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성, 건축가입니다
데스피나 스트라티가코스 지음, 김다은 옮김 / 눌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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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니 역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낮다.여성 인권 운동의 공헌으로 제도권 내에서의 성차별은 20세기 중후반에 차차 폐지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문화적, 관습적으로는 차별이 법보다 훨씬 느리게 없어졌다.우리가 흔히 남성적 직업이라 여기는 건축업 쪽은 아무래도 성평등의 진전이 늦을 수밖에 없는데 책을 읽으면서 아직 멀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보면 여성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 더러 있다.그러나 이 책은 그런 책들처럼 여성 위인들의 활약을 정리해놓은 연대기가 아니다.여성 건축가인 저자와 저자가 생각하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들에 대해 풍부하면서도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새로운 창이지만 또 그만큼 여론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 내에서 여성이 어떻게 다뤄지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 특히 위키피디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자서전 등 특출난 위인 개인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영향으로 공동 작업자/협력자로서의 여성이 충분히 평가 받지 못한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무엇보다 편집자 중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지 않는다.

 

평등이 충분하니 이제 실력주의면 된다던가, 개인의 중요성만을 강조하여 팀의 역할과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던가, 건축 쪽으로 여성들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으니(혹은 결혼, 임신 등으로 퇴직하니) 그녀들의 책임이고 나는 모르겠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그러나 이상적인 사회가 아닌 현실 사회는 실력 이외에 문화와 관습도 인사, 승진, 급여에 영향을 준다.또한 개인주의도 한계와 보완이 필요한 개념이고, 어떤 부분에서건 특정 성이 소외되고 있다면 챙겨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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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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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정말 파란만장했다.식민지 시기, 해방 후 혼란과 좌우대립, 전쟁, 독재정권 등 정치적으로 부끄러운 시기가 많았다.그러다보니 정권의 밑에서 일하는 검사들은 물론 변호사들과 독립되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는 판사들까지 그런 시대상황 속에서 많은 오점을 남겼다.


그런데 사실 중요한 것은 그들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적음은 물론 참고할만한 기록조차 부족하다는 것이다.기록의 경우에는 해방 이후의 좌익 탄압 때문에 좌익계열의 법조인들에 대한 기록은 적을 수밖에 없고 남아있는 기록은 일방적이다.듬성듬성 남아있는 기록으로 얼기설기 그 시대상을 그려내면 우리가 법조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통념 그리고 그들에게 보내는 신뢰와 존중감이 흔들린다.


꽤 오래 전부터 검찰개혁을 중심으로 한 사법개혁이 항상 우리 사회의 화두였다.박근혜 정권의 잘못이 드러나면서, 특히 법원의 연루까지 밝혀지면서 사법개혁은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다.그리고 지금 문제가 되는 법조계 인사들은 모두 일제강점기에 판검사가 된 사람들 심지어 그때 그저 서기였다 해방된 후 미군정 시대에 운 좋게 판검사가 된 사람들의 후배고 제자다.


집을 치울 때 제대로 치웠다고 말하려면 잘 안 보이는 곳, 손이 닿기 힘든 곳까지 완벽하게 치워야 한다.불결하고 부끄러운 것들을 구석 어디에 묻어두고 다 치웠다고 말한다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과거를 제대로 직시하고 밝힌 후에 정리할 것들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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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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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선생은 약 500권의 책을 저술할 정도로 박학다식하고 열정적인 학자였다.또 한 때는 왕의 총애를 받는 관료였고 본인이 모신 왕이 죽은 후에는 탄압받아 귀양에 간 사람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심경이라는 책의 가르침이 모두 정약용 선생의 삶 깊숙이 반영되어 있다.수많은 고전에서 이야기하듯 큰 사람에게는 항상 고난의 시기가 닥친다.정약용은 귀양이라는 징벌을 학문 연마와 저작의 기회로 삼았다.본인이 모셨던 군주가 높이 받들고 강연한 책을 본인 삶의 마지막 학문으로 삼으려 하였다.심경 자체는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니지만 책이라는 것은 읽고 또 읽으며 의미를 찾아내면 그 의미에 한계가 있지 않으니 정약용 선생이 심경을 공부한 후 본인의 학문과 삶을 통해 그 배운 것들을 반추해보면 다시 배울 것이 얼마나 많이 쏟아져 나올까.


기존의 대가족이 해체하고 황혼이혼이 증가하면서 노년층의 고독은 커지고 있다.고용의 안정성이 위태로워지고 자녀를 키우는 비용은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년층은 고립감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계층이동성이 낮아지고 일자리도 부족하여 청장년층의 좌절과 절망은 나날이 늘어간다.고전을 읽는다고 그런 사회적 현실을 개혁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겠으나 최소한 그런 현실 속에서 받는 괴로움을 덜어내고 내 자신을 지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상황은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있고, 실패 역시 나의 대응에 따라 기대가 될 수 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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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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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람된 표현이지만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이다.질이 나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 대한 멸칭인데 이런 말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언론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다.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주류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기자들이 진실을 추구하기보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교묘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비판이 많다.이런 문제는 이탈리아라고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탈리아도 굴곡이 많은 나라다.역시 많은 도시국가로 갈려지고 외세에 지배를 받았으며 파시즘의 시기도 거쳤다.또한 그 이후에도 부패한 통치자로 인해 민주주의의 진전은 더뎠다.그러다 보니 정부와 언론에 대한 불신이 이 책에도 많이 담겨있다.이 책의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 분야의 권위자임은 물론이고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그러면서 사회비평문도 무수히 썼다.학문, 문학, 사회참여를 망라하는 지성인이다.그런 에코는 언론에 대해 어떤 쓴소리를 했을까.

 

소설이다보니 책에 대해서 쓰는데 책의 결말은 숨겨야 하는 모순을 맞닥뜨린다.내 나름대로 최종적인 결말은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겠다.

 

책은 언론인이라고 칭하기도 부끄러운, 애당초 묵묵하게 진실을 찾아내는 목표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집단들이 주조연을 맡고 있다.돈 때문에 대필을 맡은 사람과 순수한 마음으로 들어왔지만 점차 물 들어가는 여자, 회의주의에 기대 진실을 찾으려다 돌연사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보통 이런 주제의 스토리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기자가 권력의 억압과 위협에 맞서 취재를 해나가고 진실을 밝혀서 정의를 향해 나아가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백옥(?) 같은 주인공은 처음부터 없다.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이고 생생하다.무솔리니라는 독재자의 최후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이탈리아의 험난한 현대사를 잘 보여준다.

 

"패배자는 독학자와 마찬가지로 언제나 승리자보다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만약 우리가 승리하고자 한다면, 그저 한 가지만 잘 알아야지 무엇이든 다 알겠다고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박학다식하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그건 패배자들이 겪는 업보이다.어떤 사람의 지식이 늘면 늘수록 그에게는 잘못 돌아가는 일들도 자꾸 늘어간다는 것이다."(24~25페이지)

"끔찍한 일을 겪은 사람들은 그 일을 묘사할 때 과장법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자네 아버지는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거야.자네가 고속 도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시신들이 피의 호수에 잠겨 있었다고 말할 수 있어.그건 피가 코모 호수처럼 넓게 고여 있다는 뜻이 아니라, 그저 피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려 주려고 하는 말이야.어떤 사람이 자기가 살아오면서 겪은 가장 비극적인 사건을 회상할 때는 자네도 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 봐."(60~61페이지)

"내가 언제부터 진짜 실패자가 되었는지 아나?나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그때부터였네.그 생각을 곱씹으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더라면, 인생이라는 게임의 여러 판 가운데 적어도 한 판은 승리했을 거야."(124페이지)

"이보게 어린 친구, 저건 윤전기 돌아가는 소리야.자넨 이 일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아무것도 할 수가 없지!"(198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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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미친 것 같아도 어때?
제니 로슨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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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하기 마련인데 우리는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보다 불완전하면 비정상이라 부른다.그러나 기준의 정도는 각양각색이다.각자의 기준에 따라 다른 사람이 비정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의 불완전을 관용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그러려면 자신의 불안정부터 인정해야 한다.이 책의 저자는 다소 심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가족과 남자친구의 도움 그리고 초월적인 긍정으로 잘 버텨나가고 있다.


정신적인 불완전이 질병과 치료의 대상으로 존중받은 역사는 얼마되지 않는다.미신과 종교가 지배하는 시대에서는(혹은 지역에서는) 불경스러움의 결과로만 봤고 그 이후 이성과 과학이 도래한 시대가 되어서야 그것이 호르몬의 문제라는 것이 밝혀졌다.하지만 아직도 의지의 문제로만 몰고 가고 환자를 무언가 잘못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경향이 남아있다.그런 경향이 있다보니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인다.(저자의 어머니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이고 본인의 불완전함을 솔직히 고백한다.그리고 불완전 속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정리하여 책으로 써냈다.정신적 문제로 인한 저자의 고통이 불편하고 괴로웠지만 그 와중에도 재치와 낙관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감탄을 했다.


"호텔 쪽으로 몸을 돌려서 보니 도시를 향해 뻗은 내 발자국이 어딘가 짝이 맞지 않아 보였다.하나는 작고 하얗고 반짝였다.또 하나는 모양이 일그러졌고 발끝마다 빨간 핏자국이 있었다.마치 내 인생의 상징 같았다.한쪽 면은 밝고 마법 같았다.늘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하는 행운의 모습.다른 한쪽 면은 피투성이에 비틀거렸다.절대로 계속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예수님이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기셨네"라는 시 구절 같지만, 대신 여기에 예수는 적고 피는 많았다.

이것은 흰색과 붉은색으로 이루어진 내 삶이었다.그리고 나는 그 삶에 감사했다."(85~86페이지)


"우울증의 거짓말에 희생된 유명인들을 보면서 우리는 혼자 생각한다.'세상에, 어떻게 자살을 할 수 있지?저렇게 다 가진 사람이?'그러나 그들은 가 갖지 않았다.그들은 죽는 게 더 낫다고 믿게 만드는 병의 치료법은 갖지 못했다.

처방 약과 상담 칠라는 영원한 골칫저리를 떠안을 가치가 있는지 의심이 들 때마다 나는 어지러운 상태에 패배해버린 그들을 떠올린다.그리고 계속 건강하도록 자신을 밀어붙인다.내가 맞서 싸우는 대상은 내가 아니라고, 그것은 화학적 불균형이라는 명백한 실체라고 되뇐다.두뇌는 얼마든지 교활해질 수 있으며,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신이 어지러울 때나 안정적일 때나 모두 상기한다."(95~9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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