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부러웠다.

비슷한 연배로,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바라보는 김하나 카피라이터는 그동안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현대생활백서, 네이버 광고 등 무수한 히트 광고의 카피라이터로 유명했지만, 광고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가장 본받고 싶은 롤모델이었던 박웅현 쌤과 함께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와 내 친한 카피라이터들 사이에선 오래 전부터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녀의 전작인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그리고 프로필엔 없지만 최근 박웅현 쌤과 함께한 <안녕 돈키호테>까지, 모두 읽었다. '카피라이터 김하나'라는 브랜드가 가진 힘이다. 믿고 보는 책이랄까.

<힘 빼기의 기술> 역시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고, 더 발전한 느낌이었다. 카피라이터 출신의 수필가가 아니라, 온전히 '수필가(본인에 따르면 '실내수필가'로 불리길 원한다는데)'로서 손색이 없는 훌륭한 글이었다. 보통, 책을 읽을 때 인상깊은 구절을 적거나 사진을 찍어 올리는데 이 책은 꼭지마다, 페이지마다, 줄마다, 심지어 행간마저도 아름다워서 뭘 올려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그만큼 요 며칠간 푹 빠져 있었다.

프롤로그에서 '만다꼬'라는 키워드로 물꼬를 텄는데, "풋~" 하고 웃음이 났다. 아, 정말 그렇지. 나는 경상도 사람은 아니지만 이 세 글자가 가진 폭 넓음을 이해했으니 말이다. '뭐하러', '뭐 한다고', '뭘 하려고' 등에 해당하는 사투리로서, 이제 독립을 하고 나니 '만다꼬'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다.

선택의 기로에서 또는 사는 게 힘에 부칠 때면
'만다꼬?'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왜 이것을 하는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사는가?
나는 이것을 진정 원하나?
아니면 다들 그렇게 하니까 떠밀려서 하는 건가?
내 안에 내재된 '만다꼬?'에 대한 대답을 찾으면서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짚어보게 되는 거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부분에 쏟고 있던 힘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이다. 그러면서 나도 그 방법을 따라해보기로 한다. 뭔가 생각할 때, 뭔가 생각이 나지 않을 때, 일이 꼬일 때, 힘조차 내기 힘들 때 '만다꼬?'를 붙여보면 뭔가 해결이 될 것만 같다. 마치 '하쿠나 마타타'처럼 말이다.

내게 이 책은 단순히 에세이 한 권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그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은 그런 나의 궁금증을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내가 꿈꾸던 남미 여행을 실천한 그녀가 부러웠고, 생각의 폭이 남다른 그녀가 부러웠다. 또한 글을 잘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 부러웠고, 책을 많이 읽은 만큼 깊은 사유를 하는 그녀가 부러웠다.


또한 그녀의 겸손함과 털털함, 무심해 보이지만 섬세한 그녀의 감각에 감탄했다. 아무래도 나는 예전보다 더 그녀의 팬이 된 듯하다. 마치 친한 언니처럼 그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면 "만다꼬?"라며 해결책을 툭 던져줄 것만 같다. 무심하게, 하지만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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