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혁명 - 우리는 누구를 위한 국가에 살고 있는가
존 미클스웨이트 외 지음,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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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몇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우리 사회에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 것 중에 한 가지는 복지확대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한쪽에서는 과거와 달리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그에 걸 맞는 복지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과도한 복지로 인해 경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의 몇몇 나라들의 사례를 들며,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사실상 지금까지 나타난 여러 통계수치를 고려해보면, 우리와 비슷한 경제를 이루고 있는 여타 국가들에 비해 우리의 복지수준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도 결코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정부는 그동안 경제성장을 이유로 미루어왔던 복지확대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면서도 그 수준을 어디까지 확대할 것이며,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지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는듯해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최근 내수부족으로 인한 재정적자와 실업이나 물가의 불안정과 같은 부정적인 국내의 경제상황과 더불어 세계경제의 불경기로 인한 국제수지 악화의 문제로 복지실현의 확대는 생각만큼 쉽게 해결될 성질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의 고민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2008년 미국에서 촉발한 국제금융 위기의 사태는 경제주체들의 신뢰를 무너트렸다는 점에서 국제경제에 혼란을 가져왔고,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유럽 여러 나라들의 재정이 악화일변도로 치달으면서 그 위기의 여파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 정부는 장기간의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현재 대다수의 국가가 그러하듯 한계에 부딪친 기존의 정치와 경제를 답습하는 임기응변식의 대응에 탈피하여, 과감하고 획기적인 변혁을 통한 새로운 경제 이데올로기 구축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깊이 모색해보고자 했다.


저자는 먼저 책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지고 이후 지금까지, 경제안정화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들은 물론이고 그와 연관한 경제주체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겉으로는 제법 회복상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된 위험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며, 지난날의 잘못을 교훈으로 되새겨 자각적인 인식을 기점으로 이제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정부를 가꾸어 나가는데 힘써야 할 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책을 통해 바람직한 정부를 세우기 위해 인류가 진화해왔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면서 말하기를, 17세기 무렵 유럽사회가 봉건사회를 붕괴시키고 국민국가체계를 이루어 냈던 시기를 1세기 혁명으로 보고 있으며, 2의 혁명은 그로부터 1세기의 시간이 지나서 존 스튜어트 밀이 주장한 자유주의에 영향을 받아 정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자본주의가 확립된 기간이고, 이후 국가의 구성원이 되는 시민의 인권을 중요시 하여 그들의 행복증진에 중점을 둔, 큰 정부를 토대로 진행되어 왔던 복지국가체제로의 전환을 제3의 혁명 시기로 구분지어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볼 때, 지난 시기동안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시대의 흐름과 사회변화에 맞게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켜 안정된 사회를 형성하고 유지해왔듯이, 지금 이 시점에 와서 지체하지 말고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은, 다각적이면서도 세분화 되고 있는 현실사회를 폭넓게 포용하면서도 효율성을 증진시키도록 하는 제4의 혁명으로 간주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이상적인 정부를 만들어야 할 시기임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그 변화의 움직임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몇몇 국가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음을 예의 주시해야 하며, 그 안에서 해법의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세이후부터 시대의 주류로 자리매김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제사회를 주도적 이끌어 왔던 서양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긍정적인 방향에서 앞으로 더 나아갈 동력을 잃었다면서 실패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처럼 불안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 타개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돌이킬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을 우려하면서, 다방면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시급함을 강조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저자의 이러한 시각은 지금 경제의 불황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다수의 국가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우리가 주시해봐야 할 것은, 이러한 방안을 무리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정착시켜나갈 것인가 하는 실행과정의 문제를 정립하는데 있다. 이 점에 대해 저자는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스웨덴을 비롯한 발트3국이 정부 스스로가 비대해진 몸체를 줄이고 유연하게 대체함으로써 국가의 재정을 건전화하는데 국민적 합의를 이루어내고 있다는 사실과, 한편으로 인도에서는 기존의 의료시스템에서 벗어나 효율적인 의료개혁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경제성장과 사회규율,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정치적 권위주의를 결합하며, 성공적인 근대화를 위한 설득력 있는 모델을 제공함으로써 오늘의 싱가포르를 있게 만든 리콴유 수상의 정부 개편능력을 예로 들면서 결코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물론 저자가 주장하는 이 책의 내용이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부합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변화를 통한 개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쟁취를 위해 인기에 영합하는 근시안적인 정책 보다는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자국의 경제상황을 고려한 개혁의 의지를 가진 정부능력자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그 누구도 예외 없이 정부가 비효율적인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하는 철저한 감시와 함께, 정치를 혐오스럽게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참여의 정신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우리의 경제현실을 직시했으면 싶고, 아울러 빠르게 변하는 세계정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좋은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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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 - 구글 애플 페이스북 어떻게 자유로운 업무 스타일로 운영하는가
아마노 마사하루 지음, 홍성민 옮김 / 이지북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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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사회구조도 새로운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 부분들이 더러 있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조선시대의 정신적 사상이 되었던 유교문화의 잔재가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회생활에 자리 잡고 있으며, 일제의 압박을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것이 반세기가 넘었지만 그들이 심어놓았던 문화들의 일부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청산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의 기업문화도 마찬가지여서 근대화시기에 받아들여진 일본의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업무관계에 있어서 수직적인 구도를 중시하거나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되어야 한다든지 하는 것을 보면 서구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의 조직문화는 여러 면에서 다소 경직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조직문화의 흐름이 전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이나 효율성에 있어서 마이너스의 요인으로 작용하여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최근 우리의 사회가 글로벌 시대에 맞춰 개인의 창의성이 중시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업무방식을 무조건적으로 고수하려는 인식은 재고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공 신화를 이루어 낸 미국의 픽사는 기업의 문화를 혁신적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수년 간 동안 부진했던 기업의 상태를 정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다른 무엇보다 빠른 시대 변화에 맞춰 그에 맞는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 기업 내부에 개방적이며 자유로운 조직문화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기업의 문화를 조명해보고, 우리가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실천할 것인가를 깊이 모색해보고자 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으로 획일적인 자국의 기업조직문화에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오래전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교류를 통해서 얻게 된 새로운 업무방식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말하기를 시대의 변화와 기술의 발달로 비즈니스 영역이 점차 다각화되어 가고 있는 것처럼 그에 따라 우리의 업무 방식도 새로운 환경에 걸맞게 바뀌어야 하며, 만약 그러한 변화가 두려워 현재까지 지속되어온 고유의 업무방식을 고집한다면, 언젠가 기업은 경쟁에 뒤처져 결국에는 도태되고 말 것이며 조직에 속한 개인 역시도 어느 순간, 생각지 못한 한계에 부딪쳐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인의 능력을 존중하며 자유롭고 혁신적인 업무 환경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업체들이 중점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업무방식을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할 것을 역설한다. 이를 근거로 현재 실리콘 밸리에서 미래형 업무방식을 몸소 실천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가고 있는 실제의 사례들을 언급하며, 많은 독자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조직이 중심이 되어 이것이 개인에게로 전수됨으로써 얻어지는 업무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어 종국에는 욕구불만으로 이어져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개인주의라는 명목으로 조직의 화합에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명확히 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은 자기계발에 대한 노력과 시간을 아까지 않고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조직을 우선시 하는 기업문화에 흡수되어버리고 나면 제한적인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을 해결하는데 있지 않다. 직업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의 연속이며 그 안에서 성취욕을 느끼고 삶에 있어 자기완성이라는 자부심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조직에 얽매여 자신의 이상과 뜻을 펼치는데 걸림돌이 된다면 한번 쯤 제고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책에서 개인과 개인이 연결되는 시스템, 분업으로 격리되는 것이 아니라 공존을 이루며, 자유로운 스타일을 지향하는 실리콘 밸리로 문을 두드려 도전을 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넘쳐나는 업무량을 감당하지 못해 야근을 해야 하고 불합리한 줄 알면서도 필요 이상의 접대를 해야만 우리의 기업문화 속에서 창의성이 요구되는 미래를 향한 자기계발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책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시스템은 회사나 조직이 중심이 되는 기업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또한 조직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자질이 우선이며, 차별이나 고정관념에 보다 자유로우며 실수를 인정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기고 지는 경쟁에 함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취업의 문제를 앞두고 있거나 혹은 직장 조직 내에 적응이 힘든 독자들이라면 먼 장래를 위해 고려해볼 만한 하지 않나 싶고, 아울러서 이러한 기업의 문화가 우리의 기업 내부에도 작은 부분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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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모른다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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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에서 방영되는 일부의 예능프로그램을 보면, 사전에 가상의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결과의 향방을 그려가는 심리추리게임의 시나리오로 시청자들을 짜릿하면서도 아찔한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물론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이끌어 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사전조율과 의도된 기획의 방향으로 설정을 했겠지만, 막상 그 진행과정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캐릭터에 몰입되어 감정을 이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러한 계획된 각본의 장치를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기대하지 않았던 짜릿한 스릴을 느끼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심리추리의 요소는 이전에 뮤지컬이나 영화에서 많이 간혹 다루어지긴 했으나 이제는 그 영역이 점차 확대되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듯하다. 그러한 시각에서 이 작품은 인간이 지닌 욕망과 같은 감정의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추어 그 흐름의 과정을 흥미롭게 전개한 심리추리스릴러물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의 작가와 관련하여 많은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관계로 일부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낯설 것이라 생각되지만, 이 소설의 저자 카린 지에벨은 현재 프랑스 심리스릴러의 아이콘으로 여겨질 만큼 데뷔 시기부터 지금까지 다수의 추리작품상을 수상해왔고, 프랑스 자국의 문단과 독자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한 여성이 과거 한때 자신이 겪게 된 뜻하지 않은 일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우발적인 행동으로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치밀하게 엮어내었는데, 전개되는 내용에서 연약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부각시킴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추리스릴러물의 다각적인 관점의 재미를 제공해 주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작품 속 이야기는 강력반 형사반장으로 일하고 있는 브누와 경감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어느 외진 곳 지하실 철장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난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회상하면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된 일을 저지른 적이 없으며 단지 늦은 저녁에 누군가와 잠깐 동안 술을 마신 희미한 기억 밖에 없다. 잠시 시간이 흐른 뒤, 매력적인 얼굴을 지닌 리디아가 그의 눈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그에게 이곳에 가두어 둘 밖에 없었던 이유와 함께, 앞으로 묻는 질문에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살아서 밖을 나갈 수 없음을 경고하게 된다.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끌려와 엉뚱한 상황에 놓여 당황스러움을 느낀 그는, 하루 전날 퇴근길에서 고장 난 차를 손봐달라는 여성이 바로 그녀였으며, 차를 고친 뒤에 차를 한잔 대접하겠다는 그녀의 제의를 받고 시간을 보내다가 지금의 상황에 처해있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한편 리디아는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동생을 죽인 범인이 다름 아닌 브누와 경감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복수에 대한 일념에 사로잡혀 지난 몇 개월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조사해왔으며, 마침내 그를 유혹하고 사건의 전말을 밝히려는 나름대로의 계획에 착수하여 현재의 상황을 만드는데 성공하게 된다. 브누와 경감은 그녀와의 대화에서 자신은 결코 그녀의 동생을 죽인 사실이 없으며 잘못된 정보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을 설득해 나가지만, 반면에 리디아는 그가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한다고 간주하고 점점 폭력을 동원한 잔혹한 고문을 시행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후 작품 속 이야기는 사건 진실의 향방을 놓고 두 인물 간의 치열한 심리전이 팽팽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미궁의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이 소설은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잊지 못하고 왜곡된 인식으로 비이성적인 방법을 통해 현실을 극복하려는 한 여성과, 한때의 일탈적인 행위가 원인이 되어 생각지 못한 극한 상황에 빠지게 된 남성이,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우연히 맞닥트리면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기대 이상의 흥미진진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독자의 입장에서 이 작품이 조금은 예외적이고 이채롭게 생각되는 것은, 기존의 추리소설이 대개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범인을 추적해가는 통상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면, 이 소설은 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된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그러한 사건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어 주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과, 사건이 전개되고 압축되어가는 과정에서 전해져 오는 스릴이나 반전의 요소보다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광기나 공포의 상황을 리얼하게 묘사함으로써 파급되는 상황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르를 선호하는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여타의 추리물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르면서도 신선한 스릴의 묘미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은 본격적인 추리물과는 사뭇 다른 전개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이를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다소 만족감이 떨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 소설은 추리스릴러물에 관해 흥미를 느끼는 시각적 관점의 차이로 인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것으로 여겨진다. 매년 많은 추리스릴러물이 새롭게 발표되고 있지만, 독자의 눈길을 이끌 만큼의 주목할 만한 작품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따라서 특이할 것이 없이 매번 반복적인 추리물에 따분한 건조함을 느끼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면, 이 작품에 한번 관심을 가지고 일독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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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아이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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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장르분야에서 대표적인 일본의 대중작가를 꼽으라고 한다면, 지금도 여전히 꾸준한 작품을 발표하면서 베스트셀러의 작가로서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지만, 그에 못지않은 작가로 또 한 사람을 내세운다면 아마도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아닐까 싶다. 화차, 이유, 모방범과 같은 일본의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이를 여과 없이 작품 속에 녹여내어 독자들로 하여금 기대 이상의 감흥을 안겨줌으로써 이미 자국 내에서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뒤를 잇는 후속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마찬가지로 그녀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적잖은 독자층의 형성은 물론이며 미미여사라는 애칭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이 소설은 미야베 미유키 작가가 본격적인 미스터리 추리작가로 자리잡아가는 초기과정에서 집필된 것으로, 그녀의 팬이라 자처하는 독자들에게도 조금은 낮선 작품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에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사회파 작가로써 거듭하기 이전 그녀의 초기작품 경향을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더불어 이 작품 담고 있는 주제를 살펴보면 살인과 같은 중범을 저지른 미성년들에 대한 양형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데, 이야기 전개의 흐름에 끔찍한 연쇄살인을 모티브로 하여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미스터리가 연계되어 있어, 독자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가독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몰입의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 무대의 배경이라든지, 아이를 주요 인물로 내세워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고 있는 점은, 훗날 작가가 발표한 작품들의 내용과도 연관성이 있기에 자못 흥미를 더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작품 속 이야기의 시작은 하천의 제방을 따라 산책을 나섰던 어느 모녀가 상류에서 떠내려 온 것으로 보이는 비닐봉지에서 시체의 일부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다. 한편 도쿄 외부의 시마타치로 이사를 하게 된 경찰 미치오는 부인과 이혼을 하고 중학교 1학년인 아들 야키사와 준과 함께 평온한 일상을 보내던 도중에, 자신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급한 연락을 받고 출동하게 된다. 아버지의 출타로 혼자 남게 된 준은 가정부로 일하는 하나 아주머니와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하게 그녀로부터 최근 동네에서 젊은 처녀가 살해되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혹시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공연한 생각에 잠긴다. 그런데 다음날 학교에 갔던 준은 신고라는 친구로부터 어제 들었던 소문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유명한 화가로 알려진 시노다 도고라는 노인이 사는 집이며, 마을 주민회장으로 있는 신고의 아버지와도 소문의 내용을 두고 한동안 다투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두 친구는 소문에 대한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암암리에 조사하기로 약속한다. 그날 밤 며칠 전 동네 발생한 신체토막 살인사건과 소름끼치는 소문으로 인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고 깨어있던 준은, 대문 밖에서 누군가의 수상한 인기척을 느끼게 되는데, 즉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살펴보다가 우편함에서 시노다 도고는 살인자라는 내용의 발신인 표시가 없는 편지 한통을 발견하게 된다. 더불어 이번 살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본부에서도 또 다른 장소에 한 구의 시체가 더 있음을 알리는 우편물이 속달이 도착하면서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변해간다. 경찰 조사결과 두 통의 짤막한 편지의 글씨체는 동일인일 것으로 추정되며, 범인이 아무런 요구사항도 없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이유 없는 연쇄살인이 추가로 발생할 것을 예상되어 수사에 박차를 가하지만 사건은 좀처럼 진척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두 명의 젊은 아가씨를 연쇄적으로 살해하고 신체를 토막 내어 유기하는 쇼킹한 사건을 토대로 미스터리적인 분위기와 시종일관 긴장과 스릴을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의 유명세를 증명해 보일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치밀한 구성으로 작품을 읽는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해 보이지 않나 싶다. 아울러 작품의 이면에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성인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의 윤리문제를 깊이 파헤치며 그들의 도덕적 가치관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기도 해서 사회고발적인 성격이 강한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독자들이 이 작품의 내용과 관련하여 일탈된 10대들이 안고 있는 개인적인 문제를 정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폭넓은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새로이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대개 범죄와 관련한 추리물의 경우, 사건에 관하여 경찰 위주의 시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로 보이지만,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경찰이 주도하여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아닌, 아버지를 형사로 둔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의 전반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사건의 핵심을 논리적으로 파악해 결과에 도달하는 조금은 이례적인 상황을 그려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러한 이야기의 흐름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개연성의 문제로 확대되기 쉬운데, 이 작품은 묘하게도 그러한 비판적 경계의 지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전개하고 있는 것이 이채롭게 다가온다. 다만 조금 아쉽게 여겨지는 것은 사건을 전제로 한 풍부한 서사의 과정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이 이해관계를 마치 억지로 끼워 맞춘 것 같은 든다는 점과, 결말 부분에서 반전의 묘미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커서 그럴지는 몰라도, 다소 미흡하게 처리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이 소설은 미미 여사의 초기작품 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이후 그녀가 발표했던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매혹적이고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을 것 생각된다, 따라서 장르분야를 선호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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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보다 높은 향기
김재형 지음 / 지식과감성#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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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관계에서 오는 사랑에 대한 감정은 사랑을 대하는 개인의 주관적인 관념이어서 사람마다 생각하고 느끼는 바가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사랑이란 딱히 어떤 관계어야 한다거나 혹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이라고 규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신뢰를 바탕으로 진실한 마음의 문을 열고 나와 함께 한다는 상대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깨달으며, 그래서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배려하려는 행위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로맨스 문학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아마도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서간체 소설로 고전의 반열에 오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한 번쯤 읽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이미 다른 사람의 약혼자가 되어버린 로테라는 여성을 만나 첫눈에 반해 사랑에 눈이 멀어 열병을 앓던 도중에 그녀와 함께 사랑을 이룰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마침내 권총으로 자살에 이른다는 극단적이면서도 애틋한 줄거리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작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왓 이프의 내용을 살펴보면 과거 시련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순정남과, 사랑스럽고 유쾌한 성격으로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을 지녔지만 이미 5년 동안 사귀고 있는 애인을 둔 여성이 우연히 서로 만나 호감을 갖게 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랑의 과정이 그려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위의 두 작품을 언급한 것은, 이 소설이 별개의 두 작품을 마치 혼합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지 않나 싶고, 아울러서 조금은 진부하게 여겨지는 사랑의 이야기에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닌, 사랑이 우리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게 하는지를 일깨워 주고 있기도 해서 한번 쯤 주목할 만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작품 속 이야기는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그래서 장차 세계를 무대로 그라운드를 누비고자 하는 한 소년의 개인적 열망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는 한때 일본 유소년 축구클럽에서 함께 축구를 즐겼던 민수라는 친구를 중학교 축구부에서 다시 만나 꿈을 펼쳐나가던 도중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친구를 잃게 되고, 한편 자신은 시합에 지장을 줄만큼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으면서 돌연 축구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점차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실의에 빠져 몇 년 간의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소년은 중학시절 마음속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유미라는 친구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걷잡을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갈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도 그녀를 향한 사랑을 멈추지 않는다. 이후 그는 국비장학생으로 선정되어 일본으로 유학길에 올라 열심히 공부한 끝에 수석졸업의 영예를 얻으며, 유미와 조금 더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에 미국으로 다시 유학길에 오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연인이라고 믿었던 유미에게서 이미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한 번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만다. 그렇게 실망으로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그는 누군가가 바에 놓고 간 핸드폰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그의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여자를 만나는 기회를 얻기에 이른다. 그녀는 어릴 시절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 여성이었으며, 그녀와의 우연한 만남을 지속하면서 과거에 그가 겼어야만 했던 두 번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삶의 희망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인생사 호사다마라더니 잠시 일본으로 떠난 그녀에게서 뜻하지 않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마침내 그의 삶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어 버린다.


이 작품은 한 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여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담고 있는데, 다른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작품 속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게 할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다만 이 소설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중간 중간 이야기의 연결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것과, 인물들 간의 갈등에서 오는 심리적인 묘사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몰입에 조금은 방해가 되고 있지 하는 점이다. 이 소설이 중점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사랑의 내용과 관련하여, 요즘의 우리 사회세태를 들여다보면 사랑을 마치 상품처럼 인식하여 조건부적인 사랑이 우선시 하거나, 또는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으로 믿고 인생의 모든 것을 던져버린다든지 하는 식의, 사랑과 이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인스턴트 식의 사랑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나 싶다. 물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반적인 사회구조가 그러한 흐름으로 나아가는데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랑의 본질이 더러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든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에 노부부의 소박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내용을 그린 다큐멘터리 독립영화가 많은 관객들로부터 상당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사랑으로 시작해 부부 간의 인연을 맺고 한 평생을 지켜간다는 것이 얼핏 보면 극히 쉬운 일처럼 보이지만, 사랑에 기초한 굳건한 신뢰와 믿음 없이는 힘든 일이다. 우리는 사랑으로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의 기쁨을 얻기도 하지만, 때로 사랑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은 사랑만큼 우리의 인생을 빛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 소설은 가독성 있는 줄거리와 극적인 분위기를 통한 재미도 재미지만, 한편으로 보면 우리가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런 이유에서 독자들이 이 작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일독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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