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라이팅 : 크리에이터 편 ㅣ 데일리 라이팅
백선엽 지음 / 지와인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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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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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글은 쓸 때마다 새롭고 힘들다.

하물며 매일 글을 쓴다는 건 다이어트만큼 힘든 습관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있어야 습관이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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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생각이 달라지는

90일의 영어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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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Writing>(백선엽 지음 / 지와인 / 2026) 표지에 적힌 문구를 보고나서 '어? 이 정도는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늘 막막해서 깜빡거리는 커서만 바라보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게 부지기수. 그런데 따라 쓰는 '필사'의 영역이라면 그래도 마음 편히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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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부터 예사롭지 않다.

가장 좋은 날은 지나갔을지 모르지만

두 번째로 좋은 날은 오늘입니다

<Daily Writing>(백선엽 지음 / 지와인 / 2026)




"언어는 완벽함이 아닌 소통을 위한 도구입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날 깜짝 놀랄 만한 변화가 있을 겁니다."

<Daily Writing>(백선엽 지음 / 지와인 / 2026)

글을 쓰면 생각이 바뀌고 일상이 바뀌고 인생이 바뀐다는 걸 수차례 경험했음에도 '매일 글쓰기'는 실천하지 못했다.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시나브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진리를 머리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 써본 문장은 다르게 기억된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눈으로만 읽은 문장은 금세 흐려지는데, 손으로 한 번 써본 문장은 몇 년이 지나도 문장의 리듬과 느낌까지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손이 단순히 기록하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을 몸에 새기는 과정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Daily Writing>(백선엽 지음 / 지와인 / 2026)

맞는 말이다. 학창 시절에 연습장이 빼곡히 써 가면서 외웠던 과정을 기억한다. 손으로 써본 문장은 몸에 새겨진다는 표현이 확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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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 번 써 보자.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익숙하다 보니 손으로 글을 쓰는 건 참 오랜만이다. 간만에 손에 힘이 들어갔다. 대학 때 좋은 영어 구절은 노트에 따로 적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토킹어바웃은 싫어했지만 읽고 쓰는 영어는 좋아했던 영문학도였다.



책은 90일간 매일 쓸 수 있게 하루 하나의 좋은 글들이 영문+한글로 구성되어 있다. 어렵지 않은 영단어와 짧은 문장이라 영어의 배경지식에 상관없이 누구나 편하게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영어는 오랜만에 쓰다 보니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필기체가 되어 버렸네.



Deep work beats shallow

바쁘지만 말고 몰입하라

<Daily Writing>(백선엽 지음 / 지와인 / 2026)

shallow? 낯선 단어가 나왔다. 찾아보니 deep의 반대말로 '얕은'을 뜻했다. 기억속에서 지워졌던 단어를 찾아보면서 뜻하지 않은 영어 공부(?)까지 함께 할 수 있었다.




영어 문장들은 당연히 좋았지만 번역한 국문만 떼놓고 봐도 좋았다. 인생 두 번째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내게 꼭 필요한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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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Writing> 덕분에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게 되었다. 뻔한 말, 그냥 멋진 말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채워주는 문장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생각을 몸에 새기는 과정'을 매일 실천하다 보면 나도 몰래 조금씩 변화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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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눈 뜨자마자 한 손에 펜을 쥐고 <Daily Writing>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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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라이팅 : 크리에이터 편 ㅣ 데일리 라이팅
백선엽 지음 / 지와인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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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어 문장과 한글을 필사하면서 의미있는 하루를 시작하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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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인사이트 - 스타트업이 일류기업으로 가는 길
장효상.변인학 지음 / 파지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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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출은 커졌는데,

회사는 왜 더 흔들릴까?

<스케일업 인사이트> 표지 문구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반적으로 매출이 커지면 회사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더 안정하리라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는데 그럴수록 더 흔들린단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았다. 특히 너무 빠른 시간에 급격히 성장한 스타트업이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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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보적이고 우월한 기술은 저만치 앞서가는데 그 외에 다른 기반들이 받쳐주지 못해 괴리감이 생기고 사람이 떠나고 결국 무너지는 경우도 많다. <스케일업 인사이트>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이 어떻게 하면 성장통을 이겨낼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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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흥미로운 건 사실만 나열하는 다른 경제경영 서적과 달리 인물이 등장해서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이다. 소설처럼 쭉 읽어가면서 그 사이사이 스타트업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방법을 알려준다. 그래서인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그대로 몰입할 수 있었고 끝까지 한 번에 읽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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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 10년 근무하다가 의료 기기 스타트업 대표의 간곡한 요청으로 스타트업 XM컴퍼니에 합류한 김서율 팀장. 그리고 이현학 과장. 이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고군분투를 응원했고 함께 달렸다.




스케일업이 요구하는 전문성은 한 사람이 다 짊어질 수 있는 무게가 아니다.

전략과 조직개발, 시스템과 마케팅, 그리고 사람을 다루는 일까지

다섯 가지 영역은 각기 다른 사고방식과 다른 경험을 요구한다.

(중략)

... 조직은 문화적/구조적/기술적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시스템이고,

스케일업은 이 모두를 한꺼번에 다뤄야 하는 고난도의 일이다.

장효상, 변인학 <스케일업 인사이트>

스타트업을 떠올리면 굉장히 바쁘고 정신 없고 일당백을 해내야 하는 슈퍼맨으로 채워진 기업을 연상한다. 그만큼 촌각을 다투고 치열한 전쟁터를 떠오르게 한다. 작가의 말처럼 '문화적/구조적/기술적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시스템이란 말이 적합하다. 그래서 스케일업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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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율 팀장(자꾸 '서울'로 읽히는 건 안 비밀)은 이 전쟁터 한가운데 와서 각 리더들과의 소통하면서 체계를 잡고 인력 구조를 시스템화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동료나 선후배 이야기를 들으면 '체계가 없다' '대표가 없으면 일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것은 많은 스타트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가치 내재화의 가장 큰 적은 리더의 일관성 부족이다. 단기 성과를 위해 가치를 잠깐만 타협하는 그 순간, 조직이 쌓아 온 모든 것이 무너진다. 가치는 어려운 결정의 순간에도 양보하지 않을 때만 살아남는다.

장효상, 변인학 <스케일업 인사이트>

리더의 역할은 어디서든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다. 리더의 지향점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좌우되고, 리더의 성향에 따라 팀의 분위기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리더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면 안 그래도 우왕좌왕하는 스타트업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만다. 단지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만 치중하다가 큰 숲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리더의 통찰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진정한 스케일업은 기술이나 자본의 확장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성장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일이다. 변화 저항을 부정적인 현상으로만 보지 않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진짜 문제를 함께 풀어가려고 할 때, 조직은 한층 더 단단해진다.

장효상, 변인학 <스케일업 인사이트>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와 성장이 진정한 스케일업을 이룰 수 있다. 변화를 꾀하다 보면 갈등과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적당히 타협해서 그 자리에 머물 것인가, 성장통을 극복하며 뛰어넘을 것인가 스타트업의 운명이 거기에 달렸다.



같은 회사 안에서 업무를 진행하면서도 다른 언어를 쓰고 있다. 같은 고객을 보면서도 다른 우선순위로 움직인다. 어느 순간 부서와 부서 사이에서 정보가 멈추기 시작한다 이것이 사일로다. 사일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부재다. 정보가 흐르지 않는 곳에서는 협업이라는 단어가 공허해진다.

장효상, 변인학 <스케일업 인사이트>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모두 경험해 본 입장에서 위 '사일로'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조직 간 단절과 이기주의, 협업이 통하지 않는 동안 기업의 성장은 멈추고 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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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조직원이 으쌰으쌰 협업해서 공통의 목표를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일을 하다 보면 기업의 비전과 조직의 목적이 다른 경우도 있고, 조직 간의 KPI가 다른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이 문제는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 심각해진다. 빠른 시간에 급성장한 스타트업은 말할 것도 없다.



메시지의 일관성은 단순히 단어를 통일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 회사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고객에게 어떤 변활르 약속하고 있는지에 대해 부서들이 함께 합의하는 작업이다. 마케팅 혁신의 진짜 결과는 광고 비용 대비 매출 증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우리 회사를 한 단어로 떠올리기 시작하는 그 순간에 있다.

장효상, 변인학 <스케일업 인사이트>

실제로 메시지를 다루는 업무를 하고 있기에 위 내용에 주목했다. 눈에 보이는 단순 글자가 아니라 문구로 선언하는 회사의 비전, 가치, 소통 방식을 일관성 있게 명문화하는 것. 성장통을 겪는 스타트업에 필요한 과정이다.



플레잉코치.

내가 추구하는 업(業)의 모습이 뭘까 생각했는데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단어이다. 도장만 찍는 관리자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플레잉코치. 이보다 더 적확한 단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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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을 다니는 나에게도, 창업을 꿈꾸는 나에게도 <스케일업 인사이트>는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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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
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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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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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가을이 왔다. 계절이란 참 신비롭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더위가 한순간에 사라졌으니 말이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로맨스 소설과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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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는 마음>(나태주 글, 나난 그림 / OTD / 2026)은 국민 시인인 나태주 작가님의 신간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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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잘 모르는 우리 초등학생 막둥이도, 중학생 큰아이도 나태주 시인은 잘 안다. 제목이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인 줄 아는 사람이 많은 <풀꽃>을 줄줄 외울 정도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에 가면 나태주 시인의 책은 꼭 한 권씩 집었다. 그 덕분에 지금 내 책장에도 나태주 시인의 시집이 여러 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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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로 나온 책은 나난 작가의 그림까지 더해 한결 생동감이 더해졌다. 꽃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그냥 뭉뚱그려 예쁜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시와 곁들어진 다양한 꽃 그림을 보면서 이렇게 많은 꽃을 모르고 살았구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마음을 보여줄 수 없어

꽃을 보여주고

​

마음을 줄 수 없어

꽃다발을 드리니

​

부디 거절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나태주 <꽃다발>

첫 번째 시부터 쉽지만 마음에 탁 와서 엉겨붙어버렸다. 옆에 멋드러진 꽃다발도 마음을 풍성하게 꽃피우기에 충분했다. 이래서 '시화'라는 게 감동을 더 크게 주는가 보다 생각했다. 두 세번 음미하다 보니 어느새 가슴에 각인되었다.



꽃이란 소재를 갖고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샘솟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나는 그동안 꽃을 얼마나 1차원적으로 바라보았던가.

'이쁘다. 땡!'

자칭 F라고 믿었는데 철저히 T였다.


지구는 하나의 꽃병

​

꽃 한 송이 꽂으면

밝아 오고

​

물 한모금 뿌려 주면

더욱 밝아 오지만

​

꽃 한 송이 시들면

금방 어두워진다

​

지구는 하나의

조그만 꽃병.

나태주 <지구>

짧지만 강렬하다. 마치 내가 꽃 한 송이 꽂고 물 한모금 뿌려 주는 것처럼 생생하다. '꽃 한 송이 시들면' 구절을 보니 내 마음까지 시든 느낌까지 들었다. '시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어주는 나태주 시인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그 유명한 <풀꽃>도 민들레꽃 그림과 같이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광화문 교보문고 현판으로 처음 이 시를 보고 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던 기억이 떠올랐다. 단 세 줄(당시에 현판이 가로형이라 세 줄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과연...)로 마음에 종을 울리다니. '글의 힘'이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오래 머무는 마음>에는 꽃시만 있는 건 아니다. 2장과 3장에는 영원한 테마인 '사랑'을 주제로 한 시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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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외로움, 쓸쓸함, 짝사랑, 이별.

짧은 시에 담긴 깊은 마음이 천천히 전해졌다. 시가 마음에 스며들수록 내 마음 한켠도 시려지는 건 가을을 탄다는 징조인가.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아오느라 내 마음을 볼 여유가 없었다. 그저 하루를 살아내는 걸로 한 달을 버티고 일 년을 보내는 동안 감정이란 씨앗은 종적을 감췄다.

​

말랑말랑한 감성이 내게도 있었단 말이다. 그걸 꺼내보아라.

이 책이 나에게 권하고 있었다.



<괜찮아>는 지금 나에게 필요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괜찮아. 괜찮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격려받고 싶었던 마음이 이 시를 보면서 터졌다.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고, 늘 강해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마음도 생겼다.



나의 세상 문 닫을 때

내 눈앞에 네 얼굴이

보였으면 좋겠어

네 얼굴 뒤로는 눈부신

별빛의 폭포

별빛 뒤로는 끝없는 들판

그리고는 기나긴 강물.

강물이 있었으면

더욱 좋겠어

이제는 더 생각하지 않아도 좋겠고

잊어도 좋고

눈을 감아도 좋으리.

나태주 <아이에게>

이 시를 보면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내 아이들에게도 먼훗날 이 시를 읽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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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건,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나민애 작가의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를 떠올렸다. 위 시의 제목이 맞다면 '이 아이'는 나태주 시인의 딸인 나민애 작가를 말하는 것이겠지.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로 작가와 내적 친밀감이 200% 강해져 있는 상태라 마치 우리 아빠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사춘기 딸을 키우는 엄마이면서도, 나이든 아빠에게는 여전히 여린 딸인 아이. 바로 나였다.



<마지막 기도>라는 시를 보니 미지의 누군가가 마음으로 부르짖은 소리가 들렸다. 미움의 마음으로 변할까 걱정되어 사랑하지 않게 해달라는 모순. 그만큼 사랑을 강구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마음이 아려왔다. 지금 내 마음엔 사랑이 있을까.



나이가 들어가면서 잊고 있던 단어가 '사랑'이다. 새삼스럽게 뭘, 오글거리게 왜. 그러면서 감정을 덮어두고 살아왔다. 그러던 내게 이 시가 묻는다.

​

'보고 싶다. 보고 싶었다.'

어쩜 그런 마음조차 잊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감정 없는 인간으로 앞으로도 계속 살아간다면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픈 인생이지 않을까. 마음이 부르는 소리에 솔직하게 답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이고 싶다. 물론 과감하게 모든 걸 내려놓을 용기가 아직은 없지만.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작별>.

필사하고 싶을 만큼 마음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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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나중에 만나면...'으로 시작하는 시.

마지막 연을 보면 '만남은 비록 짧았지만 즐거웠고/슬픔이 오래오래 남아서/힘들기도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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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먹먹함이 밀려왔다. 제대로 가을타나보다.



역시 가을은 시를 읽기 좋은 계절이다.

<오래 머무는 마음>을 읽으며, 빠르게 흐르던 내 시간도 한동안 천천히 흘렀다. 이제서야 사람 사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했다. 올가을, 자주 꺼내보고 싶은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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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무는 마음 - 시가 피어나고 그림이 머무는 자리
나태주 지음, 나난 그림 / OTD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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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읽기 좋은 시와 그림. 감성을 툭툭 건드리니 감동의 깊이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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