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의 귀환>을 리뷰해주세요
어린왕자의 귀환 - 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
김태권 지음, 우석훈 / 돌베개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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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아주 오랜만에 만날 수가 있었다. 파주에 갔다가 어린이 청소년들이 즐겨 읽는 책들을 내는 전문 브랜드 비룡소 서점에서 <어린왕자>를 보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그리고 돌베개 출판사에서 김태권 작가와 우석훈 교수가 의기투합한 <어린왕자의 귀환>이 나온다는 말을 듣고서 아주 기대가 됐다. 사실 돌베개 블로그에 들러서 책이 나오기 전에 미리 웹툰으로 올려진 김태권의 작가의 그림을 보기도 했었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김태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김태권 작가의 <십자군이야기>를 통해 처음으로 그의 작품 세계와 만날 수가 있었다. 신자유주의와 구 부시 행정부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점철된 <십자군이야기>가 2권까지 밖에 나오지 않아서 아쉬워하고 있던 차에 <어린왕자의 귀환>은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그렇다 <어린왕자의 귀환>은 생텍쥐페리의 명작 <어린왕자>의 패러디 버전이다. 생텍쥐페리가 자신의 소설에서 소행성B612와 장미에 관심을 두었다면, 김태권 작가는 이 책에서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신자유주의가 그동안 선전해 오던 ‘시장천국 불신지옥’의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유효한 아젠다가 아니라는 현실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의 첫 십년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여전히 시효가 지나 버린 신자유주의 망령에 사로 잡혀 있다. 70년대 개발독재 시대에서나 통용이 가능하던 파이를 키워 분배를 하자는 파이론(論)이 여전히 득세를 하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으며, 도대체 해법이 보이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와 날이 갈수록 그 격차가 벌어져 가는 빈부의 차이를 벌리는 소득분배의 문제들은 정말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개인적으로 어린왕자의 별을 망쳐 놓은 정체불명의 신자유주의 자본가를 찾아 나서는 우주여행에서 김태권 작가가 비정규직 왕자로 내세운 두 명의 캐릭터인 남수와 주영의 구한말 타임머신 여행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일제의 침탈이 가속화되어 가고 있던 백 년 전에 이미 반드시 국가가 수호해야 할 국가 기간산업인 전기사업을 민영화시키려는 시도가 미국과 미국 자본가에 의해 있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현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의 폐해가 이미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구미선진국가들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었는지 뻔히 알면서도 그런 무리수를 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수년 전 미국 동부를 암흑천지로 만들었던 대규모 ‘블랙아웃’(정전) 사태도 극단적인 민영화로 인한 부작용의 한 예로 들 수가 있겠다. 아울러 오바마 정부에서도 모범 사례로 꼽고 있는 전 국민 의료보험 제도에 자신들의 입맛대로 수정을 가하려고 하는 움직임 역시 김태권 작가와 우석훈 교수의 예리한 눈길을 피해가진 못하고 있었다.

김태권 작가의 패러디된 그림들이 어쩌면 이렇게 작금에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태들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옛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즐겨 쓰던 수법인 분할통치(divide and rule) 기법이 현재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사측에서 구사하고 있는 노노대결 구조로 치환되고 있다는건 신문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만한 내용이었다. 일자리를 잃으면 사회적 안전장치의 부재로 인해 바로 극빈층으로 전락해 버리고, 심지어 일하고 있어도 일하는 빈곤층(working poor)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에 대해 우석훈 교수는 각 장마다 달려 있는 해제를 통해,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그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미 자신의 저작들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기업의 육성과 대안 경제에 대해 설파해온 우석훈 교수는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이 판치는 시장자본주의보다는 공동체적인 삶에 보다 큰 가치를 둔 조화로운 삶의 가치를 설파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신자유주의 우주에서 살아남는’데 한결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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