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그는 ‘배우란 무엇인가‘를 물었다.
"배우가 하는 유일한 일은 우리와 다른 사람의 삶 속으로 들어가서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메릴 스트립은 작년 최악의 연기로 트럼프가 장애인 기자를 흉내 내던 순간을 꼽았다. 타자에 대한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 연기의 본질인데 트럼프의 그것은 정반대의 목적에 기여하는 연기였기때문이라는 것. 다음과 같이 말할 때 그는 조금 울먹였다. "그 연기는 제 가슴을 무너지게 했고 지금도 잊히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영화가 아니라 실제였으니까요."
그러므로 그의 연설이 ‘권력이란 무엇인가‘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혐오는 혐오를 부르고 폭력은 폭력을 선동합니다. 권력을 가진 자가 타인을 괴롭히기 위해 제 지위를 이용할
때, 우리는 모두 패배할 것입니다. "단 1초도 버릴 것이 없는 5분30초의 연설이었지만 나는 특히 이 문장에 밑줄을 그어 우리의대통령에게 보내드리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메릴 스트립은 ‘언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그 말을 요약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점을  곱씹고 싶다. 우리의 언론이 지금 열정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물러나는‘ 권력이지만, 그날 메릴 스트립이 무대에서 맞서고 있었던 것은 ‘들어서는‘ 권력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허한 삶을 ‘의미‘로 채우기 위해서는 이용할 무엇이 필요하다. 나에게 할 일이 있다는 것, 그 일을 할 때 나는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러므로 나는 여전히 살 가치가 있다는 ........그런 느낌이 우리를 사로잡을 때 삶은 얼마나 충만해지는가.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태극기 집회는 정치적 저항이라기보다는 존재론적 축제일지도 모른다.
김현경의 책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2015)에 따르면
‘인간‘과 ‘사람‘은 다르다. 인간은 그냥 ‘자연적 사실‘의 문제이고 사람은 ‘사회적 인정‘의 문제라는 것. 한 ‘인간‘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어야 하며, 그에게 자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 (31쪽) 우리 사회가 장년층·노년층을 사회적 인정의 장에서 배제하고 있다면,
 그래서 그들이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고 삶의 의미를 생산해내는 거대한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은 단지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기만 할까. ‘사회적 인정‘의 영역에서도 복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는 날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떤 사람이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줄  아는 깊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
내게는 분명한 기준이 있다. 고통의 공감은 일종의 능력인데, 그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잘 모르는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한심한 한계다. 경험한만큼만, 느껴본 만큼만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고통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한다. 자의든 타의든 타인의 고통 가까이에 있어본 사람, 많은 고통을 함께 느껴본 사람이 언제 어디서고 타인의 고통에 민감할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곳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치 행위가 진정으로 내포하고 있는 비극성‘이라는 표현에는, 정치 행위의 경우 그 결과가 의도와 동떨어져 있거나 심지어 정반대로 귀결되기도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제공하려는 것에 비해 세상이 너무나 어리석고 비열해 보일지라도 이에 좌절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 사람 "만이 정치에 대한 소명을 가지고 있다고 적고 있다.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후마니타스, 2013. 231쪽) 이 말이 감동적인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진정으로 옳은 일‘이라는 또 한 번 되새기게 하기 때문이다. 그 ‘정치에의 소명‘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될 때 2017년 이후 대한민국은 결코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진정성의 정치‘를 믿는 것은 순진한 일일 뿐 아니라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선한 것에서 선한 것이 나오고 악한 것에서 악한 것니 나온다고 믿는 사람은 권력 / 폭력을 다루는 난해한 기술일 수 밖에 없는 정치의 본질을 모르는 정치적 유아(乳兒)‘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베버의 가르침이다. 더 나아가 그는, 모든 행위그렇지만 정치가 특히 그러하다고 말하면서, 정치 안에는 ‘근본적 비극성‘이 있다고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