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김대중 1, 2>를 리뷰해주세요.
만화 김대중 1
백무현 글 그림 / 시대의창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대한민국은 연달아 두 명의 전임 대통령들과의 이별을 경험해야 했다. 전쟁, 혁명, 군사쿠데타 그리고 어처구니없는 독재를 경험해야 했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반세기만의 정권 교체와 IMF 위기극복, 냉전체제와 권위주의 타파를 이룩했던 지도자들의 상실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 그를 다룬 많은 책들이 출간 붐을 이뤘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신 후 많은 책들이 출간됐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책이 바로 백무현 작가의 <만화 김대중>이었다. 전작 <만화 박정희>와 <만화 전두환>의 경우를 볼 적에 역시 두 권짜리 세트인가 싶었지만 자그마치 5권짜리 대형 시리즈물이었다.

백무현 작가는 1권의 저자 서문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발자취를 쫓는 많은 연구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 선조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전라남도 신안군의 작은 섬 하의도의 역사로부터 시작되는 <만화 김대중>은 작가의 말대로, 균형 잡힌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그의 공적뿐만 아니라 실수까지도 담담하게 담아내겠다는 선언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왕정국가 조선의 선조가 자신의 딸인 정명공주에게 4대 동안 조세권을 하사하면서 하의도의 비극은 시작된다. 정명공주의 시집인 풍산 홍씨 집안은 선조의 유언이 지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하의도 전체에 대한 조세권을 행사하고, 나중에 일제침탈기에는 일본인에게 헐값에 하의도 전체에 대한 권리를(물론 근거가 없는!) 넘기기도 한다. 결국 해방이 되고 나서, 1950년에 하의도 주민들은 자신들의 땅에 대한 권리를 정식으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이 김대중 선생의 고향인 하의도에 대한 역사 부분이 1권의 1/3을 차지하고 있었다.

연대기적 서술에 따라 구한말의 유학자 초암 김연 선생의 서당에서 글공부를 시작한 김대중 선생은 목포상고로 진학하고 졸업 후, 첫 번째 배우자인 차용애 씨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 차례로 그려진다. 해방 이후, 몽양 여운형 선생의 건국준비위원회에 몸을 담게 되면서 김대중 선생은 정치가로서 자신의 인생역정을 시작하게 된다.

해방 시기에 주식회사 전남기선이라는 해운회사를 인수하여 사업가로 변신한 김대중 선생은 한국전쟁 시기에 북한군에게 포로가 되어 첫 번째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된다. 이어 전쟁 중 임시수도였던 부산에서 머물던 중, 1952년 이승만이 재선과 독재연장을 위한 발췌개헌안을 통과시킨, 부산정치파동 사건을 통해 결정적으로 정계에 투신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한국 현대사에 있어, 큰 획을 그은 주인공 중의 한 명인 김대중 선생의 출생으로부터 시작해서, 그가 어떻게 해서 정치계에 입문하게 되었는가가 1권의 주요 내용이다. 어려서부터 남들과는 다른 탁월한 지도력과 불의에 굴하지 않는 정의를 보여 주었고, 일제 치하에서는 구국을 위해 몸바친 전봉준과 이순신 장군을 기리며 성장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휴머니즘에 입각한 민족에 대한 뜨거운 사랑 역시 빼놓을 수가 없을 것이다.

훗날 김대중 선생이 남긴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라는 금언의 유래가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었는가에 대해 그의 유년시절부터의 성장과정을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제 청년 김대중의 시기를 지나 본격적으로 정치계에 입신하게 되는 장년 김대중의 모습이 그려질 2권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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