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건 항상 변해 당신도 나이를 좀 더 먹게 되면 깨닫게될 거야. 그 질문에 한가지 대답이 있을 수 없어. 우리는 늘 말하지. ‘이걸 원해, 저걸 원해, 당신을 원해.‘ 그렇지만 사실 다 덧없는 말들이야."
"당신은 어때? 나를 원해?"
"원해."
"한편으로는 원하지 않기도 하지?"
"아니, 다만 당신 때문에 내가 만들어온 삶을 지울 수는 없어.
아무리 문제가 많았던 삶이라고 하더라도."
"그 삶을 원하는 한편 원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래, 어차피 인생은 코미디야. 중요한 코미디.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 번만 주어지니까." - P172

사람들은 단지 적절한 타이밍을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사랑에 관한 한 늘 자신이 상상하던 대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는 않는다.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열정에 상처 받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또다시 사랑에 빠진다. - P190

우리는 소유하기 힘든 것일수록 소유하길 원한다. 원하던 걸 손에 넣게 되면 현재 주어진 것들이 원래부터 쉽게 소유할 수있는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뒤틀린 논리의 궤적과 진실을 왜곡시키는 거울들의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 진지하고 안정된 사랑이 아니라 손에 넣을 수 없는 몽상 같은 사랑을 뒤쫓게 된다. - P215

편지를 보내고 나서도 아직 문이 닫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심리는 얼마나 흥미로운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혹시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심리는 또 무엇인가?
나는 편지 말미에 ‘언제까지나 당신의 좋은 친구가 될게."라고적어 보냈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가장 참담한 상처가 되는 말은이제 친구로 지내자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시키는 온갖 이유를 들어 사랑을 죽이는 말을 할 때,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비열한 말을 할 때, 마치 자신이 대단한 권력의 소유자라도 된 듯 우월감을 느낀다.
아무리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자신을 설득해도 사랑의 문이 쾅닫히고 나면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크게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깨닫게 된다. 이별에 대한 모든 책임이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않은 상대에게 있기에 그런 끔찍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자신을 설득해 봐도 주어진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자신이져야 한다.
상대가 심하게 탈선했거나 회복이 불가할 만큼 정신적으로큰 충격을 받아 자기 인생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지 않는 한애정을 우정으로 격하하는 말은 언제나 후회로 얼룩지게 된다. - P219

"저마다 견뎌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게 있지." - P232

나는 어떤 결과를 원했을까?
이미 나는 어떻게 행동하는 게 최선인지 결정한 상태였다. 이자벨과 함께했던 오후는 지나간 일로 묻어두기로 했다. 우리는늘 옳은 선택을 했다고 자신을 다독거리지만 그저 불확실한 미래와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비교적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그랬다. - P251

나는 이제 정말 혼자가 됐다. 다시 차에 올라 생각했다. 우리는 이제 더는 삶이 뒤틀릴 일이 없고, 더는 슬픈 일을 겪지 않아도 되는 망자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 - P256

그때까지 나는 멜 셔먼의 충고를 잊지 않고 있었고, 직장에서든 다른 어느 곳에서든 가급적 우쭐대지 않고 겸손하려 애썼다. 내가 두 아이의 신탁기금을 가로채려한 사건을 승소로 이끌자 멜 셔먼이 말했다. "자네가 그럴 사람이 아나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자기 자신의 향기에 도취하면 안 된다.‘는 말을 명심하게 성공은 유리와 같아서 깨지기 쉬우니까." - P267

우리는 다른 사람의 선택에 영향을 받아 길을 정한다. 우리는 상대가 보내는 신호에 따라 각자 자신의 길을 결정하게 된다. - P251

"‘인생은 뒤를 보아야 이해되지만 살아가는 방향은 앞이다.‘
키르케고르가 한 말이야. 결혼생활이 그렇게 나빴어?" - P364

"나는 항상 안정을 추구하며 살았어. 내 자신을 철저하게 통제했지. 그래서 내가 불행한 걸까? 내 주변의 용감하고 활달한몇몇 지인들처럼 60개국을 여행했어야 행복할까? 나는 한정된삶을 사는 사람이야.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살아. 내 인생은 이렇게 결정됐어. 이렇게 되도록 결정한 사람은바로 나 자신이야. 이렇게 말하는 내 심정이 슬프냐고? 당연히슬퍼. 내가 선택한 삶인데 슬프냐고? 그런 것 같아. 내 슬픔은안정적인 삶을 바란 내 약점을 빨아먹고 자랐을까? 틀림없이그래. 내가 약점을 극복하려고 시도한 게 있냐고? 당신에 대한사랑 빼고는 없어. 전혀." - P375

인생은 아주 약한 베니어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베니어판은기껏 순조롭게 항해하다가 높은 파도와 맞닥뜨리면 갑자기 달걀 껍데기처럼 얇다는 게 증명된다. 얇은 베니어판은 파도에 떠밀려 순식간에 사라진다. 인생의 항로에는 확실한 게 전혀 없다. 우연이라는 절망적인 리듬만이 있을 뿐이다. - P391

나쁜 소식은 더러운 바닷물이 일으키는 파도처럼 밀려왔다가사라지지만 잔여물과 진흙을 남긴다. 해안에는 쓰레기가 점점더 많이 쌓인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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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늘 소유하지 않을 걸 가지려고 할까? 왜 우리는 오래도록 애써서 뭔가를 손에 넣게 되면 금세 질려할까?  - P97

"사람들은 스스로 자기의 감옥을 만들죠. 저는 아직 어떤 감옥을 만들지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 P111

내가 법의 복잡성에서 지적 쾌감을 얻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다만 내가 이해하는 법에는 실증적인 요소가 거의 없었다.
법은 주어진 이야기를 잘 다루어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면 된다는 점에서 소설과 비슷했다.(그렇다고 내가 문학에 관심이 있는 건아니었다. 내가 단단한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상상할 수 없었다) - P112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어 사랑을 하면 상상력이 풍부해져서 여러 가능성을 떠올려보기 마련이니까. 사랑에 빠지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미래의 희망을 바라보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 수도 있으니까.
미래? 사랑에 빠지면 눈앞에 있는 현실만 생각할 수 없게 된다. 필사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게 된다.
실현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끝없이 집착하게 된다.
이자벨과 미래를 함께하려면 현재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한다.
미래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을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두 사람 가운데 어느 하나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큰 부침을 겪는 순간에도 달라질 게 없다는 건 자명하다고 봐야한다. 이제 내 머릿속은 동트기 전의 하늘처럼 명료해졌다.
‘이자벨과 함께하는 미래를 꿈꾸어서는 안 돼. 지금 주어진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만이 나에게 허용된 전부야.‘
냉정한 깨달음 뒤에 슬픔이 따라왔다. 그런 한편 기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오직 이자벨만 바라보거나 단 한 사람‘에게 내인생을 바쳐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만약 이자벨이 미래를 함께하자는 내 시나리오에 동의한다면 나 역시 기꺼이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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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폴의 방으로 들어갔다. 1백 권이 넘는 책들, 다양한 종류의 팬들, 노란색 노트 더마들, 검정 수첩 예닐곱 권 모눈종이아직 따지 않은 레드와인 네 병, 자두 술, 브랜디 두 병이 있었다. 폴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동안 남긴 잔여물들을 보고 있자니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우리가 축적해온 모든 것, 우리가 맺어온 모든 관계들, 결국 우리는 이 모든 걸 두고 떠나야 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는 운명이다.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남은 건 ‘지금 여기뿐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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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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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이름값은 하는 필력이었지만, 어째 휴머노이드가 주인공인 미래판 <소피의 세계>를 읽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SF에서 휴머노이드의 존재의 의미를 구하는 내용은 이제는 좀 진부하다. 긴 기다림을 지나 작가와의 만남이 반가웠음에도 그만큼 아쉬움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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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그런 큰 실수를 할 수 있어. 우리가 그걸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긴 뒤이지." - P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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