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1) 언제, 어디서 책 읽는 걸 좋아하십니까?
답1) 어디서나, 아무 때나 혼자있을 때는 거의 책을 읽는 편입니다만 꾸벅꾸벅 졸거나 멍때리거나 발바닥의 각질을 제거하는 경우도 많기는 합니다. 이게 좀 지저분한 이야기이고 책과는 또 상관도 없는 이야기인데요, 제가 뭐 자랑은 아닙니다만 발바닥에 각질이 좀 많습니다. 이 각질 제거에 한번 신경 팔리면 정말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한 참후에 정신을 차려보면 방바닥에는 허연 가루가.... 무슨 가을날 깊은 숲속의 낙엽처럼 수북하게 쌓여있거나 아니면 겨울날 인적 끊긴 호숫가의 벤치 위에 쌓인 눈처럼 소복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소생의 경애하는 아내는 혀를 끌끌끌....
문2) 독서 습관이 궁금합니다. 종이책을 읽으시나요? 전자책을 읽으시나요? 읽으면서 메모를 하거나 책을 접거나 하시나요?
답2) 뭐 스마트 폰이나 pc로도 신문이나 잡지, 불로그 글들을 보기는 하지만 전자책은 한번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아둔한 주제에 또 메모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책을 접거나 선을 긋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될 수 있으면 깨끗하게 보려고 합니다.
문3) 지금 침대 머리 맡에는 어떤 책이 놓여 있나요?
답3) 침대 옆 탁자 위에 소생이 제거한 각질만큼이나 수북하게 책이 쌓여있습니다. 30여권 넘는 거 같습니다. 대충 언급해 보면 <현대 중동의 탄생>, <공부할 권리>, <중세1>, <런던이야기>,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 <아랍, 그곳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와나미 신서의 역사>, <다뉴브>, <술꾼의 품격> 등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목차만 대충보고 시작도 안 한 책들도 있고, 중도 포기한 책도 있습니다. 요즘은 <술레이만..>과 여기 침대 맡에는 없지만 식탁에 있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문4) 개인 서재의 책들은 어떤 방식으로 배열해두시나요? 모든 책을 다 갖고 계시는 편인가요, 간소하게 줄이려고 애쓰는 편인가요?
답4) 예전에는, 민음사세계문학전집, 문동세계문학전집, 열린책들, 펭귄 등 문학전집등은 출판사별로, 시리즈로 나오는 책은 시리즈별로, 또 작가별로 정리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냥 아무생각없이 쌓아두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간소하게 줄이려고도 했으나 이제는 포기하고 확실하게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사고싶은 책은 다 사고야 말겠다는 노선입니다. 소생의 소박한 꿈은 장석주 시인처럼 호숫가나 어느 시골 구석에 저 혼자만의 개인도서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로또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5)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무엇입니까?
답5) 어렸을 때도 책을 꽤 읽었습니다. 특별히 좋아했던 책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읽는 거 보다 모으는 것에 더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국민학생때 <계림문고>라는 아동문고가 있었는데 소생이 이걸 200권 정도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문6) 당신 책장에 있는 책들 가운데 우리가 보면 놀랄 만한 책은 무엇일까요?
답6) 아쉽지만 ‘규화보전’ 같은 절세 무공비급은 없습니다. 그냥 보고 싶은 책은 다 사고자 하지만 희귀본이나 절판본에 대한 집착은 없습니다. 다만 ‘어머! 붉은 돼지가 이런 책도 가지고 있네’ 하는 정도의 책으로 소생이 생각하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소생 고삼시절에 심금이 울어버렸던 만화책 <아르미안의 네딸들> 14권이고, 다른 하나는 단국대에서 나온 <한한대사전>입니다. 이 한한대사전은 총 16권(색인1권 포함)인데 권당 가격이 10만원이고 색인도 5만원이나 합니다. 이 책은 할인도 5%밖에 안해줍니다. 소생이 지금까지 색인하고 1,2,3권을 구입했습니다. 물론 펼쳐본 적은 구입때 빼고는 없습니다.
문7) 고인이 되거나 살아 있는 작가들 중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나고 싶습니까? 만나면 무엇을 알고 싶습니까?
답7) 특별히 작가를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문8)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있습니까?
답8) 소생이 얼마전에도 <로마제국쇠망사>을 완주했고, 또 가당찮게도 대하소설을 꽤 좋아하는 편이어서 세월대로 읽은 대하소설도 많습니다. <이문열 삼국지(10권)>, <장정일 삼국지(10권)>, <동주 열국지(10권)>, <도쿠가와 이에야스(32권)>, <토지(16권)>, <혼불(10권)>, <태백산맥(10권)>, <변경(12권)>, <임꺽정(10권)>, <듄(18권)> 등 꽤 읽었습니다만. 아직 <성경>을 완독해보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이누카이 미치코의 <성서이야기(5권)>은 읽어봤습니다만.
문9) 최근에 끝내지 못하고 내려놓은 책이 있다면요?
답9) 뭐 많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답변이 똑 떨어지지 않고 시원찮은 이유는 이러합니다. <현대 중동의 탄생>, <중세1>, <역사서설>, <이슬람 1400년> 등등의 책은 소생이 읽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 끝내지 못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소생은 말하자면 우공이산의 정신으로 세월대로 책을 읽는 스타일이어서 상기한 책들은 지금 당장은 끝내지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 읽을 것이기 때문에 답변이 도도 아니고 모도 아니고 그렇습니다.
문10) 무인도에 세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져가시겠습니까?
답10) <성경>을 가져가겠습니다. 무인도는 무인(無人)이니 결국 할 일이라고는 책을 읽는 일 밖에 없을 테고, 옛날 선비들이 적소(謫所)에서 주구장창 글을 읽었듯이 소생도 한번 그리 해보고 싶은 생각은 듭니다. 찬찬히 한번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뭐 무인도에 보내달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생이 군대에 있을 때, 쫄따구 시절에 글을 읽고 싶은데 읽을 수는 없고, 읽을 책도 없었는데, 다만 주일에 교회에 가면 성경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 내가 제대할 때까지 성경을 완독해야겠다”는 가당찮은 생각을 했었는데요. 세상이 어디 돼지가 마음먹은대로 돌아가는 그리 만만한 세상이 아니잖습니까? 교회가서 침 질질흘리며 초코파이 먹느라고, 조느라고, 아니면 뭐 좀 읽으려고 하면 일어서라 앉아라 하고 율동을 해야 하고 노래를 해야해서 진득하니 읽기도 어려웠습니다.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노래는 참 좋았죠 가사도 심금을 울렸구요. 또 그도저도 아니면 교회 뒤에 불려가서 얻어터지고 하느라 결국 성경은 반에반에반에반도 못 읽었습니다. 그러다 세월흘러 소생도 어느덧 고참병장이 되어 이제 내놓고 책을 봐도 될 때는 또 이상하게 책이 보고 싶지 않더라구요. 참내... 나머지 두권은 뭘 가져가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