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협력사회 - 전쟁은 어떻게 협력과 평등을 가능하게 했는가
피터 터친 지음, 이경남 옮김, 최정규 감수 / 생각의힘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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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장구하고도 다양한 역사를 하나의 키워드로 묶어내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 아제모글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같은 책이 그렇다.이 책은 전쟁을 통해 증진되는 평등과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전쟁은 억압, 파괴, 대립의 상징인데 그것이 평등과 협력을 촉진시킨다니 놀랍지 않은가.하나의 키워드로 역사를 돌아보는 책들은 관점의 차이나 허점이 있기 마련이라 비판하고 부정하기 쉽지만 새로운 관점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또 장점도 있기 마련이다.


"뭔가를 알고 싶다면 그것을 측정하는 법부터 배워라."(25페이지) 저자는 수학을 중시하는 생물학자라 역사를 데이터화하고 그것을 통해 일관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이타적인 개인은 이기적인 개인을 이길 수 없지만, 이기적인 사회는 이타적인 사회를 이길 수 없다는 익숙한 말을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충분히 실증하고 있다.인간의 협력성과 이타성은 본성이 아니라 순전히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다른 생물학자들의 주장을 부인하며 왜 협력이 중요한가를 기술하고 있다.무조건적인 낙관론이나 냉소적인 비관론 모두를 부인하며 지난시절 어떻게 협력을 증진시켜 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개인주의와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그리고 협력은 단지 부차적이거나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착각을 하고 있다.그러나 인류의 생존, 발전은 협력에 기반하고 있고 과열된 경쟁은 모두에게 해롭다.이 책의 메시지는 생물학적 근거로 이기주의를 무한히 정당화시키려는 노력을 분쇄하기 충분할 것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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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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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하찮은 정보들이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명료성을 가지라고 말했다.어떤 정보를 하찮은 정보라고 판단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보를 통해 얼마나 보편적인 결과를 추출할 수 있는지가 그런 판단의 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복잡성 과학의 선구자라 불리는 이 책의 저자가 데이터를 검토하여 법칙들을 찾아내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현재에 대한 분석과 미래에 대한 예측 과정에서 덜 중요한 정보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얼마 전부터 복잡계 과학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우리나라에도 한국복잡계학회가 존재하고 성균관대학교의 김범준 교수가 해당 학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데 책과 강연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며 복잡계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사실 이공계 전공이 아니라 과학에 대한 이해도 일천한데 복잡계라는 새로 나온 용어까지 덧붙여지니 주워듣기는 하면서도 적극 공부하지는 않았다.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복잡계 과학이라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얼마나 유용한 도구인지 알게되었고 지적 게으름을 반성하게 됐다.


우리의 직관과 상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실제 세상의 규칙성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저자의 모습은 친절한 안내자 같다.또 과학자임에도 기술과학의 부작용과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데 (각자 견해는 다를 수 있으나) 과학의 윤리성, 과학자의 사회참여가 강하게 요구되고 다른 학제와의 융복합이 강조되는 지금 시대에 모범적인 학자의 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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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미래전략 2019 - 기술변화부터 국제정세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메가트렌드 전망과 전략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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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는 어느 나라건 싱크탱크가 있다.특히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그 영향력이나 인지도가 어마어마하다.교수나 관료 등 전문가나 유명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정부 내에서 임명직이 생기면 싱크탱크의 그 수많은 전문가들 중에서 뽑아가는 경우도 많다.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들의 외교정책에 반영한 스마트파워라는 개념도 csis에서 나왔다.우리나라는 국책연구소나 정당 내 연구소, 기업의 연구소가 있지만 정작 공적 목적으로 뭉친 민간 싱크탱크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민간 싱크탱크는 특정 정당에 소속된 연구소, 특정 정당 출신의 대통령이 관리하는 정부의 연구소, 기업에 종속된 연구소보다 초당파적일 수 있다.또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각 5년 혹은 4년 내로 실현되어 효과를 보는 정책을 필요로 하고 기업은 상품/서비스 등으로 당장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연구를 필요로 하는데 반해 이 책을 만든 연구소는 비교적 장기적인 연구가 가능하다.또 세간에 돌아다니는 미래에 대한 책들이 철학적 견해나 기업의 마케팅 측면에 집중된 측면도 보이는데 이 책은 기술과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카이스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기술이나 과학 쪽으로 치중되었다는 선입견도 생길 수 있겠지만 선비정신, 아시아 평화중심 창조국가 같은 철학이 들어있는 거시적인 지향점도 내놓았다.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주요 쟁점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까지 제시하면서도 수정이 가능하다는 겸손함을 밝혀둔 것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 헤티리지 재단, 미국외교협회, 카네기 재단 같은 권위있는 모임이 우리나라에도 많이 만들어지기 바라는데 카이스트 미래전략연구센터도 그렇게 발전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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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의 정치 2 - 세계평화의 권력이론적 접근
한스 모겐소 지음, 이호재 외 옮김 / 김영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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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자들이 국가적 이유와 세력 균형과 같은 잣대가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 무자비하고도 늘 반복되는 순환 과정에서 탈출하려는 몸부림이요, 정치를 계산 가능한 이기심이라는 좀 더 바람직한 토대 위에 올려놓으려는 시도라 볼 수 있다."(32페이지)

우리 시대는 언제나 과학적 처방을 찾고자 노력하는 과정에 있다.그러나 완강한 현실은 오늘날의 해결책을 내일의 오류로 만들어버리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166페이지)

<국가 간의 정치1>


1권에서 현실주의를 소개하며 이상과 도덕을 뒤로 제쳐두는 냉혹성을 보였는데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평화에 대해 논한다.


1권에서 권력 문제가 핵심임을 강조하며 그 외의 권력 문제를 덮어두는 각종 껍데기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는데 2권에서도 사법적 해결, 국제 연합, 세계 공동체를 향한 문화적 접근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결국 저자는 세계 공동체를 거쳐서 세계 국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그리고 그것을 위해 외교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1, 2권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외교 문제에 대해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것은 아마 여론과 외교의 관계인 것 같다.정부가 여론을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여론을 이끌어야 하며, 여론이라는 것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노력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전쟁이 전면화되고 핵이 무기로 활용되면서 이제 평화냐 전쟁이냐는 단순한 평온함과 재앙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존속과 멸종을 결정짓는 문제가 되었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피상적으로 훑어보고 정치적 의사결정을 한다.정치인들은 그보다 낫겠지만, 외교적 문제에 대해 깊이있는 공부를 한 정치인은 찾아보기 어렵다.국회 내에서 상임위원회 위원이 2년마다 바뀌는 문제 때문에 외교를 전담하는 위원회의 국회의원조차 고작 2년 내에 공부하고 업무에 적응하고 각종 결정까지 한 다음 떠난다.고려할 요인이 많은 선거에서 출마자에게 국제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우리나라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숙고한 다음 투표하거나, 정부가 국민들의 여론이나 감정이 아닌 어떻게 국제관계 내에서 권력을 증진하고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서 요청하는 것이 가능할까.책을 읽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이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 과연 우리 정치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 그리고 반영되도록 할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들었다.기술의 발달이 인간 삶의 통제권을 기계에게 넘기게 되어 결국 기계가 인류를 위협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도는데 그런 세상도 걱정이지만 가까이로는 아직 인간에게 결정권이 남아있을 때의 평화와 전쟁의 문제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이 책을 기억하며 다음 책을 읽고, 조금 더 나은 시민이 되도록 노력하고, 공부한 것들을 나누며 같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저자가 현실주의적인 사람이라서 그런지 읽는 동안에는 나도 조금 냉소적인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인용할만한 이야기들을 옮겨보겠다.



"정치철학의 진실성 여부와 정치선전 도구로서의 효율성 사이에는 정확한 상관관계가 없다.때로는 그 가정이나 결론에 오류를 안고 있는 정치철학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한다.정치철학은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한 투쟁에서 내적 진실성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것이다."(36페이지)


"기계 시대는 스스로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오늘날의 세력균형 체제에서 전 인구가 그 국가와 운명을 함께 하며 수행하는 전면전은 세계 지배로 끝나거나 세계 파멸로 끝나게 되며, 아니면 양자 모두로 끝날 수가 있다."(142페이지)


"대중 전달의 모든 방법을 통해 제 인민이 서로 알고 이해하기를 촉진하는 일에 협력함과 동시에 이 목적으로써 언어와 표상을 통한 사상의 자유로운 교류를 촉진하기에 필요한 국제 협력을 권고하는 것" - 유네스코 헌장 1조(367페이지)

"그리스인과 페르시아인, 아테네인과 마케도니아인, 유대인과 로마인, 교황과 황제, 중세기 말의 영국인과 프랑스인, 터키인과 오스트리아인, 나폴레옹과 유럽, 히틀러와 세계 사이에 문제가 되었던 쟁점의 근저에 오해가 있었던가?상대방의 문화, 성격, 의도에 대한 오해가 쟁점이 되었기 때문에그와 같은 전쟁들이 전혀 실제적이지 못한 문제를 두고 수행되었던가?그렇지 않다면 오히려 그와 같은 많은 분쟁에서 잠시 동안이나마 평화를 보존했음은 정복자가 될 국가의 문화, 성격, 의도에 대한 오해이며 이러한 요소들에 대한 이해가 불가피하게 전쟁을 일으켰다고 주장될 수는 없을까?"(374~375페이지)


"커다란 정치적 문제들은 이런 식으로 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온 중재자들에게 넘겨지지는 않는다.그리고 지금 이 문제야말로 실로 커다란 문제다." - 네루(241페이지)


"내게 문제는 당신의 국민을 비참하게 할 권리를 가졌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당신의 이익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중요한 것은 법률가가 내게 해도 좋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이성, 정의가 내게 명하는 것" - 에드먼드 버크(442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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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보폭 - 구체적인 삶을 강요받는 사람들을 위한 추상적으로 사는 법
모리 히로시 지음, 박재현 옮김 / 마인드빌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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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각종 방법론과 지식들은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다.그동안 인류가 축적해온 지적 재산이 막대하다보니 그렇다.그러나 한편으로 그런 구체적인 이야기들만 따라가다 보면 새로운 발견, 규범적 판단은 힘들어진다.지난 시절 위인들은 추상적인 질문과 불확실한 가설, 증거에 기반한 검증을 통해 새로운 진리들을 차근차근 발견해왔는데 우리는 과연 충분히 참신하고 포괄적인 이야기들을 하고 있을까?

공대 교수에서 소설가가 된 저자의 삶은 그와 관련된 가르침을 주기에 충분하다.구체적인 문제해결에 집중하던 사람이 갑자기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설정하는 가상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으니 추상적 사고의 중요성과 필요성,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CEO가 된 후 개발부서에서 기존에 검토하고 있었던 안들을 모두 폐기하고 직원들이 반발하자 다르게 생각하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아마 개발부서의 엔지니어를 비롯한 직원들도 현실에서 나타나는 고객들의 수요와 각종 구체적인 요구들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을 것이다.그러나 잡스는 그렇게 해서만은 일류가 될 수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 약값과 임대료 사이에서 고민하는 노인,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체포되어 있는 아랍인들의 문제가 자신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다.당장 나에게 닥친 고통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인권침해라는 추상적 관념에 대해 도덕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세상의 요구를 쫓아다니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다른 방법을 찾아서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그러려면 더 높은 차원에서 사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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