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랑이 말을 걸면
정용실 외 지음 / 더난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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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으로 가슴이 설레는 행복의 순간을 맞이했을 때가 있었을 것이며, 반면에 사랑으로 인해 고통과 절망의 몸부림으로 마음 아파했던 일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처럼 사랑은 우리 인생에 극과 극을 오가며 상황에 따라 때로 달콤함과 쓰라린 시련을 가져다주는 이중적인 요소를 지니며, 또한 개인적인 삶의 과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작용한다. 사랑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의 극치는 다른 어느 것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래서 사랑으로 인해 감당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에도, 우리는 은연 중 마음속으로 또 다른 상대를 만나 사랑을 가꾸어 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흔히 듣게 되는 대중가요의 가시를 살펴보면 유독 사랑에 관한 내용이 많다. 이것은 그만큼 사랑이 우리에게 있어서 중요한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시대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는 몰라도 요즘은 사랑이 의미하는 본질적인 부분도 과거에 비해 점차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는 듯해서 사실 마음 한편으로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한때는 사랑을 돈으로 주고 살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의 현실은 그렇지 만도 않은듯하다. 하지만 그런 인위적인 사랑 말고 본연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다운 사랑을 해보고 싶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싶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책은 사랑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누군가와 진정한 사랑을 나누어 가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보고자 했다.


이 책은 지난날 사랑에 흠뻑 취해보기도 하고 더러는 이별이라는 뜻하지 않은 일로 눈물을 지새우며, 자신의 인생에 사랑이 남겨놓은 여러 흔적들을 더듬어 가는 과정에서 사랑에 관한 다채로운 경험의 내용을 솔직 담백하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에서 풀어내고 있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 책의 작가들은 연인이 된 남녀의 관계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여러 사례를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지 되짚어 보며 설사 사랑 때문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추억이 있을 때에라도 이를 이겨내고 사랑다운 사랑에 용기를 내어볼 것을 말하고 있다. 무엇이든 완전한 것이 없는 것처럼 우리의 사랑 역시도 완전할 수만은 없다. 그래서 때로는 인내나 절제가 필요로 할 때도 있으며, 사랑에 너무나 몰입된 나머지 괜한 만용이나 집착은 뜻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랑을 심하게 앓고 난 사람들은 마음으로는 상처를 덮어 줄 만큼의 진실한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좀처럼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심히 두려워하게 마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랑에 한번 빠져들게 되면 마음에 받아들여지는 행복감 때문에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특히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던 상대방에게 한번 배신을 당하게 되면 그만큼의 증오도 커지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사랑과 관련하여 우리가 별거 아니라고 여겼던 사소한 부분들이나, 안일하게 대응하여 결과적으로 뜻하지 않은 낭패를 당하게 될 수 있음을 언급하면서, 그럼에도 사랑에 대한 감정을 쉽게 버리지 말고 용기를 내어 줄 것을 주문한다.


어떤 사람들은 마치 빈정거리듯 사랑이 밥 먹여 주냐며 사랑이 없이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향유할 수 있노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사랑 없이 혼자만의 여가생활을 즐기며 살아가는 것도 인생을 보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인생의 삶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사랑과 담을 쌓고 한 평생을 지낸다는 그 자체가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삭막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의미하는 바는 죽음을 상대방과 함께 하겠다는 숭고하고 결연한 의지에 표현이며, 힘들고 괴로울 때도 결코 변하지 않고 마음을 나누며 행하겠다는 묵언의 약속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랑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 내게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진정한 마음으로 스스로가 한걸음 먼저 다가서는 것이다. 또 하나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은 자신을 먼저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가장 기초적인 행위이자 의지이며 믿음이라고 한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하더라도 그만큼 수동적일 수밖에 없으며, 사랑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없는 이유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세가 되어 있다면 설사 외부적인 충격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 때에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원천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애초 환경과 성격이 다른 이성이 만나 사랑을 나누며 지속하는 것이 생각만큼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사랑을 앞에 두고 전전긍긍하며 주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언젠가 사랑이 우리를 향해 손짓하게 될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자신만의 소중하고 유일한 사랑으로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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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개 1~3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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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원작을 토대로 하여 영화나 소설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웬만한 사람들이면 익히 알고 있는 배트맨이나 슈퍼맨은 원래 만화의 캐릭터였지만 미국 허리우드에서 각색을 거쳐 악을 제거하고 정의를 수호한다는 스크린의 예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 산업을 이끌어가는 일본 역시도 한때 호러의 내용을 담아 인기를 끌었던 토미에, 그리고 데스 노트 같은 상상력을 초월하는 만화들이 대중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으면서 영상으로 만들어져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공포의 외인구단이라든가 최근 허영만의 식객과 타짜를 포함해, 비록 원작은 다른 나라의 것이지만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는 영상으로 만들어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관객들에게까지 기대 이상의 즐거움을 안겨주면서 원작에 대한 관심이 높기도 했다. 그러한 시각에서 쓸개라는 이 작품은 탄탄하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바탕으로 포털사이트 다음의 웹툰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소설화 되어 눈길을 이끌었고, 급기야는 영화로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막대한 양의 황금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낸 이 웹툰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탐욕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어서 스토리 흐름에 따른 재미와 더불어 독자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싶다.



작품 속 주인공은 표지의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쓸개라는 뜻을 가진 딴낭이라는 조금은 독특한 이름의 소유자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외부와 단절된 채로 20여년을 넘게 살아온 그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순박하고 어눌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어느 날 문득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의붓아버지로부터 자신의 태생과 관련한 비밀스런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는데, 그 내용 가운데에는 아버지의 모진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한편으로 엄청난 양의 금괴를 숨겨두고 가출해버린 오래전 엄마가 처했던 불행한 사실을 알기에 이른다.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일가친척 없이 홀로 외롭게 지내면서 은연 중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함을 가지고 있었던 딴낭은, 한편으로 자신에게 남겨진 금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의붓동생과 함께 시내의 금도매상에 들르게 된다. 하지만 금에 포장되어 있던 보자기의 겉 부분에 세실리아 흥업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는데, 묘하게도 그곳 점포의 상호이름과 동일한 것을 보고 의아한 생각과 함께 매장의 상인들로부터도 심상치 않은 눈초리를 의식하게 되면서 서둘러 빠져나온다. 이후 그는 조선족이었던 엄마로부터 금괴가 자신에게 넘겨지기 전까지 그 과정에서 배후에 가려진 어떤 깊은 사유가 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되고, 지금까지 자신이 모르고 있었던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 둘씩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 결과 딴낭은 자신의 태생과 관련하여 가슴 아픈 사연의 연유가 되었던 충격적인 실체를 새로이 인식하게 되면서 작품 속 이야기는 쉽게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간다.

 


포탈사이트를 기반으로 하여 근래 들어 인터넷 웹툰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음을 본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웹툰을 즐겨보는 편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혹 들여다보게 될 때 일부 작품의 경우에는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심금을 울리거나, 부조리한 오늘 우리의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꼬집는 등의 내용면에서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흡족한 것이 의외로 많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그래서 이 작품도 내게 있어서 몇 안 되는 흥미롭고 기억할만한 웹툰이 아닐까 싶다. 400Kg이라는 어마어마한 황금을 차지하기 위해 인간의 이기주의적이고 과도한 욕망의 세계를 스릴 있게 펼쳐낸 이 작품은, 돈을 향해서라면 그 어떠한 행위를 저질러도 상관없다는 금전만능주의 세태를 다각적인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단지 작품이 주는 흥미를 넘어 우리의 윤리적 도의에 대한 자각을 다시금 직시해볼 수 있도록 했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다른 어떤 작품보다 상당한 공들 들이며, 기나긴 장고 끝에 만들어진 것임을 연재 후에 밝힌 바 있다. 작품의 내용에 대해 접하는 사람들마다 세부적인 평가의 부분은 각기 다르겠지만, 인터넷상에서 많은 독자들이 공감과 호응이 적지 않았던 것을 보면, 이 작품의 이면에 내포되어 있는 주제의 의미와 아울러 짜임새 있고 스릴 넘치는 전개의 흐름에서 오는 인상적인 장르의 요소는, 아마도 기대 이상의 재미를 제공해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요즘 들어 우리들이 한번 쯤 생각해 볼만한 유의미한 내용을 다룬 여러 웹툰들이 제법 소개되고 있는 듯해 보인다. 이는 그만큼 작가의 부단한 노력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웹툰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졌다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인기리에 연재되었고 이제 곧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인 이 작품을 아직 접하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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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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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문학과 관련하여 이름이 꽤나 알려진 외국의 여러 유명작가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국내 독자들에게 여전히 꾸준한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들 중 한 명을 꼽는다면 프랑스의 대표작가로 알려진 기욤뮈소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는 자신의 작품으로 이미 자국 내에서 무려 200주가 넘는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하며 대중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40여개의 나라에 판권이 팔릴 만큼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아울러 우리나라에도 그의 작가적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다수의 작품들이 여러 차례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에게 적잖은 호응을 얻은바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 할 때, 그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학을 선호하는 대중들에게 그 나름대로의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아마도 작품 줄거리를 통해 긴장감이 넘치는 스릴의 요소에 애틋하면서도 한편으로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름다운 로맨스를 조합시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물론 그의 작품을 접해본 일부 독자들에게 있어서는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감성에만 호소하려는 반복적인 패턴에 식상함을 느껴 다소 비판적인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개인주의가 점점 팽배해지면서 건조하고 메말라가는 우리의 냉담한 사회현실을 감안해본다면, 그의 작품으로 인해 잃어버린 감성을 조금이나마 일깨우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 작품은 그러한 시각에서 사랑과 감동의 여운이 가미된 매혹적인 스릴러가 전개되어 있어서 독자들에게 기대 이상의 흥미로운 감상의 시간을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사건의 발단은 프랑스 파리의 경찰청 강력계 팀장으로 자신이 맡은 사건에 열정을 가지고 책임감을 다하는 열혈 여형사인 알리스가, 이른 새벽 뉴욕 센트럴 파크공원의 숲속 벤치에서 난생 처음 보는 낮선 남자와 함께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는 잠깐의 비몽사몽간의 정신을 가다듬고 지금쯤 파리경찰청에 있어야할 자신이 어떻게 현재와 같은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의아심을 가지고 지난밤의 기억을 곰곰이 더듬어 보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기억으로는 지난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바에서 술을 마시고 취한상태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하던 것까지만 생각이 날뿐, 그 이후의 일은 도무지 떠올릴 수가 없다는 사실에 체념하며 망연자실한다. 이윽고 알리스는 여전히 자신의 옆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른 채 잠들어 있는 남자를 서둘러 깨운 뒤, 조각난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하지만 그 남자 역시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 혼란스러워하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쉽게 납득하지 못한다. 그러한 고민도 잠시 알리스는 자신의 옷에 누군가의 혈흔이 묻어있고 또한 무언가를 암시하는 것처럼 생각되는 번호가 팔뚝에 적혀져 있으며, 한편으로 소지하고 있는 권총이 자신이 것이 아닌 것을 문득 깨닫게 되면서, 지금의 상황이 파리근교에서 발생한 독신여성의 연쇄살인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리고는 즉시 파리경찰청의 동료형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하고, 가브리엘이라는 생면부지의 남자와 어떻게 해서든 이 난관을 벗어나기 위한 나름대로의 계획에 착수하게 되면서 작품 속 이야기는 본격적인 국면으로 접어든다.


작품의 내용면에서 본다면 시작부터가 무언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은, 주인공 알리스가 혼자 사는 여성을 상대로 한 연쇄살인이라는 스릴을 배경으로 급박한 전개가 이루어지지만, 중반 이후부터 사건과 관련한 수수께끼와 같은 의문점들이 하나둘 씩 베일을 벗으면서 독자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놀라운 반전이 펼쳐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작품을 이면에는 한 여성이 고통스럽게 겪어야 했던 안타까운 과거의 사실이 애틋하면서도 의미심장하게 그려져 있으면서도, 결말부분으로 갈수록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휴머니스트적인 감동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기욤뮈소라는 작가가 왜 유명세를 타고 있는지를 이 소설을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할 만하지 않나 싶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은 독자로서 약간의 부분을 지적해 본다면 사건과 관련하여 중간 중간 과거의 사실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흡입력 있는 스토리 흐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감소시키는 딱딱한 내레이션 형태의 서술방식과, 사건의 모티브 설정에서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조금은 방해요소가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매력적이고 탄탄한 스토리의 진행과 섬세하고 치밀한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을 통해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한 주제의식을 간접적으로나마 일깨워주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많은 독자들이 한번 쯤 읽어볼만한 괜찮은 작품으로 생각된다. 기욤뮈소의 작품은 읽어보면 언제나 독자들에게 실망스러움을 안겨주지 않는듯하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그의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즐거운 감상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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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임 이펙트 -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들
이창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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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큰 줄기의 흐름은 사건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고, 모든 역사의 기록은 승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들 말한다. 그렇다 보니 그들에 의해 만들어진 역사의 내용 속에는 실제의 사실적인 부분 외에도, 일부의 내용이 다소 부풀려지거나 미화되고 왜곡되어 후대로 전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게 마련이다. 역사란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으며, 그에 따라 단순한 하나의 사건에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오늘의 시각에서 과거 역사의 사건을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많은 역사의 내용 중에는 우리가 잘못이해하고 있었거나 본래 역사의 사실과는 사뭇 다르게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나온 역사를 돌이켜보면 인류 역사의 변곡점이 되는 기간에는 언제나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혁신을 일으켰던 르네상스의 도래가 그렇고, 제한적인 역사의 무대를 지구 전체로 확대시켰던 신대륙의 발견이나 18세기 영국의 산업혁명은 우리의 전반적인 사회경제 구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 볼 것은 많은 역사의 사건들 가운데에는 그와 같이 인류를 한걸음 진보하게 만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있지만, 역사의 발전은 고사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측면이 더 가까운 일종의 범죄나 다를 바 없는 부정적인 내용도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점에서 표지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와 같이, 세계사의 주요 전환점 되는 시기에 항상 범죄가 존재했으며 그 과정에서 우리 인류사를 변화시킨 내용이 무엇인지를 집중조명 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의 사실을 다시금 관찰해보고자 했다.


먼저 이 책의 저자는 인류의 역사는 곧 범죄의 역사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는 말한다. 얼핏 들으면 독자의 입장에서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역사의 많은 굴곡의 지점에 범죄가 빠지지 않았음을 살펴볼 수 있는데, 그러한 사실이 결국 인류 문명의 변화에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볼 때, 독자들은 그러한 저자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할 것으로 생각된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내용은, 고대사에서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수 없이 많은 역사적 사건 가운데에서도 결코 배제할 수 없는 16가지의 핵심적이고 이슈가 될 만한 역사의 사실들을 흥미진진하면서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도록 그 전모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주목을 이끈다. 1부의 내용에는 역사에 기록된 최초의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예수와 소크라테스를 죽음으로 몰아간 고대시대에 진행되었던 재판의 과정을 엿볼 수 있으며, 중세 몰락의 과정에 횡행했던 마녀사냥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했다. 2부에서는 맹목적인 종교적 신념과 탐욕으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희생된 십자군 전쟁의 내막과, 명분 없는 추악한 전쟁으로 변모한 영국과 중국 간에 아편 전쟁, 그리고 미국의 금주법 시행의 결과로 나타난 당시 조직범죄의 실상을 담았다. 3부와 4부의 내용에는 미란다 원칙이 만들어지게 된 그 배경과 이제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9.11테러와 같은 극단주의의 실상을 담았고, 최근 언론에까지 문제시 되고 있는 명예살인의 내용과 사이버 테러와 같은 문명의 이기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범죄 양상을 상세하게 분석하여 소개하고 있다.


사소한 개인의 감정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든 전쟁과 같은 국가적 이기주의에 의한 것이든 역사상의 큰 변화 뒤에는 범죄가 존재했음을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인류의 역사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많은 역사서들이 있었지만, 이 책과 같이 여러 형태의 범죄로 인해 역사의 흐름이 뒤바뀌었음을 지적하고 언급한 경우는 없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지나온 인류 역사에 크고 작은 범죄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을 당해야 했던 역사적 과오들이 상당 부분 정의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미화되어 포장되어 왔음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범죄를 억제하고 뿌리 뽑는 것이 정의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오히려 정의라는 미명하에 범죄의 행태 자체가 합리화 되어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하지 말아야 함을 은연 중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오늘날 글로벌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으로 세계평화와 지구를 위협하는 문제에 적극대처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다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진 것만은 분명하지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사건들이 언제 어디서 터지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완벽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책을 통해 범죄에 대한 냉정한 비판의식은 물론이고, 우리의 올바른 역사관의 정립과 정의에 대한 본질을 다시금 재인식해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은 범죄라는 관점에서 세계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살펴봄과 동시에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이유로 많은 독자들이 인류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던 역사적 사건의 전반적인 내용을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관의 폭을 한층 더 확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여 한번 일독해 보기를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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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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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성을 보이는 인격장애는 통상 성격적으로나 행동에 있어 일반 사람들의 수준을 벗어나 극히 편향된 상태로 치우침에 따라, 현실사회에서 자신에게나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성격이상의 문제로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병리학적으로는 정신질환이라고 하며, 이러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 규범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범하거나,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없으며 그것의 옳고 그름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범죄자 중에는 이와 같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동안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같은 편집성 인격장애와 관련한 범죄스릴러물들이 종종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흥미로운 줄거리를 통해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눈길을 이끈바 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내면에 깊숙이 개입하여 본질적인 문제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단순히 공포나 스릴을 부각시켜 대중성을 높이는 제한적인 요소로만 작용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소설은 정신적으로는 분명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 상태를 알 수 없는 소시오패스적인 기질을 가진 한 남자의 심리적 내면을 예리하게 파헤치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의외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심리추리스릴의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기존의 심리소설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묘미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주인공 릭토르는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주로 입원해 있는 노르웨이의 어느 한적한 작은 마을의 요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는 독신남성이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그를 보고 있노라면 일반인들과 별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간호사처럼 보이지만, 릭토르는 스스로가 타인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자신의 내면 저 밑바닥에 악의 기운이 잠재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언제 어느 순간에 자신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일종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을 지닌 조금은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는 병원 환자에게 건네는 약을 환자에게 주지 않고 고의로 변기통에 버리거나 주사처방전을 무시하기도 하며, 심지어 요양환자를 꼬집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하는 습관적 가학적인 행동을 일삼으면서, 자신의 그러한 행위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냉정하고 막무가내식의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는 요양원에서 자신과 함께 근무하는 안나라는 간호사를 마음속으로 흠모하고 있을 만큼 애틋한 감성도 지니고 있으며, 알코올중독자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호의와 배려를 하기도 하는 인간애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신뢰를 져버린 한 남자를 망치로 무참하게 살해하는 사건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사건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그 사건과는 별개로 그가 누군가를 질식시켜 죽였다는 혐의로 체포하면서 작품 이야기의 행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작품의 내용을 읽다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품 속 주인공은 릭토르는 힘이 없는 환자들을 괴롭히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기도 하기도 하며, 낯선 타인의 운명을 저주하는 악의적인 상상을 하는 등의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어린 시절 누구로부터 지나친 학대를 받았거나, 그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어떤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분명 남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내성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어떤 면에서 보면 사이코패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간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어서 또 다른 형태의 예외적인 인물로 인식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작가는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지닌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고독, 죽음과 같은 어두운 심연의 세계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여 심리스릴소설이 지니는 독특한 매력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다만 작품 전반부의 내용이 다분히 서술적인 흐름에만 그치고 있어서 후반부에 비해 따분함이 느껴질 만큼 지루하게 전개되어 있고, 전반적인 음울한 배경의 분위기와는 별도로 강렬한 공포나 스릴의 체감도가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의미가 있게 여겨지는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점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때로 선과 악이라는 가치판단의 선택 앞에서 주저하는 나약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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