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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진의 시대유감 -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매일 아침 출근 준비할 때 라디오처럼 듣는 <삼프로TV>. 벌써 몇 년째 듣다 보니 이제 삼프로 없는 아침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마치 에너지를 채우지 못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삼프로TV에는 시간대에 따라 진행자와 패널이 다양하게 출연하는데, 내 출근 준비 시간을 책임지는 이가 바로 정영진, 아니 정프로다. 얼마 전에 그답지 않은 수줍은 목소리로 책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좋은 기회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정영진의 시대유감>(정영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5). 그의 시원시원한 입담만큼이나 책 내용도 거침없었다. 누군가 불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 것들, 모르고 있던 것들, 알지만 모른 척하고 싶었던 것들을 낱낱이 꺼내어 그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표지에 있는 생각이 그 관점을 날카롭게 짚어낸 듯하다.
'나는 고발한다. 당신의 뻔한 생각을'
삼프로TV가 경제프로그램인 만큼 경제에 관한 이야기일까, 시사평론 또는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는 글일까 궁금했다.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은 지금 드는 생각은 '생활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정프로가 하고 싶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다.
Part 1. 모순을 밝히다
고민 없이 산다는 것은 큰 위기다
Part 2. 가식을 비웃다
누구나 좋아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Part 3. 소신을 말하다
눈치 없는 사람이 세상을 바꿔왔다

왜라는 질문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이 질문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인생에서 거의 모든 걸 결정한다.
개인은 물론 사회 역시 이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면
안타깝게도 모두가 함께 망하는 지름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나라도 하자.
그럼 우리는 서서히 망할지라도 나는 비교적 돋보일 수 있을 것이다.
나라도 잘 되려는 개인적 욕망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고 생각하면,
그 덕분에 우리 모두가 망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과거보다 '왜'라는 질문을 더 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도 그래 왔으니까, 당연하니까, 하라는 대로 해야 편하니까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정프로의 말처럼 이 질문을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인생에서 거의 모든 걸 결정하는데도 말이다.
예전과 똑같이 오늘을 살아가는 편안함, 너무 당연해서 지나치는 모든 순간, 위에서 시키니까 복종하는 태도 등이 내 인생과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게 아닐까. 정프로가 던진 이 질문을 보고 한참 생각했다. 나는 얼마나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살고 있는가.
또 인상 깊은 구절이 있었다. 자신을 설명하는 말이 길어졌는지, 짧아졌는지.
정프로 자신도 이제 '정프로'란 세 글자로 자신을 대표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는가. 3년 전, 5년 전 나를 설명하는 말과 지금 나를 설명하는 말이 얼마나 달라졌는가 생각해 보았다. 난 그때도 지금도 '카피라이터' 혹은 'UX라이터 OOO'으로 살고 있다. 한 길을 가는 게 좋은 건가 싶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에 비해 발전이 없거나 변화가 없는 고인물이 되고 있다는 자기 반성을 하게 된다.

1년 후 나는 "OOO 누구입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아주 짧은' 태그라인을 가질 수 있도록 과감하게 방향을 정하고 속도를 내보겠다는 다짐을 해보았다. 정프로가 말한 '설명이 필요 없는 삶으로 얼른 이동하자'는 다짐과 함께.

이 책을 보면서 정프로의 섬세하면서도 새로운 시선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사라져서 더 좋아진 것 같지만, 쓰레기통 자체를 없앨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쓰레기통을 개발하면 된다는 의견을 보면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꺼낸 정프로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방송을 보고 들으면 남들이 할 수 없는 뜻밖의 질문도 하고, 또 엉뚱한 소리도 하지만 그 안에서 진심과 배려가 느껴져서 그의 방송을 자주 들어왔다. 그런 시선과 마음이 이 책에 잘 녹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