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유명한 알람브라 궁전에 가면 궁전보다 더 유명한 12마리 사자 분수가 있다. 12마리 돌사자들의 입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는데 이게 옛날에는 시계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매 시마다 어느 사자의 입에 물이 뿜어져 나오는지 보고 시간을 알 수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알함브라가 나중에 기독교도들에게 함락되고 나서 기독교도들이 여기에 완전히 매료되어 그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고 분수를 분해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이후로 시계는 두 번다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알람브라 이야기를 하니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을 타고 오른다. 기독교도 유럽의 궁전들이 금박과 수정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졸부들의 경박한 대저택이라고 한다면 이슬람 궁전인 알람브라는 유수한 가문의 유서깊은 고택같은 느낌이다. 화려하다기보다는 우아하고 무엇보다도 낭만적이고 신비롭다. 수많은 분수와 수조들이 수로로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어 항상 어디선가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또 그 분수와 수조들 사이에는 수풀 우거진 아름다운 정원들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으며, 그 정원들 사이로 고색창연한 기와지붕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아아아아 어디 먼 곳에서 북소리가..아니 기타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애잔한 음률의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워싱턴 어빙의 이 책은 몹시 지루하니 참고하시길....)
독일 로멘틱 가도의 하이라이트이자 '중세의 보석'이라고도 불리는 로텐부르크의 시의회 연회관 건물 벽에 붙어 있는 벽시계는 ‘마이스터 트룽크’(위대한 들이킴)이라는 고사를 재현하고 있다고 해서 유명한 관광코스중 하나다. 신구교간에 벌어진 30년 종교전쟁 중에 로텐부르크 마을을 점령한 구교도의 틸리 장군이 3.25리터짜리 잔에 든 포도주를 한 숨에 들이켜 마시는 사람이 있으면 도시를 파괴하지 않겠다고 하자, 누쉬 시장이 이를 단숨에 들이켜서 도시를 참화에서 구했다는 이야기다. 정말 멋진 이야기다. 아니 황당한 이야기인가??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한국 남성 위의 평균용량이 1407cc라고 되어있고 300년전 독일 남성의 위라고 해서 뭐 크게 차이가 날 것 같지도 않는데 3250cc를 단숨에 들이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뭐 어쟀든 어려운 일을 해 내었으니 역사에 남았겠지만 말이다. 이건 여담인데 소생의 대학 재학시절에 지도교수님은 앉은 자리에서 맥주 20000cc를 마시고 화장실에 가지를 않아서 방광이 터져 병원에 입원한 적도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
매시간 정각 즈음에는 시계 밑으로 수백명의 관광객이 모인다. 정시가 되면 시계 양 옆의 창문이 열리고 창문에는 인형이 나타나는데 왼쪽 창문의 인형은 몸을 오른쪽으로 틀고 오른쪽 창문의 인형은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 손에 든 커다란 컵을 입으로 가져간다. 그게 전부다. 빈 컵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딸랑딸랑거리거나 엉덩이를 실룩실룩거리는 뭐 그런 재미는 없다. 그래도 어쨌든 대단한 고사를 재현한 유명한 시계다.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도 유명한 시계가 있다. 천문학적 도형과 상징들이 복잡하게 설치된 시계인데 화려하고 아릅답다. 역시 정시가 되면 시계 위의 창문이 열리면서 창문 안에 있는 조각상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시계옆에 붙은 해골들이 종을 땡땡 울리는 그런 시계다. 역시 정시가되면 그 시계 아래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인다. 일설에는 이 아름다운 시계를 만든 장인은 시계 제작 후에 눈이 멀었다고도 하고 살해되었다고도 한다. 다시는 이런 아름다운 시계를 만들지 못하도록 말이다.(역시 믿거나 말거나다.)
유럽의 고도에는 이런 시계들이 많다. 아름답고 화려한 천문학적 도상이 있거나 인형들이 움직이는 시계 말이다. 도시의 자부심과 실용성, 시대적 트랜드를 따라 아마 경쟁적으로 커다란 시계탑을 세웠을 것이다. 중세의 시계는 정확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또 고장이 자주나서 시계 관리를 전담하는 시계공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야 했는데, 작은 도시의 경우 시계 설치비, 수리비, 인건비 등의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시계산업이 발전하면서 흔히 우주를 복잡한 기계식 시계로 보고 이 시계를 조작하고 수리하고 관리하는 시계공을 조물주(신)로 상정하는 비유들이 널리 인용되었다. 아시다시피 도킨스도 <눈먼 시계공>이라는 책을 썼다. 과연 시계공이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여하튼 존재한다면 아마 이 우주라는 시계를 만들고 바로 눈이 멀어버린 것은 아닐까? 프라하의 그 시계공처럼 말이다. 우리가 사는 이 우주보다 더 아름다운 우주를 만들지 못하도록???
‘1300~1700년, 유럽의 시계는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가’라는 부제가 붙은《시계와 문명》이라는 책에서 소생의 위와 같은 믿거나 말거나식의 흥미진진한 재미난 이야기들을 기대했는데, 이건 소생의 헛된 바람이었다. 이 책은 호사가들의 경박스런 흥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그런 책이 아니다. 서양사회에 있어서 시계와 시계를 만든 장인들이 수행한 기능에 대한 미시사적 연구의 성과물이다. 내용은 딱딱하고 재미도 없다. 소생과 같은 얄팍한 생각으로 접근하면 실망하니 참고하시길 바라나이다. 이런 내용이다. 기계식 시계가 어떻게 발명되어 발전되어 왔는가, 시계 생산 장인들의 길드 형성, 유럽에서의 시계의 확산과 런던과 제네바가 어떻게 시계 산업의 중심이 되었는가, 시계의 대량생산에 따른 시계 산업의 발달, 더하여 중국은 언제 기계식 시계와 조우했고 왜 중국에서 시계는 기계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고 장난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는가 하는 이야기들이다

2012년에 방문했을 때 '12사자 분수'는 공사중이었다. 아마 시계의 재작동을 위한 공사는 아닌듯.

알람브라 전경

로텐부르크 시의회 연회관 건물이다. 그날 무슨 공연이 있었다.

술잔을 들고 있는 인형이 보인다. 3250cc안되어 보이는 듯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의 천문시계

정시가 되면 시계아래로 이정도의 인파가 모인다.

베른이지 싶으다.
아아아아아 휴가철은 다가오는데....
소생이 올린 사진 보시고 엉덩이 들썩들썩 씰룩씰룩 거리는 분들 계시죠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