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틀 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역시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몰입도가 뛰어나다. 글이 술술 읽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고등학생 때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읽던 때처럼 빠져들었다.

미스터리로 남은 KAL기 피격 사건. 1983년 당시 나는 꼬맹이 시절이라 나중에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접한 것이 전부였다. 탑승객 269명 전원 사망의 대참사. 그 무시무시한 사건을 '지민'이란 한 남자의 눈으로 쫓아가 보는데...

스파이의 세계는 알 수 없어. 그 현란한 위장과
눈속임의 속내를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오로지 한 가지 시각으로만 보면 돼.
내게 피해가 왔나 안 왔나
모스크바는 늘 하얗소.
애인이든 무엇이든 늘 읽기만 하는 이곳 사람들은
저 하얗게 내린 눈을 보며 럼을 마시지.
럼으로 어제를 지우고 보드카로 새로운 내일을 그리는 거요.
다시 럼으로 돌아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자, 마셔요. 마시고 잊어요.
내일은 훨씬 멋진 여자가 나타날 테니까
 
한국인. 나는 당신의 이름을 잊은 적 없는 한국인입니다.

팩트에 근거한 소설이라 팩션(Faction)이라고도 불렸다는 김진명의 <예언>. 어디까지 실제인지, 어디까지가 작가의 상상력인지는 모르겠으나, 책을 보는 중간중간에 "이거 실화냐?"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실제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책에 나오는 문 선생님(책을 본 사람은 다 누군지 알 듯한 그 분)이 정말 고르바초프와 회동을 했는지, 김일성과도 만났는지 말이다. 검색해보니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고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련의 공산주의가 붕괴된 것도 문 선생이 고르바초프에게 공산주의 종식 선언을 하라고 권했던 것이고, 당시 북한과의 관계가 우호적이었던 것도 김일성한테 '형'이라고 불렀던 문 선생의 역할이 결정적이고 매우 지대하다고 그려내고 있다.

음. 여기서 잠시 멈추었다. 하지만 지금은 종교적 신념은 배제하고, '소설은 소설로 보자'는 시각에서 이 책을 보기로 했다. 이 소설의 큰 줄기는 KAL기 피격 사건이고, 그걸 파헤쳐가는 게 주된 내용이니. 그랬더니 다시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중반 이후로 갈수록 KAL기 피격에 대한 배후 추적보다는 문 선생의 업적을 칭송하는 면이 없지 않으나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당시 사건에 관해 다시 한번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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