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뇌 - 뇌과학이 발견한 기억의 7가지 오류
대니얼 샥터 지음, 홍보람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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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대화 중에 갑자기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의 이름이나 장소, 명칭이 기억이 나질 않을 때, 같은 추억에 대해 서로 다른 기억을 말할 때, 집을 나와 길을 걷다 문득 문단속을 잘 하고 나왔는지 갑자기 불안해 질 때 , 반은 농담으로, 반은 진심의 담아 노화나 치매인가 하는 걱정을 하곤한다. 기억은 대체 왜 이렇게 불완전한 것일까. 

기억이란 내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해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나는 육체와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생각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을 상실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고, 과연 왜 기억이 소멸하거나 변형되고 오작동하는지, 어떻게하면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들은 누구에게나 궁금한 지점일 것이다. 

뉴욕타임즈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미국심리학회 윌리엄 제임스 도서상과 우수 과학 공로상을 수상한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 대니얼 샥터의 '도둑맞은 뇌'는 기억에 대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기억의 소멸, 왜곡, 오류 등 일상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기억의 오작동들, 기능 저하에 대해 심리학, 뇌과학, 진화심리학 등 최근 20년 동안의 주목할만한 여러 분야의 기억 연구 결과와 분석을 통해 그 원인과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방법, 기억의 소멸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저자는 기억의 오류를 소멸, 정신없음, 막힘, 오귀인, 피암시성, 편향, 지속성으로 분류한다. 

기억이 희미해지거나 사라져버리는 '소멸'

물건을 둔 장소를 잊어버리거나 약속을 까먹는 등 주의력과 기억 사이의 연결이 끊어지는 '정신없음'

상대의 이름이나 고유명사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말하고자 하는 정보 찾기를 실패하는 '막힘'

신문에서 본 내용을 친구가 해준 말로 잘못 기억하는 것과 같이 기억의 출처를 잘못 기억하는 '오귀인'

유도질문이나 암시로 인해 사실과 다른 기억이 주입되는 '피암시성'

가짜뉴스를 믿는 것처럼 현재의 지식과 믿음이 과거에 대한 기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편향'

기억하기 싫고 지우고 싶은 생각이나 사건을 반복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지속성'

기억의 7가지 오류는 우리의 일상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특히 오귀인이나 피암시성으로 인한 왜곡된 목격 증언이나 잘못된 판단은 한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일상의 기억 소멸에 대응하는 최고의 방법은 경험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며 새로운 정보를 잘 부호화하는 것이고, 노화로 인해 기억이 소멸되기 보다는 인지 처리 속도가 저하되는 것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사람의 이름을 말하려다 자주 막히는 일은 개념적 표상과 어휘적 표상 사이에 인지 과정의 방해로 인해 연결이 미약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과 같이 매 장마다 평소 일상 생활 속에서 생기는 기억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내용들이 많이 등장한다. 

딴생각, 설단현상, 데자뷔, 다양한 일상 속 오류 사례와 연구 과정, 그 결과를 읽다보면 평소 경험했던 기억의 오작동 사례들이 머리에 스치며 조금 마음의 위안이 들기도 한다. 특히 요즘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와 저장장치로 인해 무언가를 기억하려고 노력하거나 하지 않게 되고, 찾고자 하는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스스로 기억을 떠올리려고 하기보다는 검색을 통해 바로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신의 기억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보니, '사진, 검색엔진,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gps가 기억에 미치는 영향'이나 , '기억 장치에 의존하는 것이 기억을 약화시키는가? 아니면 기억 보존에 효과적인가?'와 같이 최근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에 대한 내용들도 흥미로웠다.


하고자하는 말이 혀 끝에서만 맴돌고 나오지 않을 때면 답답하고 슬퍼진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기억의 7가지 오류가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이 아닌 인간정신에 있어 바람직하고 환경에 적응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산물이라고 말한다. 부정적인 경험일수록 상대적으로 빠르게 잊어버리는 것을 정서적 퇴색 편향이라고 한다. 정서적 퇴색 편향이 강할수록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삶의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좋은 추억만큼 나쁜 기억도 많다. 만약 모든 기억을 잊지 않게 된다면 그것도 어쩌면 기쁜 일만은 아니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오귀인이나 피암시성으로 인한 유연적 연상 능력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미래의 경험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억의 오작동도 인간이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중요한 일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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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2 - 라이프, 오늘보다 더 눈부시게 살고 싶은 당신에게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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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이 가는 전시가 생기면 전시 일정과 함께 도슨트 일정을 확인한다. 대중적으로 유명해서 정보가 많은 전시라 하더라도 관람과 도슨트를 함께 하면 기억과 여운이 길게 남고, 생소한 예술가의 전시라고 하면 도슨트의 유무가 작품과 화가의 이해도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도슨트에 참여할 수 있는 일정을 맞춰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도슨트 정우철이라고 하면 일명 미술관의 피리 부는 남자, 도슨트계의 아이돌라 불릴 정도로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이 책의 표지에 삽입된 작품을 그린 화가인 앙드레 브라질리에 특별전 ‘멈추어라 순간이여!’를 저자의 도슨트와 함께 관람했기 때문에 더욱 책 내용이 궁금했다. 한 전시에 참여하는 여러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면 작품, 화가, 사회적, 역사적 배경, 상징, 중점을 두는 포인트가 각각 다르다. 도슨트 정우철은 작품에 대한 기법과 상징, 분석보다는 예술가의 삶을 통해 작품을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끄는 예술 스토리텔러라고 볼 수 있다. 화가의 인생을 드라마틱하고 집중도 높게 소개하여 화가와 작품에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예술에 인생과 영혼을 다 담은 빈센트 반 고흐

전통과 고정관념을 깨고 용감한 시도를 한 인상파의 아버지 에두아르 마네

사랑을 담은 화가 피에르 보나르

파리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현실을 그린 에드가 드가

현대회화의 문을 연 폴 세잔

순수함과 꾸준함으로 꿈을 이룬 앙리 루소

보수적인 세상 속에 당당하게 화가의 꿈을 이룬 수잔 발라동

색과 빛의 화가, 영국의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

최초의 추상화가 바실리 칸딘스키

고통의 순간들 속에서도 행복을 그려낸 오귀스트 르누아르

핏빛 절규와 빛나는 태양 에드바르 뭉크

삶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20세기 마지막 낭만의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



책에서 소개하는 열 두명의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작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들의 삶이 어떤 식으로 작품에 영향을 주었는지, 어떤 시간들이 쌓여 명작이 탄생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지금은 위대한 화가로 불리지만 생전 단 한 작품밖에 판매하지 못했던 외롭고 고통받는 시간을 보냈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40대가 되어서야 화가가 되고 싶은 꿈을 시작했던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가, 여성으로서 수많은 편견을 이겨내고 마지막 순간까지 강렬한 작품을 남긴 수잔 발라동의 파란방이, 삶의 극심한 고통 속에 피의 바다와도 같은 붉은 하늘을 그려낸 뭉크의 절규가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을 삶의 기둥으로 삼고 인생의 여러 순간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예술가들의 열정과 사랑, 끈기와 치열함을 보여주는 듯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괴로운 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작품이 밝은 경향이 높다고 한다. 슬픔과 고통을 강인함으로 바꿀 수 있는 그들의 힘에 존경스러워진다.



‘그림을 이해하는 것은 한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이다.’(P336)



프롤로그의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미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품이나 예술가가 좋아서, 작품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거나 힐링을 하고 싶어서 같이 각각 다를 것이다. 저자는 미술관에서 사는 법을 배운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들의 기쁨과 고통, 열정을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명작으로 탄생시킨 거장이라 불리우는 예술가들을 통해서 말이다. 마네, 드가, 터너, 책으로 만난 12명의 화가들의 전시를 정우철 도슨트와 함께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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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 동물들의 10가지 의례로 배우는 관계와 공존
케이틀린 오코넬 지음, 이선주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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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관계의 코끼리들이 만나면 오랜 시간 헤어져있던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순서의 친근감 넘치는 인사 의례를 한다. 첫 장의 코끼리의 인사부터 압도당한다. 나는 최근 누군가에게 이렇게 반갑게 마음과 예의를 담아 인사를 한적이 있었던가 생각해 보게 된다.



30년 이상 코끼리를 연구한 연구자이자 동물행동학 권위자 케이틀린 오코넬은 야생동물들의 인사, 집단, 구애, 선물, 소리, 무언, 놀이, 애도, 회복, 여행이라는 10가지 사회적 의례를 통해 지구에 얼마나 많은 야생 동물들이 사회적 관계를 맺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지, 그러한 동물들의 의례를 통해 우리의 삶에 있어 공동체, 타인과의 관계, 의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인사는 상대를 ’인정하고, 호의적으로 반기며, 환영한다‘는 뜻을 드러내는 의례다.’(P48)


관계는 인사에서 시작한다. 호의적인 관계인지 경계의 대상인지 인사 의례를 통해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혼자가 아닌 집단은 사냥이나 생존에 휠씬 유리하게 작용한다. 선물 의례는 관계 유지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고 사회적 위계를 보여주며, 구애 의례는 모든 동물에게 가장 우선시되는 번식과 생존에 있어 무척 중요한 행위이다. 소리를 통해 영역을 주장하고 무리와 의사소통을 하며, 놀이를 통해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학습하고, 가까운 무리의 죽음에 같이 슬퍼하고 애도한다. 새끼의 죽음에 포식 동물의 습격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자리를 머무는 기린과 얼룩말, 죽은 새끼를 안고 다니는 코끼리와 침팬지, 형제의 죽음에 울려퍼지는 늑대의 하울링,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해야 그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건 모두에게 동일하다. 코끼리, 고래, 사자, 늑대, 얼룩말, 코뿔소, 홍학..서로를 지키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사회적 행동들은 사랑스럽고 경이로우며 감동적이다.



이렇게 보고 있자면 이 사회적 의례들은 동물과 사람에게 비슷하게 작용한다. 현대사회는 사회적 관계가 더 복잡한 만큼 의례 역시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다. 인사를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맺고, 집단을 이루고 단합함으로써 공동체의식을 형성하고 더 강한 힘을 발휘한다. 공감과 애도는 슬픔에 대한 치유에 도움이 된다. 동물들의 모습은 잊고 있던 중요한 것들을, 나도 모르는 사이 소홀히 했던 타인, 그리고 관계에 대한 의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온라인으로 관계를 맺고 타인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혼자 있는 것이 점점 당연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상실되는 느낌조차도 이제 익숙해지는 것 같아 조금 무섭기도 하다. 이런 때여서인지 저자가 들려주는 야생 동물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적 의례를 행하는 모습이 더 깊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세상이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깊이 전해졌다.



의례는 단순한 의식이 아닌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형태이다. 야생동물들의 행동은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의례들이 관계와 공존에 얼마나 중요한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고 함께 응원하며 슬픔에 애도하고 자연과 함께 하는 것은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고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무척 중요하다. 동물들도 봄맞이 대청소를 한다고 한다. 멈춰 섰던 시간과 굳은 몸과 마음을 대청소하고 나 역시 봄맞이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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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이야기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동희 지음 / 미진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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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양연화, 툼 레이더 속에 등장하는 앙코르 유적은 화려한 조각들, 자연과 조화를 이룬 신비한 모습으로 그 속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소였다. 캄보디아 여행 준비를 하면서도 가장 많이 찾아봤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앙코르 왓의 역사나 설명이었지만, 슬프게도 앙코르 역사나 유적에 대한 체계적인 내용을 담은 책이 많지 않아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 앙코르 이야기 출간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저자 박동희는 크메르 건축유산 전문가로 일본 정부 앙코르 유적 구제팀과 한국문화재단에 소속되어 앙코르 사원 유적 복원 과정에 직접 참여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앙코르의 뿌리인 첸라 왕국부터 크메르 제국이 쇠락하고 아유타야 왕국의 침공으로 앙코르를 포기하고 톤레삽 남쪽으로 천도하는 시기까지, 9세기부터 15세기 중반까지 630년간 융성했던 앙코르 문명과 왕국의 역사를 건축과 미술을 통해 우리에게 들려준다. 프랑스의 존경받는 작가이자 위대한 지성으로 평가받는 앙드레 말로가 반띠아이 스레이 사원의 주신전을 장식하는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여신상을 도굴하려고 했다는 사실은 가난이나 젊음의 무지로 보기에는 무척 어려운 부분이다보니 그 당시 유럽인들의 다른 문화에 대한 도굴이나 약탈이 어떤 인식이었는지 보여주는 단면인 것 같기도 해서 마음 한편이 씁쓸했다.



앙코르 유적이라고 하면 역시 사원의 조각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원 탑의 거대한 신의 얼굴과 섬세한 벽화와 조각들, 숲과 조화를 이루는 사원들의 형상들은 마치 어딘가 신비롭고 미지의 세계로 가는 통로 같기도 하다. 잘 알려진 앙코르 왓, 앙코르 톰 뿐만 아니라 앙코르의 붉은 보석으로 불리는 반띠아이 스레이, 탑 사면에 거대한 신의 얼굴이 조각된 바이욘 양식을 대표하는 바이욘 사원, 캄보디아와 태국 국경 절벽에 위치한 프레아 비히어 등 여러 힌두교 사원과 불교 사원의 구조나 건립 배경이나 목적, 페디먼트, 고푸라, 기둥, 탑문, 회랑의 벽 등에 조각된 벽화의 섬세함과 화려함 만큼 힌두교 신화나 그 시대 크메르인들의 생활, 문화, 사후세계에 대한 관념까지 보여주는 조각에 담겨진 이야기 역시 무척 풍부하다. 반띠아이 스레이의 페디먼트에 조각된 라마야나의 수그리바와 발리의 싸움처럼 한 화면에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장면을 함께 표현하는 크메르의 부조 벽화 기법 등도 인상적이었다.



여러 사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힌두교의 천지창조 신화인 우유 바다 휘젓기 신화나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건축물인 앙코르 왓의 거대 벽화에 세겨진 크메르인의 사후세계에 이야기를 담은 서른두 개의 지옥과 서른 일곱 개의 천국 조각은 그 의미를 알고 나니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조형적 감상을 넘어 신화의 재미와 그 시간 속을 살았던 크메르 인의 삶 한쪽을 엿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인도의 신화이자 서사시인 라마야나, 마하바라타, 불교 경전 속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조각들을 통해 힌두교와 불교가 그들의 삶에 얼마나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알 수 있다.



예술을 접하거나 여행을 다니다보면 자주 떠오르는 생각 중에 하나가 바로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구나.’이다. 장소를, 건축물을, 조각을, 예술품에 담긴 기호나 이야기를 알지 못하면 그냥 형태에 감동 할뿐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같은 지역은 아무래도 자료도 부족하다보니 이번 앙코르 이야기는 그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는 듯 했다. 인도의 양대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캄보디아 건국신화와 불교까지 여러신화와 역사를 조각한 앙코르 왓을 비롯한 여러 사원에 대한 글과 사진은 지금 당장이라도 앙코르 유적지로 달려가고 싶게 만들었다. 앙코르 왓에 방문하거나 앙코르 유적, 크메르 제국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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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1-0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힌두 신화에 관해 잘 설명한 책이 있을까요? 무지 궁금한데 함부로 선택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nero 2023-01-10 07:36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힌두 신화에 관심이 생겼는데 생각보다 관련 책이 많지 않더군요 ㅠㅠ 우선 라마야나와 한 권으로 읽는 인도 신화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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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노 / BLYNUE 블리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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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소재라 읽기 시작했는데 뒷권이 궁금해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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