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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지 않는다 - 도쿄대 병원 응급실 책임교수가 말하는 삶과 죽음의 원리
야하기 나오키 지음, 유가영 옮김 / 천문장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삶과 죽음. 우리 삶에서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원초적인 것인데, 또 우리가 잘 모르는 화두이기도 하다. 삶은 주어졌지만,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고 지내다가 그냥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비로소 죽음이란 게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은 죽지 않는다>. 이 책은 '도쿄대 병원 응급실 책임교수가 말하는 삶과 죽음의 원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제목 자체로도 나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표지도 마치 내세를 떠올리는 몽환적인 이미지로, 지하철에서 서서 이 책을 볼 때면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책 표지를 유심히 보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저자인 야하기 나오키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30년 이상 근무해 온 의사답게 항상 삶과 죽음의 한가운데 늘 서 있었다. 저자 자신도 그동안 두 번이나 죽음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난 경험이 있고,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체험했던 상황이 보통과는 달랐기에 내세(책에서는 '저세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함)가 반드시 있다고 믿고 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오랜 기간 있는 동안 긴급하고, 긴박한 상황에서 다시 회복되는 사람도 있고, 사경을 헤매다가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얼마나 많이 보았겠는가. 어찌보면 의사가 대체의학, 기공, 임사체험, 빙의, 사후 연구, 유체이탈을 이야기하니 아이러니하면서도 한편으론 그래서 더 신뢰가 가는 면도 있었다. 과학과 의학, 철학적인 면에 체험까지 더해 다양한 방면에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가히 신의 영역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있다. 책에 저자가 직접 겪은 사례가 나온다. 홀로 지내시던 저자의 어머니가 갑자기 욕조에서 돌아가신 걸 나중에 자식들이 보고 많이 자책을 하고 있을 때, 엄마의 혼령이 영매를 통해 저자와 말하는 장면이 있다. 저자는 어머니가 고독사를 했다는 자책감과 자신이 50살이 넘도록 결혼하지 않은 불효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여 어머니에게 늘 죄송한 마음을 안고 사죄하며 살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영매의 몸에 들어와서 영매의 목소리르 통해 '다 알고 있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며 마지막에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나는 마치 내 마음인 것처럼 그 대목에서 가슴이 찡했다.
병원에 오는 대부분의 사람은 죽음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거나
'절대 죽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어기서 눈여겨볼 것은,
다른 사람은 죽어도 자신은 죽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근거 없이 자기 육체의 영속성을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런 환자나 가족들이 사실 굉장히 많다.
하지만 말할 것도 없이 육체는 유한한 것이며 끝이 찾아온다.
(중략)
그것은 물질 중심의 사회에서 너무 바쁜 나머지
'무엇을 위해서 살고 있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p.180)
'사람은 죽지 않는다'고 했던 이 책 제목은 결국 '육신은 죽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한 건 '다음 세상'은 반드시 있다는 것.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이 생이 마지막인 것처럼 허투로 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누구나 죽는다. 누구나 죽음의 문턱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그런데도 당장 오늘 먹고 살 궁리만 하다보면, 죽음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정신없이 휩쓸려 갈 것만 같다. 일하려고, 돈 벌려고 이 세상에 온 것은 아니기에, 삶의 목적과 지향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