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괴괴한데 아름답고, 딱해 보이는데 자유로워 보인다. 상상 속의 동물, 인터넷 세계에서나 가능한 개닭, 개돼지, 개오리를 탄생시킨 가여운 것들이여.

프랑켄슈타인의 여성 버전. 이 영화의 장르를 말하라면 엠마 스톤이라 하겠다. 엠마 스톤이 엠마 스톤한 영화. 벨라가 벨라가 되는 이야기.

만삭의 몸으로 죽어버린 벨라는 벨라의 아이의 뇌를 벨라에게 이식시킴으로 다시 태어난 벨라가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벨라식 사랑은 직설적이고 노골적이며 우아하지 않고 추잡하고 드러내는 사랑이지만 벨라의 사랑에는 거짓은 없다.

벨라가 가여운 것일까 벨라를 둘러싼 사람들이 가여운 것들일까.

사랑을 찾아 그렇게 벨라의 모험이 시작되는데, 빠져드는 색감과 황홀한 미장센. 초현실의 감각으로 그려 놓은 미술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모험은 예측이 불가능하고 사람들을 알아가면서 벨라는 벨라만의 특별한 성장을 한다. 인간을 알아간다. 벨라는 벨라 자신을 알아간다. 흑백에서 서서히 컬러를 찾아간다.

벨라의 눈을 통해서 보는 세상을 우리도 같이 느낀다. 이상주의는 무너지기 쉽지만 현실주의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벨라는 알아간다. 그게 세상이다. 종교의 거짓에 넘어가지 마라. 세상은 치욕과 공포, 슬픔이 있는 곳이다.

유아기처럼 의성어 의태어나 뱉어내던 벨라가 후반에는 성장하여 대사가 몹시 철학적이 된다. 몹시 야하며 아주 잔인한 장면이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도발로 다가온 ‘가여운 것들’을 너무 재미있게 봤다. 랍스터를 볼 때보다 더 홀딱 빠져서 보게 된 영화.

근래에 인간을 이토록 잘 드러낸 영화가 있었나 할 정도로 재미있게 본 ‘가여운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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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하고픈데 친구의 마음이 내 마음과 다르면 이상하지만 질투와 미움, 원망이 먼저 든다. 그러다 보면 미묘한 감정이 서로 어긋나서 감정을 다르게 표현하고 서로 자기 힘든 것을 알아달라고 다투다 격하게 된다.

왜 다른 사람하고 있을 때는 신나고 즐거우면서 어째서 나와 있을 땐 늘 힘들어 보이는지. 그런 모습조차 너무 싫어. 그게 네가 너무 좋아서 너무 싫은 거야. 조금만 좋아하면 되는데 너무 좋아하니까 다른 아이와 있을 때 더 즐거우면 나는 짜증이 난단 말이야. 내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너를 향해 있는데 너는 왜 다른 사람과 있을 때 그렇게 행복해 보이냐고.

세미에게 하연은 친구 그 이상의 관계이자 설명이 불가능한 관계다. 아니 서로에게 그랬다. 여고생들은 친구가 세상에서 나보다 더 지켜주고픈 존재니까. 그런 친구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고 돌아오지 못했다. 나의 모든 날들이 오늘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다.

뿌연 봄날의 솜사탕 같은 햇살은 눈으로는 잘 보이는데 만지려고 하면 만질 수 없는 것처럼 친구는 그런 햇살이 되었다. 너무 부드러워 닿으면 부서지는.

한 발 떨어져 생각하면 너무 아무 일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렇게 그 티끌 같은 일에 안간힘을 쓰고 덤비고 달려들고 울고불고했을까. 꿈까지 같이 꿀 수 있는 나의 사랑 나의 친구. 어쩌다가 그런 친구에게 나만 알아달라고 그랬던 걸까.

누군가는 마치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기도 한다. 그 누군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도 흉터로 남아 있는 거지.

우리가 같이 놀던 너의 방, 우리 아지트 카페, 동네 놀이터 이 모든 게 그대로인데 네가 없으니 그저 부드러운 카스텔라 같아서 건드리면 그대로 부드럽게 녹아 없어질 것 같아.

하나와 엘리스가 떠오르는 영상미, 사실은 은유와 메타포로 곳곳에 숨겨 놨고, 연기도 잘 하지만 감독으로도 손색이 없는 조현철 감독의 작품으로 [다음 소희]의 김시은과 박혜수는 정말 여고생 같다. 찐따로 카메오 출연한 박정민은 정말 찐따 같았던, 보고 나면 눈앞이 영화 영상 같아 보이는 영화 ‘너와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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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 마녀 배달부 키키 누가 그렇게 깠어? ㅋㅋ 나는 재미있게 봤구만. 영화는 원작과는 내용이 좀 다르다. 각색을 해서 원작과 다른 재미가 있다. 원작은 이렇게 흘러가지만 영화는 저렇게 흘러간다. 감독도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하면 끝이라는 걸 알기에 원작과는 다른 내용 전개다.

사람들은 빗자루 타고 하늘만 나는 마법을 할 줄 모르는 마녀인 키키를 우리와 다른, 저주를 퍼붓는 마녀로 몰이를 한다. 키키는 그렇지 않은데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는다. 사람들은 전부 키키를 의심하고 멀리하고 따돌리려고 한다.

인간 사회가 그렇다는 걸 키키는 뼈저리게 느낀다. 키키가 배달한 모든 물건이 저주에 걸렸다며 빵집 앞에 다시 돌아온다. 그때 키키는 상처를 크게 받아 마법이 사라진다. 빗자루도 뽀사지고. 어렵게 배달을 했지만 배달비를 건네주는 게 아니라 땅바닥에 내팽개치듯 버리는 것에 키키는 자존감 상실.

하필 마법이 없을 때 톰보가 비행 자전거로 하늘을 나는데 바람이 역풍으로 불어서 위험하다. 키키는 날아갈 수 없어서 추락한 곳으로 달려간다. 톰보는 상처를 입고 쓰러져있을 때 키키는 엄마의 마법 약을 발라주고 가버린다.

마법도 잃어버리고 사람들에게 마녀사냥을 당한 키키는 어떻게 될까. 영화에는 우리가 잘 아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미야자와 리에, 요시다 요, 오노 마치코 등.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성장하는 이야기다. 애착 인형과 대화를 하던 아이가 어느 날 애착 인형을 두고 친구와 사귀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을 한다. 그 과정이 누군가에게 혹독할지도 모른다.

키키 역시 지지와 대화를 하지 못하게 되지만 대신 소중한 친구를 얻는다. 대화 상대가 지지에서 친구로 바뀐다. 그리고 사랑을 알아간다. 우리 모두 그런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그러나 지금이 끝은 아니기에 보이지 않는 앞을 더 달려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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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걸 봤어요. 누구나 여기를 지나가죠. 그러나 자신이 이곳을 지나간다는 의식을 하지 않죠. 그건 아마도 너무 당연해서 일 겁니다. 그것이 너무 당연하면 의식은 그 당연함을 의식에서 배제하죠. 매일 다니는 길을 오늘도 지나쳤죠? 근데 기억이 납니까? 아마 기억이 나지 않을 겁니다. 기억이 안 나는 이유는 너무 당연한 곳을 다녔기 때문에 눈여겨 살펴보지도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늘 다니는 길에 어떠한 이벤트가 일어났다면 그 기억은 꽤 오래갈 겁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곳에서 당연하지 않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깊게 생각지 마세요. 깊게 생각해야 하는 일들이 분명 있거든요. 집중과 선택. 우리는 집중과 선택에 있어서 깊게 생각합시다. 신발을 신을 때 오른쪽 발을 먼저 신을까 깊게 생각하면 몸과 마음은 과부하가 올 겁니다. 아시겠지요.



오늘도 비가 오는데요. 일주일 넘게, 체감상으로는 2주 내내 차가운 비가 오고 날이 흐리고 잿빛 하늘이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은 이런 날을 선호한다는데 저는 맑고 밝은 날이 좋습니다. 비가 오는 날은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일단 조깅이 어렵습니다. 비가 와도 일단 강변 조깅 코스로 나가는데 비가 오면 러닝화를 바꿔서 신는데 달리기를 포기하고 비막이가 설치된 곳에서 스쾃이나 팔 굽혀 펴기를 합니다. 실컷 저 먼 곳까지 달리고 싶지만 비가 오면 일단 그게 안 된다. 우산을 쓰는 것도 귀찮고, 비는 차가워서 주위의 기온을 앗아간다. 그래서 2월에 내리는 비는 차갑고 날은 춥다. 그런 날이 2주 동안 계속되고 있어요. 결락감이 깊게 드는 날이 이어집니다. 등에 아이가 올라탄 것 같아요. 어떻게 겨울 장마가 이 시기에 올 수 있죠?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드네요.



어느 영화를 보니 죽음이 임박했을 때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나이 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니었어요. 데이트 상대를 잘못 만나 구타를 당하고 드럼통에 들어가서 땅에 묻혀 죽음을 맞이하며 벌벌 떨다가 노래를 읊조리듯 불렀어요. 근데요, 그게 가능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죠? 그것을 아는 사람은 지금 이 세상에는 없는 사람일 테니까요. 죽음을 생각하면 일단 겁이 납니다. 죽음이란 태생적으로 그렇습니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죽음을 맞이하는 것에 있어서 겁보다는 뭐랄까 받아들이는 쪽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꿈을 꾸면 꼭 죽기 직전까지 가는 꿈을 꿉니다. 칼이 배에 푹 찔리기 직전이나 배에 들어오는 그 순간 잠에서 깹니다. 어떤 날은 불구덩이에 빠지는 찰나에 깨어납니다. 정말 겁이 납니다. 왜 이런 꿈을 꾸는 것일까요.


우울이란 어째서 때때로 저를 괴롭히는 걸까요. 우울이란 원래 없었는데 제약회사가 세계 곳곳에 생김으로 해서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우울을 겪게 하는 묘한 물질을 넣어 둔 게 아닐까요. 그러니까 제약회사에서 이런 모종의 계획을 현실화한 거지요. 그래서 우울증에 좋은 약을 처방받도록 유도했습니다. 우울함은 사람을 괴롭힙니다. 이거다 싶은데 느닷없이 저거다 싶게 만들어요. 멍하게 있으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 나 대신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무섭습니다. 내가 생각을 하지만 내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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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척, 날 아는 척하면 곧바로 날이 서고, 그런 자신을 미워하지만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표출해야 하는지 어렵기만 하다. 남편이 남긴 부재는 무형태로 남아서 그 존재를 더욱 드러내고 리는 그럴 때마다 사람들을 피하고 싶어서 더 파티를 열고 자신을 다그친다.

동생 쥴스는 깊은 알콜 중독으로 낙오자 같은 생활을 하다가 재활을 통해 겨우 엄마의 집으로 들어와 엄마의 짐에서 운동 강사로 일을 한다. 사람들을 너무 쉽게 믿고 친해지는 게 엄마에게 못마땅하지만 쥴스는 그게 쥴스니까. 그러나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알콜중독자였던 과거가 자신을 옭아매고 실수만 저지른다. 술을 끊으면 엉망진창인 모든 게 다 제자리로 돌아올 줄 알았지만 여전히 형편없는 자신의 모습에 허망하기만 하다.

엄마는 이혼 후 홀로 편하게 지내는 것 같은데 사위를 잃은 큰 딸과 알콜중독 치료가 끝날 둘째가 집으로 들어와서 제대로 된 가족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인간관계라는 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엄마는 어느 날 심장이 아프고 한쪽 팔에 감각이 없어서 병원에 갔는데 심장에는 문제가 없지만 자신도 모르게 딸들을 신경 쓰느라 공황장애가 온 것이다. 이 드라마는 남편이 사고로 죽은 후 사회를 원망하며 지내는 리가 남편이 사고로 죽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 후 겪게 되는 인간관계,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부딪힘, 가족과 타인의 경계 같은 것들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서 위태롭게 버티는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우울증이 있다. 우울증을 앓던 남편이 죽음으로 해서 극복하려는 리의 감정이 아주 섬세하게 연출되었다. 처음에는 미스터리 드라마인 줄 알았다. 그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나 혼자 잘 지내고 싶은데 사람들과 같이 지내야 할 때가 있다. 혼자서 돈을 벌 수 없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정해 놓은 틀 안에서 시선을 돌리고 싶은데, 안전한 틀에서 거기서 벗어나는 일들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계속 일어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면 리는 촉을 세우고 달려 들려고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그런 의도가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쉽게 되지 않는다. 인간관계는 너무나 어렵다. 남편은 깊고 깊은 우울을 벗어나기 위해 의사에게 약을 처방받지만 점점 내성이 생겨 강한 약으로 처방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벗어나는 일. 위배가 하는 일이 모순이 대신하는 이 감정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드라마는 페이스북에서 제작했다. 기대 없이 봤지만 인간관계는 거기나 여기나 북한도 어려울 것이라 아주 공감하면서 봤다.

이 설명할 수 없는 공허, 이 텅 빈 동공을 매일 느끼며 살아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모를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은 인생이다.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리는 사람들을 불러 파티를 열지만 후회한다. 그리고 친구와 싸우고. 파티가 끝난 후 설거지를 하는데 그릇마저 깨진다. 왜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없을까. 울고 있을 때 엄마가 와서 그릇을 건네준다. 리는 그걸 깬다. 또 하나 건네준다. 확 깨버린다. 그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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