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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민주주의 내란의 끝 - 역사학자 전우용과 앵커 최지은의 대담 ㅣ K민주주의 다시만난세계
전우용.최지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 말부터 온 국민의 속이 시끄러웠다. 나 역시 살면서 처음 느끼는 극한의 공포에 시달리며 매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2024. 12. 03.
여전히 많은 국민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매일 뉴스에 탄식하고, 정신적 고통에 잠못 이루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할 땐 페북에 갔다. 대한민국의 중요한 순간마다, 내 페친들이 가장 많이 공유해 주는 포스팅. 바로 전우용 교수님이다. 촌철살인 사이다 글로 막힌 혈을 시원하게 뚫어주시는 분.
이번에 전우용 교수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 나왔다고 해서 꼭 읽어보고 싶었다.
<K민주주의 내란의 끝>(전우용, 최지은 지음 / 책이라는신화 / 2025).
역사학자로 유명한 전우용 교수님과 오마이TV로 익숙한 최지은 앵커의 대담을 담은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마치 긴 대담 영상을 한 편 보고 온 느낌이다. 그리고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리던 사람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만큼 몰입해서 읽었다.
공기와도 같았기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민주주의. 이 책에는 민주주의의 태생부터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내던진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길고 긴 투쟁의 역사를 전우용 교수님이 알기 쉽게 쭉 이어서 풀어 말씀해 주시니 역사를 잘 모르던 나도 연거푸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내려갔다.

특히 이 부분에 시선이 멈췄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이라고 한 것은 '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꼭 국호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전우용, 김지은 <K민주주의 내란의 끝>

민(民). 백성을 하찮게 바라보는 왕과 귀족의 시선. 언제나 핍박을 받고 살아왔지만 결국 오늘의 민주주의를 세운 사람들은 '민'이 아니던가. 응원봉을 들고 전국 각지에서 집회를 했던 오늘의 '민' 역시 그때와 다르지 않다.
보수와 진보.
사전적 의미와는 사뭇 다른 현실의 정치인들을 보면서 한심하기 그지없다. 보수의 탈을 쓰고 왕당파를 대변하는 기득권. 말이 좋아 보수지, 책에 나온 것처럼 '개인의 자유, 기업활동의의 자유 등 자본주의의 운영 원리를 고수'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을까. 아마 노력했다면 지금처럼 경제와 나라가 이렇게 무너지진 않았겠지.

대체 왜 계엄을 했는가에 대한 전우용 교수님의 답변도 기억에 남는다.
일단 계엄령을 선포한 사람에게 권력은 '욕망의 대상'을 넘어 '생명줄'이 돼요.
자기가 지은 죄의 무게를 견디려면
'권력욕의 화신'이 될 수밖에 없는 거죠.
이 대담은 2024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이루어졌다. 설레고 기쁘기만 한 크리스마스에 온 국민은 공포에 떨어야 했고, 추위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당시는 혹시라도 탄핵이 기각되면 어쩌지 라는 공포가 엄습하던 시기였다. 지금이야 탄핵 시기를 지나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기에 그나마 불안함은 조금 덜어낸 상태에서 읽었으나 이 대담을 하던 시기에는 얼마나 불안했을지.
또한 대담 중에 '만일 계엄령이 즉각 해제되지 않았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매일 쏟아지는 당시 상황들을 빗대어 봐도 상상 이상으로 너무 끔찍하고 잔혹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역사학자인 저는
'과거가 그들을 움직여 현재를 도왔다'라고 생각해요.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나 역시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학창 시절 내게 역사란, 시대별로 달달 외워서 시험을 보던 과목일 뿐이었다. 이 재미 없는 걸 왜 외워야 하는지, 임진왜란이 몇 년도에 일어났는지 숫자만 외우던 시절로 인해 참 재미 없는 과목이라 생각했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 아이도 '외우기식 역사' 공부를 대체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했다. 그럴 때마다 나 역시 딱히 해 줄 말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1203 내란을 직접 눈으로 보고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아이와 수시로 이야기를 나눴다. 태어나서 이런 공포를 처음 느낀 큰아이는 이제 우리 다 죽는 거냐며 극강의 두려움을 표시했다. 너무 무섭다면서 목놓아 우는 모습도 보였다. 누가 이 아이를 저렇게 만들었는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사실은 앞서 가신 분들의 피, 땀, 눈물이 서린 소중한 것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 또한 아이와 함께 역사 공부가 필요한 이유를 떠올리게 되었다.

<K민주주의 내란의 끝> 뒤에는는 부록(?)으로, 박정희와 전두환 시대 <계엄 포고문>과 윤석열의 <계엄 포고문>이 실려 있다. 두 기록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윤석열 임기 일지'라고 해서 당선일부터 2025년 1월 말일까지 그가 했던 국내/해외 활동(이라 쓰고 만행이라 읽는다)을 날짜순으로 쭉 정리되어 있다. 특히 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은 시분까지 촘촘하게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려준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그때 그 상황을 다시 떠올리며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아직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올바른 선택이 왜 중요한지 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라도 참된 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