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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지음 / 임시제본소 / 2018년 10월
평점 :
알라딘의 새로나온 책 코너를 뒤지다가 문득 재미있어 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담은 책이었다. 도서관 사서 일에 대한 로망도 좀 있고 궁금해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어느 정도 그렇지 않을까.
이 책은 도서관 사서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서가 아니라, 도서관 사서로 4년 6개월간 일한 이가 겪은 일을 쓴 에세이이다. 글쓴이는 준사서자격증을 따고 구립도서관에 계약직 사서로 취직한다. 입사해보니 사서가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도서관에 붙일 포스터나 안내문을 만들고, 우편으로 책도 빌려주고, 빌려준 책을 여기저기 수거하러도 다녀야 한다. 부족한 예산을 아끼기 위해 이것저것 다 한다.
공공도서관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니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인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IMF 이후로는 서울시 대부분의 도서관이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위탁받은 민간운영주체에 따라 도서관의 성격이나 직원 복지 등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한다. 글쓴이가 일한 도서관은 불교재단 소속이었다. 스님인 이사장이 많은 것을 좌지우지했다. 매달 열리는 이상한 전체회의, 초과근무수당 없이 일하는 직원"봉사"의 날, 법인기부금 요구, 석가탄신일 "봉사", 후원금 요구, 그 밖에도 쉬쉬하는 일들. 어느 직장이나 어두운 뒷면은 있겠지만, 공공도서관마저 그럴 줄은 몰랐다. 도서관과 사서 일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깨졌다.
그래서 글쓴이는 일을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냈다. 자기 책을 써서 스스로 출판하는 것. 이 책은 원래 독립출판물로 나왔다고 한다. 글쓴이는 책이 나온 후 더 이상 근무하기 어려워져 사서 일을 그만두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 책 덕분에 그 도서관의 처우가 조금은 나아졌다고도 한다. 이 책 덕분에 독립출판물을 구비하는 공공도서관도 더 늘었으면 좋겠다. 사실 독립출판물은 쉽게 접근하기도 어려운데 공공도서관이 구입해준다면 이용자에게도 책방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공공'이란 그런 것 아닌가. 이익은 안 돼도 결국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
사실 잘 모르고 그냥 샀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뜻밖에 받은 선물 같은 책이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책나래, 그 해 여름, 세 사서, 독립출판물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