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에게 희망을 (양장) 생각하는 숲 6
트리나 폴러스 글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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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다시 읽어도 기분 좋은 트리나 폴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을 다시 읽었다. 내가 오늘 중고서점에서 만난 책에는 친구의 열두살 생일을 축하한다는 친구의 메시지가 들어 있었다. 난 선물 받은 책은 절대 팔거나 누구에게 주지 않는데라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졌다. 선물 받은 친구는 이 책의 가치를 몰라서 처분한 게 아니었을까? 벼라별 생각이 다 드는 오후였다.

 

그런데 왜 책의 제목이 꽃들에게 희망일까? 주인공은 언젠가 나비가 되어 세상을 훨훨 날아 다닐 호랑 애벌레와 노랑 애벌레가 아니었던가. 태어나 먹이를 먹으면서 몸집을 키우는 것 밖에 별다른 할 일이 없던 호랑 애벌레는 벌레답지 않게, 그런 게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태어난 나무를 떠나 세상구경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처지의 벌레들이 기둥을 타고 오르는 장면을 보고는 자신도 기둥타기 대열에 참여한다.

 

그것은 오늘날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도 없이 경험하고 있는 치열한 경쟁에 대한 은유였다.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선 다른 벌레들을 짓밟고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르는 기둥 위로 그저 올라가는 것만이 지상과제일 따름이다. 그들이 그렇게 애타게 원하는 기둥 위에는 과연 그동안의 고통과 노력을 보상해 줄만한 무엇이 과연 존재하는 걸까? 나중에 두 번째 도전에서 기둥 위의 비밀을 알게 될 호랑 애벌레와 동료 애벌레들에게 그것은 끝까지 지켜져야 할 비밀이었다.

 

기둥으로 올라가는 길에 노랑 애벌레는 만난 호랑 애벌레는 경쟁의 무의미함을 깨닫고 하산해서 노랑 애벌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과연 저 기둥 위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결국 만류하는 노랑 애벌레를 뒤로 하고 호랑 애벌레는 두 번째로 기둥오르기에 도전한다. 하산해서 충분한 휴식과 먹이로 보충한 호랑 애벌레는 초짜 시절과 달리 동료들을 제치고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정상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실은 아무 것도 없다였다. 그저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동료 애벌레들을 짓밟고 버티는 것만이 존재의 목적이었을 따름이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런 치열한 현실이 주는 허무주의로 <꽃들에게 희망을>의 교훈을 잡을 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오직 소비를 위한 물질적 성공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호랑 애벌레의 회의에 공감할 수 있으리라. 한편, 지상에 남은 노랑 애벌레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고치에서 나비로 되어 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늙은 애벌레를 만나 자신도 나비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새로운 죽음과 탄생에 도전한다. 트리나 폴러스 작가는 호랑 애벌레의 기둥 오르기 도전이나 노랑 애벌레의 나비가 되고자하는 도전을 같은 수준에서 평가한다. 그러니까 어떤 것이 옳고 그르다는 평가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하늘을 날게 된 노랑 애벌레를 알아본 호랑 애벌레 역시 고치가 되는 변태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되는 숙명적 통과의례에 도전한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영속해서 반복된다.

 


문득 <꽃들에게 희망을>에 등장하는 다음의 문구가 생각났다. 나비가 없다면 꽃들도 존재할 수 없지. 나비들과 벌들이 아름다운 꽃들이 필 수 있게 수정작업을 해주어서 만발하는 꽃들이 있을 수 있다고 했지. 지난달 찾은 당수동 시민농장에 만개한 코스모스와 해바라기들을 쉴 새 없이 오가는 나비들과 벌들이 생각났다. 아름다운 나비가 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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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enown 2017-11-13 16: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들어봤고, 대충 내용도 안다고 생각해서 읽어 보진 않았는데...기회되면 읽어보겠습니다..경쟁이 아닌 상생의 길을 택하는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야지요..ㅎㅎ

레삭매냐 2017-11-13 16:54   좋아요 1 | URL
150쪽 남짓한 동화 스타일이라 보시기에
부담이 없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그런 책이랍니다.

sprenown 2017-11-13 17: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 꼭 읽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