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시력 매드 픽션 클럽
카린 포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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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회성을 보이는 인격장애는 통상 성격적으로나 행동에 있어 일반 사람들의 수준을 벗어나 극히 편향된 상태로 치우침에 따라, 현실사회에서 자신에게나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성격이상의 문제로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병리학적으로는 정신질환이라고 하며, 이러한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대개 사회적 규범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범하거나,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이 없으며 그것의 옳고 그름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범죄자 중에는 이와 같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그동안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같은 편집성 인격장애와 관련한 범죄스릴러물들이 종종 발표되면서 이에 대한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흥미로운 줄거리를 통해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눈길을 이끈바 있다. 하지만 그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내면에 깊숙이 개입하여 본질적인 문제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단순히 공포나 스릴을 부각시켜 대중성을 높이는 제한적인 요소로만 작용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소설은 정신적으로는 분명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 상태를 알 수 없는 소시오패스적인 기질을 가진 한 남자의 심리적 내면을 예리하게 파헤치면서도, 음산한 분위기를 배경으로 의외의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심리추리스릴의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많은 독자들이 기존의 심리소설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색다른 묘미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주인공 릭토르는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주로 입원해 있는 노르웨이의 어느 한적한 작은 마을의 요양원에 간호사로 근무하는 독신남성이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 그를 보고 있노라면 일반인들과 별다를 바 없는 지극히 평범한 간호사처럼 보이지만, 릭토르는 스스로가 타인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며 자신의 내면 저 밑바닥에 악의 기운이 잠재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언제 어느 순간에 자신이 우발적 살인을 저지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일종의 사이코패스적인 기질을 지닌 조금은 독특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는 병원 환자에게 건네는 약을 환자에게 주지 않고 고의로 변기통에 버리거나 주사처방전을 무시하기도 하며, 심지어 요양환자를 꼬집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하는 습관적 가학적인 행동을 일삼으면서, 자신의 그러한 행위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냉정하고 막무가내식의 사이코패스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테면 그는 요양원에서 자신과 함께 근무하는 안나라는 간호사를 마음속으로 흠모하고 있을 만큼 애틋한 감성도 지니고 있으며, 알코올중독자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호의와 배려를 하기도 하는 인간애를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신뢰를 져버린 한 남자를 망치로 무참하게 살해하는 사건을 벌이게 된다. 하지만 사건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그 사건과는 별개로 그가 누군가를 질식시켜 죽였다는 혐의로 체포하면서 작품 이야기의 행방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사이코패스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작품의 내용을 읽다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이코패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작품 속 주인공은 릭토르는 힘이 없는 환자들을 괴롭히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기도 하기도 하며, 낯선 타인의 운명을 저주하는 악의적인 상상을 하는 등의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어린 시절 누구로부터 지나친 학대를 받았거나, 그를 그렇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어떤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분명 남들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내성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어떤 면에서 보면 사이코패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간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어서 또 다른 형태의 예외적인 인물로 인식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작가는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지닌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고독, 죽음과 같은 어두운 심연의 세계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여 심리스릴소설이 지니는 독특한 매력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을 해본다. 다만 작품 전반부의 내용이 다분히 서술적인 흐름에만 그치고 있어서 후반부에 비해 따분함이 느껴질 만큼 지루하게 전개되어 있고, 전반적인 음울한 배경의 분위기와는 별도로 강렬한 공포나 스릴의 체감도가 다소 떨어지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의미가 있게 여겨지는 것은, 최근 우리 사회에 대두되고 있는 여러 가지 제도적 문제점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독자들로 하여금 때로 선과 악이라는 가치판단의 선택 앞에서 주저하는 나약한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를 간접적으로나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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