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상해서 그랬어! 푸른숲 어린이 문학 3
정연철 지음, 조미자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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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을 보니 웬 남자애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캔을 발로 툭 찬다.

제목이 이 아이의 마음을 대변해주듯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속상해서 그랬어!'

아이 옆 강아지는 영문도 모른채 눈이 똥그래져 도망갈 준비라도 하는 듯 눈치를 살피고 있다.

 

『속상해서 그랬어!』는 진희와 진수 남매, 두호와 세미 남매, 기열이, 그리고 그들의 엄마, 아빠 세대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연작 동화다.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엄마, 아빠 사이가 멀어지고 시골의 친할머니에게 맡겨진 진수와 진희는 오누이의 사이가 좋고 시골에 와서 묵묵히 잘 견디고 학교도 잘 다니고 있지만 그 마음에는 깊은 상처가 있다. 자기들을 버려두고 전화 한 번 하지 않는 엄마, 아빠가 너무나 밉지만 이제나 저제나 데리러 올 때만 기다리고 있다.

 

오봉산 자락의 느티말에는 가구 수가 스무 집이 못되는 작은 마을이다. 어르신들이 주로 살고 계신 이 동네에 언제부턴가 손자손녀들이 내려와 같이 사는 집이 늘어났다. 진희와 진수, 그리고 기열이가 그 아이들이다. 마을에는 마을 공동 소유인 빨간 지붕의 민박집이 있고, 한길 옆에 개울가가 있다. 그리고 진수의 비밀 공간인 분교. 이 공간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엄마,아빠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가 있는 진수는 시골에 오던 첫날 진희와 개울물에 몸을 담그고 씻으며 개울물이 자신의 슬픔을 씻어주고 위로해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수세미 속 같이 엉켜 있던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 다음부터 개울가는 언제나 나한테 약국이다. 개울이 주는 진정제는 효과가 뛰어나다. 개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곤두박질 치던 내 기분도 어느새 돌돌 차분해진다.(14p)

​그 이후로 진수는 괴로움을 주는 상대와의 갈등을 개울가에서 풀고자 시도했고, 그 효과는 만점이었다. 맑고 시원한 개울물은 그들의 얽혀있던 갈등과 속상하고 상처난 마음들을 맑게 씻어주었다.

 

느티말 빨간 지붕의 민박집에 뜻밖의 외지인들이 오고 갔다.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진수가 맞게 된 첫번째 손님은 뚱보가족. 꽤나 부자인 것처럼 진수와 진희를 거지 취급하지만 알고보니 뚱보가족은 쫄딱 망해서 숨어 있기 위해 외진 곳으로 찾아온 것.  진수를 거지라 놀리던 두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입장이 바뀐다. 먹을 게 동이 난 두호는 진수를 졸졸 쫓아다닌다. 진수는 두호를 개울가로 데려간다.

 

개울가에서의 화해로 관계가 새로워진 아이들은 서로 정이 들지만.. 민박집에서 꽤 오래 머물던 뚱보네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떠난다. 진수는 누군가와 헤어지는 게 정말 마음 아프지만.. '또 와!' 라고 인사하며 보낸다.

 

 

또 진수의 다른 갈등의 대상은 바로 기열이.

기열는 마음 속에 미움과 원망, 스트레스, 두려움이 가득 찬 아이다. 그런 괴로움 때문인지 아주 심한 아토피를 앓고 있다. 보험업계에서 큰 성공을 한 기열이의 엄마는 바쁘다는 이유로 양육의 많은 부분을 돈으로만 해결해 왔다. 게다가 남편과 사이가 안 좋아 이혼을 고려 중이다.

기열이의 신경질적이고도 가시돋친 말과 행동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기열이의 짝인 진수는 자신에게 심한 말과 짜증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기열이가 너무 싫다. 시골에 와서도 왠지 왕따가 된 기분이 드는 기열이는 성질을 부릴 수록 사실 마음이 더 허전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벌어진 개울가에서의 물싸움. 진수와 물을 튀기며 싸우는 동안 그에겐 웃음이 터져나오고 열기가 오르고 가렵던 피부가 시원하게 가라앉는 걸 느꼈다. 온 몸이 홀딱 젖은 기열이는 할 수 없이 진수네 집에 가야했다. 진수의 읍내 시장표 싸구려 옷으로 갈아입고 진수 할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는다. 진수는 집에 가는 기열이에게 씩 웃으며 '또 와!'하고 인사를 한다. 안하무인 기열이가 이렇게 진수의 친구가 되는 장면이 정말 흐뭇하다.

이 작품에서 개울가의 존재는 무엇일까? 왜 개울가엘 가면 몸이며 마음이 '씻은 듯이' 느껴지는 걸까. 맑은 개울물이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마음과 감정들을 터뜨려 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슬프면 슬픈대로 속상하면 속상한 대로 받아주고 다독여주는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나 우리 곁에 한결같이 있어주는 자연은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느티말 한길 옆 개울가 처럼...

이 작품은 아이들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인 어른의 이야기로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이혼, 경제적인 어려움, 부부의 갈등으로 비롯된 어른들의 갈등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까지 전달이 된다. 어른들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버려져서 누군가의 손에 맡겨지는 현실을 꼬집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인물이 '미숙'이다. 미숙은 바로 옆 마을 친정엄마에게 맡겨둔 희주에게 달려 가지 못한다. 이유는 돈을 벌어보려다가 들어간 다단계 회사에서 진 큰 빚 때문이다. 느티말에서 잠깐 숨어 있으려던 미숙은 진수와 진희, 기열이를 만나면서 옛 친구였던 그들의 부모들을 기억해낸다.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의 현재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작품을 읽는 내내 본의 아니게 보호자로 나서게 되신 느티말 할머니들의 경상도 사투리가 살갑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강해보이는 말투지만 강한 말투 속에 더 깊은 정감이 느껴진 것 같다. 자식 농사를 잘 못했다 여기는 자식에 대한 깊은 회한이 담겨 있기도 하고, 또 손주들을 향한 애정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개울가라는 자연을 통해 마음이 치유가 되는 과정들과 아이들의 아픈 마음을 비유적으로 잘 표현한 부분들이 인상적이었다. 이야기의 연결이 연작 형식으로 표현되어 작품의 입체감이 잘 살아난 것 같다.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보낸 긴 방학에 대한 기억이랄까, 이 작품은 나에게 '느티말에서의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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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나라의 어린이 푸른숲 역사 동화 8
김남중 지음, 안재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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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력이 안 좋으니까 일기를 써야겠다. 죽을 때까지 간직할 일기다. 그래야 잊지 않는다. 잊지 않아야 뭔가 할 수 있다. 아직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할거다. 영영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새 나라가 되었으니 살기 좋은 시절이 올 거라 생각했다. 기다리던 형이 와서 이제는 다리 뻗고 자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친일파는 무엇이고, 빨갱이는 무엇인가? 야마다를 찾아야 한다는 형의 모습이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주인공 어린이 노마는 그저 마음 편히 살고 싶을 뿐이다.

 

해방되기 전 노마의 형 정식이와 친구들을 강제징용에 끌려가게 한 장본인이 바로 야마다이다. 그런데 해방이 된 지금 야마다는 대한민국의 경찰이 되었다. 정식은 야마다에게 복수하고 싶었지만, 경찰이 된 야마다 앞에서 자신이 빨갱이라는 자백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친일 청산을 위해 반민특위가 결성되어 거물급 친일 인사들이 잡혀들어가는 듯 했지만, 어느 날 경찰들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덮친다. 정식은 이 때 야마다에게 끌려가 바보가 되어 돌아온다.

 

교과서 속 한 줄의 역사에 숨어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꺼내 들려주는푸른숲 역사동화 시리즈 중 한 권인 <새 나라의 어린이>는 해방 후 대한민국의 모습을 노마라는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 내었다.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살기만을 바라는 그 시대의 평범한 소년, 노마는 돈과 권력을 붙잡고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살 길을 찾은 친일파들이 해방이 된 이후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민특위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앞날을 도모하는 부조리함 속에서 동시대의 각각 다른 입장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행로를 보면서 세상을 배운다. 형과 그 친구들을 강제로 끌고 갔으며, 형의 애인인 순희 누나를 정신대로 끌고 간 야마다. 조국을 등지고 살아가는 프랑스인 알리스, 세상이 어찌 되든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당숙을 보면서, 노마는 바보가 되어 돌아온 형을 끌어 안고 우리가 당한 일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직은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지만 잊지 않아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이라는 역사적인 사실 속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통해 친일파 청산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부조리한 상황은 존재한다. 비록 실패할지라도 침묵하고 순응하지 않고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 그것이 정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지 않으면 그 동안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과 상처는 또 다시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아픔과 과오를 잊지 않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 나가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함을 이 책에서 얘기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푸른숲주니어 역사동화 시리즈는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역사를 배우는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깨달음을 얻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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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어린이 한국사 첫발 6
청동말굽 지음, 조예정 그림 / 조선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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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 좋은? 한국사 책을 만났다.

정자와 함께 하는 역사 에세이라고 해도 좋을 듯한...

제목처럼 정자가 1인칭 화자가 되어 해당 정자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해주는 형식.

경치 좋은 정자에 앉아서 풍경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애기 나누는 기분이랄까...

여유가 느껴져서 참 좋다.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 그림이 단아하고 정갈하여 눈길이 간다.

글편집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할 뿐더러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정자의 멋진 사진과 제목과 함께 서문에 관련된 역사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해준다.

 

 

 

 

 

 

 

 

전면 또는 페이지의 상당부분을 그림으로 편집했다.

독자들이 글의 내용을 읽느라 급급하지 않고 여유있는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이 시리즈는 통사적으로 역사 이야기를 써내려 간 것이 아니고,

정자, 나무, 문, 다리, 비석, 탑 등의 자연이나 유적들을 매개로 얽혀있는 역사를 풀어내어

옛 이야기를 듣는 듯 여유있고 흥미롭게 한편한편의 역사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긴 정자

왕위를 둘러싼 이야기를 품은 정자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정자

혼란의 시대를 함께한 정자

위의 주제로 분류하여 경주 포석정터, 경복궁 경회루, 세검정터, 경복궁 향원정 등의 정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를 이야기하는 좋은 의도란 생각이 든다.

역사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도 좋겠지만,

역사의 흐름을 좀 익힌 친구들이 읽으면 그야말로 술술 머리식히듯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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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번지 유령 저택 6 - 공동묘지에서 온 인사장 456 Book 클럽
케이트 클리스 지음, M. 사라 클리스 그림,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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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에서 새로 나온 <43번지 유령 저택 6 - 공동묘지에서 온 인사장>

456북클럽 시리즈 중 인기 시리즈.

매해 가을마다 신간이 나오는 듯.

즐거운 마음으로 신간을 기다리게 되는 책.

물론 ​'겁나 오싹~한' 내용이지만 사실은 따뜻하고 유머가 넘치는 책이다. :)

혈연은 아니지만 '사랑'으로 하나가 된 부루퉁B.그럼플리, 올드미스C.스푸키(유령),

그리고 아들 드리미 호프.

이번에도 새롭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겁나라 시 43번지 유령저택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부루퉁B.그럼플리의 잊혀진 애인인 나디아S.착각고만노프가 나타난 것!

예전에 부루퉁이 프로포즈를 했을 때 가차 없이 뻥~ 차버린 여인이

 왜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을까?

부루퉁에겐 아주 언짢고도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지혜롭고 슬기로운 부루퉁의 아내인 올드미스는 민감한 반응 없이

오히려 그럴 땐 인사장을 보내는 게 어떠냐고 제안을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정말이지 빵~ 터져버렸다.....ㅋㅋㅋㅋ

어쩜 이리 담담하게 웃길 수 있나!

아이들에게는 이런 뉘앙스가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하다. :)

 

 

 

 

인사장의 용도는 다양하다!

언짢은 이야기를 우아하게 해야할 때,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이에게,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이에게,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싶을 때... 등등

인사장은, 표현력이 약한 사람이 말로 전달해야는 부담감을 줄이면서도

말보다 훨씬 직접적이지 않은 글로 한 템포 늦춘 감정을 전달하기에 안성마춤인 듯 하다.

편지보다 간결하게, 임팩트 있게..

이 정도면 사업 아이템으로 합격점을 줘하야지 않을까? :)

 

 

난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표현하는 인사장의 '톤 & 매너'

나는 이번 유령저택을 읽으면서 이런 인사장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기에 좋은 텍스트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자꾸 든다.

그리고 예의에 담긴 유머까지...^^

이 책은 자매가 각각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는데,

두 사람의 엮어내는 이야기와 그림이 매우 친근하게 느껴진다.

한 편의 이야기가 그림과 편지와 메모, 마을 신문, 인사장 등의 여러 가지 매체로 엮어져서

그 구성이 매우 입체적이고 학습적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건 물론.

한 두 명의 말썽캐릭터가 등장하여 일으킨 사건을 '사랑'으로 맺어진 부루퉁 가족이 각각의 기지를 발휘해서 해결해나가는 이야기.

겁나 오싹하지만 그저 웃긴 이야기가 아니라 유머의 미덕을 배울 수 있는 이야기이다.

딸래미는 이 책을 웃기다고 하는데, 아직 유머의 미덕, 뭐 이런 느낌이 오지 않은 때문일거다.

어찌 4학년의 독후감과 아줌마가 느낌이 같을까??^^

읽는 사람마다, 그리고 읽을 때마다 느끼고 와 닿는 바가 다른 것이 독서의 매력이 아니던가.

이 책 첫 장에 소개된 명언을 소개해 본다.​

삶이 노래처럼 흘러갈 때 즐거워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진정 가치 있는 사람은,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다.

- 엘라 휠러 윌콬스

​** 이 글은 시공주니어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진솔한 감상을 적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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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마니 일공일삼 93
조앤 G. 로빈슨 지음, 페기 포트넘 그림,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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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Marnie was there

추억의 마니

조앤 G. 로빈슨 글

페기 포트넘 그림

비룡소 펴냄

"엄마, 꼭 이 책을 읽으세요!"

"엄마하고 이 책을 같이 읽고 싶어요!"

우리는 휴가 기간에 이 책을 챙겼고, 딸아이는 시간을 내어 다 읽을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 나를 붙잡고 이렇게 말했다. 정말 재미있으니까 엄마도 빨리 읽어보라고...

아이가 개학하기 까지 집 안팎의 일들이 많아 계속 이 책의 앞부분만 들춰보고 있는 나에게

엄마랑 같이 읽고 싶다면서 뒷부분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는 귀띔을 해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몇 일 전부터 저녁 먹고 나서 소파에 앉아 같이 책을 읽어나갔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작품으로

이 작품을 골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이 갔다.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보다는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애니메이션이 훨씬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아이와 내가 이 책을 모두 읽고 나서 공감한 부분이다.

언제 개봉을 하냐고 매일 물어본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너무나 궁금하다면서.

일본에서는 7월에 개봉을 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9월쯤? 11월쯤? 개봉을 하려나...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그림에 있는 파란색 창틀 안의 마니의 표정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누군가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주기를 간

절한 눈빛으로 호소하는 것 같은...

안나는 고독하고 우울하지만 '평범'해 보이려고 굉장히 애를 쓰는 한 소녀다.

다른 사람들은 독특하고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그럴수록 안나는 그것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듯 평범하게 행동하려고 한다.

그만큼 조금만 안나를 이해하고 바라본다면, 믿어준다면 걱정할 것이 없는 아이가 맞다.

오히려 쿨하고 깔끔하며 정갈한 성정을 가진 아이다.

그 이면에 섬세한 감성까지도 가진...

그런데 안나는 자신은 늘 '원 밖'에 있다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은 '원 안'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안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며,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까?

모든 증상에는 원인이 있겠지.

아.. 안나에게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안나는 마음을 붙일 곳이 없었다.

어릴 적 엄마, 아빠는 이혼을 했다.

아빠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엄마는 안나를 버려두고 재혼을 했는데

신혼여행을 가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그 이후 안나는 할머니가 보살피게 된다.

그런데 할머니마저도 어디론가 떠나셨다가 돌아가시게 되고

안나는 결굴 보육원으로 보내진다!

그 후 다행스럽게 안나는 한 가정에 입양이 되는데,

양부모가 자신을 입양한 댓가로 매달 지원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다시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안나는 버려지는 아픔을 여러번 겪은 아이다...

학교에서 적응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안나는 런던을 떠나 노포크 해안가의 리틀 오버턴으로 오게 된다.

바닷가 마을인 리틀 오버턴의 페그씨 부부 댁에서 지내게 된 안나.

바닷가 근처를 탐색하듯 돌아보면서 안나는 물가에 있는 커다란 집을 발견한다.

아무도 살 것 같이 않은 이 저택.

그러나 안나는 마시 저택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누군가가 자기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안나에게 매일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저택 주위를 맴돌다가

자기 또래의 소녀인 마니를 만난다!

언뜻 안나의 눈에 띈 듯한,

창문가에 서있던 소녀였다.

그러나 안나는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면 도망치곤 했다.

바닷가 마시 저택, 썰물 때 드러난 개펄, 보트, 모래언덕, 그리고 풍차...

아름다운 바닷가를 배경으로 마니와 안나는 둘만의 비밀스런 만남을 갖게 되고,

그들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에 푹...젖는다.

그러나 그렇게 믿었던 마니와의 관계 속에서도

질투를 느끼며 버려지는 배신감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데...

그러나 안나는 마니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떠나는 마니를 용서하게 된다!

"언제 어디서인지는 약속할 수 없어. 하지만 나를 계속 찾아봐줘, 제발."

마니의 존재는 어쩌면 또 다른 안나 자신과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서로 비밀을 얘기하며 추억을 쌓고 '또 다른 나'를 용서하면서

안나는 점점 치유되어 가고 있었으리라.

안나와 마니의 만남은 정말 시공간을 뛰어넘는 꿈결같은 만남이었다!


<추억의 마니>는 놀랍게도 1967년 작품이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배경묘사와 섬세한 심리묘사가 너무나 인상적이다!

안나와 마니의 만남을 통해 각자 가지고 있던 아픔과 상처가 아름다운 경험으로 기억되고,

마침내 용서와 치유까지 이르게 되는, 시공간을 초월한 아름다운 판타지이다.

깊이 공감되던, 어쩌면 안나가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한 구절이 있다.

"누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니?

네가 내 나이만큼 되면 이건 이 사람 잘못, 저건 저 사람 잘못,

하고 그렇게 쉽게 말할 수가 없게 된단다.

긴 안목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그렇게 선명하지가 않거든.

사방에 대고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지만 또 아무 곳에도 책임을 넘길 수가 없다.

불행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누가 분명히 말할 수 있겠니?"

작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섬세한 이 작품을 통해 주인공 안나 뿐만 아니라

모든 독자들 역시 공감과 감동, 그리고 치유를 경험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얼마 전 내한하였던 앤 파인 작가님과 강무홍 작가님의 합동 강연회에서 하셨던

두 작가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문학은 우리에게 마법을 겁니다. 우리가 도피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우리를 풍요롭게 합니다.”

너무나 많은 우리 어린이들은 제한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주변 세계를 탐험할 자유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채 작은 지붕 아래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보내고, 너무나 많은 시간을 공부합니다. 문학은 어린이의 내면의 지평을 넓혀 줍니다. 어린이는 책 속에서 만나는 갖가지 인물들의 생각과 결정을 이해하고 판단하며 감정을 넓히게 됩니다. (중략) 그리고 만약 이야기 속에 어린이 독자 자신의 경험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점이 있으면, 심지어 아주 조금만 일치하더라도 더없이 놀라운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 앤 파인

어린이는 책을 통해 낯선 세계를 여행한다. 이 자유로운 여행자는 책 소의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을 투사하여 묘사된 세계 너머의 생략된 세계까지 읽어 내고, 그 세계에 자신만의 고유한 빛과 색채를 더하며 그 인물들의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낸다. - 강무홍

출처 - 시공주니어 북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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