걸 두고 한 말이다. 제 33회 사법시험 합격자이자 한동대 법대 교수인(현재는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두식이 2004년 6월에 출간한 『헌법의 풍경: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이라는 책을 보면 그간 우리는 법조왕국을 법적•정치적으로는 많이 탐구해왔지만, 문화사회학적 연구는 비교적 등한시해왔다. 나도 이 책을 읽은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김두식은 『불멸의 신성가족: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2009)을 통해 법조공화국에 대한 문화 사회학적 연구를 본격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두식은 『헌법의 풍경』에서 한국 사회가 사법고시합격자를 어떻게 버려 놓는지 그걸 실감나게, 그리고 아주 재미있게 묘사했다. 고시 낙방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바퀴벌레나 파리처럼 느껴진다는데, 그 시점에서 들려온 합격 소식을 이들의 정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김두식은 이전과 똑같은 것은 하나도 없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이전에 자신을 우습게보던 주변 사람들은 그 친구가 역시 뭐가 달라도 달랐어’ 라며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 가족들은 선조의 묘소에 모여 만세를 부르기도 한다. 신분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이런 경험은 우리들의 정신세계에 충분히 나쁜 영향을 끼친다.

시험에 합격한 내면에 자신은 남과 다르다는 의식이 자리 잡는다. 스스로를 벌레처럼 느끼게 하던 심리 공간을 특권의식이 메워가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늘 겸손한 사람이지만 내면세계는 땅값 상승으로 한 몫 잡게 된 졸부들의 그것과 갈수록 비슷하다. "사법부 신뢰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골찌 수준이고, 대법원이 검찰과 함께 경찰보다 낮은 신뢰도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사법개혁은 없다. (세명대 교수 이봉수) (영국의 레가툼 번영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사법체계와 법원에 대한 신뢰도는 전체 167개국 가운데 155위로 거의 바닥을 찍었다. 이런 불신에도 한국은 법조인들이 점령하는 국가가 돼가고 있다.”(서울대 교수 한승희)

이렇듯 사법부 신뢰도가 바닥을 기고 있는 중 하나는 늑장 재판이다. 헌법 제 27조 제 3항은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법은 민사소송은 1심과 항소심 각각 5개월 이내에, 형사소송은 1심 6개월, 항소심 4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 지연은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 악화되었다.



법관이 재판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구제하는 최후의 보루다. 재판이 늦어지면 어떻게 되겠나, 재판 지연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키울 뿐 아니라 국가의 권위와 위상을 위협한다. 대한민국은 어떤 대표의 5년 이상 재판 지연을 경험했다. 재판 지연은 사법부에 재판 지연을 경고하고 구속 기간 안에 판결을 의무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만성적 재판 지연은 민주주의 마지노선인 사법부를 무너뜨리고 국가 존립을 위협한다. 김명수가 사법 민주화라면서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각 법원마다 소속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선출하면 대법원장이 한 명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김명수는 퇴임 직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재판지체가 심각해진 것은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사법부 신뢰도 추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늑장 재판과 더불어 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이다. 무엇보다 판사의 이념이나 정치적 지향성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의심이 강하다. 한국은 파벌주의가 극심한 나라라는 건 인정해야 한다. 대법원장이 되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끓어낼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4년 후엔 이런 기사가 나온다. 국제인권법연구회소속 판사들이 최고 법원인 대법원에서부터 중간 간부 주요보직에 대거 진출했고 일선 판사 회의체를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인권법연구회 판사들이 김명수 사법부의 요직 곳곳을 장악하고 기득권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비판적인 『조선일보』는 국제인권법해체를 요구하는 사설을 쓰기도 했다. 지금 변호사 업계에선 인권법연구회명단을 구하려고 난리다. 변호사들은 사건을 맡으면 판사가 인권법이냐 아니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달라진다고 했다. 이 정도이면 법치국가라 할 수도 없다. 김명수의 사조직이자 정권 호위부로 낙인 찍힌 인권법연구회는 당장 해체해야 한다. 미국, 영국 뉴스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탄핵은 중국세력의 개입이 있다고 했다. 그 중국세력의 영향을 받는 세력이 가장 정의롭고 공정해야 하는 법조계라는 게 너무 안타깝다. 이 책을 보니까 그런 성향을 더 잘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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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 개정증보판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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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을 사진이랑 설명을 같이 곁들이니까 이해가 더 잘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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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 - 개정증보판
강형원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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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사진으로 보여주는 문화 유산들은 박물관에 따로 가서 봐야 하는 것들인데 책으로 방에서 편안하게 보니까 정말 좋은 것 같다. 저자 강형원은 1963년 한국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 UCLA에서 정치학•국제외교학을 전공한 LA타임스, AP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 통신 등 미국 주류 언론사에서 포토저널리스트로 근무하며 1992년 LA4•29 폭동을 비롯하여 이라크 전쟁, 9•11테러 등 국제적인 뉴스를 취재했다. 서울 올림픽대회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으며, 1995년과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북한 주민의 삶을 취재했다.

1999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스캔들보도 사진으로 한인 최초로 퓰리처상을 2번 수상했다. 한국에 머물면서 취재한 순간들을 모아 사진집《민주화 현장:6월 항쟁에서 올림픽까지》를 펴냈다. 지금은 우리 문화유산을 취재해 한국어와 영어로 신문과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는 포토저널리스로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문화유산보호유공자 대통령표창장’, ‘서재필언론문화상’을 수상했다.

태극기는 1882년 처음 만들어져 국기로 사용된 이후 조선, 대한제국,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국기를 거쳐 오늘날 대한민국의 국가를 상징한다. 일제의 탄압을 받는 순간에도 국민들은 태극기를 손에 들고 민족의 독립을 열망했다. 오늘날 한국에 남아 있는 태극기 중 가장 오래된 ‘데니 태극기’는 100년 역사를 품고 1981년 6월, 미국에서 돌아와 고국 품에 안겼다.

1876년 개항 이후 국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던 조선 정부는 1882년 미국과의 수호 통상 조약에서 처음으로 국기를 만들어 사용했다. 조선의 임금을 의미하는 깃발인 어기, ‘태극팔괘도’를 응용하여 백성의 흰 옷을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와의 옷인 붉은색과 신하의 옷인 푸른색으로 이루어진 태극 문양을 그려 넣고 주변에 팔괘를 두른 모습이었다.



한국인은 눕는 등 몸의 많은 부분이 바닥에 닿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좌식 문화가 발전해 온 데에는 온돌의 역할이 매우 크다. 전통적인 온돌방은 온 식구가 모여 앉으면 거실이 되고 밥상을 차리면 주방이 되었으며, 책을 읽으면 서재가 되고 이불을 펴면 침실이 되었다. 온돌은 불을 지피는 아궁이, 아궁이의 열기가 온돌로 들어가게 하는 부넘기, 방바닥 아래로 열기가 지나가는 고래, 열기를 머물게 하는 개자리, 고래 위에 깔아 방바닥을 만드는 구들장,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굴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궁이에 땔감을 넣고 불을 지피면 열기가 미로처럼 짜여진 고래를 통과하면서 구들장을 서서히 데우는데, 이때 따뜻해진 방바닥의 공기가 위로 이동하면서 구들장을 서서히 데우는데, 이때 따뜻해진 방바닥의 공기가 위로 이동하면서 방 안의 공기를 골고루 덥히는 원리이다. 잘 설계된 온돌에서는 아궁이의 불이 꺼진 뒤에도 방 안의 훈훈할 정도로 난방 효과가 뛰어나다. 구들장 위에는 황토와 진흙을 발라 방바닥을 만들었는데,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아 주었다.

여기에 더해 불을 피울 때 나는 연기가 구들장 아래를 지나 굴뚝으로 나가게끔 설계하여 방 안에 연기가 들어오지 않아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서양에서도 따뜻한 물이나 전기를 사용하는 바닥 난방 시스템을 갖추어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가정이 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성이 담긴 온돌의 원리가 더 넓은 세계로 뻗어 갈 수 있다.

‘배추, 무 등의 채소에 고춧가루, 마늘, 파 등으로 만든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식품,’ 김치의 사전적 설명이다. 한국에서는 수천 년 동안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른 재료와 방법으로 김치를 담그고 보관해 왔다. 김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김장’ 문화이다. 겨울을 대비해 가족과 이웃이 모여 많은 양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김장이 2013년 유네스코 인류 무형 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수천 년 동안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김치는 수백 가지 맛으로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풍습도 모두 ‘한국’의 것이다. 우리 민족의 영토, 역사, 언어, 그리고 문화 중에 절대 빼앗길 수도, 잃어버릴 수도 없는 것이 바로 김치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따라 미국에 온 한국의 취재진들이 워싱턴 D,C에 도착한 후 맨 먼저 찾는 음식에 김치가 늘 빠지지 않는다. 취재를 위해 백악관에 드나들 때, 한식으로 구성된 저녁 식사를 주문하는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백악관 기자실에 김치냄새가 가득 차곤 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형 마트에서도 한국의 김치가 판매되고 있으며, 미국 여러주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할 만큼 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역마다 지형과 기후가 다르니, 김치와 종류와 김치를 담그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김치를 담글 때 쓰이는 주재료만 해도무려 200여종이나 된다. 김치는 삼국 시대에 먹었던 채소 절임을 시작으로 국물 있는 김치를 담가 먹었던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 들어와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형태를 자리매김했다.

우리 조상들은 채소를 구하기가 힘들었던 겨울을 대비해 미리 김치를 한꺼번에 담갔다. 이것이 바로 ‘김장’ 이다. 보통 가을걷이가 끝나고 첫서리가 내리기 전에 배추와 무를 수확에서 김장 김치를 김칫독에 넣은 다음 땅속에 묻어 발효시켰다. 땅속은 온도가 일정해 김치의 맛과 신선함, 영양이 쉽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김장철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식구들과 이웃들이 둘러 앉아 절인 배추에 양념을 버무리며 함께 김치를 담근다. 김장은 아주 오랫동안 여러 세대를 거쳐 전해 내려온 우리의 풍습이자 문화이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김장, 한국에서의 김치 만들기와 나누기’ 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인류 무형 유산에 등재되었다.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전통, 그 자체가 한국인의 정체성인 것이다. 사진은 서로 사용하는 문자가 달라도 소통할 수 있는 만국 언어이다. 특히 이미지로 정보를 접하는 것에 익숙한 비주얼 세대에게는 사진이야말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무엇보다 사진에 소중한 시간을 영원히 멈추는 힘이 있다.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에게 널리 알리려는 시도와 의지의 결과물이다. 저자가 생생한 사진에 한국어, 영어 설명을 더해주니까 이해가 더 잘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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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수업 - 대영박물관에서 다니엘 읽기
박양규 지음 / 샘솟는기쁨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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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난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성경은 조금씩 읽고 이런 신앙서적을 많이 읽으면서 하나님을 절실히, 깊이 사랑하게 됐다. 지금은 성경의 여러 버전을 읽으면서 하나님을 만나고 감동을 받고 말씀의 실체와 현실성을 대면하고 있다. 성경와 신앙서적을 함께 읽는 것이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신앙이 성숙해지는 것 같다. 성경은 옛날책인데 어떻게 믿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저자가 쓴 책을 보니까 성경의 역사성, 실제성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성경은 신화가 아니고 살아있는 말씀이 맞다.

대영박물관에서 다니엘서를 역사성으로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이 그런 경험을 하게 해준다면 정말 귀한 경험인 것 같다. 저자의 중간사 수업을 읽었는데 구약과 신약과의 시간적인 갭도 컸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난 성경이 가장 사랑하는 책이고 여러 버전으로 읽으니까 정말 도움이 됐다. 성경이 내 삶의 실제성으로 살아서 역사하길 난 항상 믿는다. 그런 성경에 대한 무게감을 저자가 알려준다니 정말 감사하게 본 책이다.

저자 박영규는 교회 교육 콘텐츠에 관한 한 독보적인 저자는 설교자이자 역사가, 인문학자다. ‘한 번도 듣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은 사람 없다’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의 강의와 저서는 수많은 독자와 학생들이 열광한다. 역사, 인문학, 예술을 넘나들며 성경을 가르치고 있으며, 특히 신구약 중간사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강의로 손꼽힌다. 시그니처 저서『중간사 수업』은 종교 분야 1위에 올랐으며(2024), 후속작『다니엘 수업』은 한국 교회 성도들을 위해 기획된 성경 수업 시리즈 3종 중 두 번째 책이다.

저자는 대영박물관의 역사성은 물론 동시대의 문헌과 자료를 접목해서 성경을 풀어냈다. 총신대 신학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양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영국애버딘대학교에서 신구약 중간사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삼일교회에서 교육을 총괄했으며, 현재 삼일교회 협동목사이다. 소명학교와 푸른나무학교에서 교육자로 활동하며 동료 교사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책은 다니엘서를 다루는 기본 태도를 짚어 보고, 전체 성경의 역사와 다니엘의 흐름을 정리했다. 특히 성경 역사의 흐름을 시대마다 단절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향한 세상의 ‘도전’ 과 하나님 자신의 ‘응전’구도로 나누었는데, 이는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가 역사를 대하는 시선을 참고했다. 신학을 공부하면서 신학자 중 상당수가 성경의 역사성을 부인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창조, 부활, 동정녀탄생, 재림 등이 그저 교훈을 위한 장치에 불과했다면 기독교는 어떻게 이어져 왔을까? 다니엘은 신학자들이 역사성을 간과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실제로 다니엘을 가리켜 주전 2세기 마카비 시대에 ‘고안된’ 허구의 인물이라는 신학자가 꽤 많다. 다니엘은 주전 6세기 바벨론의 고고한 유물이 증명하고, 주후 1세기 유대 역사가 요세푸스도 그에게 역사성을 부여한다.



18세기까지 허구로 여겼던 구약의 기록들이 19세기부터 고고학 유물이 새롭게 발굴되면서 종전의 입장을 수정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다니엘의 예언과 역사성에 놀랐다는 기록이 있다. 다니엘의 역사성은 충분히 신뢰할 만하다. 구약 성경에 언급된 다니엘은 대략 주전 7-6세기에 활동했다. 대영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이다. 성경의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물이 무척 많다. 이렇게 전시물을 통해 성경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것이 성경의 역사성이다. 너무 감동적인 얘기다.

히스기야는 처음 왕으로 즉위했을 때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고 하나님만을 의지했다. 그러나 얼마간 시간이 지난 아시리아가 침공했을 때는, 성전의 벽에 입힌 금붙이까지 긁어서 조공을 바치는 나약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라기스를 무너뜨린 산헤립이 히스기야를 새장에 갇힌 새처럼 간주하며 협박의 서신을 보냈을 때, 히스기야는 그 서신을 들고 성전에 가서 기도했다. 바로 이때 ‘히스기야의 기도’가 탄생했다. 우리는 이 맥락을 주목해야 한다. 달라진 것은 히스기야가 의지하는 대상뿐이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서 그의 나라를 드러내시는 진심이다.

히스기아가 기도하자, 이사야 선지자는 하나님이 그 기도를 들으셨다고 확인해 주었다. 히스기야를 새장 안에 가두었고, 항복할 것을 회유하며 조롱했던 산헤립이 어째서 이유 없이 퇴각한 것일까?

이 밤에 여호와의 사자가 나와서 앗수르 진영에서 군사 십팔만 오천명을 친지라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보니 다 송장이 되었더라 앗수르 왕 산헤립이 떠나 돌아가서 나느웨에 거주하더니 그가 그의 신 니스록의 신전에서 경배할 때에 아드람멜렉과 사례셀이 그를 칼로 쳐 죽이고 아라랏 당으로 그들이 도망하매 그 아들 에살핫돈이 대신하여 왕이 되니라 (왕하 19: 35-37)

다니엘의 ‘메네 메네 데겔우바르신’을 설명하며 바벨론과의 무게가 추에 비해 부족함이 있으므로 장차 나라가 멸망한 것이라 예언했다. 다니엘에게 이 글자를 해독하도록 지혜를 주신 하나님은 유다가 심판을 받기 전에 에스겔에게도 환상을 보여 주셨다. 유다는 성전도 성직자도 종교 관행도 있었다. 오늘날 현대 교회 역시 바벨탑을 쌓아 가고 있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라고 말하지만, 이 표현을 가장 많이 접하는 순간은 ‘한 영혼이 아쉬울 때’일 거다. 이렇듯 바벨탑을 쌓는 현대교회에 대한 고민은 19세기에 ‘정통’러시아 정교회를 바라보던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

불후의 걸작이『죄와 벌』이다. 이 작품 속에는 한 인간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페르시아 속 유대인들의 문제가 어렴풋이 느껴진다. ‘에스더’라는 이름은 별을 뜻하는‘astra’에서 유래되었다. 페르시아 종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또 ‘모르드개’가 자신의 이름을 스스로 지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시기 부모 세대들이 페르시아 사회에 동화되어 가는 흔적으로 볼 수 있다. 에스더는 이런 동화되는 위기의 시대에 유대인 멸절의 위기로부터 벗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의외의 장면을 보게 된다. 이제 반대로 이스라엘 민족이 자신들을 위기로 내몰았던 민족들을 잔혹하게 몰살하는 장면이 에스더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다인이 칼로 그 모든 대적들을 쳐서 도륙하고 진멸하고 자기를 미워하는 자에게 마음대로 행하고 유다인이 또 도성 수산에서 오백 명을 죽이고 진멸하고(에 9:5-6)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온 이후 우리 사회에서도 기독교는 주도적인 종교가 되었다. 장로 대통령을 배출했고, 조찬기도회는 물론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교회는 적지 않은 입김을 사회에 과시한다.



‘총리 다니엘’과 ‘장로 대통령’의 간극이 우리 사회에서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 유명 연예인, 인플루언서들 중에 기독교인이 상당수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가 생각하는 ‘좋은 그리스도인’은 어떤 사람일까? 다정한 남편, 자상한 아빠, 충실한 직장인, 따뜻한 이웃, 신실한 성도 누군가가 이런 평판을 받는다면 좋은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로 이런 평판을 들었던 사람 중에 독일의 아돌프 아이히만도 있다. 그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나치의 군인으로서 유대인을 학살하는 데 참여했다.

분명 독일은 종교개혁을 일으킨 나라였다. 수많은 유대인을 죽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괴물 같을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그러나 지극히 평범하고 좋은 평판을 들은 아돌프 아이히만을 보며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말했다. 우리의 ‘무사유, 무비판, 반지성주의’ 태도가 평범한 현실에서도 괴물같은 악의 실체를 만들 수 있음을 꼬집은 것이다. 종교개혁의 후예들이면서도, 사회의 경제에 안정을 가져다준 히틀러에 열광하던 독일 국민들의 표정은 무척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가 다니엘이 되어 하나님나라를 만들어 갈 차례이다. 다니엘을 치열하게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니엘의 욕망의 사다리가 아니라 우리가 닮아야 할 표본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듯하다. 다니엘 역할을 잘 감당하려고 마음먹으니 아일랜드가 자랑하는 제임스 조이스가 떠오른다고 했다. 아일랜드는 오랜 기간 영국의 식민지였고, 독실한 신앙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우리 민족의 정서와 무척 비슷하다. 두 번째로 큰 도시이며, 베네치아의 세 배나 되는 크기임에도 지금까지 그 어떤 예술가도 이 도시를 세상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이다.

이런 작가의 작품 배경을 음미해 보면 ‘더블린 사람들’을 ‘서울 사람들’로 바꾸고, 인명과 지명을 한국식으로 바꿔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서울은 오랜 기간 한반도의 중심 도시였고,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큰 도시들 중 하나이며, 가장 큰 교회 건물이 몰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기독교의 표준은 언제나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현실이 그려진다. 그러면서 우리의 기독교가 ‘마비’의 또 다른 전형은 아닐지 고민이 된다. 역사성을 가진 다니엘을 보면 기독교와 정치는 분리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본 회퍼 목사님의 항쟁도 기억나고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 하나님을 믿는 다니엘같은 기독교인들이 침묵하면 안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일어나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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