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를 리뷰해주세요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와 나눈 3일간 심층 대화
오연호 지음 / 오마이뉴스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9년 5월의 어느 주말, 외출을 하려는데 텔레비전에서 긴급속보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오보겠지 하는 마음으로 외출을 했다. 그런데 시내에 나가 들리는 말들을 들어 보니 정말 노 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게 맞다고 했다. 그리고 아주 우연하게 마주친 어르신이 다짜고짜 노 전 대통령이 죽은 게 맞냐며(당신은 이미 알면서 나에게 물었었다), 한바탕 고인의 욕을 해댔다. 이성적으로 대화가 되지 않겠다 싶어서 황급히 그 자리를 떴다. 그게 나의 지난 5월 23일의 모습이었다.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는 인터넷 언론인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기자가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을 2007년 가을 세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정리해서 내놓은 책이다. 이 책에서 인터뷰어 오연호 기자는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 정치가, 사상가 그리고 마치 그의 별명처럼 되어 버린 바보 노무현을 조명한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노무현 대통령은 상고출신으로 사법고시를 치르고 법조인 생활을 시작한다.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던 그는 인권변호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고, 자신의 정치적 대부인 YS의 공천을 받아 부산에서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어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에 발을 내딛는다. 전두환에 대한 청문회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노무현 대통령은, 1990년 YS의 민자당 야합을 분연히 거부하고, 마이너리거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는 부산에서 잇달아 국회의원 선거와 부산시장선거에서 낙선하면서 지역차별의 벽에 좌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반칙을 허용하지 않는 원칙주의자라는 자신의 정치철학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다. 2002년 당시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도 대선후보 레이스에 뛰어 들면서 초반 열세를 딛고 민주당 대선후보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와 맞붙어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것은 마치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가능케 하고,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의 도래를 알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으로서 노무현이 맞부딪힌 정치현실은 우리가 기대했던 이상과는 너무나 달랐다. 오연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과의 치열한 전투는 임기 내내 노무현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노 대통령 자신도 국정운영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였다고 이 책을 통해 고백하고 있다.

언론은 근대초기 자신의 순기능인 정부비판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에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언론은 그 어느 것의 통제도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하면서, 시민들의 편이 아닌 시장권력과 결탁하거나 혹은 아예 그 권력 자체가 되어 버렸다.

이렇게 끊이지 않는 언론과의 불화에 더해,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 타결과 같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현안들이 잇달아 현실화되면서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마저 그에게 등을 돌리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대통령은 야당인 한나라당을 설득해서 대연정 구상도 해보지만, 단발선 해프닝으로 끝나고 만다. 결국 지난 2007년 대선에서 747공약을 내세운 한나라당의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우리는 작금에 민주주의 역주행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 책에 기술된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가장 가슴을 때리는 구절은 바로 “권력을 위임은 하되, 지배는 거부한다”는 말이었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가 혹은 권력의 대리인이 역설적으로 자신의 주권자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인신을 구속하고 지배하려고 하는 이런 역설적인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작금의 이런 현실을 예상이라도 했듯이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퇴임 후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기자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후계자라고도 불리는 유시민 교수의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아무런 대가 없이 미리 땡겨쓴 민주주의의 가치를 우리는 지금에서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통제 불능에 빠져 리바이어던처럼 변해 버린 권력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우리 개개인이 각성하고 새로운 시민조직을 결성해야 한다고 고인은 주장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보호나 공동체적 삶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거부하는 시장자본주의의 본질을 깨닫고, 새로운 희망의 연대야말로 우리의 나아갈 길일 것이다.

1992년 가을 떠났던 강원도 답사길에 우연히 당시 전 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던 노무현 대통령과 만났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정치에는 무관심해서, 실패한 정치인이었던 그에게 사인을 받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후,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그 무수한 바보들의 행렬에서 다시 한 번 그가 우리에게 정말 소중했던 사람이었구나라는 사실이 뼈저리게 느껴졌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말 소중한 것은 그 존재가 사라진 후에야 알게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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