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의 성공학 - 나를 알자, 세상을 읽자 | 하나를 버리고 셋을 얻는다
이상각 지음 / 들녘미디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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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병렬독서를 한다. 장기적으로 읽는 책과 단기적으로 읽는 책을 나누어 병렬적으로 읽는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읽을 책으로 '도올 한글 중용역주'를 읽고 있다. 중용의 한구절 한구절을 읽으며 음미하는대신, "중용"을 에세이 형식으로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단기적으로 읽는 책으로 선정해서 읽기로 했다. 여러 권의 책중에서 '중용의 성공학'이 눈에 띄었다. 중용을 재미있게 이야기식으로 풀어 놓은 책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달리 이책은 중국사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었다.

 

  책 제목에 '중용'이라는 단어를 썼다면, 중용의 한구절을 인용해서 중국의 역사, 혹은 작가의 삶과 연관시켜 책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책에는 '중용'에 대한  깊은 설명이 없다. 단지 '중용'이라는 단어만을 가져와서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놓은 책이었다. 상당수의 내용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이었다. 심지어는 역사를 전공한 나로서는 납득가지 않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왕안석의 신법을 악법으로 묘사한 부분에서 무척 당황스러웠다. 왕안석의 신법은, 가난한 농민과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들이다. 왕안석의 신법으로 대상인과 대지주가 이익을 빼앗겨 큰 반발이 있었음은 역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상식이다. 그런데, 이 책에는 왕안석의 신법으로 일반 농민과 소상인들이 고통을 받은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왕안석은 백성들의 고통을 무시하는 간신으로 묘사했다. 마치 토착왜구와 일베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유형의 글들을 읽으며 분노를 느껴야하는 상황과 비슷했다. 구법당의 시각에서 씌여진 역사적 기록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서술한 것은, 조중동의 신문만을 보고 우리 현대사를 기록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역사서술의 중요성! 그중에서도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대로 갖춘자가 책을 쓰지 않으면 벌어지는 비극을 목도할 수 있었다.

  11편 '사랑의 최고 경지, 중용' 편은 19금의 내용들이 많았다. 더욱이 요즘에 이책에서 코치하는데로 했다가는 '스토커'나 '성추행범'으로 몰릴 가능성도 있어보였다.

 

  "경험 많은 남자는 사랑의 속삭임과 키스를 언제나 같이한다. 애인이 거절하더라도 상관없이 자신이 의도한 바를 끝까지 관철하라, 그녀는 거절하면서 '나쁜 자식'이라는 말까지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진심이 아니다. 그대는 그저 그녀의 입술이 아프지 않도록 조심하기만 하면 된다."-295쪽

 

  남성중심의 마초적 애정관을 담고있는 이 표현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1980년대라면 가능한 말이다. 그러나 2019년 거절하는 여성에게 계속 애정표현을 했다가는 성폭행범으로 몰릴 수도 있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책내용이다.

 

  책을 읽을 때는 책선택이 중요하다. 한권의 책이 엄청난 깨달음을 주고, 인생의 좌표를 바꾸기도한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정확히 구하지 않고 읽는 책은 후회를 동반한다. 이번책은 나의 기대가 높아서인지 실망감이 높다. 그렇다고, 읽을 가치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머리를 식힐겸, 읽기에는 재미있는 역사이야기 모음집이기에 즐겁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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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돈의 역사 1
홍춘욱 지음 / 로크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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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경제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다. 그러나, 막상 역사적 사건을 경제적 관점에서 날카롭게 꿰뚫어보는 역사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팟캐스트 "신과함께"를 듣다가, 홍춘욱 작가의 '돈의 역사' 강의를 들었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역사적 사건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할 경제사적 배경을 설명해줄 때는, 무릎을 탁치며 바로 내가 찾던 책이라 외쳤다. 서가에서 '돈의 역사'를 펼쳐들었다. 이 책은 얼마나 많은 통찰력을 나에게 선사해줄까?

 

1. 인구가 많은 것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출산율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며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인구감소는 재앙으로 인식하는 사회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과연 인구가 많은 것은 긍정적이도 적은 것은 항상 부정적일까? 이 책은 우리의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고 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 영국은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을 한 반면, 중국과 일본은 '근면혁명(Industrious Revolution)'했다고 말한다. 인구가 적었던 영국은 높은 인건비를 줄이려 기술혁신에 매달려야했지만, 중국과 일본은 많은 노동력 덕분에 기술혁신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값싼 노동력으로 '근면혁명'을 한다면 충분히 부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예로 19세기 일본 나고야의 노비지방에서는 1660년 1만 7825마리의 가축이 있었다. 1810년이 되자, 8104마리로 가축수가 45% 감소했다. 인구가 늘고 1인당 인건비가 줄어듦에 따라 가축 대신 사람이 경작을 했던 것이다.

  인구가 많은 중국을 부러워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경악스러운 사건이다. 인구가 많은 것은 국가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많은 노동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경쟁의 가속화, 그 사회에서 차지하는 개인의 가치는 하락한다는 점에서 좋게만 볼 수는 없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정권시기 한해에 군대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천여명을 넘겼다. 그러나 민주화되면서 한해당 몇백명 수준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군대에서 죽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든 것은 '민주화'라는 사회적 배경도 있겠지만, 젊은 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간 개개인이 차지하는 사회적 가치가 커진 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으며, 어떠한 일이든 부정적인면에도 긍정적인면이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할 것이다.

 

2. 자원이 많은 것은 축복일까? 불행일까?

  초등학교 시절부터, 선생님들에게 귀가 따답도록 들었던 말이 있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다.", "매장된 자원의 가지수는 많지만 양이 적다." 즉, 우리는 자원이 없기에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면 살아갈 수 없다는 내용의 말을 들으며,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과연 자원이 많은 것이 축복일까?

  '돈의 역사'를 읽지 않더라도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수많은 나라들이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식민지가 된 이유가, 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자원을 빼앗기 위해서 강대국들이 약소국을 식민지로 삼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강대국이라면 자원이 많은 것이 언제가 축복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혹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라는 병을 들어 보았는가? "자원이 개발된 후 오히려 해당 국가의 경제가 침체되는 현상"을 네덜란드병이라고 한다. 1959년 북해에서 대규모 가스전이 발견되었다. 그후, 천연가스 수출로 수십억 달러를 벌어들인 네덜란드에게 불행이 닥쳐왔다. 왜? 일까? 천연가스 수출 대금이 유입되자, 네덜란드 화폐 단위인 굴덴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그리하여1970년대들어 천연가스를 제외한 수출업체들은 해외 경쟁력을 잃게 된다. 자원의 역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천연자원이 많은 것이 오히려 불행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펠리페2세 시기, 무적함대를 이끌며 유럽 최강의 나라로 발전했던 에스파냐가 나락으로 빠져든 이유도 설명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금과 은이 에스파냐산 물건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그리고 에스파냐의 영광을 가져온 신대륙의 금과 은이 역설적이게도 에스파냐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인간의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의지'이다. 나에게 좋은 옥토를 선물하지 않은 조상을 탓하기 보다는 조상이 남겨준 황무지를 감사하며 나를 달련시켜야한다. 자원이 있다하더라도 자원을 지키고 이용한 힘이 없다면 '자원'은 불행의 씨앗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원'을 지키고 이용할 힘과 기술이 있다하더라도, 그 '자원'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한다면, 불행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돈의 역사'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3. 경상수지 흑자는 축복인가? 불행인가?

  많은 사람들이 경상수지 적자가 났다면 경제가 않좋다며 걱정한다. 그런데, 경상수지 흑자로 인해서 나의 삶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할 때 내수경기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저축보다 투자가 적다는 의미"-342쪽

 

  우리 경제의 내수시장이 침체인 이유가 경상수지 흑자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IMF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집단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사회 전반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모험심이 아니라, '안정'이다. 공무원 시험의 경쟁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도전하지 않고 안정만 추구하는 사회는 발전이 더 딜 수밖에 없다. 활력이 떨어진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러 일으키며, 모험심과 도전의식을 키워야 우리의 내수시상이 활성화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과 과감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4. 정직하면 손해볼까?

  보통 부모들은 '정직하면 손해본다.', '아이가 너무 착해 손해볼까 걱정이다.'라는 말은 한다. 냉혹한 신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정글의 법칙'을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하는듯하다. 그런데, 과연 정직하고 착하면 손해볼까? 단기적으로 본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내 잇속만 챙기는 사람의 말로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국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네덜란드와 영국 등 인구도 적은 나라가 패권을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신뢰'를 얻어 국민들로 부터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데 있다."-74쪽

 

  '신뢰'는 국가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논어'에도 자공이 정치에 대해서 물었을때, 공자는 가장먼저 백성을 풍족하게 먹이고 군비를 확충하고 백성에게 믿음을 얻어야한다고 말했다. 자공이 부득이하게 하나를 버려야한다면 무엇을 버려야하는지 묻자, 공자는 병사를 버리고, 다음으로는 먹을 것을 버리라 했다. 그리고는 믿음이 없으면 나라가 존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貢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曰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曰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공자의 통찰력은 네덜란드와 영국의 예에서도 들어맞았다. '신뢰'를 얻은 나라는 이를 바탕으로 군비를 조달할 수 있었지만, 국민으로 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프랑스'와 같은 나라는 제대로 군비를 조달할 수 없었다. 결국 프랑스가 영국에게 번번히 패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신뢰'를 버리는 것은, 인생을 버리는 것과 같을 수있음을 '돈의 역사'는 말하고 있다.

 

5. 대공항은 유대계 금벌이 일으킨 사건인가?

  '화폐전쟁'이라는 책이 중국과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적이 있다. 유대계 금벌이 월가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들은 자신들의 금권을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획책하고, 금본위제도를 무너드리기 위해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금본위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대공항도 그들이 일으켰다고 쑹훙빙은 주장한다. '화폐전쟁'을 읽었을때, 경제학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부족했던 나는 혼란을 겪었다. 이 세계는 유대계 금벌에 의해서 좌지우지되고 있는가?

  '돈의 역사'는 대공항의 원인을 '금본위제도'에서 찾고 있다. 금본위제도의 경직성이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을 떨어뜨렸고, 결국은 대공항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황이 출현해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면, 더 높은 금리를 찾아 자금이 해외로 유출 된다. 금이 해외로 유출되면 시중 통화량이 줄고, 그 결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는 무력화 된다."-237쪽

 

   금벌세력이 '금본위제도'를 무너뜨리기 위해서 대공항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금본위제도'의 한계 때문에 대공항이 초래되어던 것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대공항의 원인을 잘못 이해했을 것이다. 순간, '책을 한권만 읽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한분야의 책을 한권만 읽기 보다는 관점을 달리하는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는 것이다. 외골수로 빠지지 않도록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깨달았다.

 

6. 위기가 닥치면 보다 냉철하고, 보다 단호해져라.

  위기가 닥쳤을때, 우왕좌왕하면서 제대로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경우를 많이 본다. 임진왜란 초기, 의주까지 몽진을 갔던 선조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위기에 냉철하면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 리더가 불러오는 불행은 비참하다. '돈의 역사'는 '불황이 시작될 때에는 단호하게 행동하라!'라고 주문한다. 대공항이 닥쳤을 때,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한 후버가 불황을 키웠다. '버불이 붕괴될 때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돈을 풀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우왕좌왕하다가 시기를 놓친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의 수렁에 빠졌다.

  대공항시기 루즈밸트는 '지금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실패할 기회조차 잃어 버린다.'라고 말했다. 과감한 행동이 위기의 순간에 필요하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이 시기를 얼마나 냉철한 머리로 판단하고 과감히 행동하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인생이 달라질 수 도 있다. 그런면에서 써프라임 모기지 사태때, 과감히 양적 완화를 단행한 오바마의 대처는 탁월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세상에는 많은 책들이 있다. 어떤 책은 나에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어떤 책은 웃음을 전해준다. 때로는 감동을 선사하며 눈물을 흘리게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선사하는 책은 드물다. '돈의 역사'는 외곡된 선입관을 제거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주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기 원하는 분들에게 이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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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상곡(夜想曲) 2019-08-15 2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담이지만 전쟁이라는것도 경제력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나 화약과 다이너마이트가 발명된 이후로.!!!!(고대역사는 경제력과 군사력이 불일치한 시대였지만 중세시대 이후 경제력과 군사력은 같이 붙어다녀야했습니다)
 
핵과 인간 - 아인슈타인에서 김정은·트럼프·문재인까지
정욱식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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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자신이 악마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 타인을 악마로 만든다. 신들의 영역에 있었던 새로운 불을 얻기 위해서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오펜하아머는 프로메테우스가 그러했듯이, 인간에게 ''이라는 불을 가져다준다. 인간은 절대무기 ''을 갖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시작한다. 나는 절대 무기를 가져도 되지만, 네가 갖는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강대국의 모습을 우리는 당연시하고 있다. 핵을 갖기 위해서 미국과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북한과,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대결 속에서 한반도의 운명은 전쟁의 암운이 드리워지기도 했다. 팟캐스트 '진짜 안보'를 통해서 알게 된 정욱식 대표의 저작을 꺼내 들었다. 그의 책에는 ''의 역사가 상세하게 펼쳐져 있다. 인간은 핵을 지배할 수 있을까? 핵과 인간은 공존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그 궁금증을 풀어가 보자.

 

 

1. 절대 무기를 손에 쥔자는 난폭해진다.

갑질이 사회적 문제가 되었을때, 이를 뇌 과학으로 설명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위가 높을 수록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거울뉴런이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거울뉴런이 활성화 되지 않는 모습은 '절대무기'를 가진 강대국에게서도 나타난다. 핵을 처음 손에 넣은 미국은 이를 바탕으로 강경외교를 펼쳐나간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상당수의 학생들이 '우리를 괴롭힌 댓가'라고 대답한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를 '해방의 무기'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제2위의 원폭 피해국가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원폭피해자 70만명중에서 조선인 피폭자는 7만명이이다. 원폭을 맞고 즉사한 조선인 희생자는 4만명이고 생존자는 3만명이다. 이중 한반도로 돌아온 사람은 23천명이고, 7천명은 일본에 남아있다. 핵무기는 우리에게 '해방의 무기'만은 아니었다. 우리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기도 했던 무기이자, 분단의 무기이기도 했다.

트루먼 대통령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핵무기를 필요 없이 일찍 사용했다.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일본의 항복을 받아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개발한 무기의 위력을 소련에 보일 필요가 있었다. , '·소연합작전'이 펼쳐졌다면, 우리는 분단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핵무기를 사용했다. 그리고 미국의 강경외교는 시작된다.

1949년 소련이 핵을 개발 할 때까지 아니, 핵을 개발하고 나서도 미국의 강경외교는 계속된다. 핵무기라는 가공할 위력을 가진 절대무기를 상정해 놓는다면, 스탈린이 미국이 제시한 38도선 분할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6.25전쟁 당시 소련대표가 UN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난폭한 이미지의 스탈린도, 미국의 핵무기에 떨고 있었다. '절대무기'에 대한 맹신은 비극을 낳았다. 미국 CIA"북한은 철저하게 통제받는 소련의 위성국가이기 때문에 어떠한 독자적 구상을 행사할 수 없고, 전적으로 소련의 지원에 생존을 의존하고 있다."라고 오판했다. 아울러, "미국의 군사적 힘에 의해 전멸될 각오를 무릅쓸 만큼 북한도 중국도 무모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6.25 전쟁 직전에 수많은 남침의 첩보가 첩보원들에 의해서 미국에 전달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남침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가 설명된다. 핵에 대한 맹신과 중국과 북한을 소련의 꼭두각시로 인식하는 미국식 오리엔탈리즘이 6.25전쟁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비극을 낳았다.

6.25 전쟁을 예상하지 못한 것보다 더 비극적인 사실은 핵무기를 다른 무기와 차별하지 않는 미국의 최고 결정권자의 생각이다.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아이젠하워는 군인 출신답게 "핵무기 사용에 따른 도덕적, 외교적 문제는 크게 고려하지 않고 군사논리에 매몰"되었다. 핵무기와 비핵무기를 차별하지 말라!! 이에 동의할 수 있는가? 경제인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자신의 수입 창출의 도구로 삼고, 공주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자신의 놀이터로 만든다. 군인이 대통령이 되면 군사 논리만을 앞세워 전쟁광이 되려한다. 그리고 그 비극은 우리 모두의 몫이된다.

'낮은 곳으로 임하라'라는 말이 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절대 무기를 손에 넣은 사람일수록 낮은 곳에 임해야 한다. 낮은 곳에서 자신보다 약하자들의 마음을 해아려야 한다. 나의 절대무기를 상대방을 겁박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까?

 

2. 핵전쟁의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는 세계

헨리 스팀슨 전쟁부 장관이 1945911일 트루먼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소련과의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미국의 핵 계획을 소련과 공유"할 것을 건의했다. 그는 "매우 절망적인 방식으로 비밀 군비경쟁이 야기"되는 것을 우려했다. 불행히도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절대무기를 절대로 타국과 공유하기 싫었던 미국은 절대무기의 위력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실전투입을 통해서 소련에게 똑똑히 보여주었다. 미국의 강경외교는 소련을 자극했다. 1949829일 소련은 카자흐스탄 사막에서 핵실험에 성공했다. 절대무기를 소련이 확보하자, 미국은 절대무기의 성능을 높이기 시작했다. 소련에 대항해서 재래식 무기와 원자폭탄을 증강시키고, 수소폭탄을 포함한 모든 형태의 핵무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핵의 자기 증식력은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핵을 가진자들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핵을 이용한 강경외교를 하자, 많은 국가들이 생존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서 핵개발을 시작했다. 중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공식적으로 혹은 비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했고, 그 숫자를 늘리고 있다. 핵도미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절대무기 핵을 이용한 강압외교가 상호 상승효과를 일으켜 핵전쟁 직전까지 갔었던 적이 있다. 쿠바 미사일 위기가 그것이다. 미국이 유럽에 토르를 배치하고, 터키에는 주피터라는 핵무기를 배치하고, 쿠바에 피그만 침공작전을 개시한다. 이것이 소련을 자극한다. 자신의 턱밑에 핵무기를 배치한 상황을 소련이 가만 두고만 볼리 없다. 쿠바에 100개의 핵탄두를 배치했으며, 소련 선박을 호위하던 잠수함에는 핵 어뢰가 장착되어 있었다. 미국의 소련 포위전략은 소련을 자극했다. 소련은 다시 미국을 자극했고, 양국의 위기 의식을 상승시켜 '아마겟돈'의 문턱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와 비슷한 전략을 중국에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은 신냉전의 위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내가 상대를 강력한 힘으로 제압하려 한다면, 상대도 생존을 위해서 강하게 몸부림 칠수밖에 없다. 도덕경36장에 "접으려면 펴주거라! 약하게 하려면 강하게 해주거라! 폐하려면 흥하게 해주거라! 뺏으려면 주거라!"라는 말이 있다. 강한 병사로서 천하를 유지할 수 없다. 상대를 약하게 하려면 강압적으로 상대를 겁박하기 보다는 상대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쥐었던 주먹을 펴게 할 수 있다. 헨리 스팀슨 전쟁부 장관이 소련과 핵개발을 공유하자고 트루먼에게 건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대강의 대결은 핵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세계를 만들었다. 절대강자가 될 것으로 믿었던 미국은 군산복합체 국가가 되었다. 군산복합체들은 절대악이 필요했다. 때로는 절대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3. 절대악이 필요한 세력들

악마가 필요한 세력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는 악마가 없다. 그러자 그들은 악마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누구일까? 군산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네오콘들이다. 아들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으로 지목한 나라들 중에서 이란과 북한이 현존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이두 나라 중에 한나라와 협상을 하면 다른 한나라는 미국과 극한의 대립을 한다. , 미국이 북한과 핵협상을 하는 시기에 미국은 이란의 핵 위협을 이유로 MD(미사일방어체계)를 추진한다. 만일 이란과 협상 중일 경우에는 북한을 핑계로 MD를 추진한다. 대화를 통해서 적대관계를 해소하려하면서, 동시에 또 다른 적과 극한 대립을 한다면 이는 우연이 아니라고 정욱식 대표는 말한다. 그렇다. 미국은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우려했던 군산복합체국가이다. 돈 먹는 하마 MD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반드시 절대악이 있어야했다. 그래야 그들의 배를 불릴 수 있다.

정욱식 대표가 정리한 한반도 핵위기의 현실은 네오콘을 비롯한 군산세력에게 '절대악'의 필요성이 얼마나 절실한가를 알려준다. 1992년 플로토늄 불일치, 2002년 우라늄 불일치로 북핵위기는 고조된다. 이두 불일치를 꺼내든 미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좌초시킨다. 그 뒤에는 딕 체니, 폴 월포위츠, 존 볼턴, 럼스펠드가 있었다. 공화당은 클린턴행정부의 북핵협상에 비협조적이었고, W 부시 행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MD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악마로 존재해야했다.

 

"2008126자회담이 파탄난 데는 북한이 약속, 즉 핵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 (중략) 그러나 분명한 점은 당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쪽은 한·미양국이었다는 것이다."-468

 

한국과 미국의 강경파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었다. 그중 네오콘에게 북한은 악의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위해서.... 힘 있는 자들이 악마를 만드는 현실을 직시해야한다. 한반도 평화를 원치 않는 그들을 직시할 수 있어야, 우리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1992년 부시행정부는 제네바 합의를 무시했다. , '부시 독트린'(예방적 선제공격), MD 및 소형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중유제공 중단 암시, 제네바 합의를 무시한 고강도 사찰요구를 부시행정부는 요구하거나 천명한다. 부시행정부의 독주와 일방외교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좌초시켰다. 작가 조승연은 창세기를 인용하면서 서양은 계약에 의해서 세계가 창조되었다고 믿으며 계약을 중시여긴다고 말했다. 이점이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부시행정부의 모습은 과연 서양인들이 계약을 중시여기는 사고를 가진 문화인인지를 의심하게 한다.

그런데!! 네오콘을 대표하는 인물, 존 볼턴에 트럼프 행정부에 있다. 조지 H.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보였고,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차관이었던 그는 지금 두차례의 핵위기를 이끈 인물이다. 존 볼턴을 실각시키거나 견제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프로세스를 또 좌초시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나를 엄습한다.

절대 악으로서의 북한이 필요한 시대의 종말이 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MD추진 이유가 바뀌고 있다.

 

"냉전시대 미국의 핵미전략 가운데 하나는 유라시아의 거대 국가인 중국과 소련을 이간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냉전종식 이후 미국이 MD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금 손을 잡기 시작했다."-307

 

미국판 이이제이 전략이 바뀌고 있다. 이러한 강경외교는 MD추진 이유를 보다 직접적으로 천명하기에 이른다.

 

"트럼프 행정부는 MD 증강의 사유로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중략) 이들 나라와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창()과 방패(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움직임이 꿈틀 거리고 있는 것이다."-638

 

북한이 MD 구축의 핑계였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MD 구축의 이유를 러시아와 중국 때문이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와 중국의 단합을 이끌어 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문제 해결의 새로운 징조를 볼 수 있다. 미국의 강경파에게 북한이 악마의 모습을 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이것이 한반도 핵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이지 않을까?

 

4.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힘겨운 여정

외국인들에게 한반도는 전쟁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곳이다. 사실 우리는 제대로 느끼고 있지 못하지만, 한반도에는 제3차 대전이 일어날 수 있는 위기가 발생했었다. 한반도 핵위기를 겪으면서 이 난해한 실타래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 정권들이 미국과 어떠한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문제를 풀려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한반도 핵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 했던 최초의 인물은 노태우 대통령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보수정권이라는 한계와 임기말의 레임덕으로 인해서 북핵문제 해결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다. 김영삼정권시기는 클린턴 행정부의 영변 핵시설 폭격 카드가 거론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에 내몰렸다.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북폭계획에 서명하려던 1994616! 카터 전대통령과 김일성의 대화로 전쟁이 중단되었다. 무능한 김영삼 정부와 전시 작전권이 없는 한국은 이 전쟁을 막을 수 없었다. 북폭을 계획하면서도 미국에게 한반도의 평화는 안중에 없었다. 자주국방과 자주외교!! 이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작동된 시기는 김대중 정권으로 보아야할 것이다. 2006.15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한반도에 봄이 왔다. 통일이 가까워보였다. 그런데, 김대중 정권이 총선을 불과 3일 앞둔 410일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발표했다. 이 결과 야당은 정상회담을 '총선용 신북풍'이라 비난했고, 남남 갈등이 가속되었다며 정욱식 대표는 발표시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총선 이후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했다할지라도 야당은 '신북풍'이라 비난했을 것이다. 수구파에게는 남북의 화해와 협력은 불리하다 판단하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왔다. 그것이 옳은 길이라면 묵묵히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나아가야할 것이다. 개가 짖는다고 기차가 멈추어서는 안된다.

김대중 정권의 탁월함은 '페리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페리가 이 보고서를 두고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표절"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DJ의 정책이 깊이 반영된 것이었다."-363

 

강대국을 움직여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시키려했던 사람이 김대중 전대통령이다. 강대국과 대립하기 보다는 그들의 힘을 이용하여 우리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이것이 바로 외교의 힘이다. 김대중은 그것을 해냈다. 그러나, W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한반도에는 다시 위기가 몰아닥친다. 이 위기에 직면한 사람이 노무현이었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드높을 때, "반미좀하면 어떻습니까?"라는 말을 하며 대통령이 된 사람이 노무현이다. 자주외교를 바랬던 많은 사람들은 '공미형 친미주의'행보를 보인 그의 모습에서 많은 실망을 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핵문제를 한미동맹과 연계시키려했다. 네오콘의 대표적 인물 럼스펠드는 노무현 정권을 그 어느 정권과 견주어도 협조를 잘하는 친미적 정권으로 평가했다. 자주외교를 하려했으나, W 부시 정부가 한반도를 전쟁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친미적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 현실이 노무현에 대한 측은함과 한반도인의 슬픔으로 다가왔다.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한반도의 위기는 가속화된다. 미국의 오바마행정부는 '전략적 인내'라는 말도 안되는 전략으로 북핵문제를 방치했다. 여기에 이명박·박근혜정권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경인차 역할을 전혀하지 못했다. 한반도의 위기는 날로 가속되었다. 오바마는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위안부 합의를 박근혜 정권에게 요구했고, 박근혜 정권은 아베와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한다. 우리에게 오바마는 '불행의 전도사'였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오바마가 한국에 왔을 때, 그를 환영하는 한국인을 보면서, 씁쓸함을 금치 못했다.

박근혜정권시기 시드배치라는 참사가 발생했다. 관계부처와의 숙의 과정 없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설득 노력없이, 76NSC국방부 장관이 없는 상태에서 안건이 통과되었고, 사드배치 발표 당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바지 수선하러 백화점에 간 상태에서 발표가 이뤄졌다. 정욱식 대표는 "마차가 말을 끈 셈"이라고 표현했다. 졸속! 엉망! 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 일처리였다. 박근혜 최순실 정권의 어이없는 일처리는 결국 중국에 의한 보복으로 이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해야만 했다.

'오바마보다 트럼프가 위대하다.'라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나는 생각한다. 오바마가 '전략적 인내'라는 전략 아닌 전략으로 한반도의 위기를 키웠다면, 트럼프는 기존 질서를 무시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왔다. 이를 견인해낸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이다. 다시 한번 한반도에 기회가 온 것이다.

W 부시와 트럼프라는 인물은 '미치광이 이론'에 들어맞는 인물이다. 그들이 전략을 꿰뚫어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 아이젠하워와 닉슨이 신봉한 '미친자의 이론'은 상대방에게 자신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위협적 인물이라고 인식시켜 자신의 의도를 관철 시키는 전략이다. '미치광이 이론'을 가장 잘 활용하는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이다. 상대국가는 물론이고 미국도, 백악관에 있는 사람들도 트럼프의 속내를 모른다. 그리고 '미치광이 이론'에 대응하는 최고의 자세는 용기, 절제, 당당함일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용기, 절제, 당당함으로 '미치광이'를 길들이고 있다. 그 결실이 아름답게 맺어지길 기대한다.

 

5. '죽음의 재'가 뿌려진 땅!!

엔화 약세로 싼값에 일본여행을 간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일본에는 '죽음의 재'가 뿌려진 땅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원자로 3개가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 재는 일본 전역으로 흩뿌려졌다. 4경 베크럴의 세슘이 방출되었고, 일본땅의 70%가 방사성 세슘에 오염되었다. 후쿠시마에서 200km 이상 떨어진 도쿄의 수돗물에 세슘이 검출되었다. 도쿄보다 더 멀리 떨어진 시즈오카 일부 지역도 세슘에 오염되어 찻잎 수확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재앙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 땅을 한국인이 싼값에 여행했다. 방사능을 돈 내고 쬐고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상당히 높아진 암발생으로 인해서 혼란에 빠져야한다. 방사능의 공포로 패닉상태에 빠져야함에도 그러지 않고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아베신조 정권은 2013'특정지정비밀보호법'을 제정했다. 비밀을 누설한 사람은 최고 10, 비밀을 보도한 언론인은 최고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으로 일본의 언론을 길들였다. '암질환 등록법'을 제정하여 방사능에 관한 의학적인 데이타와 정보 공유를 불법화했다. 이를 통해서 의사들의 손발에 족쇄를 채웠다.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2017년 일본의 언론자유지수는 72위였다. 일본은 거대한 방사능 실험실이다. 죽음의 땅! 앞으로 최소 300년 길게는 4만년 이상 인간이 발을 내딛지 말아야할 땅으로 변했다. 핵이 살아있는 동안 인간은 핵과 공존할 수 없다. 후쿠시마의 공포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핵과 인간'이라는 제목에 의문을 가졌다. 무슨 의미일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인간이 핵을 지배하여 절대적인 힘을 얻고자했고, 그로 인해서 '아마겟돈'이 가까워옴을 알게 됐다. 인간과 핵은 공존할 수 없다. 핵전쟁의 위기 뿐만 아니라, 핵발전소의 위험도 우리를 '아마겟돈'으로 이끌고 있다. 절대 무기를 얻으려는 인간의 탐욕을 억제하지 않는 이상 우리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말한다.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한다!! 문정인과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피터 헤이즈는 독재정권인 박정희도 은밀한 핵개발을 추진할 수 없었듯이, 오늘날 한국의 민주화와 개방성은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더욱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극우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칙적 이익을 위해서 핵무장을 주장하지만 이는 이룰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핵무장을 하려는 어리석음에 빠지기 보다는 핵없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 모두가 위대한 '한걸음'을 내딛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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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글쓰기 강의 -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
바버라 베이그 지음, 박병화 옮김 / 에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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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는 꿈이 있다. 나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많은 책들을 읽고, 서평을 쓰면서 글쓰기 훈련을 하고 있다. '하버드 글쓰기 강의'를 읽기로 결심한 것도 필력을 높여서 나만의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30년 경력 명강사가 말하는 소통의 비밀'이라는 부재가 매력적이다. 과연 이책은 나에게 글쓰기에 대한 많은 영감을 주었을까?

 

1. 프리라이팅!! 그리고 자료 모으기

  이 책에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위해서 자료를 모으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쓸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실천처방전처럼 제시한다. 글쓰기를 주제로 한 서적들을 읽으면 읽을 수록 글쓰기의 기본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글쓰기의 기본!!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꾸준히 쓰라는 것이다. '훈련으로서의 의무적 글쓰기'라는 장이 있을 정도로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꾸준히 의무적으로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일정한 분량의 글을 쓰길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글쓰기의 가장 좋은 방법은 일기쓰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초등학교 시절 그토록 일기쓰기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깨닫는다. 초등학교 시절, 반강제적으로 일기를 쓰다보니 일기 쓰기에 대한 반감이 아주 높았다. 그러나 일기 만큼 프리라이팅과 자료모으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왕도는 없다. 일기쓰기와 같이 기본에 충실할 때문만이 좋은 글쓰기가 가능하다.

 

2. 평가하지 않고 돌아보기

 

  "자신이 배운 것을 의식함으로써 우리는 자연스럽게 무엇을 배울 필요가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배울 것인지 하는 다음 단계의 방향을 발견하게 된다. (중략) 만일 자신이 해내지 못한 것들만 주목한다면 여러분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채 앞으로 나가는 길을 스스로 막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84쪽

 

  친구나 학생들을 바라볼 때도 그들의 강점과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라한다. 약점보다는 강점을, 부정적인면 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강조할때, 인간은 강점을 키우고, 긍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것이 글쓰기에서도 적용된다. 자신이 배운 것과 해낸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꾸준히 글쓰기를 한다면, 더 큰 재목으로 홀로 설수있을 때가 올 것이다. 그래, 나도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며 꾸준히 글을쓰자.

 

  글쓰기책을 읽으며 하루 아침에 글쓰기 천재가 될 수 있는 기막힌 비법을 전수받기를 바라면서 첫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좋은 글쓰기 책일 수록 꾸준한 노력을 강조한다. 학문에 지름길은 있을 수 없다. 꾸준함만이 탁월함을 갖출 수 있는 비법이다. 이책은 이것을 깨닫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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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19-08-14 14: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의 글은 경쾌함이 살아있어요. 그리고 적당한 눈높이의 글을 써주셔서 읽기가 좋습니다! 수많은 리뷰들이 쏟아지는 알라딘이지만 잘쓰고 못쓰고를 떠나 눈높이가 높은 글이 많아서 읽는게 힘든데 강나루님의 글은 편해서 넘 좋아요!
늘 건필하세요^^

강나루 2019-08-14 16: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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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승과 진중권이 만났다. 미학자와 과학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21가지 문화키워드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서술한다. 흥미있어 보이는 이 책을 읽게된 이유는  정재승의 '12발자국'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그의 책을 더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재승을 만나기 위해서 덤으로 진중권을 만나게 되었다. 두사람의 관점은 어떻게 다르고 얼마나 같을까? 두사람의 안내를 따라 21가지 문화코드를 살펴보자.

 

1. 정재승과 진중권 서로를 디스하다.

  정재승과 진중권이 각자 자신의 관점에서 문화코드를 해석한다. 서로가 상대방을 디스할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 글을 읽는 나로서는 마치 정재승과 진중권이 서로를 디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주제들이 있었다. 두사람은 서로를 디스한 것일까?

  생수라는 주제로 정재승은 생수에는 환경호르몬과 세균이 많기에 사람에게 수돗물보다 생수가 좋을 리가 없다고 단언한다. 반면, 진중권은 한의사들의 관점을 빌어서, 수돗물과 끓인 물은 죽은물이라 말한다. 미생물과 산소, 무기질이 수돗물과 끓인 물에는 적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쯤되면, 생수를 마셔야할지, 수돗물을 끓여 마셔야할지 햇갈리기 시작한다. 물론, 두사람이 생수를 '패션 악세사리'라고 보고 있다는 점은 일치하고 있다.

   생수와 수돗물에 대한 견해는 충분히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생수라는 문화코드에 대한 두사람의 견해차는 애교로 볼 수 있다. '레고'에 대한 두사람의 견해하는 애교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보통의 아저지들은 자녀에게 레고를 사주며 창의력이 계발되기를 바란다. 정재승은 레고보다 더 창의적인 장난감을 소개한다. 그것은 '쓰레기 더미와 자연'이다. 레고라는 틀을 벗어나 새롭게 새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은 자연이다. 반면, 진중권은 레고를 조립하듯이 좁쌀만한 모래로 만다라를 그리는 티베트 수도승을 소개한다. 정밀한 모래 만다라를 그린 티베트 수도승은 일시에 완성된 작품을 헤체한다. 이부분에서 진중권은 불교와 레고의 유사성을 발견한다. 레고 자체에 얽매인 정재승의 관점보다 인문학적 발견이 첨가된 진중권의 글이 큰 매력을 내뿜는다.

  '생수'라는 문화코드가 누구의 관점이 더 높은 차원인지를 겨루었다면, '개그 콘서트'는 정재승과 진중권이 서로를 디스하는 듯한 분위기를 표출한다. 정재승은 '"개그는 개그일분 오해하지 말자" ....(중략)... 이것을 제대로 못배우면 나중에 웃자고 한 애기에 죽자고 덤벼드는 '똥오줌 못 가리는' 인간이 되고 만다.'라고 말한다. 즉, 개그는 개기일뿐인데 이를 현실과 연관시켜 개그를 비난한다면, 그사람은 '똥오줌 못가리는 인간'이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서 진중권은 무어라 말할까? "교양과 반성이 없는 개그는 쓸데 없이 비열해질 수 있다."라며 특정 계층을 비하하는 내용의 개그를 "쓸데 없이 비열"하다고 꼬집는다. 정재승의 눈에 진중권은 '웃자고 한 애기에 죽자고 덤벼드는 '동오줌 못가리는' 인간으로 보일 수 있으며, 진중권의 눈에 정재승은 '쓸데 없이 비열'한 개그를 두둔하는 사람으로 비칠 수 있다. 두사람이 이 책을 쓰고 멱살을 잡고 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다.

 두사람의 갈등은 '박사'라는 주제에서 더 극명하게 갈린다. 진중권은 자신이 석사임을 밝히며, '학위를 따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있다면, 차라리 미국에 가서 조종사 면장을 따고 곡예비행을 배우는 게 내 삶을 더 풍요롭게'할 것이라 주장한다. 반면, 정재승은 박사과정을 밟으며 바쳤던 자신의 열정에 자랑스러워한다. 두사람이 서 있는 위치가 석사와 박사라는 차이에서 빗어지는 관점의 차이가 여실히 커보인다. 박사라는 문화코드를 바라보면 진중권은 학벌사회 타파를 주장했고, 정재스은 학문에 대한 열정을 떠올렸다. 이 부분을 읽기에 따라서는 진중권이 자신의 학력에 상당한 컴플랙스를 가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진중권의 본심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두사람의 관점을 서로를 향한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에서 바라보니 남모를 긴장감이 느껴진다. 물론, 두사람은 서로를 존중하고 서로에게 배우려하겠지만 말이다.

 

2. 서로에게 끌리는 두사람

  정재승과 진중권 두사람이 서로를 디스하는 것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때로는 서로에게 끌리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라는 문화코드에 대해서 말하면서 정재승은 인문학에 관심을 보인다. "'머저리의 리포트'에 의지해 세상의 모든 불행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머저리의 세상'을 극복하는 것. '소수의견'이라고 해서 함부로 삭제되지 않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영화를 두고 두고 봐야하는 이유다."라며, 기술문명에 절대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인간이 만든 기술문명에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배제하고 인간성을 회복할 것을 외친다. 반면, 진중권은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에 펼쳐진 첨단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는다. '창의적이지 못한 기술은 기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기술도 이제 예술과 문학의 지원을 받아야한다는 애기다.'라며 기술이 예술과 문학과 결합해야합을 강조하고 있다. 기술에 매몰되어 인간성을 잃어버리지 않기를 강조하는 과학자 정재승, 과학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미학자 진중권!! 어쩌면 서로가 자신의 활동분야보다는 상대방의 활동분야에 더 관심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두사람의 태도는 '제프리 쇼'라는 문화코드에서도 나타난다. 진중권은 '가상과 현실, 혹은 은유와 현실이 어지럽게 뒤섞인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가 오늘날 디지털테크놀로지에 힘입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라며 과학 기술의 발전에 감탄한다. 반면 정재승은 '뒤늦게 깨달은 것은 과학자가 예술가가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과학자가 되어간다는 사실'이라며 예술의 위대성에 감탄한다. 미술평론가는 과학에 과학자는 미학에 관심을 더 갖고 있다. 그러서면서 자신의 분야에서 창조적 영감을 타 분야에서 얻고 있다. 진중권과 정재승은 서로에게서 창조적 영감을 얻고 있었다.

 

3. 과학적인 글쓰기가 매력적인 정재승

  사람은 보이는데로 보기보다는 보고 싶은데로 본다는 말이 있다. 정재승과 진중권은 과학자와 미학자라는 차이 때문에 같은 문화코드를 보면서도 보고 싶은데로 보는 면이 있다. 이것이 두사람의 글쓰기에도 차이를 만들어 낸다. 특히, 정재승의 과학에 근거한 글쓰기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구글'이라는 문화코드에 대해서 진중권이 구글의 놀라운 검색기능을 이용해서 '21세기 글쓰기'를 한다고 가벼운 소개를 한 반면, 정재승은 세상의 모든 정보를 담으려는 구글의 노력에 주목한다. 진중권이 구글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느낌을 주었다면, 정재승은 전문가로서 놀랍게 변화와 발전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 글이라는 느낌을 준다. 정재승의 글이 더 끌리는 이유이다.

  '스타벅스'라는 문화코드에서도 정재승의 설득력있는 글쓰기는 빛난다. 진중권이 '취향의 공동체'라는 개념으로 스타벅스의 인끼를 설명해서 너무 뻔한 내용을 서술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반면, 정재승은 작은 것을 시키면서도 'tall'이라고 주문하면서 소비자의 자존감을 높이는 스타벅스의 전략을 소개한다. 나는 감탄했다. 이 방법을 수업시간에서도, 인간관계에서도 적용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문화를 팔아라'라는 전략을 뇌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뇌과학자 답다는 감탄이 나왔다. 뻔한 말을 하는 진중권보다는 과학에 근거한 정재승의 글이 보다 설득력을 갖았다.

  '쌍커플 수술'이라는 문화코드를 설명하면서 정재승의 글쓰기의 설득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진중권이 '사회의 온전한 일원이 되기 위해, 유대인남성은 성기에 할례를 받고 한국인 여성은 눈두덩에 할례를 받는다.'다는 매력적인 글로 '쌍커플 수술'을 설명했다. 정재승은 진중권의 글을 어떻게 넘어설까? 진화 심리학적으로 보았을 때 "쌍커풀은 성선택에 유리한 신체기관"이라는 사실을 설명한다.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둔 정재승의 글은 설득력을 높여주었다. 진중권이 쌍커풀 수술을 설명하면서 불필요하게 포경수술 경험을 말하는 우를 범했다면 정재승의 글을 깔끔하면서도 논리적이었다. 지금은 과학 혁명의 시대이다.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설명을 설득력이 약할 수 밖에 없다.

 

4. 진중권 글쓰기의 심오함.

  그럼, 진중권의 글은 설득력이 없는 공허한 글들로 가득차있을까? 과학자가 보지 못하는 관점을 미학자 진중권을 보고 있다.

  '9시 뉴스'라는 문화코드를 설명하면서 진중권은 신경민 앵커의 클로징멘트의 사회성을 지적한다. 이명박근혜시대에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제대로 밝힐 수 없었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과감하게 하는 신경민 앵커의 멘트가 갖는 의미를 제대로 조명하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반면, 정재승은 9시 뉴스에 과학자들의 인터뷰가 갖는 한계와 아쉬움을 적고 있다. 정재승의 글은 과학자들에게만 흥미를 끌 수 있는 소재였다. 이명박 정권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언론문제를 지적한 진중권의 글이 당연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스티브 잡스'라는 문화코드를 설명할에도 정재승은 "'전전두엽'에서 담당한다고 알려진 21세기형 창조적 기능들은 사회화가 많이 될 수록 또 일찍될수록' 오히려 들어드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교육에서 스티브 잡스를 길러낼 수 없다는 정재승의 과학적인 글은 우리에게 허탈함으 안겨준다. 반면 진중권은 현실 왜곡장, 예술가형 CEO라는 관점에서 잡스를 분석하고 있다. 정재승이 잡스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점에 촛점을 두었다면, 진중권은 잡스로부터 우리가 배울점이 무엇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정재승이 허탈감을 주었다면, 진중권은 희망을 주었다. 잡스를 우리교육에서 만들어 내기는 힘들어도 만들기 위한 노력은 해야하지않을까? 그리고 잡스에게서 우리가 배울점을 찾는 것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진중권의 글이 더 가슴에 와닿는 이유이다.

  '앤절리나 졸리'라는 문화코드에 대한 관점에서도 정재승은 '고딕시대 여신'이라 설명하는 것에 그쳤다. 반면 진중권은 '자신의 도덕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 간다.'라며 앤절리나 졸리의 삶과 매력을 집중 탐구했다. 앤절리나 졸리에 대한 정보가 없는 나에게 진중권의 풍성한 정보전달은 더큰 설득력을 안겨주었다.

  사람은 감성적인 동물이라는 점을 벗어날 수 없다. 정재승이 아무리 과학에 근거한 글쓰기를 한다할지라도,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한다면 머리로는 설득되지만, 가슴으로 공감을 얻지는 못한다. 두사람의 글쓰기는 글쓰기가 어떠해야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유명인사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진중권과 정재승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다. 두사람이 때로는 반목하면서도 때로는 서로의 영역에 매력을 느낀다. 때로는 머리로 말하는 정재승에게 끌리지만, 때로는 가슴에 와닿는 진중권의 말에 공감한다. 그렇다고 두사람의 주장이 항상 상반된 것만은 아니다. '헬로키티'라는 문화코드를 설명하면서는 키티의 '개인사'가 인끼를 얻는 원인중에 하나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진중권이 바비와 키티를 비교하며 키티에 깔리 일본적 특성을 지적하는 반면, 정재승은 키티의 입모양을 보고 감정을 읽는 서양인과 눈을 보고 감정을 읽는 동양인의 특성을 설명한다. 정재승과 진중권의 글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잘해주었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 한가지 1관점을 갖게 된다. '크로스'라는 책은 한권의 책으로 두가지 관점을 갖게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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