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레전드 - 미국 프로야구 140년 전설이 된 야구인 이야기
김형준 지음 / 한스컨텐츠(Hantz)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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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이었다. 나름 프로야구 원년 팬이지만, 어려서 패배의 트라우마 때문에 한동안 야구를 끊고 살았다.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다리를 다쳐서 집에서 쉬는 동안 다시 프로야구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야구장을 매일 찾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다시 야구가 한동안 삶의 일부분이 된 적이 있는데 바로 메이저리그 덕분이었다. 미국이 전쟁에 참가하는 동안에도 쉬지 않았다는 메이저리그 파업 이후, 시들어 가던 인기가 비록 훗날 약물로 얼룩지긴 했지만 새미 소사와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 레이스로 조금씩 되살아나던 시절에 비로소 나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그 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 됐다. 내가 유일하게 가본 메이저리그 야구장이자 가장 많이 가본 곳도 펜웨이 파크였으니까,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까. 내가 메이저리그에 입문하던 시절 레드삭스에는 MVP 출신 모 본이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함께 팀의 중심타선을 담당하고 있었다. 벌써 십 년도 더 전의 일이다. 아직까지 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선수가 제이슨 베리텍과 팀 웨이크필드다. 개인적으로 늘푸른 소나무처럼 팀을 지키는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를 좋아한다. 그가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길 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야구 좀 본다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김형준 기자의 <메이저리그 레전드>는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메이저리그를 빛낸 73명의 스타 열전이다. 물론 야구는 현장에서 보는 맛이 제맛이라지만, 시공을 뛰어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상 이렇게 글로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아무래도 그들의 활약을 보지 못한 시절의 스타들보다 랜디 존슨이나 데릭 지터 같이 직접 플레이를 본 “우리 시대 레전드”에 눈길이 간다.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라는 전설 같은 말을 남긴 톰 글래빈의 느려 터진 공은 랜디 존슨이나 한때 리그를 지배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강속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그는 이제 우리 시대에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은 300승이라는 금자탑을 완성했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1년에 15승씩 20년은 올려야 하는 대기록을 그 느린 공으로 기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톰 글래빈의 명예의 전당행은 예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00승 달성의 위업을 친정팀 애틀랜타에서 달성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의 말대로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숙명의 라이벌 팀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마리아노 리베라는 비록 적이지만 그 실력 하나만큼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다. 투구가 선발, 중간계투, 원포인트 릴리프 그리고 마무리로 철저하게 분업화된 현대 야구에서 박빙의 승부를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한다. 9이닝 동안 리드를 하다가도 큰 거 한 방으로 승부가 바뀌는 것이 바로 야구의 묘미가 아니던가. 1점 차 승부, 9회 등판의 압박은 어마어마하다. 수만 명의 관중이 악다구니를 치는 가운데, 등판해서 승리를 지키기는 어지간한 강심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통산 575세이브 그리고 포스트시즌 42세이브라는 숫자가 그동안 리베라가 보여준 실력을 입증한다. 통산 601세이브로 올타임 기록을 가지고 있는 트레버 호프만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 분명한 리베라 역시 명전행이 유력해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프리에이전트 시스템이 일반화된 이후, 한 팀에서 커리어를 끝내는 선수가 적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팀에 대한 의리나 팬보다는 아무래도 단돈 1달러라도 더 주는 팀으로 가는 것이 당연시된 현실에서 ‘휴스턴의 별’로 애스트로스에서 20년을 뛰면서 타자로서는 최고의 영예 중의 하나인 3,000안타를 기록하고 멋지게 은퇴한 크레이그 비지오도 우리 시대의 레전드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래전 박찬호와의 대결에서 안타성 타구를 날리고, 2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았다. 무릎이 찢어진 유니폼 그리고 손때가 탄 헬멧을 고집하는 비지오야말로 휴스턴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틀림없다.

한동안 나의 라이벌 팀으로 이적해서 적이었지만, 우리 시대의 명투수 열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랜디 존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투수다. 아마 시애틀 시절 올스타전을 통해 처음으로 본 꺽다리 투수의 위용은 나무랄 데가 없다. 그 큰 키에서 내리꽂히는 패스트볼과 좌완이라는 장점은 타자가 그의 구속을 실제보다 더 빠르게 느꼈다고 했던가. 인사이드 투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패스트볼만큼이나, 일품이었던 그의 전성기 슬라이더는 어지간한 투수의 패스트볼 구속을 능가했다. 랜디 존슨이 2004년 5월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즈와의 경기에서 27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면서 메이저리그 최고령 퍼펙트 경기를 기록한 순간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최근 ESPN에서 랜디 존슨과는 눈싸움하지 말라는 유머 섞인 광고에 등장한 그의 모습이 참 반가웠다.

이상으로 책에서 소개된 플레이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거나 혹은 보고 싶었던 네 명의 선수 이야기를 소개해봤다. 김형준 기자의 <메이저리그 레전드>에는 이외에도 70명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등장한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유용한 정보들을 한데 엮으면 얼마나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이 책이 증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메이저리그에 입문하는 이에게는 좋은 교과서로, 또 이미 메이저리그의 재미를 안 이들에게 역시 복습하는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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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5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8-25 22:3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8-08-25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리뷰 짱입니다!!!! 메져 팬이시네요 우아 조아라

레삭매냐 2018-08-25 22:31   좋아요 1 | URL
제가 스포츠는 야구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랍니다 ㅋㅋ

2018-08-25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