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한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긴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그시간 동안 뭘 할지야, 르네, 두려워할 것 없어." - P262

"가끔은 뭐가 진짜로 옳은 일인지 가늠하기 힘들 때도 있어. 그럴때면 옳다고 느끼는 쪽을 택해야 하는 거야." - P276

"거짓말이라고는 안 했는데, 이야기란 건 말이지, 어떤 이야기든간에, 네가 진실이라고 믿을 때에만 진실인 법이야." - P286

"바깥에서 무슨 일을 겪을지는 나도 모른다. 인생은 모름지기 실험이니까. 하지만 눈을 감을 때가 되면 우리는 알 것이다. 우리 삶을 마음대로 휘두른 것은 누구도 아닌 우리 자신이었음을, 우리가 거둔 승리도 우리가 저지른 실수도 온전히 우리 자신의 것이었음을."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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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비합리가 합리적이야. 주위의 모든 사람이 세상은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돌아간다고 믿는다면, 적어도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고 믿는 척이라도 하는 게 이롭단 말이야. - P91

나는 노년이 되면 여행을 하며 살 거라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행은 젊은이를 위한 것이니까. 나이를 웬만큼 먹어서까지 여행에 나서지 못한 사람은 나 같은 꼴이 되고 만다. 태어나 자란 곳에 뿌리를 내리고 붙박이는 것이다.
내가 캠리슬을 세상에서 으뜸가는 곳으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 놓고 이제 와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상상이 안 될 뿐이다.  - P184

사랑이 아빠를 묶어 놓았다. 엄마에게, 저 끈질긴 밀물에게. - P199

그렇게 답하며, 나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유대감을 느꼈다. 그것은 중력처럼 단단했다. - P201

삶이 의미를 얻는 수단이 바로 죽음이니까.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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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내가 천착한 중요한 주제 하나는 격렬한 변화 앞에서 인간으로 남고자 부단히 애쓰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었다. 현대성은 전통을 전복하고 세상의 크기를 인지하는 인간의 감각을 뒤엎었으며, 이로써 몇 세대가 흘러도 또렷이 파악하기 힘들 만큼 커다란 영향력으로 우리 삶을 바꾸어 놓았다. 오늘날 개개인은 고대의 어떤 현자보다도 더 많은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고, 그 결과 우리는 소비와 여가, 직업, 결혼, 자기 정체성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과거의 어느 세대보다 더 큰 자유를 누린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더 자유롭다고, 더 현명하다고, 더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아니면역설적이게도 과거보다 더 혼란스럽고 더 답답하다고, 더 불안하다고, 그러면서도 덜 인간적이라고 느낄까? - P8

그러나 이야기는 단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을 이해하도록돕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시간의 강을 건너가는 동안 길잡이가되어 주기도 한다.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 또 원래 출발한 곳이어디인지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목적을 지니고 앞으로 나아가며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지키고자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나는 결국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쓰는 셈이다. 미래를 예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 P11

부자는 사는 법도 죽는 법도 가난뱅이하고는 완전히 딴판이어서, 부와 권세는 얄따란 살갗에 보이는 흔적이 다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은 말그대로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일찍이 죽음은 평등의 수호자로 위세가 대단했지만, 이제 그마저도 부자들은 피해 가는 모양이었다. 세상에 분노한 사람이 그렇게많은 것도 당연했다. - P43

그 무렵의 내가 행복하게 지냈던 기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행복을 잃고 나서 뒤늦게 행복했던 것을 알아차리는 경우는 자주 있게 마련이다. - P51

당신은 나에게 삶을 줬지만,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소유할 수 있는 건 아니었어요. 사랑은 중력 같은게 아니에요. 그냥 늘 존재하는 거라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선 안 돼요. 그러니까 나는 계속 그렇게 기다릴 게 아니라, 마땅히 내 손으로 삶을 개척해야 했던 거죠. - P53

내가 겁먹은 열여섯 살 아이였을 때에는 내 안에서 찾아 불러내지 못했던 것이, 일흔두 살이 되고보니 자연스레 나를 찾아왔다. 내게 필요했던 것은 그저 삶을 견디는 능력이었다. - P54

나는 존과 함께 보냈던 길고 긴 나날을 돌이켜보았다. 그런데 기억에 남은 날들은 너무도 적었다. 끝없는 시간을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기에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선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삶을 낭비했다. 그래서 기꺼이내 삶에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를 했다. 고치 속에 숨은 누에처럼.
세계 곳곳에서 삶이 영원히 이어졌지만, 사람들은 전보다 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함께 나이 들지 않았다. 함께 성숙하지도않았다. 아내와 남편은 결혼식 때 한 선서를 지키지 않았고, 이제 그들을 갈라놓는 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권태였다. - P59

내가 늙어 가다가 죽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었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다시 그리고 또다시시작해야 하는 운명으로부터
"나는 여러 번의 삶을 살면서 이미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어. 어떤것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 법이란다." - P61

믿음의 문제란 모름지기 그 끝에 이르면 합리에 기반한 주장으로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게 마련이고, 거기서는 도약을 하는 수밖에 없다. - P62

때로 우리는 스스로 구한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용서를 찾아 헤맨다. 그리고 세상은우리에게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베풀곤 한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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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려면 자신이 속한 무리의 과거를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게 아버지의 지론이었다. - P43

「아빠 말을 잘 기억해 두렴. 진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얘기해 줄 수는 없단다. 거짓에익숙해진 사람들의 눈에는 진실이 의심스럽게 보이기 마련이거든.」 - P47

그래, 하늘이 무너질 일은 없다.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은 그저 삶의 항해에서만나는 잔파도에 불과하다. 그게 없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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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고전이 진부할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오래 살아남은 고전은 처음부터 나름의 방식으로 새로웠는데 지금 읽어도 새롭게 다가온다. 다시말해 지금 읽어도 새로운 것은 쓰인 당시에도 새로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전이라고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당대의 진부함과 싸워야만 했다. 고전은 당대의 뭇 책들과 놀랍도록 달랐기 때문에 살아남았고 그렇기에 진부함과는 정반대에 서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낡거나 진부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책들은 살아남았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고 후대로 전승되었을 것이다.  - P15

비극은 대부분 우리보다 나은 사람이 내재된 성격적 결함으로 파멸하는 얘기다. 반대로 희극은 우리보다 못한 이가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는 것을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니 시나리오를 쓰려고 한다면 적어도 자기가 쓰는 것이 비극인지 희극인지를 결정해야 하고, 그에 따라 걸맞은 덕성 혹은모자람을 인물에게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한 "비극에서 우리를 가장 매혹하는것은 급전과 발견"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극작의 초심자들이 사건의 결합보다 조사와 성격 묘사에서 성공을 거둔다"고 말하는데, 이는 플롯을 성격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그의 이론과 일치한다. 그는 극에서 중요한 것은 인물의 성격보다 ‘사건의 결합‘, 즉 플롯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 플롯에서 중요한것은 스토리를 완전히 달리 보게 만드는 반전, 그리고 그 반전을 통해 주인공이 획득하게 되는 새로운 인식이라고 보았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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