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주의 선언 - 좋은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
문광훈 지음 / 김영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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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문광훈 교수는 네이버 열린연단에서 좋은 에세이를 여럿 썼다.그 에세이들을 읽으면서 많이 느끼고 배웠기 때문에 이 책을 접할 기회가 생겨서 기뻤다.

저자는 독문학을 전공하고 가르치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윤두서 선생과 이태준 작가를 다룬다.보통 서양의 문학이나 역사를 전공한 사람은 서양의 고전이나 작품들을, 동양 쪽으로전공한 사람은 동양문학이나 동양미술만 다뤄서 아쉬움이 있었는데 저자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책 속에서 잘 녹여내고 있다.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본인에게 주어진 행운만큼 스스로를 철저히 관리하고 덕을 쌓은 윤두서 선생의 이야기는 어떻게 좋은 삶을 향해 다가갈 수 있는지 알려주고, 일제와 북한이라는 역사적 환경 속에서 문학이라는 이상이 꺾이는 이태준 작가의 사연은 행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국어 시간에 문학을, 미술 시간에 미술을 배우곤 하지만 진선미를 좋은 삶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엮어서 하나로 풀어내는 이야기를 듣기는 어려운데 이 책은 그러한 시도를 해냈다.서양 철학자들의 고전, 각종 미술작품은 물론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까지 엮어서 예술과 아름다음울 통한 선, 선을 통한 좋은 삶을 그려냈다.집단주의를 경계하고 개인을 강조하면서도 혼자만의 말초적인 쾌락이 아니라 열려있는 행복, 자신을 성찰하되 사변적이지는 않고, 아는 것을 실천하지만 배우고 쇄신하는 것을 뒤로 미루지 않는 심미주의는 참 매력적이다.

가장 널리 알려진 자기개발서인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도 무엇보다 먼저 성품부터 길러야 한다고 조언하는데, 이 책에서도 프리드리히 실러를 인용하여 성격의 고귀화를 강조한다.마찬가지로 좋은 정치, 좋은 사회란 개인들이 좋은 삶을 사는 것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에세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125259&rid=253
https://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138828&rid=253
https://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55948&rid=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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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성, 건축가입니다
데스피나 스트라티가코스 지음, 김다은 옮김 / 눌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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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니 역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여성 인권 운동의 공헌으로 제도권 내에서의 성차별은 20세기 중후반에 차차 폐지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문화적, 관습적으로는 차별이 법보다 훨씬 느리게 없어졌다.우리가 흔히 남성적 직업이라 여기는 건축업 쪽은 아무래도 성평등의 진전이 늦을 수밖에 없는데 책을 읽으면서 아직 멀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면 여성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 더러 있다.그러나 이 책은 그런 책들처럼 여성 위인들의 활약을 정리해놓은 연대기가 아니다.여성 건축가인 저자와 저자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에 대해 풍부하면서도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새로운 창이지만 또 그만큼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내에서 여성이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특히 위키피디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자서전 등 특출난 위인 개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영향으로 공동 작업자/협력자로서의 여성이 충분히 평가 받지 못한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무엇보다 편집자 중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지 않는다.

 

평등이 충분하니 이제 실력주의면 된다던가, 개인의 중요성만을 강조하여 팀의 역할과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던가, 건축 쪽으로 여성들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니(혹은 결혼, 임신 등으로 퇴직하니) 그녀들의 책임이고 나는 모르겠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그러나 이상적인 사회가 아닌 현실 사회는 실력 이외에 문화와 관습도 인사, 승진, 급여에 영향을 준다.또한 개인주의도 한계와 보완이 필요한 개념이고, 어떤 부분에서건 특정 성이 소외되고 있다면 챙겨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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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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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정말 파란만장했다.식민지 시기, 해방 후 혼란과 좌우대립, 전쟁, 독재정권 등 정치적으로 부끄러운 시기가 많았다.그러다보니 정권의 밑에서 일하는 검사들은 물론 변호사들과 독립되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판사들까지 그런 시대상황 속에서 많은 오점을 남겼다.


그런데 사실 중요한 것은 그들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적음은 물론 참고할만한 기록조차 부족하다는 것이다.기록의 경우에는 해방 이후의 좌익 탄압 때문에 좌익계열의 법조인들에 대한 기록은 적을 수밖에 없고 남아있는 기록은 일방적이다.듬성듬성 남아있는 기록으로 얼기설기 그 시대상을 그려내면 우리가 법조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통념 그리고 그들에게 보내는 신뢰와 존중감이 흔들린다.


꽤 오래 전부터 검찰개혁을 중심으로 한 사법개혁이 항상 우리 사회의 화두였다.박근혜 정권의 잘못이 드러나면서, 특히 법원의 연루까지 밝혀지면서 사법개혁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다.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는 법조계 인사들은 모두 일제강점기에 판검사가 된 사람들 심지어 그때 그저 서기였다 해방된 후 미군정 시대에 운 좋게 판검사가 된 사람들의 후배고 제자다.


집을 치울 때 제대로 치웠다고 말하려면 잘 안 보이는 곳, 손이 닿기 힘든 곳까지 완벽하게 치워야 한다.불결하고 부끄러운 것들을 구석 어디에 묻어두고 다 치웠다고 말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과거를 제대로 직시하고 밝힌 후에 정리할 것들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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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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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은 약 500권의 책을 저술할 정도로 박학다식하고 열정적인 학자였다.또 한 때는 왕의 총애를 받는 관료였고 본인이 모신 왕이 죽은 후에는 탄압받아 귀양에 간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심경이라는 책의 가르침이 모두 정약용 선생의 삶 깊숙이 반영되어 있다.수많은 고전에서 이야기하듯 큰 사람에게는 항상 고난의 시기가 닥친다.정약용은 귀양이라는 징벌을 학문 연마와 저작의 기회로 삼았다.본인이 모셨던 군주가 높이 받들고 강연한 책을 본인 삶의 마지막 학문으로 삼으려 하였다.심경 자체는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니지만 책이라는 것은 읽고 또 읽으며 의미를 찾아내면 그 의미에 한계가 있지 않으니 정약용 선생이 심경을 공부한 후 본인의 학문과 삶을 통해 그 배운 것들을 반추해보면 다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올까.


기존의 대가족이 해체하고 황혼이혼이 증가하면서 노년층의 고독은 커지고 있다.고용의 안정성이 위태로워지고 자녀를 키우는 비용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년층은 고립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계층이동성이 낮아지고 일자리도 부족하여 청장년층의 좌절과 절망은 나날이 늘어간다.고전을 읽는다고 그런 사회적 현실을 개혁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최소한 그런 현실 속에서 받는 괴로움을 덜어내고 내 자신을 지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상황은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고, 실패 역시 나의 대응에 따라 기대가 될 수 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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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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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된 표현이지만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이다.질이 나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 대한 멸칭인데 이런 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언론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다.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기자들이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교묘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비판이 많다.이런 문제는 이탈리아라고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탈리아도 굴곡이 많은 나라다.역시 많은 도시국가로 갈려지고 외세에 지배를 받았으며 파시즘의 시기도 거쳤다.또한 그 이후에도 부패한 통치자로 인해 민주주의의 진전은 더뎠다.그러다 보니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 책에도 많이 담겨있다.이 책의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 분야의 권위자임은 물론이고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그러면서 사회비평문도 무수히 썼다.학문, 문학, 사회참여를 망라하는 지성인이다.그런 에코는 언론에 대해 어떤 쓴소리를 했을까.

 

소설이다보니 책에 대해서 쓰는데 책의 결말은 숨겨야 하는 모순을 맞닥뜨린다.내 나름대로 최종적인 결말은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겠다.

 

책은 언론인이라고 칭하기도 부끄러운, 애당초 묵묵하게 진실을 찾아내는 목표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집단들이 주조연을 맡고 있다.돈 때문에 대필을 맡은 사람과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왔지만 점차 물 들어가는 여자, 회의주의에 기대 진실을 찾으려다 돌연사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보통 이런 주제의 스토리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기자가 권력의 억압과 위협에 맞서 취재를 해나가고 진실을 밝혀서 정의를 향해 나아가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백옥(?) 같은 주인공은 처음부터 없다.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고 생생하다.무솔리니라는 독재자의 최후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이탈리아의 험난한 현대사를 잘 보여준다.

 

"패배자는 독학자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승리자보다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만약 우리가 승리하고자 한다면, 그저 한 가지만 잘 알아야지 무엇이든 다 알겠다고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박학다식하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건 패배자들이 겪는 업보이다.어떤 사람의 지식이 늘면 늘수록 그에게는 잘못 돌아가는 일들도 자꾸 늘어간다는 것이다."(24~25페이지)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그 일을 묘사할 때 과장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자네 아버지는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거야.자네가 고속 도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시신들이 피의 호수에 잠겨 있었다고 말할 수 있어.그건 피가 코모 호수처럼 넓게 고여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피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려고 하는 말이야.어떤 사람이 자기가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회상할 때는 자네도 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봐."(60~61페이지)

"내가 언제부터 진짜 실패자가 되었는지 아나?나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그때부터였네.그 생각을 곱씹으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인생이라는 게임의 여러 판 가운데 적어도 한 판은 승리했을 거야."(124페이지)

"이보게 어린 친구, 저건 윤전기 돌아가는 소리야.자넨 이 일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19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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